다도를 아십니까
「잠자는 공주의 우울과 한때 아이였던 보호자들」 105화 친애와 정애의 경계선 본문
원문 링크 : https://novel18.syosetu.com/n7091gi/110/
親愛と情愛の境界線
「――의외네. 여기서 하룻밤 보낼 생각인 줄 알았다」
파스토르의 편지를 재킷의 안쪽 주머니에 쑤셔 넣고, 마차의 합승장으로 걷기 시작하자, 길의 끝에서 그로우가 나를 맞이했다.
오늘 아침, 하이드키아가에서 집으로 돌아와 그로우를 쫓아내고, 자고 일어나 혼자서 파스토르의 병원으로 간 게 내 행동반경인데, 설마 그로우는 그 모든 과정을 스토킹한 걸까.
「왜 여기에 있는 거야?」
「마주칠 예정은 아니었다」
「그런 의미가 아니라」
「일을 하고 있을 뿐이다」
「최근의 그로우는 언제 자는 건지가 조금 의문인데」
「나는 선 채로도 잘 수 있어. 얕고 짧게 자는 게 경계를 잃지 않을 수 있고 말이지」
「그것도 고칠 수 있으면 좋겠는데」
꿈과 현실의 경계를 잃은 그로우는 꿈을 꾸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꾸는 꿈의 내용이 최악이니 무리도 아니다.
뭐, 현실이라고 알고 있어도 마르스씨의 목을 잘라버릴 정도의 그로우이니, 이제 와서 뭘 두려워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우리 공주는 오늘따라 시선이 조금 신랄하군」
「평소대로 아니야?」
「그래서, 오늘은 이대로 집으로?」
「으응. 하란한테」
나는 가슴을 툭 쳤다.
「심부름할 일이 있어서」
「파스토르가 하란한테?」
그로우가 의아해하듯 눈살을 찌푸린다.
「파스토르도 노력하고 있다는 증거」
「또 당신의 꿈의 힘인가?」
「나한테 그 정도의 힘은 없다니까」
무심코 웃음을 터뜨리지만, 드물게도 그로우는 웃지 않는다.
오히려 조금 불안해 보인다.
「무슨 일 있었어?」
「……아니. 조금 곤란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야」
「응?」
「나 말고 다른 녀석이 멀쩡해지는 것이」
「아니 그로우는 딱히 멀쩡하지 않으니까」
뭐야 저 수수께끼의 자신감.
그로우는 내 말에 「역시 오늘은 신랄하군」라며 힘없이 웃곤 내게 길을 터주었다.
「슬슬 해가 진다. 상관까지 바래다주지」
그로우가 잡아준 마차로 하란의 상관으로 향했다.
나를 마차에서 내려준 그로우는 또 어느샌가 사라져 있었지만, 이 근처에서 나를 보고 있는 걸까.
같이 살고 있었을 때는 어느 정도 그로우의 동향을 감시할 수 있었지만, 이렇게 어디에 있고 뭘 하는지 모르면 가장 위험한 인물이라는 생각도 든다.
문이 꽉 닫힌 상관을 올려다보고 크게 심호흡한다.
조금 긴장된다.
하란은 이제 내 손에서 벗어났다고, 그런 느낌이 드니까.
눈을 뜬 직후에 만난 하란은 어른 남자로서의 자신감으로 흘러넘치는, 잔인하고 교활한 상인이었다.
그때의 하란으로 돌아간 느낌은 아니지만 비스크와 이야기하고 있을 때의 하란의 얼굴을 내가 지켜줘야 하는 울보 하란이 아니었다.
나는 열쇠를 받았기에 자물쇠가 잠긴 상관에도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다.
나를 위한 방도 마련되어 있기에 반쯤 제2의 집이라는 느낌이다.
문을 열자 그를 눈치챈 사용인이 뛰어와 「곧 식사 시간입니다」라고 말해준다.
부엌에서 흘러나오는 좋은 냄새에 배가 요동친다.
안내받은 대로 식당으로 향하자 하란은 벌써 테이블에 앉아 무서운 얼굴로 산더미 같은 서류를 노려보고 있었다.
하지만 내 모습을 보고 놀란 듯 일어난다.
「올리……!? 왜……!」
「왜냐니?」
「아…… 아니」
하란은 거북한 듯 시선을 바닥에 떨구고 「딱히」라고 대답하며 다시 자리에 앉는다.
「그냥 오늘은 안 올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뭐, 올 예정은 아니었는데 파스토르 때문에」
「……그 녀석이?」
불쾌한 듯한 목소리.
분위기가 조금 얼어붙는다.
나는 품에서 편지를 꺼낸다.
「병원을 운영할 거라면 우수한 의사와 간호사가 필요하다고. 파스토르의 추천이라면 믿음직하잖아?」
「하아? 필요 없어. 그 정도는 이쪽에서 고를 수 있어」
하란은 코웃음을 치며 내가 내민 편지를 받지 않는다.
그렇기에 무척이나 놀라고 말았다.
당연히 받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게, 아무리 생각해도 그게 더 간단하니까.
「하지만 아직 병원 직원이 정해진 건 아니지? 오늘 파스토르한테 할 건지 안 할 건지 확인했으니까」
「그래서 그 녀석은 안 한다고 했잖아」
「그렇다고 해서 파스토르의 추천을 보지도 않는 거야?」
「어」
「ㅇ, 왜……?」
하란은 짜증 난다는 듯 한숨을 내쉰다.
단정하지 않은 자세로 의자에 체중을 싣고, 위압하듯 나를 본다.
「같이 하지 않을 거라면, 끼워주지 않을 거다. 그것뿐이다. 이건 나와 비스크의 일이다. 그녀석이 사람만 소개하고 "나도 도움이 되었습니다"라는 얼굴을 하는 게 짜증 난다는 말」
「짜증 난다니…… 그것뿐이야? 전혀 의미를 모르겠어, 하란」
「영문을 모르겠는 건 이쪽이다. 내가 파스토르한테 소개받은 녀석을 기꺼이 고용할 거라고 진심으로 생각한 건가?」
「그도 그럴게 그러는 편이――」
하란은 갑자기 몸을 내밀어 옆에 있는 서류를 퍽 친다.
나는 깜짝 놀라 입을 다문다.
「지금, 내가 선정하고 있는 도중이다. 평판, 가문, 인맥, 재산――이런 일은 "실력"만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야. 다소 무능하더라고 유력 인사의 가문이 소속되어 있으면 사업은 그것만으로도 원활하게 궤도에 오를 수 있다. 파스토르의 소개에 눈물 흘리며 달려들 만큼 나도 대책 없이 무능하진 않아」
「……그……런가」
하지만, 그렇지만, 편지를 훑어보는 것 정도는 해볼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지만.
그도 그럴게 저 서류의 산을 보는 것보다 이 소개장을 보는 게 훨씬 빠르다.
우선 파스토르의 소개를 보고 음미해 보는 것 정도는 손해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편지를 주머니에 넣는다.
그리고 일어선다.
「미안. 방해한 것 같네」
억지웃음을 지으며 일어나 등을 돌리자 등 뒤에서 하란이 일어나는 기척이 느껴졌다.
잡히기 전에 잰걸음으로 방을 나서려 하자 하란이 손을 뻗어 내 진로를 막는다.
「왜?」
나는 하란의 얼굴을 보지 않은 채 묻는다.
꿀꺽, 하란의 목이 울린다. 긴장이 나한테도 전해지는 것 같다.
「……밥, 먹고 갈 거잖아?」
「으응. 파스토르의 편지를 전해주러 왔을 뿐」
「하지만 온 김에 먹으면 되잖아. 마침 밥 시간이고」
「입맛 없어져서」
하란의 깊은 한숨.
「있지, 미안. 지금 건 내 태도가 나빴어. 그냥…… 짜증 나서」
「그러니까 돌아간다니까. 짜증 나게 해서 미안」
「올리, 이쪽 봐」
「하란, 비켜」
초조한 듯 혀 차는 소리.
나는 참지 못하고 진로를 막은 하란의 팔을 피하려 몸을 날린다.
소용없는 일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역시나, 하란은 내 손목을 잡고 거칠게 벽에 밀어붙인다.
「그러니까…… 왜 올리는 항상 그녀석의 편인 거냐고!」
그리고, 나는 겨우 하란의 얼굴을 봤다.
예상과는 달리 상처받은 얼굴을 하고 있기에 나는 또 놀라고 만다.
「나도……하고 있잖아. 제대로. 그 녀석보다 제대로」
「응, 그렇다곤 생각하는데」
「그럼 왜 나한테 그 녀석의 편지를 들고 온 거야! 파스토르의 공을 칭찬해달라는 표정이나 하고……!」
「그런 표정 할 생각이……」
「돌아가 줬으면 할 리가 없잖아? 와줘서 기쁘다는 거 알고 있잖아? 그런데 그 반 정도 돌아버린 녀석을 받아들여 주지 않으면 돌아가는 거냐? 그렇게 나 따윈 어떻게 돼도 좋은 거야? 이제 나았으니까? 그럴 거라면 나는 차라리 계속 그대로인 게 나았어!」
「저기…… 하란은 아직 나한테 그런 느낌이었어……?」
멍하니 되묻는 나를 보고 하란은 제정신인지 의심하는 눈으로 나를 본다.
「무슨 의미야, 그거」
「아니…… 최근 나를 피하기도 했고, 나았으니까 더는 나한테 관심 없어진 거라고 생각해서」
「왜 그렇게 되는 거야 바보냐! 매일 아침, 매일 밤 편지랑 꽃다발을 보내서 계속 내 사랑을 전하지 않으면 모르는 거냐!?」
그렇다고 하면, 과연, 이건 내가 조금 나빴던 걸지도 모른다.
하란이 아직 나를 좋아하고, 이번 일을 힘낸 것을 칭찬해줬으면 했는데, 거기서 내가 파스토르의 소개장을 가지고 오면 기분이 좋진 않을 것이다.
「미안. 내가 순서를 완전히 잘못 밟았어」
「순서……?」
「우선 하란을 칭찬해줬어야 했는데」
「……진심으로 모르는 거냐?」
「에?」
「어린애 취급해줬으면 하는 게 아니야. "이제는" 아니라고. 동생으로 삼아달라며 불평하던 나를 죽인 건 올리잖아」
하란은 이야기의 맥락을 파악하지 못한 나에게 갑자기 입술을 가져다 댄다.
아, 라고 생각해 하란의 입술과 내 입술 사이에 손을 넣는다.
이건 받아들이면 안 되는 키스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하란은 그대로 내 주먹에 깊이 입술을 누르고, 천천히 떨어진다.
「……협정이 있어서 다행이네」
「이건 반쯤 어겼다고 생각해」
「고작 키스로? 요전에는 하게 해줬잖아」
「그때는 내가 권했잖아」
「그럼 그 편지 받으면 키스하게 해주는 거야?」
하란은 내 가슴을 손가락으로 툭 건드린다.
그리고, 나는 조금 혼란스러워진다.
확실히 하란이 편지를 받아줬으면 좋겠다. 그게 하란――이라고 할까, 장래적으로 하란이 돌보게 될 아이들을 위해서라고 생각하니까.
하지만 하란은 파스토르의 소개가 없어도 그게 가능하다는 자신이 있고, 파스토르의 소개를 받아들일 정도라면 다소의 고생은 마다치 않겠다는 느낌이다.
하지만 내가 키스를 받아준다면 파스토르의 소개를 받아들인다……라는 건가? 이건.
그러니까, 그런 거라고 하면, 아마 그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고작 키스 한 번으로 일이 진행된다면 그게 가장 좋다.
하지만――.
「하란은 아직 나를 좋아하지」
「이제 와서 물을 일인가?」
「하란은 좋아하게 된 여자는 항상 이렇게 꼬시는 거야?」
「……뭐?」
완전히 허를 찔린 듯, 하란이 멍하니 나를 본다.
점점 표정이 굳어가, 커다란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린다.
「……아니, 잠깐 기다려. 미안 지금 건 다 없었던 일로. 다시 하게 해줘」
「"진심으로 모르는 거야"? 하란을 "가족"으로서가 아니라 "연애 대상"으로 생각한다면, 나는 방금 일로 "이 사람은 안 되겠군"이라고 생각할걸」
「그만 하라니까 진짜로,그 정론 울 것 같으니까……!」
하란은 마침내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주저앉아버렸다.
그래서 나도 주저 쭈그려 앉아 하란과 시선을 맞춰준다.
「어떻게 할래? 하란이 "내 귀여운 아이들"이라면 지금 건 "어쩔 수 없네 하란은 기본적으로 저런 느낌이고"라는 느낌으로 잊어줄 수 있는데」
「그건 싫어」
「그럼 여긴 두 번 다시 개인적으로 오지 않을 거고, 하란을 최저인 쓰레기 남자라고 생각하는 얼굴로 피해도 돼?」
「그것도 싫어……!」
「하란은 진짜 제멋대로네」
무심코 웃으며 푹신한 밤색 머리카락을 쓰다듬는다.
「비스크의 꿈을 봤어. 올빼미한테 부탁해서」
「어?」
「올리도 봤지? 그 녀석의 꿈, 거의 유령의 집이었어. 그런데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하고…… 도와줘야겠다고 생각했어, 진심으로」
모르는 이야기다.
나는 비스크의 꿈에 들어간 적이 있지만, 그건 과거의 악몽의 재현이었지 "지금 꾸고 있는 악몽"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게 끝나고…… 끝나면…… 분명 올리도 기뻐할 거라고 생각해. 그런데 올리는 "파스토르를 따돌리다니"라며 화내고…… "그걸 신경 쓰는 거냐고"라는 생각에 오늘 계속 짜증이 나서」
「아ー…… 으ー응…… 그렇구나……」
나도 왠지 조금 머리를 쥐어뜯고 싶어졌다.
자신의 단려함이라고 할까, 유치함이라고 할까, 주변을 제대로 신경 쓰지 못하는 것에.
「만약…… 내가 "올리"가 아니라면 하란도 비스크도 나를 "아무래도 좋은 일에 집착해서 큰 것을 보지 못하는 무능한 여자"라고 생각하고 두 번 다시 일을 맡기지 않겠지」
「아니, 그건……」
하란은 반박하려다 고민한다.
「애초에 올리의 입장이 특수하고…… 다른 인간이 대신할 수는 없어」
「그래?」
「……파스토르 편지, 봐도 돼?」
나는 하란에게 편지를 건넨다.
하란은 일어나서 봉투를 뜯으며 식탁으로 돌아간다.
나도 조용히 하란의 옆에 앉아 힐끔 편지를 들여다본다.
하란은 글을 훑어보며 진심으로 싫은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 서류 뭉치를 옆으로 치우고 몇 장의 종이를 끌어당긴다.
「이 세 명, 엄청 우수하고 평판도 좋지만 보수가 높고, 애초에 우리한테 들어와도 메리트가 없어서 후보에서 제외했거든」
「흐응?」
「그런데 그 중 한 명이 파스토르의 소개장에 쓰여 있어」
「에? 그럼 파스토르는 같이 해주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을 소개한 거야?」
「그게 아니라」
하란은 혀를 찬다.
「"내가 사업에 착수한다고 하면, 곰팡이 핀 빵을 먹으면서도 무상으로 일할 남자다"라네. ――어떻게 생각해?」
「으음…… "배신당할지도 모른다"라는 불안이 강한 파스토르가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정말 그런 사람이겠지」
깊은 한숨.
하란은 천장을 올려다보며 서류를 한 장 접어 가슴의 주머니에 쑤셔 넣는다.
그러자 급사가 쭈뼛쭈뼛 방에 들어와 「식사 준비는……」이라며 말을 걸었다.
배가 울렸기 때문에 나는 결국 상관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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