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도를 아십니까
「잠자는 공주의 우울과 한때 아이였던 보호자들」 104화 가장 가까운 곳에 있기 위해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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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番そばにいるために
파스토르는 자신의 작은 진료소에 돌아와, 우선 입원 중인 아이들의 상태를 확인했다.
모든 아이가 당연하게도 영양 부족에 면역력이 약해진 탓에 감염병이나 내장 질환을 병발하고 있었고 제대로 걸을 수 있게 되기까지 1개월은 걸릴 정도의 중증이다.
올리가 「이 아이들을 구해줘」라고 했다.
그래서 파스토르는 숙식을 줄여가며 아이들을 돕고 있다.
파스토르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머릿속에서 몇 번이고 비스크와 하란의 대화를 반복하고 그 자리에서 한 대답이 정답이었는지 생각한다.
할 수 있는가, 없는가. ――하고자 한다면 할 수 있겠지. 파스토르가 마음만 먹는다면 할 수 없는 건 없다.
하고 싶은가, 하고 싶지 않은가. ――하고 싶지는 않다. 아이를 상대하는 일 따윈 딱 질색이다. 지금 올리가 보내오는 아이들을 치료하는 것도 피곤하다.
애초에 아이들은 금방 죽어나가고, 몸의 안 좋은 부분을 스스로 설명할 수 없으며, 울기만 하고 이쪽 지시는 따르지 않는다. 어쨌든 신경이 소모된다.
그렇다면, 해야 하는가.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젠장, 몰라」
파스토르는 짜증을 내며 손톱을 깨문다.
파스토르라면 고칠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이라면 고칠 수 없는 상처나 질병은 틀림없이 존재한다.
아이가 한 명 죽으면 올리는 그때마다 울겠지. 괴로워하겠지. 구하지 못했다며 자신을 책망하겠지.
그렇다면 파스토르가 해야 한다.
하지만 파스토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은 올리이지 올리의 아이들이 아니다.
올리가 만약 이 일을 그만둘 경우, 파스토르는 모든 흥미를 잃을 것이다.
파스토르의 재능만으로 운영되는 병원은 파스토르를 잃으면 기능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파스토르는 해서는 안 된다.
「……병원?」
문득 이스쿰의 병원을 떠올린다.
파스토르가 만들고, 그리고 버리고 온 병원이다.
그건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
「그로우는 약을 먹고 있었지」
그렇다는 건 누군가가 약을 처방해주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병원은 파스토르가 없어진 뒤에도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 된다.
파스토르는 부하들을 떠올리려 한다.
떠오르지 않는 가능성도 생각했지만, 의외로 얼굴과 이름을 쉽게 떠올릴 수 있었다.
아무런 관심도 없었던 부하들이다. 무능하고 무가치한 녀석들이다.
하지만 그 녀석은 수술을 잘했다, 그 녀석은 신약 개발을 열심히 했고, 그 녀석은 환자의 상태를 잘 돌봤다.
"원장님은 본인의 일만 하시면 돼요"
"인상 쓰면서 돌아다니지 마세요, 환자가 불안해합니다"
"치료하는데 방해됩니다, 원장님"
그런 식으로 바쁘게 뛰어다니던 그들이 분명 문제없이 병원을 운영하고 있을 것이다.
파스토르가 없어도, 문제없이.
「……내가 없어도 괜찮다면, 나는――」
아무한테도 필요하지 않는다면.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면.
없어도 곤란하지 않는다면.
「……무가치해」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지」
「에!?」
고개를 숙이고 내뱉은 말을 받아 내듯이, 올리가 파스토르의 곁에 쭈그리고 앉아 있었다.
흠칫 놀라 한 걸음 물러서자 올리가 활짝 웃으며 일어선다.
――올리의 머리카락이 길다.
그렇다면, 이건.
「꿈속……!? 어느 사이에……!」
「혼자서 멍하니 있으면 쉽게 백일몽을 꾸게 되지」
「옆에 있지 않아도 억지로 재울 수 있는 건가……?」
「그러려나. 그건 모르겠지만 지금은 가능했던 것 같네」
「나가줘. 지금은 그럴 기분이 아니야」
「그럼 쫓아내」
「가능할 리가 없잖아……! 방법도 몰라」
토라진 듯이 말하며 올리에게 등을 돌렸을 터인데 올리는 바로 앞에 서 있다.
거북하다.
꿈속의 올리는 마치 변덕스럽고 제멋대로인 여왕 같다.
「나는 자고 있었으니까 모르겠지만 파스토르는 어떻게 그 큰 병원을 만든 거야?」
「어떻게냐니……」
어렸을 때, 의사에게 입양되어 의안 이식 수술을 받았다.
수술은 무사히 성공해, 파스토르는 의사에게 있어서 무척이나 도움이 되는 도구가 되었다.
더욱 도움이 되는 도구가 될 수 있도록 의학 지식을 배웠다. 올리를 깨우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여 스스로 몰두했다.
재능과 환경과 목적이 갖추어진 결과, 파스토르는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속도로 달려나갔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양아버지의 지식은 당연히 앞질렀고, 모두가 파스토르의 치료를 받기를 원했다.
파스토르는 효율을 추구했다.
적은 환자수로 많이 벌어, 번 돈은 전부 연구에 쏟아부었다. 「돕고 싶다」라며 손을 내밀어 오는 사람들은 거부하지 않았다. 효율을 생각하면 사람의 손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맡길 수 있는 부분은 전부 맡기고, 연구 결과는 숨기지 않고 공개했다.
뒤를 돌아보지 않는 파스토르를 쫓아 달리는 자는 적다. 우수한 자만이 파스토르의 곁에 남았다.
우수한 인간은 전부 자신의 의지로 움직였다.
「파스토르 선생님, 왕도의 귀족들이 "깨끗한 입원 시설이 있는 병원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던데 슬슬 만들까요?」
「연구 설비도 새로운 게 있었으면 좋겠고, 전에 왕도에서 본 증기 기관도 분명 있으면 편리할 거예요」
「이 낡은 병원은 이미 한계이니까요」
그렇게 그 병원이 생겼다.
탑이 있었으면 좋겠다, 라고 말한 건 파스토르다.
방 밖에서 여러 사람의 발소리가 오고 가는 게 거슬린다. 그러니까 탑의 가장 위를 자신의 방으로 삼아 그곳에서 살기 위해.
마치 동화 속에 나오는 마술사 같네요 라고 웃으면서도, 병원의 상징처럼 탑이 세워졌다.
문득 고개를 들자, 파스토르는 그 탑의 원형 방에 서 있었다.
올리는 방을 둘러보며 「그립네」라며 웃고 있다.
「내가 만든 게 아니야」
「응? 그래?」
「그 녀석들이, 전부, 멋대로……」
「파스토르가 우수했으니까 주변에 우수한 사람들이 모여서 그 사람들이 파스토르를 위해 만든 병원이잖아?」
「하지만……」
「자금을 대준 사람들도 파스토르가 굉장한 의사이니까 어떻게 해서든 파스토르에게 진찰받고 싶어서 돈을 댄 거지?」
「그때의 나에게는 의안이 있었어. 하지만 지금은 아니야」
「파스토르의 치료는 의안 이외에도 잔뜩 있었지」
「하지만 의안 이외의 치료는 녀석들에게 맡겼어」
「그래도 주변 의사들은 스스로는 감당할 수 없다고 생각한 환자를 파스토르에게 보냈어. 그래서 파스토르는 기대대로 적확한 치료 방침을 찾아내고, 그걸 지시했어」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적도 있어. 죽게 만든 환자도 있어」
「그런 날은 항상 날뛰었지. "올리"씨들도 건드리지 못할 정도로」
「그만해! 내 머릿속을 보지 마! 그럴 기분이 아니라고 했잖아!」
파스토르가 소리치자, 탑의 방이 무너지고 세계가 암전한다.
지나치게 조용해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자, 그곳에 올리는 없었다.
「……올리?」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파스토르는 당황한다.
「화난 거냐……? 저기, 미안. 소리 지르려던 생각이 아니라……」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올리…… 올리 미안…… 사과할 테니까……」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나 비스크가 제안한 거 받아들일게. 제대로 할게. 누구보다 잘할 수 있어. 내가 하는 게 나아. 레그너스도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고, 내가 가장 적임이다. 그렇지?」
그러니까――.
「버리지 말아줘…… 분명 도움이 될 테니까……」
「안 버려.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목소리가 들려와 파스토르는 눈을 떴다.
병원의――왕도의, 파스토르의 작은 병원 소파였다.
얕은 호흡을 반복하는 파스토르의 머리카락을 누군가의 손가락이 상냥하게 쓰다듬는다.
「좋은 아침 파스토르. 무슨 꿈 꿨어?」
「……꿈?」
「벌써 저녁이야. 많이 피곤했구나」
아이를 달래는 듯한 올리의 목소리였다.
올리에게 등을 돌리는 형태로 소파에 누워있는 파스토르를 무릎에 눕혀 기다란 머리카락을 쓰다듬고 있다.
녹아내릴 듯한 기분 좋음에, 파스토르는 올리의 손을 잡았다.
「올리의 꿈을 꿨어」
「응. 쫓겨났지만」
「미안…… 무서워서」
「그렇지? 갑자기 들어오면 깜짝 놀라지?」
파스토르는 과거에 자신이 짜증 냈던 것을 떠올리고 부끄러워졌다.
올리의 꿈에 예고 없이 들어가, 놀라서 거절을 표한 올리에게 격노했다.
자신은 올리에게 모든 것을 보이고 싶다고 말해놓고 거절하며 꿈에서 문을 닫은 것이다.
「화났어?」
「화났으면 안 왔을 거야」
파스토르는 안심하며 무거운 몸을 느릿느릿 일으켰다.
짧은 머리카락에, 남장을 한 올리다.
「저기…… 나쁜 의미로 받아들이진 말아줘. 하지만…… 뭐 하러 온 거야……?」
「파스토르 만나러」
살피는 듯한 파스토르의 질문에, 올리는 선뜻 대답한다.
그럴 리가 없다.
올리가 이유 없이 만나러 올 리가 없다는 건 파스토르가 가장 잘 알고 있다.
「비스크가 말했던 병원에 대한 거잖아?」
「왜 그렇게 생각해?」
「달리 나를 만나러 올 이유가 없어」
「왜 그렇게 생각해?」
「일하지 않는 나는 그저 편굴하고 반항적이고 짜증만 내는 쓰레기니까」
「그게 뭐야!」
올리는 깔깔 웃는다.
파스토르는 입술을 꾹 다물고 「웃기려고 한 말이 아니야」라며 입속으로 중얼거린다.
「사실이잖아」
「하지만 얼굴은 좋아」
「딱히, 그렇게 좋진 않아……」
「내가 아는 남자 중에서 가장 예뻐」
「얼굴 따위 어떻든 상관없잖아……!」
「상관없지 않아.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가치 있는 걸」
「나는 올리에게 있어서 개나 고양이 같은 건가?」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파스토르는 잠시 생각하다, 잠깐의 생각으로는 생각이 정리되지 않아 오래 고민했다.
자신이 올리에게 사육당하는 펫이었다면 그건 어떤 기분일까, 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사랑받고, 보호받고, 보살핌 받는다.
그건 마치, 결코 성장하지 않는 아이 같다.
파스토르는 어른이 되는 것이 싫었다.
올리를 두고 늙는 것이 무서웠다.
하지만 만약 올리가 잠들지 않았다면 자신은 어떻게 생각했을까.
아니, 아니다. 지금이다. 올리는 지금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단지 있는 것만으로 사랑받고, 보살핌 받는 존재가 되는 것을 바라는가를 묻고 있다.
「……올리한테……필요하다고 여겨지고 싶어」
「펫도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건 맞다고 생각하는데」
「하지만 펫은 집에서 주인을 기다리는 것밖에 못 하잖아? 주인은 다른 남자와 놀러 다니는데」
「내가 다른 남자랑 놀러 다닌다고 생각해?」
「실제로 그렇잖아」
「상처받았어」
올리는 불만스러운 듯이 눈을 둥글게 뜬다.
「하지만 파스토르. 나는 몰라. 나한테 뭐가 필요한지」
「불행한 아이를 구하기 위한 모든 것이잖아」
「하지만 우선순위를 정해야지. 비스크랑 하란은 나보다 훨씬 영리하니까 내가 없어도 전부 잘 진행할 수 있다고 생각해. 어제 비스크랑 하란이 이야기하는 걸 보고 생각했어. "아아, 나, 더 이상 필요 없구나"라고」
「그렇지 않아! 들었잖아? 비스크는 하란을 신용할 수 없어. 올리 이외라면 그 누구라도 마찬가지야. 올리가 필요해」
「그렇네. 비스크가 안심하기 위해서라면 필요할지도. 하지만 아이를 지키기 위해서는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해. 나랑 파스토르가 엉망진창으로 망가뜨린 하란이 다시 일어섰어, 파스토르. 비스크를 지탱하는 건 내가 아니라 하란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하지 않아?」
「하지만……」
「물론 나도 일은 계속할 생각이야. 하란이 할지도 모르는, 존재하지 않는 배신이나 부정을 조사해야지. 하지만 아이를 지키기 위해서 정말 필요한 건 그런 "형태뿐인 직책"이 아니라고 생각해」
파스토르가 보기엔 올리는 비스크와 하란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녀석들은 올리가 사라져도 분명 모든 것을 차질 없이 진행할 것이라는 확신도 있다.
올리는 그것을 슬퍼하지 않는다.
「파스토르라면 어떻게 할래?」
「에?」
「"저쪽"은 맡겨도 될 것 같아. 그럼 "이쪽"은 어떻게 하면 된다고 생각해?」
「아…… 그러니까……」
그 녀석들은 레그너스의 저택에 아이들을 위한 병원을 만들겠다고 한다.
하지만 자신이 그곳에 있는 그림은 그려지지 않는다.
「애초에…… 필요 없어, 나는. 올리가 하고 싶은 일에는」
「그래?」
「지금 나한테 보내진 아이들도 대부분은 탈수나 영양실조나 쇠약이 원인인 병이다. 할 수 있는 건 대증 요법과 체력을 키우는 것뿐. 내가 아니라도 할 수 있는 일이야. 나 이외의 많은 의사를 고용하는 게 더 효율적이고, 내가 거기에 가담한다면 반대로 분위기가 어질러져 효율성이 떨어져」
「과연」
「애초에 나는 지금까지도 다른 의사가 고치지 못한 난치병만 고쳐왔어. 나도 고칠 수 없는, 죽음을 각오하고 있는 환자는 의안으로 기억을 조작해 불안을 없애주기만 했어. 이제는 더 이상 그것도 못하지만……」
「그럼 로글레아가에 만들어질 병원에서 고칠 수 없는 아이만 파스토르가 고쳐주는 건 어때?」
「그건…… 딱히 상관없지만……」
올리는 미소 짓는다.
마치 처음부터 이 대답을 기다린 듯이.
「그럼 파스토르는 기본적으로 한가한 상태로 있어줬으면 해. 다른 의사들이 손 쓸 수 없는 환자가 오면 전력을 다하도록」
「귀족의 아이를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의사가 될까. 아이 특유의 병은 적지 않아. 지금까지는 아이를 치료하는 건 최대한 피해왔지만 적극적으로. 사례도 모이고」
「응, 좋은 것 같네」
「자신의 아이를 위해서라면 얻기 힘든 약재 같은 것도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얻는 녀석들이 대부분이다. 그 녀석들이 울면서 매달리면 그걸 잘 구슬리고」
그런 거라면,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도 될 것 같다고,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다른 의사는 구하지 못하는 목숨을 파스토르가 구하면 올리도 기뻐할 테고, 올리의 특별한 사람으로 있을 수 있으니까.
「파스토르가 소아과의 권위가 되면 또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들지도 모르겠네」
「그렇게 되면 또 하얀 탑이라도 세워서 올리의 그림을 장식해둘까」
파스토르가 가볍게 웃자, 올리도 장난스럽게 키득키득 웃는다.
「생각했던 대로네. 비스크나 하란한테 "하고 싶으면 끼워줄게" 같은 취급 당하지 않아도. 파스토르는 제대로 혼자서 할 수 있어. 계속 혼자서 해왔는걸」
「……혼자가 아니야. 혼자가 아니었어. 내가 보지 않았던 것뿐이지」
파스토르가 대답하자, 올리는 즐거운 듯한 미소에 기쁨을 섞었다.
「그렇네. 이스쿰 병원에서도 파스토르는 모두한테 사랑받았어」
싫다, 고 생각했다.
그런 걸 깨닫고 싶지 않았다.
계속 올리 밖에 없는 자신으로 있고 싶었다.
올리한테 버림받으면 살아갈 수 없는 자신으로 있고 싶었다.
그도 그럴게 그렇지 않으면 올리는 떠나가 버린다.
「하지만…… 올리도 곁에 있어줬으면 좋겠어. 올리가 가장 가까운 곳에 있어줬으면 좋겠어」
「응, 있어. 내가 파스토르의 가장 가까운 곳에 있어. 그렇지?」
이것 봐, 이렇게 가까이 있잖아, 올리는 그렇게 말하며 파스토르의 무릎에 손을 얹는다.
파스토르는 그 손에 손을 얹고, 살짝 잡는다.
작은――파스토르보다 작고 연약한 손.
아무것도 만들어 낼 수 없는, 아무것도 지킬 수 없는, 고작 18살 여자아이의 손.
파스토르는 갑자기 자신이 무슨 말을 한 건지 깨닫게 되었다.
정말 조금 전이다.
"일을 하고 있지 않아도,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다"고 말한 올리한테 파스토르는 그것을 "개나 고양이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파스토르는 지금 단지 곁에 있어주는 올리에게 이렇게나 큰 가치를 느끼고 있는데.
「미안 올리. 나 심한 말을 했어」
「에ー? 뭐가?」
눈치채지 못했을 리가 없는데, 올리는 시치미를 때며 미소 짓는다.
초조한 마음에 올리의 손을 강하게 잡는다.
「필요해, 올리는. 나한테도, 비스크한테도, 하란한테도」
「그로우한테는?」
「지금 그 녀석은 아무래도 좋잖아!」
「미안」
「진지한 이야기야. 위로라던가, 그런 게 아니라. 펫이라던가, 그런 게 아니라. 완전히 마음을 허락한 상대가 아니라면 사람은 간단히 무너지니까. ――나처럼」
올리는 애매하게 웃으며 파스토르에게 잡힌 손에 힐끗 시선을 떨군다.
「……싫어, 안 놔」
「아무 말도 안 했어」
「말 안 해도 알아, 그 정도는」
「정말? 하지만 나 지금 엄청 화장실 가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올리가 히죽 웃는다.
파스토르는 문뜩 올리가 자기가 눈을 뜨기 훨씬 전부터 이 방에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게다가 계속 무릎베개를 해주었던 것 같다.
「그런 건 빨리 말해!」
「하지만 파스토르가 진지한 이야기 하려고 하니까 말 꺼내기 어려워서……!」
갑자기 무척이나 부끄러워져서 올리의 손을 놓는다.
부랴부랴 일어나 방을 나가는 올리의 뒷모습을 배웅하며 깊은 한숨을 내쉬고 머리를 감싼다.
힐끗 창밖을 보니 벌써 석양이 내려앉기 직전이다.
아침부터 하이드키아가에 불려 가, 짜증을 내며 귀가한 것이 점심 전이었던 것 같다.
그러니까 잠이 든 것도 기껏해야 낮 정도일 거다.
실제로 올리를 꿈에서 쫓아낸 게 몇 시쯤인지 모르지만――.
「계속 있어줬던 걸까……」
애초에 꿈으로 만나러 와준 것도 분명 올리의 상냥함이다.
비스크와 하란에게 "따돌림" 당한 파스토르를 불쌍히 여긴 것이겠지.
그런 올리를 거절하고――거절했는데도, 와주었다.
「그런 점이라고…… 정말……」
병적인 헌신과 자기희생――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어리광을 부리고 싶어진다.
파스토르는 자리에서 일어나 입원 중인 아이들의 상태를 확인한다.
지금 이 병원에서 돌보고 있는 것은 단둘이다.
애초에 그렇게 커다란 시설도 아니다. ――이 둘도 마땅한 시설이 있는 병원이라면 누구라도 돌봐줄 수 있다.
파스토르는 책상으로 돌아가 펜을 잡는다.
올리가 방으로 돌아와 「뭐 적고 있어?」라고 신기한 듯이 묻는다.
「소개장. 로글레아가에서 병원을 운영한다면 의사 확보가 급선무잖아. 그 녀석들은 무능해서 우수한 의사를 골라낼 수 없을 테니까」
「파스토르가 아는 의사를 소개해주는 거야?」
「우수한 간호사도 셀 수 없이 필요해질 거야」
「그럼 "올리"씨들?」
「로글레아가와 하이드키아가가 후원하는 병원이라면 직장으로서도 나쁘지 않아. 대우에 따라 다르겠지만――우왓!」
갑자기 등 뒤에서 안겨져 비명을 지른다.
「어이. 갑자기 뭐야! 잘못 적었잖아……!」
「또 한 번 적으면 되잖아.나는 지금 엄청 파스토르를 안아주고 싶었으니까 참아」
「뭐야, 그게……」
한숨을 내쉬며 잘못 쓴 편지를 버리고 새로운 편지지를 집는다.
연민이나 인정이 아닌, 환희와 경의와 감사가 담긴 온기를 등 뒤로 느끼며 종이에 미끄러뜨리는 펜은 가볍고, 놀라울 정도로 막힘 없이 써내려 간다.
「올리. 이걸 하란에게」
「에? 내가?」
봉랍을 하고 편지지를 건네자, 올리는 어리둥절해하며 눈을 깜빡인다.
정말이지, 올리는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사이가 나쁘다고. 올리가 직접 가지고 가지 않으면 내가 보낸 편지는 마르스가 찢어 버릴지도 몰라」
「아아…… 마르스씨는 파스토르 엄청 싫어하니까」
게다가 올리 외의 다른 사람이 편지를 전해주면 하란의 창구가 되는 건 틀림 없이 마르스다. 운 좋게 하란에게 전해졌다고 해도 하란이 파스토르에게 받은 편지를 최우선으로 읽을 거라는 생각이 들진 않는다.
올리는 납득한 듯 편지를 받아든다.
「받아들이겠습니다, 파스토르 선생님」
파스토르는 장난스럽게 말하는 올리를 보고 실소를 터뜨리며 내뱉었다.
「올리는 그런 말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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