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도를 아십니까

「잠자는 공주의 우울과 한때 아이였던 보호자들」 73화 시녀는 코끼리를 묵인하지 않는다 본문

眠り姫の憂鬱とかつて子供だった護り人たち 번역

「잠자는 공주의 우울과 한때 아이였던 보호자들」 73화 시녀는 코끼리를 묵인하지 않는다

네츠* 2021. 5. 19. 20:44

원문 링크 : https://novel18.syosetu.com/n7091gi/75/

 

 

侍女は象を見逃さない

 

 

 아무래도, 눈을 뜬 후의 나는 아이들이 내미는 것을 괜히 거절해서 쓸데없는 갈등을 빚고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고아원에서 깨어난 나에게 비스크는 「진정될 때까지 고아원에서 느긋하게 쉬면 돼」라고 말해주었다.
 실제로 그렇게 했다면, 애초에 이런 상황은 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내가 새로운 집을 찾을 때까지 나는 비스크의 저택에서 조금 신세를 지기로 했다.
 감시 목적으로 그로우도 당분간 여기에 있을 거고, 주치의인 파스토르도 내 배 안의 곤충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는 옆에 있어준다는 것 같다.
 하란도 함께 있고 싶어 했지만 상관을 언제까지나 내버려 둘 수는 없기에 울면서 일단 마을로 돌아갔다.
 마을에서 맛있는 과자를 사오라고 부탁하자 조금 기분이 나아진 것 같아, 단순하다고 하면 단순한 것 같다.

「“벽옥”이나 되면 억제제도 간단하게 얻을 수 있군……」

 비스크와 아이들과 조식을 먹은 후 파스토르가 그렇게 말하며 대량의 억제제를 가지고 와준 덕분에 나는 당분간 배 안의 곤충으로 괴로워하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
 얼른 나가주길.

「이거 말이야, 어떤 게 나오는 거야? 애벌레 같은 건 아니지……?」

 지나치게 고급스러운 소파에 아무렇게나 앉으며 나는 하복부 근처를 쓰다듬는다.
 파스토르는 내 옆에 앉으며 나에게 시린지를 한 개 건넨다.
 아직 아침 약을 사용하지 않았다.

「손톱 끝 정도의 크기 밖에 되지 않는 작은 기생충이다」
「그렇게 작아? 뭔가 움직이는 게 느껴질 정도의 질량이 있는데?」
「그렇게 느껴질 뿐이지 실제로는 좀 더 작아. 평소에는 숙주가 자고 있는 사이에 나가니까 억지로 잡아서 번식시키지 않으면 눈치 채지도 못해. ――라고 말해지지만, 뭐, 나는 그 녀석을 기른 적이 없으니까 말이지……」
「잡아서, 번식시켜……?」
「비싸게 팔리거든」

 질린 듯한 파스토르의 설명에 나도 싫증이 나고 만다.

「그 연구실, 내버려 둬도 돼?」
「레그너스 저택에 있는?」
「응」
「뭐…… 그렇지……」

 슬쩍, 파스토르가 살피듯이 나를 본다.
 나는 아침 몫의 시린지를 아무 생각 없이 만지작거리며 파스토르의 시선을 받고 고개를 갸웃거린다.

「……뭘까. 잘 모르겠어…… 하지만…… 이제, 됐나 싶어서……」
「연구가?」
「잘 말할 수 없지만…… 여기에 있다고 느껴져. 더 이상 불안하지 않아」

 파스토르는 살짝 내 앞머리를 손끝으로 만지작거린다.
 조금 놀라 나는 파스토르를 다시 쳐다본다.
 알 수 있는 거야? 라고는 묻지 않는다.
 그야 내가 「누가 죽어도 더 이상 잠들지 않는다」라고 하면 파스토르는 누군가를 죽일지도 모른다.

「저기, 머리카락…… 또 기를 거야?」
「어떻게 할까. 짦은 건 편하지만……」
「올리가 짧은 채로 유지한다면 나도 자를까」
「에! 아, 아깝잖아! 그렇게 예쁜 머리카락인데」
「그걸 네가 말하는 건가?」

 파스토르는 쓴 웃음을 지으며 내 머리카락에서 손을 뗀다.

「아마, 나만이 아니라고 생각해」
「머리카락에 대한 이야기?」
「불안에 대한 이야기」
「그래……?」

 꿈속에서 모두와 연결되어 있었던, 인연의 사슬.
 그게 단지 꿈이 아니라 심층심리에 깊이 파고드는 무엇이라고 한다면 나를 묶어두고 있을 필요가 없어졌다는 것을, 모두는 어렴풋이 눈치 챘을지도 모른다.

 즉 결국 모두가 그렇게나 사악했던 것은 내가 이 세계를 확실히 선택하지 않아서 라는 것?
 꿈을 꾸고 싶은가, 깨어나고 싶은가―― 올빼미씨의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꿈과 현실에서 헤매었던 탓?

「그럼 앞으로는 모두, 갑자기 멀쩡한 사람이 된다는 느낌?」
「그건 아니야」
「자랑스럽게 말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

 내가 키득키득 웃자 파스토르도 키득키득 웃는다.
 으ー응. 확실히 안정되어 있는 것 같다.

「……있지, 레그너스의 이야기다만」
「응?」
「더 이상 눈을 뜨지 않는다고……?」
「으ー응…… 아마도」
「아마도?」
「레그너스씨는 잠들고 싶어 했으니까」
「계속 잠들어 있는 건가? 이전의 올리나 그로우처럼?」
「어떠려나…… 잠든 채로 나이는 먹을지도」

 5살 때 잠에 든 나는 일본에서 눈을 떴을 때 17살이 되어 있었다.
 식물 상태인 채로, 몸만이 확실하게 나이를 먹어 갔다.
 나에게 있어서의 일본은 레그너스씨에게 있어서의 이 세계니까, 레그너스씨도 나이를 먹을지도 모른다.

「올리」
「응?」
「나한테도…… 그거, 해줄 수 있어……?」
「――에?」

 어리광 부리듯한, 기대하는 듯한, 파스토르의 시선에, 나는 멍해지고 만다.

「……꿈을 꾸고 싶은 거야?」
「약속 기억하고 있어? 올리가 레그너스에게 잡히기 전에」
「꿈속에서 만나자고 얘기했던 거?」
「응」
「밤에 파스토르가 침대에 들어가 잠들면 내가 만나러 갈게」
「아니야, 그런 게 아니야. 필요 없어, 이제. 현실 따위」
「파스토르……」
「올리가 만나러 와주는 걸 기다리는 매일 같은 건, 나에게는 괴로울 뿐이야. 그러니까 나도 잠들게 해줘. 꿈속에서 올리를 기다릴게. 꿈속이라면 매일밤 올리가 와줘. 그렇지?」
「안 돼 파스토르. 파스토르를 필요로 하는 환자도 있고……」
「그런 녀석들은 아무래도 좋아. 부탁이야 올리. 부탁이니까……」

 파스토르는 내 손을 잡는다.
 그 목에는, 목을 그었을 때의 상처가 있다.
 내가 없는 세계는, 파스토르에게 있어서 의미가 없다.
 내가 마을에서 사라졌을 때, 파스토르가 자살하지 않았던 것은 자신이 죽으면 또 내가 잠들지도 모른다고 눈치 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랑 함께 있지 않으면 파스토르는 꿈속에서 미아가 돼서, 두 번 다시 나랑 만날 수 없게 돼」

 나는 타이르듯이 파스토르의 목에 그려진 상처를 살짝 덧그린다.
 파스토르는 그 말의 의미가 이해되지 않는 것인지, 토라진 듯이 나를 돌아본다.

「미아라니?」
「꿈 세계는 애매하고, 불안정하고, 자신이 누구고, 뭐가 소중했는지도, 언젠가 모르게 되어버리고 말아. 뭐가 현실이고, 뭐가 꿈인지――저기, 파스토르. 지금 우리들이 있는 여긴 파스토르에게 있어서 현실이지?」
「응……」
「하지만 나에게 있어서는 꿈같은 거였어. 나도 모르게 되었었어. 뭐가 꿈이고, 현실인지. 지금도 몰라. 단지 이 꿈을 선택해서 여기에 있을 뿐. 꿈속에서 내가 두 사람 있으면 파스토르는 어느 쪽이 진짜 나인지 모르게 돼. 상상할 수 있어? 꿈에서 미아가 되면 파스토르는 여기와는 다른 어딘가의 세계에서 깨어나게 돼. 전혀 다른 누군가로. 그리고, 나에 대한 것도 잊어버려」

 그렇지 않아, 잊지 않아.
 그렇게 응수하려던 파스토르는, 하지만 너무나도 영리해서, 그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어 조용히 입을 다문다.

「약속은 지킬게, 파스토르. 꿈에서 만날게. 며칠이라도, 몇 개월이라도. 하지만 제대로 깨어나야지」
「……응」
「게다가 파스토르가 꿈에서 기다린다고 해도 내가 이 세계에서 사고라도 당하면? 나는 두 번 다시 꿈조차 꾸지 못하고 사라질지도」
「……그렇네…… 응…… 정말, 말 그대로다」

 파스토르는 어색한 미소를 띠우며 일어섰다.

「한 번 레그너스의 저택에 가서 그 녀석을 회수해올게. 지하실에 잠들어 있는 거지?」
「응. 침대에 있어」

 나도 함께 일어나 복도까지 파스토르를 배웅한다.
 복도의 모퉁이를 돌 때까지 파스토르의 등을 바라보고 있자 복도를 마주보고 있는 이어진 문에서 불쑥 레이나씨의 얼굴이 내밀어진다.

「레이나씨. 왜 그래?」
「엄청 불온한 대화가 들려와서 떨고 있었습니다. 뭡니까? 레그너스님이 더 이상 눈을 뜨지 않는다던가, 꿈에서 만난다던가…… 이상한 약의 은어라던가, 수상한 종교 이야기는 아니죠?」
「아, 아니야 아니야……! 아니…… 라고 생각해……」

 뭐 수상한 종교 쪽은 그다지 부정하지 못하겠지만…….
 어디서 어디까지 잘라내도 오컬트 같다.

「정말 괜찮은 걸까요?」
「괘, 괜찮다니까!」
「아니 그 쪽이 아니라」

 레이나씨는 쾅 하고 문을 닫고 방 안으로 돌아가 버린다.
 그래서 나도 문을 닫고 방으로 들어간다.
 이어진 문을 열자 역시 그 너머에 레이나씨가 서있다.

「저, 짧은 시간이었지만 비스크님이 있는 곳에서 일했어요」
「뭔가, 그랬던 것 같네」
「주인님에 대한 것도 뭐어 어느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응, 그렇지」
「파스토르 선생님의 손을 치료할 때도 잠깐 도와드리기도 했고」
「아, 그랬구나」
「하란 대장에 대한 것만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모두들, 아가씨에 대해서 지나치게 상궤를 벗어나고 계시지 않습니까」
「에ー그러니까…… 뭐어, 그렇네……」
「정말 괜찮은 걸까요?」

 같은 말을 더욱 감정을 실어 반복하여, 나는 주춤하게 된다.

「괘, 괜찮다니까! 비스크랑 하란이랑 파스토르는 1년 동안 내가 없어도 평범하게 생활할 수 있었고…… 아침 먹을 때 모두 평범했잖아?」
「갑자기 상식인인 체 해서 기분 나쁘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그 자리에서 본심을 말한 거, 하란 대장 뿐 아닙니까? 파스토르 선생님도 아까의 이야기를 들은 바로는 전혀 납득하지 않았잖습니까」
「버, 범죄자들이라니……」
「사실이지 않습니까」

 화, 확실히 사실이지만…….
 레이나씨가 반눈으로 노려봐, 나는 돌려줄 말을 잃어 신음하고 만다.

「가능한 한 먼 마을의 집을 사달라고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더욱이 더 이상은 두 번 다시, 남자들을 만나러 가지 않아야 합니다. 아가씨. 이건 사용인으로서가 아닌, 친우로서의 충고라구요?」
「하지만 나도 가끔은 모두와 만나고 싶고……」
「그리고 또, 남자들을 위해 자신의 시간을 줄이는 건가요?」
「모두, 내 아이들이니까…… 레이나씨도 남동생이 있다고 했잖아? 손이 가는 남동생이 나쁜 짓을 한다고 해서 제대로 반성하고 있는데 버릴 수 있어?」
「아가씨, 눈 제대로 보이시는 겁니까? 모두 나이 많은 아저씨라구요!? 아가씨보다 연상인!」
「예, 예전에는 내 쪽이 연상이었다니깐……!」
「그렇다고 해서 형제 이상의 감정을 보내고 있는 녀석들에게 가족애 따위 주어도 만족할 리가 없다니깐요!」

 레이나씨가 하는 말은 하나하나 지당하고, 분명히 옳다.
 비스크는 「만날 자격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고, 아마 비스크도 레이나씨와 같은 의견이라고 생각한다.
 비스크가 「만나러 온다면 거부하지 않는다」라고 한 것은 「곤란한 일이 생긴다면 의지해라」라는 의미지, 보고 싶다고 떼를 쓰는 아이들을 위해 얼굴을 보이러 오라는 의미가 아니다.

「만나지 않는 게 모두를 위한…… 걸까……」
「아아 정말이지! 그런 게 아니잖아요!? 모두를 위해서 같은 게 아니라, 아가씨를 위해서 라는 걸 생각해주세요! 스스로의 인생이라구요!?」
「응…… 그렇지. 조금 진지하게 생각할게」

 정말,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그렇게 생각했는데, 그 날 밤이다.

「올리! 저기 이거 봐줘! 올리한테 딱 맞는 좋은 집 찾아왔어! 상관에 돌아간 김에 살짝 정보 모아봤는데 마침 집을 팔고 싶어 하는 녀석이 있어서!」

 물건 자료를 들고 방으로 뛰어 들어온 하란의 반짝이는 웃는 얼굴을 앞에 두고 나는 조속히 맥이 빠지고 만다.
 하란은 아무 거리낌 없이 내 옆에 앉아 테이블에 자료를 나열하고 내 어깨를 끌어안고 이것저것 설명해준다.

「세공사의 대장이 애인에게 줬던 집인데 그 대장이 죽어서 애인이 집을 팔아 현금으로 바꿔 시골에 농장을 사고 싶다고 했대. 얼마 전까지 사람이 살고 있었으니까 상태도 좋고 가구도 그대로 두고 팔고 싶대. 대충 사전 답사를 해봤는데 가구들의 상태는 좋았어. 마음에 들지 않는 가구가 있다면 내가 인수해서 팔 테니까 대신 좋아하는 걸 고르면 돼」

 그리고 실제로 신진기예의 실력을 가진 상인이 찾아준 물건이라는 건 훌륭하고 내 취향에 딱 맞았다.
 왕도에서 조금 떨어진 장인 거리의 일각에 있는 귀여운 2층짜리 삼각 지붕 집. 작은 연못이 있는 안뜰이 있고 내부가 보이는 선룸이 있고――.

 하란의 상관과 거리가 가깝다.

 아니, 딱히 나쁜 건 아니지만.
 왕도는 그다지 넓지 않고 장인 거리에 있는 집이라면 소위 말하는 상관과 가까운 건 어쩔 수 없는 거지만.

 레이나씨가 시선 끝으로 「거절해주세요」라고 필사적으로 나에게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정말 매력적인 물건이고, 하란은 나한테 칭찬 받고 싶어 좀이 쑤시는 모양이다.

「……하지만 입지가 너무 좋아서 비싸지 않을까. 나한테는 분수에 맞지 않는다는 느낌이」
「무슨 말 하는 거야! 치안 문제도 있고, 이 정도는 절대로 필요하다니까. 내 독단이 아니야. 제대로 비스크한테도 보여주고 확인 받았어」
「비스크는 뭐라고?」
「“상관에 가깝다고 해서 놀러 가지 마. 협정 위반이다”」

 일부러 비스크의 냉철한 말투를 따라하며 말하는 하란에게, 나는 무심코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하란은 사랑스럽다는 듯이 눈을 가늘게 뜨고 손끝으로 물건 사진을 덧그린다.

「알고 있어. 의심 받을 거라고 생각했어. 내가 일부러 상관에 가까운 집을 골라 온 게 아닌가 하고. 하지만 아니니까. 정말로」
「응. 믿어, 정말 좋은 집인 걸」
「미안해…… 사실은 좀 더 마을에서 떨어진 쪽이 좋지. 연못 같은 게 아니라 보트를 띄울 수 있는 호수 같은 것도 있고…… 하지만 그런 곳은 입지 관리가 필요해지고 사용인도 늘어나니까 올리가 싫어할 것 같아서」
「그런 의미라면 이 집도 너무 넓은 것 같은데…… 연못 관리 같은 거 나는 못하고」
「그건 드나드는 장인을 달에 한 번 부르면 돼. 청소도 스스로 하고 싶은 곳만 하면 되고. 온실은 반드시 필요하잖아? 올리는 꽃을 좋아하니까」

 아아――이건 무리다.
 절대로 거절할 수 없는 거다.
 답답해질 정도로, 빠질 것 같은 깊은 사랑.
 이런 선의를 거절한 결과, 우리들은 어떻게 할 수 없을 정도로 뒤틀리고 말았다.

「실례를 무릅쓰고 말참견합니다만, 아무리 그래도 같은 왕도에서 생활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다른 마을에서 같은 규모의 물건을 찾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데요. 아무래도 이 마을에서 아가씨는 이미 “철새 그로우”의 노리개로 유명해졌으니까요」

 참다못한 레이나씨의 말에 나는 철렁한다.

「그런가…… 그러고보니 그런 느낌이었지……?」
「게다가 레그너스님에게 구혼 받고, 비스크님에게 구혼 받고, 레그너스님이 의식불명의 중태가 되고, 비스크님은 벽옥이 되었다구요? 어떻게 생각해도 왕도에서는 제대로 된 생활을 할 수 없습니다. 이름을 바꿔 다른 동네로 옮겨야 합니다!」
「올리에 대한 소문에 대해서는 그로우도 바스크도 신경 쓰고 있어. 하지만 그로우는 1년이나 올리를 집 안에 가둬서 숨겨두었어. 올리의 얼굴이랑 이름을 일치시킬 수 있는 건 레그너스의 만찬회에 온 일부 귀족뿐이고 귀족 녀석들은 장인 거리에 먼저 오지 않아. 신문에 오른 건 이미지 그림이고 올리와는 머리카락 색조차 달랐어」
「그, 그건 그렇지만……!」
「그로우의 성을 대지 않고 평민인 척 하면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해. 무엇보다 여긴 왕도다. 이 녀석이고 저 녀석이고 금방 질리고 금방 잊어」

 결국 레이나씨는 백기를 들었다.
 하란은 다시 한 번 나에게 미소를 짓는다.

「그럼 여기로 결정! 비스크한테 정해졌다고 말하고 올게!」

 자료를 정리해 부랴부랴 뛰어간 하란의 기척은 잔재만으로도 무서울 정도로 명랑해서, 나와 레이나씨는 갑자기 지친 듯한 얼굴로 마주본다.

「말로 하란에게 이기려고 해도 무리야, 레이나씨……」
「그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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