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도를 아십니까
「잠자는 공주의 우울과 한때 아이였던 보호자들」 72화 엘리펀트・인・더・룸 본문
원문 링크 : https://novel18.syosetu.com/n7091gi/74/
エレファント・イン・ザ・ルーム
밤중에 갑자기 비스크의 본가에서 사자가 와 우리들은 거의 납치되는 듯한 기세로 마차에 끌려갔다.
우리들이라고 하는 건, 즉 나랑, 내 아이들이랑, 그로우랑, 레이나씨다.
교외의 영지에 있는 “벽옥” 저택에 도착하자 심야인데도 사용인 전원이 깨어있어 도착한 비스크를 일제히 시중든다.
방금 전까지 사형죄를 각오하고 있던 비스크는 이 대응에 당황해 「모두 부디 쉬시고, 인사는 내일 아침에 다시」라고 거의 간청하듯이 반복할 뿐이었기에 완전히 평소의 위엄을 잃고 있었다.
하지만.
「도련님! 아아―― 비스크 도련님! 이 무슨 그리운! 무척이나 커지셔서! 그렇게나 작았던, 고작 10살이었던 도련님이!」
저택 안에서 달려온 할아버지에게 비스크는 가볍게 당황한다.
거의 돌진하듯이 안아온 할아버지는 부지런하게 비스크의 등을 쓰다듬으며,
「기억하고 계십니까? 아버님 대에서는 단지 장부 담당이었으니까요」
「장부 담당……이라니, 저에게 계산을 가르쳐 주었던?」
「그래, 장부 담당의 베리스입니다! 이 저택에 도련님을 맞이할 수 있어 아버님도 필시 기뻐하고 계실 겁니다!」
라고, 오랜 교제를 돈독히 하기 시작했다.
그런가…… 상속권이 있다면 “벽옥”의 저택에 아는 사람이 있어도 이상하지 않지.
「지금은 제가 이 저택의 집사입니다. 설마 아버님이 부탁하셨던 대로 이렇게 도련님을 모실 수 있는 날이 오다니―― 자, 안으로. 피곤하시죠. 방으로 안내 해드릴 테니」
뭔가 비스크의 각오도, 내 불안도, 세상의 흐름에 의해 모든 게 떠밀려 내려간 것 같다.
우리들은 어느새 비스크의 사용인 취급을 받아 각각 전용 방을 부여받게 되었다.
시의인 파스토르와, 고용 상인 하란과, 호위를 맡은 그로우와 그 딸인 나와 그 시녀 레이나씨다.
이건 연달아 일어난 의문사의 끝에 비스크가 이은 귀족 지위의 결과다.
저택 사람들은 분명 우리를 두려워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모두 너무나도 평온하다.
나는 레이나씨와 이어진 방을 배정받았는데 그게 전혀 사용인이 묵을 만한 방이 아니라 레이나씨는 「전 단지 시녀입니다만!?」이라고 비명을 지르며 떨고 있다.
그렇지…… 일상품 하나만 봐도 레이나씨의 일평생 분의 급료가 될 것 같은 느낌이니까 말이지……
즉 귀족 영애가 자기 위한 내 방도 두통이 생길 정도로 호화롭다.
하란의 상관이라던가 그로우의 집이라던가 레그너스씨의 저택이라던가, 그런 걸 훨씬 초월한 “무언가”를 느낀다.
결국 나는 참지 못하고 레이나씨의 방에서 자게 해달라고 부탁하였고, 레이나씨는 「무언가 더럽히거나 부숴도 아가씨가 한 걸로 해주세요!」라고 반쯤 울면서 매달리며 같은 침대에서 잠들었다.
당연히 나는 조금도 자지 못했지만…….
나랑 마주 안으며 금세 잠든 레이나씨를 보고 있으면 뭔가 조금 마음이 진정된다.
아침이 올 때에, 나는 살짝 침대에서 벗어나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 푹신푹신한 소파에 앉아 시간이 지나가는 것을 기다린다.
아마, 모두 같은 기분일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그렇게 기다리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때에 노크가 울린다.
그리고,
「주인님께서 조식을 함께 하자고 하십니다」
라고, 정숙한 말투의 하녀에게 불린다.
하지만 내가 그대로의 모습으로 나가려고 하면 헛기침이 들려와,
「식사 준비를 해드릴 테니」
라고, 몇 명의 하녀에게 둘러싸이고 말았다.
그로우의 딸로 1년 지내면서 귀족의 딸로서의 행동은 그럭저럭 몸에 배었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결국 1시간 정도 준비에 시간이 걸리고 말아 내가 레이나씨를 데리고 조식 자리에 도착했을 때, 비스크와 다른 아이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일제히 일어났다.
「미안…… 뭔가 시간이 걸려서……」
미안해서 무심코 사과한 곳에 곧장 다가온 것은 그로우다.
이런 경우 에스코트는 부친의 역할.
응, 올바르다.
「괜찮아, 우리 공주. 여성은 아무리 준비에 시간이 걸려도 용서받아. 그 드레스, 무척이나 잘 어울려. 당신을 위해 만든 드레스 같다」
「고, 고마워……」
「젠장, 하고 싶은 말 전부 빼앗겼다……」
「그것만큼은 에스코트 역의 특권이다」
하란이 삐진 듯 입술을 삐죽거리자 파스토르가 꺼림칙하게 탄식한다.
「부디, 앉아주세요」
비스크에게 재촉 받아, 나는 그로우에게 인도 받은 자리에 살짝 앉는다.
그러자 조용히 조식이 옮겨진다.
스프에, 빵과 햄, 삶은 달걀.
잔뜩 쌓인 과일.
비스크가 사람을 물리치자 모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방을 나가 최후의 한 사람이 문을 닫는 순간, 우리들은 전원 전신의 기운이 푹 빠져 반 정도 테이블에 엎드렸다.
「아니, 뭐야 이 흐름!? 나 어젯밤 자살하려고 했었는데!?」
「너 또 죽으려고 한 거냐!?」
「올리와 내가 달려가지 않았으면 이 녀석은 이미 죽었을 거고 올리는 영원히 잠들었겠지」
「그야 올리가 너무 불쌍해서……!」
고아원조가 왁자지껄하게 말다툼을 시작하자 그로우가 가볍게 헛기침을 하는 것으로 그 자리의 분위기를 환기한다.
「계획대로다. 예정보다 조금 진행이 빨랐지만 나쁜 건 아니야」
「계획 이야기라면, 원래 지금부터 올리를 레그너스 경한테서 되찾는다――라는 예정이었어. 나도 조금은 동요하고 있어」
「비스크는 적이 없어지면 갑자기 약해지는 점이 있지」
아삭아삭아삭.
빵 맛있어.
「아, 레이나씨도 앉아도 돼」
「그럴 수는 없어요, 아가씨」
「그 쪽이 나도 안심되니까」
나는 레이나씨를 옆에 앉히고 빵과 과일을 나누어 준다.
그야 직전까지 자고 있었으니까 레이나씨는 아무것도 먹지 않았으니까 말이지…….
「그래서…… 결국……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거야?」
내 질문에 비스크는 어깨를 으쓱인다.
「올리는 어떻게 하고 싶습니까?」
「나……?」
「자립해서 우리들의 얼굴을 두 번 다시 보지 않고 살고 싶어?」
「그건……」
자립은 확실히 내가 계속 바라왔던 거다.
눈을 떴을 때부터 계속 누구에게도 의존하지 않고, 누구에게도 지배받지 않고, 자유롭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뭔가, 지금은 조금 다른 것 같다.
「조금 시간은 걸리겠지만 또 잠들게 하는 것도 가능해. 올리가 걱정하지 않도록 우리들 중 누군가가 죽지 않아도 잠들 수 있도록 약을 만들게」
「고마워 파스토르. 하지만 그건 이제 괜찮아」
그리고 이건 모두에게 비밀이지만 아마 「누군가가 죽으면 내가 잠든다」라는 문제도 해결되어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야 나는 이미, 이 세계를 선택하고 말았다.
무능의 세계에서는, 육체라는 연결조차 버리고 왔다.
나는 죽었다.
그리고 여기에 살아 있다.
「나…… 모두가 좋아. 비스크도, 하란도, 파스토르도, 그로우도, 레이나씨도, 모두 좋아」
내 말에 미소를 보여준 것은 레이나씨 뿐이다.
내가 말한 「모두 정말 좋아」는, 나를 사랑하는 그들을 쉽게 상처 입힌다.
「그럼…… 여기서 살면?」
툭 하고,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하란이 말했다.
비스크가 「어이」라고 나무라지만 하란은 응하지 않는다.
「비스크가 당주고, 그로우가 호위. 파스토르가 시의에, 내가 드나드는 상인에――올리가 여기 있어주면 우리들은 또 올리랑 지낼 수 있어」
「안 돼 하란. 사전에 정해뒀잖아」
「알고 있어! 하지만…… 올리가 정할 일이잖아……?」
「유도하지 말라고 하는 거다. 우리들은 누구 하나, 자기자신조차 신용할 수 없어」
「그러니까 더더욱 서로를 감시하는 게 좋잖아? 올리가 멀리 살게 되었을 때 내가 갑자기 사라지면 비스크는 나를 의심할 거잖아? 나 그렇게 이상한 말 하고 있나?」
「정말 너는, 입만 살아서――」
「정말이지ー! 싸우지 마!」
삐걱이는 공기를 내기 시작하는 비스크와 하란의 언쟁에 나는 무심코 끼어든다.
움찔하며 다무는 두 사람은 혼난 어린아이 같다.
「……반대로 묻고 싶은데」
나는 모두의 얼굴을 둘러보며 묻는다.
「모두 참을 수 있어? 내가 여기서 살아도」
「……무슨 의미입니까?」
「만약 내가 이 저택의 남자 사용인과 연인이 되어서 결혼한다고 생각하면 축복해줄 수 있어?」
찌리릿.
이, 굳어지는 듯한 분위기.
모두가 마음껏 「그 때」를 상상한 것이 전해진다.
무거운 침묵을 사이에 두고,
「나는 애초에 그럴 생각이다」
라고 그로우만이 단호하게 말한다.
그러고보니 그로우는 나를 누군가와 결혼시킬 예정이었으니까 말이지.
나를 소재로 한 관능 소설을 쓰긴 했지만.
「……나는 무리다」
깊은 한숨과 함께 파스토르가 단호히 말한다.
「눈 앞에서 나 이외의 남자와 사랑을 나누는 올리를 보고 있을 수 없어……」
「그럼 그 때는 네가 나가면 되잖아. 나는 참을 수 있어」
「가장 참을성 없는 주제에 잘도 큰소리를 치는 구나」
으ー응.
또 싸우고 있어…….
나는 힐끔 비스크를 본다.
비스크는 내 시선을 받고 곤란한 듯이 눈썹을 내린다.
「네에, 당신 말대로. 곤란한 아이들이네요」
「아무 말도 안 했는데……」
「눈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비스크는 깊은 한숨을 내쉰다.
팔짱을 끼고, 천장을 올려다보고, 조금 생각한 후, 다시 한 번 나를 본다.
「사실을 말하자면 말이야, 올리. 저는 이미 저희들 중 누구 하나도 당신에게 사랑받을 권리는 없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어째서?」
「제가 다시 한 번 설명할 필요가 있습니까?」
당신이 가장 잘 알고 있을 거라고 맥락으로 말해져, 이해하지 않을 수 없는 자신도 있어, 굉장히 답답한 기분이 된다.
「파스토르가 자주 말하듯이 당신의 상냥함은 병입니다. 연민과 자기희생――그렇기에, 그렇네요. 제 묻는 방법이 나빴다. 그로우가 낸 책으로 얻은 수입으로 당신은 이미 혼자서 충분히 생활할 수 있어. 그러니까 저는 살 장소를 선물할 수 있게 해주세요. 장소는 당신이 정하면 돼. 그리고 저희들은 결코 스스로 당신과 만나러 가지 않습니다」
「……작별이라는 거야?」
가슴이 찢기는 것처럼 아프다.
어쩌지, 울 것 같다.
1년 전, 그렇게나 무서워하며 도망쳤던 아이들과 멀어지는 것이, 너무 괴롭고 슬프게 다가온다.
1년 동안 나를 지키고 사랑해 주었던 그로우와 더 이상 부모가 아닌 것이, 굉장히 불안하고 진정되지 않는다.
내 불안을 읽은 듯이 비스크는 조용히 고개를 좌우로 흔든다.
「저희들이 먼저, 아무것도 강요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저희들은 정말로 멋대로 당신을 다루었다. 그러니까 당신도 멋대로 저희들을 이용해도 좋아. 언제라도 만나러 와주세요. 당신의 방문을, 적어도 저는 결코 거부하지 않아」
「ㄴ, 나도! 나도 거절하지 않아! 절대로! 하지만…… 스스로 만나러 가지 못한다니…… 그런 거……」
「잘 생각해 하란. 네가 올리를 만나러 간 날은 올리가 마을 남자와 동침한 다음날 아침일 가능성도 있다고. 마주치면 너는 그 남자를 죽이겠지」
「주…… 죽일지도……」
비스크에게 말로 꺾여, 하란은 쿵하고 둔탁한 소리를 내며 테이블에 이마를 부딪치듯이 엎드린다.
「하지만…… 만나러 오지 않을 거야, 올리는…… 나 따위는……」
「만나러 갈게, 하란」
「……정말로?」
「응. 상관에 가면 만날 수 있잖아? 마르스씨랑 차도 마시고 싶고」
「믿, 믿을 테니까 말이야? 나, 기다릴 테니까…… 계속 기다릴 테니까…… 정말로 가끔이라도 좋으니까 반드시 와줘!」
으ー응, 압력이 굉장해.
내가 1개월 정도 만나러 가지 않으면 손 쓸 수도 없을 정도로 병들어 버릴 것 같다…….
「파스토르는? 비스크랑 같이 여기에 있는 거야?」
「아니, 나도 마을로 돌아간다. 비스크의 부하가 되다니, 그야말로 악몽이다. 올리의 집이 정해진다면 편지를 보낼게. 내가 있는 곳을 알 수 있도록」
「그로우는?」
「그럼 나도 당신과 지냈던 그 집으로 돌아가도록 하지. 앞으로도 당신을 지키겠다고 맹세할게. 당신의 눈에 닿지 않도록」
「그건 조금 기분 나쁜데……」
내가 무심코 본심을 흘리자 그로우는 「그건 상처 받네」라고 말하며 가슴을 억누른다. 온화하고 떠들썩한 웃음이 번지며 나도 조금 평온한 기분이 된다.
「레이나씨는 여기서 고용해줄 수 있어?」
「에!? 저 말입니까!? 하지만 저는 아가씨의……」
「조금 자신에 대한 건 스스로 하고 싶어서…… 하지만 레이나씨는 가끔 만나고 싶으니까 만약, 여기가 싫지 않다면 이지만……」
이 세계에서 눈을 뜨고 1년 동안, 나는 계속 누군가에게 지배 받거나 감금 되거나 했다.
그로우와의 1년 동안은 평화로웠지만 만약 정말 좋을대로 해도 좋다면 조금 자유롭게 살고 싶다.
목욕을 마치고 나와 옷도 입지 않은 채 침대에 드러눕거나, 소파에 누운 채 책을 읽거나, 상당한 심야에 갑자기 요리를 해도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는 나날이 그립다.
「그건…… “벽옥”의 저택에서 고용해주신다면 그렇게나 근사한 일은 없습니다만……」
「괜찮습니까? 저는 살인자입니다만」
「그렇게 따지면 주인님도 마찬가지고…… 뭔가 이젠 사람을 죽이지 않은 귀족 같은 건 없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요 저……」
레이나씨는 힘없이 어깨를 떨군다.
그런 레이나씨가 사랑스러워서, 나는 꽉 끌어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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