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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공주의 우울과 한때 아이였던 보호자들」 69화 금이 간 약속 본문

眠り姫の憂鬱とかつて子供だった護り人たち 번역

「잠자는 공주의 우울과 한때 아이였던 보호자들」 69화 금이 간 약속

네츠* 2021. 4. 25. 21:09

원문 링크 : novel18.syosetu.com/n7091gi/70/

 

 

ひび割れた約束

 

 

「……어라? 아무것도 없어」

 깜깜하다.
 라고 할까, 새까맣다.
 지면도 하늘도 빛도 없다.

 하지만 어떻게든 서있다.
 그런 공간이었다.

 쥐고 있던 하란의 쇠사슬도 사라져있다.
 그럼, 여긴 이미 하란의 꿈속이다.

「……응?」

 맨발의 발톱에 무언가가 닿는 감각이 들어 나는 발치를 본다.
 금이 간 팔이 아무렇게나 떨어져 있다.
 주워서 보자, 도자기로 만든 인형의 팔이었다.

「……흉터」

 더 이상 그을 장소도 남아있지 않을 정도로, 빽빽하게.
 즉 이건 하란의 팔이다.
 어째서 하란의 인형의 팔이 하란의 꿈속에 떨어져 있는 걸까.

 나는 하란의 팔을 든 채로 어둠을 빙 둘러본다.
 어쨌든 하란을 찾아야지.

「――ㅅ아, 우왓!」

 나는 무언가에 부딪혀 뒤로 나자빠진다.
 무언가가 어두워서 보이지 않는 천장에 매달려 있다.
 나는 부딪힌 것의 정체를 알아내고 싶어 찰싹찰싹 그것을 만진다.
 이 천 덩어리는 스커트일까.
 스커트 안쪽에는 2개의 다리가 느껴진다.

 나는 눈을 감고 그것의 형태를 이미지화 하여, 눈을 뜬다.
 올려다보면, 내 사체가 어둠 속에 매달려 있는 것이 보인다.

「……에ー그러니까. 이건 아마 하란의 악몽의 일부인가……?」

 이제 사람의 꿈속에서 자신의 목 매달린 사체를 보는 것 정도로는 비명도 지르지 않게 되고 말았다.
 오히려 하란이 상처 받는 악몽을 보는 것보다 내가 죽는 악몽이 훨씬 낫다.
 나는 인형처럼 예쁜 채로 매달려 있는, 실로 꿈같은 내 사체를 몇 번이고 흔들고, 부서진 하란 인형의 팔을 손에 들고, 이어지는 악몽의 파편을 찾기 위해 걷는다.

 한참을 걷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계단을 내려가고 있었다.
 계단을 다 내려가자, 눈앞에 감옥이 있다.
 안에 하란이 있나 생각하며 훔쳐보자, 여기에도 내 사체가 뒹굴고 있어 나는 무심코 쓴웃음을 짓는다.

「하란군은 내가 죽는 게 그렇게 무서운 걸까?」

 놀리는 듯한 목소리가 나온다.
 내 사체를 곁눈질하며 나는 감옥을 지나쳐 간다.

 그 때다.

「하란 따위 진짜 싫어! 진짜 싫어! 진짜 싫어!」

 귀청을 찢는 고함 소리가 들린다.
 울부짖는 내 목소리다.
 나는 목소리가 나는 쪽으로 달려간다.

 반미치광이가 된 내가 나이프를 손에 들고 부르짖고 있었다.
 하란은 그런 내 앞에 무릎을 꿇고 필사적으로 나를 달래고 있었다.
 하지만 하란의 양팔은 썩은 도자기처럼 너덜너덜하게 부서져 있어 미쳐서 난동부리는 나를 말릴 수 없다.
 마침내 나는 소리를 지르며 손에 든 나이프로 자신의 목을 찌르고 그대로 바닥에 쿵, 하고 쓰러진다.

 그리고 신선한 내 사체가 완성되었다.
 하란은 부서진 양팔로 내 사체를 끌어안고 목소리를 올려 울고 있다.

 내가 살짝 그 정면에 서자 하란은 나를 눈치 챈다.
 상대가 내 존재를 눈치 채는 것.
 아마 그것이 꿈을 공유하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올리, 나, 미안, 망가져서…… 올리를, 구하지 못……ㅅ」

 너덜너덜해진 양팔로 내 사체를 안으며, 하란은 나에게 용서를 구한다.
 나는 안고 있던 하란의 팔과, 하란의 어깨를 비교해 본다.
 단면은 어느 쪽도 덜그럭거려, 연결해봤자 붙을 것 같지 않다.

「하란, 나 자살 같은 거 안 해」

 그렇게 전언한 내 옆에, “고기 봉지”가 떨어진다.
 폭삭 찌그러져 흩날리더니, 그것은 나와 하란의 얼굴에 떨어져 내린다.
 나는 그 고기 봉지를 보지 않았지만, 하란은 그것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괜찮아. “이것”은 내가 아니야」

 하란의 팔 안에서, 내 사체가 산산이 부서지며 사라져 간다.
 그 재를 껴안듯이, 하란은 그 자리에서 몸을 둥글게 만다.
 내가 살짝 손을 만지면, 하란은 닿은 곳부터 산산이 부서져 결국 나와 같이 재가 되고 만다.
 겨우 여기까지 가지고 온 하란의 팔도 똑같이 부서져, 하란은 사라져 버리고 만다.

「어쩌지…… 전혀 모르겠어……」

 마치 맥락이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파스토르나 비스크나 그로우처럼, 알기 쉬운 이야기가 이곳에는 없다.
 재를 앞에 두고 멈출 수밖에 없는 나는 문득, 재 안에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주워 들면, 그건 남자아이 봉제인형이다.

「……하란?」
「……죄송해요」

 봉제인형의 남자아이는, 연약하게 사과하며 내 손 안에서 머리를 감싼다.

「하란, 괜찮아. 화나지 않았어」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나는 계속해서 사과하는 하란의 얼굴에 손가락을 긴다.
 버튼으로 만들어진 눈을 집고, 잡아 뜯는다.
 봉제인형 하란은 내 손 안에서 비명을 지르고, 미쳐 발버둥치고, 바닥에 떨어져 도망친다.
 하지만 나는 그걸 용서하지 않고 짓밟는다.

 그리고 나는, 파스토르의 꿈에 있었을 때 그랬던 것처럼, 그런 식으로 봉제인형 하란을 산산조각 내는 나를 옆에서 보고 있다.
 방금 전까지는 이 내가 봉제인형 하란을 들고 있었을 텐데 지금은 꿈의 올리가 뜻하는 대로다.

「아파, 아파, 아파! 그만둬, 도와줘……! 도와줘 올리……!」

 나는 물끄러미 자신의 손을 본다.
 나오라고 염원하면, 내 손에서는 단단한 봉이 나타난다.
 전력으로 휘두르며 나는 하란을 조금씩 찢어가는 “나”의 머리를 후려친다.

 터지는 듯한 소리가 나며 “나”는 도자기처럼 산산조각이 나며 부서져 간다.
 나는 엉망이 된 하란의 잔재를 주워 모은다.

「……올리?」
「괜찮아. 내가 고쳐줄 테니까. ――하지만, 여긴 조금 너무 어둡네」

 그러니까 나는 다른 장소로 이동하기로 한다.
 나는 산산조각이 난 하란을 들고 이스쿰 사제원으로 이동한다.
 손에 익은 테이블에 하란의 파츠를 나열하고 바늘과 실을 준비하여, 나는 하란을 조금씩 꿰매어 간다.

「아파, 아파 올리……」
「금방 되니까 참아. 괜찮으니까」

 넘어져서 무릎이 까진 하란에게 언제나 그렇게 해주었던 것처럼, 하란을 격려해주면서 꿰매어 나간다.
 완전히 원래의 형태로 돌아가, 봉제인형 하란은 테이블 위에서 자신의 몸을 자세히 바라보다가 둥그런 손을 올리거나 내리거나 해본다.

「봐, 나았다. 이제 아프지 않지?」
「응……」
「저기 하란. 너를 괴롭히는 나는 진짜 내가 아니야. 나는 너를 그런 식으로 괴롭히지 않아」
「그치만」

 하란은 고개를 숙인다.

「그치만, 내가 나쁜 거야」

 나(俺), 라고 말했다.
 어렸을 적 하란의 1인칭은 「나(僕)」였다.
 그럼 이 작은 하란은 역시 지금의 하란이다.

 금이 간 도자기의, 너덜너덜해져 부서진 어른 하란.
 그 안에서 나온 봉제인형인, 작은 하란.
 마치 우스꽝스러운 누더기 세공이다.

「내가 올리를 괴롭혔으니까…… 그러니까……」
「왜 나를 괴롭힌 거야?」
「괴롭히고 싶었던 게 아니야……! 하지만 상냥하게 대해줘도 올리는 나를 싫어한다고 하니까. 나, 노력했는데…… 올리가 나를 좋아하게 될 수 있도록 노력했는데……!」
「그렇네. 하란은 잔뜩 노력했네」

 하지만.
 그렇다는 건.

「내가 하란을 좋아하지 않으니까 하란은 나를 괴롭힌 거야?」
「아니야…… 아냐…… 좋아해…… 올리를 무척 좋아해……」
「그건 알고 있지만……」
「그런데 어째서 좋아해주지 않는 거야? 가장이 아니어도 되는데. 조금만이라도 좋아해주면 되는데. 그것만으로도 되는데. 어째서 올리는 나를 조금도 좋아해주지 않는 거야?」
「그렇지 않아. 하란 정말 좋아해」
「내가 더러우니까?」

 단추 눈동자에서, 후두둑 눈물이 흐르기 시작한다.
 어떤 구조인 걸까…… 꿈속에는 구조도 뭐도 없겠지만.

「내가 더럽고, 약하고, 도움이 되지 않으니까? 그러니까 나를 올리의 것으로 해주지 않는 거야? 그러니까 나를 도와주지 않았던 거야?」
「하란. 내 이야기 들어. 하란을 그런 식으로 생각하지 않으니까」

「――정말로?」

 갑자기, 내 바로 옆에서 목소리가 들린다.
 고개를 들자 옆에 있는 의자에 하란이――제대로 된 인간인, 어른 하란이 앉아 있다.
 손에는 남자아이 봉제인형을 가지고 있고 나는 아무래도 방금 전까지 하란이 복화술로 말하게 한 봉제인형과 떠들었던 모양이다.

「저거 봐, 올리」

 하란은 온화하게 미소 지으면서 방구석에 있는 내 침대를 가리킨다.
 흐느끼는 나와, 나를 안고 있는 하란과 파스토르가, 그런 조각 같은 느낌으로 침대 위에 있다.
 나는 그걸 힐끗 보고는 다시 하란에게 시선을 돌린다.

「저게 어쨌는데?」
「아무런 생각도 안 들어?」
「뭔가 생각 해줬으면 하는 거야?」

 내 질문에, 하란은 온화했던 미소를 조금 일그러뜨린다.
 휙 봉제인형을 던지고 하란은 몸을 바짝 내밀어 내 얼굴을 바라본다.

「나라면 저런 거 용서 안 해」
「그렇네」
「그런데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는다고? 농담이지? 벌레가 붙은 것 정도로밖에 생각하지 않는다고? 올리한테 있어서 나는 뭐야?」
「내 귀여운 울보 하란」

 내가 미소를 돌려주자, 하란은 더욱 표정을 굳히고 상당히 굳은 미소로 나를 내려다본다.
 불쑥 뻗은 손이 내 뺨을 만지고 지금이라도 손톱을 세울 것 같은 기미를 느꼈지만 나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드디어, 알았다.
 하란은 나를 겁먹게 하려는 데에 필사적이다.
 나에게 미움 받기 위해 필사적이다.
 그런데 마음 깊은 곳에, 무서워하지 말아줘, 싫어하지 말아줘 라고 외치고 있다.

「……그만둬. 나를 이해하려고 하지 마」
「그럼 이해 시켜줘. 하란을 전혀 모르게 됐어」
「에에, 그래? 정말 알고 싶어? 그럼 알려줄게. 나는 사실 올리따위 정말 싫어」
「그치만 나는 하란이 좋아」
「――너 머리 이상한 거냐?」

 초조한 듯이 말하며 하란은 의자에서 일어선다.
 다시 몸에 금이 가있다.
 저것도 도자기 몸인가?
 어떤 정신 구조인 걸까.
 하란은 나에게 겁을 먹은 것 같다.

「그런가…… 봉제인형」

 나는 일어선다.
 아까 하란이 버렸던 그것을 주워들어 후다닥 먼지를 턴다.

「버리면 안 돼. 소중한 거잖아?」
「……그냥 봉제인형이야」
「그래? 그치만――」

 나는 봉제인형의 심장에 귀를 댄다.
 콩닥콩닥하고, 심장 소리가 들려온다.
 역시 살아있다.

「이것도 하란이야」
「아냐…… 그건 내가 아니야」
「하란, 저 무서운 아저씨가 저런 말 하고 있는데?」

 나는 손 안의 봉제인형에게 말을 건다.
 축 늘어진 채로 움직이지 않는 봉제인형에게 말을 거는 나는 솔직하게 말하자면 안쓰럽지만, 이 안에 확실히 하란을 느끼고 있으니까 어쩔 수 없다.

「왜 그래? 저 하란이 무서워서 말할 수 없어? 괜찮아, 내가 지켜줄――」
「닥쳐! 적당히 해! 모르겠는 거냐? 너는 그 녀석을 지킬 수 없어!」
「……하란?」
「그 녀석은 이미 죽은 거다. 그 녀석은 내가 아니야. 내가 아니야, 내가 아니야……!」

 나는 손 안의 봉제인형과 금이 간 하란을 비교한다.
 말끔하게 수선했던 봉제인형은 금세 실밥이 풀려 내 손 안에서 다시 산산조각이 나고 만다.

 바닥에 떨어진 하란의 손발은 그대로 녹아 바닥으로 스며들고, 내 손에는 봉제인형의 목만이 남았다.
 아아――.

「정말이다…… 나, 지키지 못했구나」

 갑자기, 예고도 없이 눈물이 쏟아진다.
 가장 안아주었어야 했을 때에, 나는 하란의 곁에 있어주지 못했다.
 파스토르에게 붙잡힌 하란도 지켜주지 못했다.
 나는 하란을 돌아보았다.

「미안, 나, 하란에게 거짓말 했네」

 내 사죄에 하란은 우뚝 움직임을 멈추고, 그 장소에서 산산조각이나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내 눈 앞에, 고아원에 막 온 작은 하란이 나타난다.
 매력적인 웃음으로 내 손을 잡고 공주님에게 그러듯이 입을 맞춘 작은 신사는 양친을 사고로 잃은 지 얼마 안 된 아이로서는, 너무나도 부자연스러웠던 걸 기억하고 있다.

「누나, 올리라고 불리고 있는 거야?」

 고아원을 안내하는 나에게 하란은 그렇게 물었다.

「맞아. 하란도 나를 그렇게 불러줄래?」
「응. 친하게 지내고 싶어. 나 올리를 좋아하게 될 거야. 그러니까 나도 좋아해줄래?」
「물론」
「다행이다! 그럼 오늘부터 친구네」

 마치 연습한 듯한 대화였다.
 떨어지지 않도록 붙잡은 작은 손은, 긴장해서 땀범벅이 되어 있는데 표정과 말투만은 붙임성 있는 소년 그 자체로――.

「……하란은, 고아원 전원과 친구가 되고 싶어?」
「응. 될 거야. 나 친구 만드는 거 능숙하거든」
「모두가 정말 좋아?」
「응」
「그럼 나는 싫어해보는 게 어때?」
「――에?」

 하란은 나를 올려다본다.

「ㅈ, 죄송해요. 나, 뭔가 미움 받을 만한 말 했어?」
「그런 게 아니라…… 봐, 기분이 나빠지거나, 장난치고 싶어지거나, 그런 때 누구라도 있잖아? 그치만 미움 받는 게 싫으니까 모두 참고 있지」
「으, 응……」
「그럴 때 나한테만은 싫은 아이가 되어도 돼. 혼자가 되고 싶을 때 내가 말 걸거나 하면 올리 따위 진짜 싫어. 저리로 가, 라고 말해도 돼」
「그…… 그런 거 말 못 해…… 그야……」
「괜찮아. 나는 그런 걸로 하란을 싫어하게 되지 않으니까. 그래서 말이야, 나도 어쩌면 하란이 실망할 만한 말을 할지도 몰라. 그런 때에는 하란도 나를 나를 싫어하게 되지 않을 거라고 약속해줄래?」
「……아빠가 내편인 척하면서 다가오는 녀석은 모두 거짓말쟁이라고 했어. 그치만 적을 자기편으로 만드는 데에는 웃음이 제일이라고」

 갑자기 본심이 흘러넘쳐 나는 무심코 웃고 만다.
 경계심의 갑옷.
 하란의 웃는 얼굴은 예전부터 그랬다.

「내가 적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거야?」
「몰라…… 그야 막 만난 참이고……」
「그렇네」
「그치만…… 내편이면 좋겠다고…… 생각해……」

 후두둑, 하란의 눈에서 참지 못한 눈물이 떨어졌다.
 나는 하란을 끌어안고 하란이 진정할 때까지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등을 토닥여준다.

「약속할게, 하란. 어떤 때에도 네 편에 되겠다고」
「거짓말이야. 그런 게 가능할 리가 없어. 내가 나쁜 짓 하면 어쩔 건데?」
「제ー대로 진심으로 혼내줄게」
「……그런 사람이, 진짜 내 편이라고, 엄마가 말했어」

 하란은 나를 마주 안아주며 손에 힘을 싣는다.
 작은 손과 얇은 팔으로 나를 부숴버리려는 것처럼.

「만나고 싶어…… 아빠랑 엄마랑 만나고 싶어……」
「응. 그렇네」
「사실은, 이런 곳 싫어……!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어른들은 모두 돈 이야기만 하고, 나한테 호감을 사려고만 하고……! 모두 싫어…… 진짜 싫어……!」
「괜찮아, 정말 좋아하니까. 내가 너를 정말 좋아하니까. 하란이 울면 내가 절대로 도와주러 갈 테니까」 

 내가 뱉은 거짓말을 마지막으로, 세계는 뚝 움직임을 멈춘다.
 내가 작은 하란한테서 몸을 떨어뜨리자 그건 도자기 인형으로 바뀌어 있다.
 떠들썩한데도 텅 비어있는 하란의 꿈속.
 전부 텅 비어있는 것이다.

「……이것도 하란」

 나는 도자기가 된 하란의 가슴을 만져본다.
 두근두근하고, 고동을 느낀다.
 눈을 감았다 뜨자, 손 안에는 산산조각이 난 하란의 봉제인형.

「이것도 하란」

 경련을 일으키는 듯한 웃음을 띤 눈가에, 또 다시 어찌할 수 없는 눈물이 흘러 넘쳤다.
 결국 쓴웃음조차 유지하지 못하고, 나는 그 자리에서 주자 앉아서 울기 시작했다.

「미안해 하란…… 지켜주지 못해서…… 안아주겠다고 약속했는데……」

 부서지고 말았다.
 비스크한테도, 파스토르한테도, 그로우한테도, 위험함은 있어도 흔들리지 않는 확실한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하란에게는 아무것도 없다.
 금이 간 자아의 파편이 모여들어, 다음 순간에라도 부서질 것 같으면서도 어떻게든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니까 지금의 하란의 꿈은 지리멸렬하고 상반되는 마음을 내면에서 휘저으면서 자기들끼리 서로를 상처 입히고 있다.

 나를 상냥하게 안아주고 격려해준 하란도 진짜.
 나를 무섭게 하고 범하는 하란도 진짜.
 돌이켜보면 재회했을 때도 그랬다.

 내가 미소를 보인 순간, 하란은 계속 상냥했다.
 하지만 하란의 장난에 지나치게 겁을 먹은 나를 보고, 하란은 나를 지배하기로 했다.
 험하게 하고 싶지 않으니까 도망치지 말아달라고 하란은 나에게 빌었다.
 하지만 나는 도망쳤고――.

 단지, 내가 도와줬으면 했던 거였다.
 나에게 안겨져, 격려 받고, 괜찮다고 말해줬으면 하는 것 뿐이었다.
 배에서 지낸 3개월――파스토르에게 붙잡힌 1개월.
 나는 하란을 도와주지 못했다.
 1년 전에는 자신을 우선하고, 비스크에게 하란을 떠맡기고 도망쳤다.

 하란은 계속 나를 믿고 있었는데.
 기다리고 있었는데.
 바라고 있었는데.
 나는 하란과의 약속을 전부 어기고 말았다.

「……울지 마, 올리」

 주저앉아 울고 있는 내 등에 따뜻한 체온이 달라붙는다.
 긴 팔이 내 어깨를 끌어안자 찰랑찰랑 파도 소리가 들린다.

「울지 마…… 올리가 우는 게 가장 싫어」
「하란…… 그치만……」
「응…… 나 때문에 울어주는 올리를 보고 있으면 안심 돼. 하지만 안심하는 자신이 싫어져. 올리에게 사랑받고 싶은데 미움 받을 짓만 하고…… 그러니까 어쩔 수 없는 거야. 올리는 나쁘지 않아」
「하란…… 나……」
「지금도 기뻐서 웃을 것만 같아. 올리가 나로 인해서 이렇게나 후회하고, 이렇게나 괴로워 한다는 걸 알아서…… 정말 나를 생각해주고 있다고 확인할 수 있어서 엄청 기뻐. ――하지만」

 하란은 내 몸을 껴안은 채로 오른손으로 왼손을 잡고 있다.
 그 손에 갑자기 힘이 들어가, 손톱이 피부를 파고들면서 뚝 피가 흘러나온다.

「하란, 피가……」
「깨어나면…… 나는 또 의심할 거야. 그야 이건…… 어차피…… 나에게 있어서 좋을 뿐인 꿈이니까……」
「하란, 아니야……! 그냥 꿈이 아니야. 저기, 깨어나면 내가 제대로 그렇게 말해줄게. 꿈이 아니라고. 그러면……!」
「깨어나고 싶지 않아, 올리…… 하지만 여기 혼자 있는 건 싫어…… 계속 같이 있어줘, 올리…… 꿈속이라도 좋으니까, 계속……」

 귓불을 핥는 소리에, 흠칫 한다.
 나를 안고 있는 하란의 팔 힘은 내가 숨 쉬기 힘들어질 정도다.
 나는 툭툭, 안심시키려는 듯이 하란의 팔을 두드린다.

「좋아. 같이 있어줄게」
「……정말로?」
「그야 꿈속에 있으면 시간은 흐르지 않는 걸. 하란이 슬슬 깨어나도 되겠다고 생각할 때까지 같이 꿈속에 있자」

 구속이 풀리고, 나는 겨우 하란을 돌아본다.
 문신을 떼어낸 상처자국과, 그을 장소도 남아있지 않은 양팔――그리고 녹아버릴 것 같을 정도로 행복한 미소.

 하지만 그 하란도 금이 가고, 부서지고, 사라져――.
 나는 눈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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