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도를 아십니까
「잠자는 공주의 우울과 한때 아이였던 보호자들」 38화 사거리 끝은 모두 벼랑 본문
원문 링크 : novel18.syosetu.com/n7091gi/39/
十字路の先はすべて崖
옆 담화실에서는 남녀 몇 명이 그룹으로 나뉘어 시끌벅적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하란은 방 가장 구석에 있는, 창가의 카우치에 느긋하게 앉아있었다.
얼굴의 상처에 아픔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하란은 오늘도 잔뜩 꾸몄다.
사람에게 둘러싸여 담소를 나누는 하란은, 마을에서 만났던 그 때와 같이 자신으로 가득 차있고, 용맹한 상처가 있는 백전연마의 짐승 같다.
나와 비스크가 다가가자, 하란은 조금 놀란 얼굴을 하고 기쁜 듯이 나를 곁으로 불러들인다.
「――그래서, 이 영애가 “철새” 그로우의 영애로, 25년의 잠에서 깨어난 꿈의 소녀라는 겁니다」
「그로우의 책을 읽지 않은 건 정말이야?」
하란이 나를 소개하자마자 질문이 날아든다.
내가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이자, 모두 놀라서 속닥속닥 귓속말을 한다.
「왜 안 읽는 거야? 당신에 대한 게 써있는데」
「그야…… 부친이 나와 “그런 짓”을 하는 소설을 어떤 표정으로 봐야 할지……」
가능한 한 그로우의 평가를 떨어뜨리지 않도록, 말을 고른 내 등을 비스크가 격려하듯이 받쳐준다.
아마 모두 나에게 속된 질문을 던지고 싶어서 좀이 쑤시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 등 뒤에 엄격한 고아원의 원장 선생님이 서있다고 생각하니, 모두들 말을 정제한다.
그 뿐이라면 딱딱해질 것 같은 분위기를, 하란이 재치있는 말로 풀어준다.
분하지만 든든하다.
그런 식으로, 하란과 비스크는 나를 조금씩 모두의 안으로 섞이게 해주었다.
25년 간 잠들어 있던, 1년 동안 그로우의 비호 아래 칩거해있던 내가, 얼마나 세상 물정을 모르고 사람과 사귀는 방법을 잊은 건지, 이렇게 있으니 깨달아버리고 만다.
「그럼 그건 전부 그로우의 상상으로 쓴 거구나?」
「히로인이 나이를 먹지 않은 것 외에는,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놀랐어. 그럼 그와 너는 순수한 부녀 관계인 거야?」
「적어도 책과 같은 관계는 아니네요」
긴장이 풀리자, 조금 추궁하는 이야기도 듣게 된다.
나와 비스크와 하란의 주위에는, 교대로 여러 사람이 찾아온다.
계속 이야기하고 있기에 목이 아프다.
이렇게 사람과 이야기한 건 오랜만이다. 라고 할까 처음일지도 모른다.
「올리, 힘들지 않아?」
「조금 더워졌어. 하란은 괜찮아?」
「응, 올리가 있어주니까 안심 돼」
「조금 별실에서 휴식하겠습니까?」
「그렇게 할까……」
그로우의 상태도 신경 쓰이고, 라고는 말하지 않도록 하지.
말하면 비스크를 화나게 할 것 같고.
「――지금, 그로우의 상태를 보러 가고 싶다고 생각했죠」
「그런 점 엄청나게 무서워 원장 선생님……!」
「본심을 숨기는 아이들을 오랫동안 만나왔으니까요」
비스크가 내 새끼손가락에,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게 살짝 새끼손가락을 엮는다.
노려보면 지나치도록 인축무해한 미소를 보내온다.
나는 비스크의 손을 뿌리쳤다.
「무정하네요……」
「그럼, 나는 조금 쉬고 올 테니까」
「올리」
재차 비스크가 내 손을 잡는다.
이건 명백하게 사람에게 보이고 있다. 내가 당황해서 뿌리치자, 비스크는 장신을 숙여 나에게 귓속말을 한다.
「행동을 조심해. 인적이 적은 장소로 가면 “유혹하고 있다”라고 생각될 겁니다」
「에!?」
「저와 하란이 가능한 한 오해는 풀었습니다만…… 그걸 사교장의 겉모습이라고 받아들이는 남자도 적지 않아. 이런 말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만――반드시 저나 그로우의 눈이 닿는 장소에 있어주세요」
「으, 응……」
「가능하면, “제” 눈이 닿는 장소에. ――알겠죠?」
「비스크는 하란을 돌봐야 하잖아」
「하란에게는 마르스도 있으니까」
그런가, 마르스씨도 와있구나.
내가 두리번두리번 마르스씨를 찾자 비스크가 「봐요, 저기」라고 가르쳐준다. 담화실 벽가에, 다른 종자와 섞여 무료하게 서있는 마르스씨의 모습이 보인다.
나는 기뻐서 비스크와 헤어져 마르스씨에게 달려간다.
「마르스씨!」
「――올리씨?」
내가 달려간 게 의외였는지, 마르스씨의 눈이 동그래진다.
오오, 살아 있어 움직이고 있어 말하고 있어.
「오랜만이야. 목, 붙었구나」
「이야아, 목이 떨어졌었다라는 자각, 저 자신은 못했지만 말이에요. ――저, 자는 동안에 올리씨의 꿈을 꿨어요」
「나도 봤어. 마르스씨의 꿈. ――호수의 조각배」
마르스씨는 「에, 대단해」하고 흥분한 듯이 웃는다.
「우리들, 꿈에서 만났습니까?」
「만났다고 생각해」
「……화나지 않았습니까? 저와 대장, 올리씨에게 심한 짓 했는데」
「응? 엄청 화났어」
「그, 그렇죠……」
「그치만 용서할게. 마르스씨도 한 번 죽은 거나 마찬가지고, 하란은 너덜너덜해졌고. 무승부라고 할까」
「하ー…… 마음이 넓다고 할까, 강하다고 할까…… 진심으로 좋아하게 되네」
「하지만 두 번 다시 마르스씨랑은 키스 안 할 거니까」
「아ー아, 대장한테서 몰래 도망치는 쪽이 정답이었으려나아」
아하하하고, 마르스씨가 힘 없이 웃는다.
으ー응, 귀여워. 일거수일투족에 귀여움이 있다.
「있죠, 올리씨」
「응?」
「……정말로, 대장을 용서해주시는 겁니까?」
「응 뭐어…… 그렇다고 생각하는데」
「그럼…… 대장을 선택해달라고…… 해도 됩니까?」
「――헤?」
마르스씨는 괴로운 듯이 미소 짓는다.
그 시선이, 힐끗 하란을 향한다. 하란은 다른 초대객과 화기애애하게 담소를 나누는 중이다.
「선택해달라니……?」
「그 무시무시한 부친의 집에서 나와달라는 겁니다」
「에!? 무, 무리야, 그건……!」
「무리? 라는 건…… 싫지는 않아?」
「그건…… 에ー 그러니까…… 으ー응……」
역시 상인,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한다.
게다가 마르스씨의 눈은 진지하다. 마치 나에게 프로포즈하는 것 같은 얼굴로, 하란을 선택해달라고 말하고 있다.
「나, 눈을 뜨고 정말 놀랐습니다. 대장이 다른 사람처럼 되어서…… 모두의 앞에서는 어떻게든 평소처럼 행동하고 있지만 사실은 언제나 소리에 겁을 먹고 있어. 지금도, 봐요」
마르스씨는 다시, 하란을 본다.
「오른쪽 손으로, 왼쪽 손목을 잡고 있죠? 장갑을 끼고 있지 않으면 저렇게 피가 나올 정도로 손톱을 세우고 있습니다. 기분을 달래기 위해 저렇게 하지 않으면 버티지 못해. ――하지만 요전에 올리씨가 상관에 왔을 때만은, 대장은 즐거워 보였어. “올리에게 어울릴 것 같은 물건 잔뜩 준비해둬야지”라고」
「……그렇다고 해서 내가 하란이 있는 곳으로 간다고 해도, 아마 하란은 더 구제불능이 될 거라고 생각해」
나는 어떻게든 웃는 듯한 표정을 만들어서, 마르스씨의 간청을 물리쳤다.
내가 곁에 있는 것으로 안정되는 사람을, 나는 또 한 사람 알고 있다.
심한 거식과 억제할 수 없는 자상――곁에 있어주고 싶었지만, 아마 파스토르는 “언젠가 떠날 나”를 견딜 수 없어서 무너지고 말았다.
피투성이가 되면서도 파스토르는 나에게 매달렸다. 「계속 함께 있어줘, 다른 누가 있는 곳으로도 가지 말아줘」라고.
파스토르의 거식도, 자상도, 계속 내 관심을 끌기 위한 거였다. 파스토르는 그걸 이해하고 있었고, 하지만 나는 그걸 받아들여줄 수 없어서, 파스토르는 나에게 그걸 털어놓은 것을 전부 “없었던 것”으로 했다.
내 불치병은, 연민과 자기희생.
상대에게 희망을 보이는 주제에, 마지막 한 획을 넘어서지 못하고 거절과 절망으로 망가뜨리고 만다. 더 이상 같은 걸 반복하고 싶지 않다.
「그럴까요…… 그렇겠죠……」
「미안…… 그치만 가끔 놀러갈게」
「정말? 대장 기뻐할 거예요. 나도 기뻐」
마르스씨는 내 손을 잡고 약속이에요 라고 위아래로 붕붕 휘둘렀다.
나는 마르스씨와 헤어져, 식당으로 돌아간다.
식당에는 음료와 가벼운 식사가 준비되어 있어, 여기에도 삼삼오오 사람이 모여있다.
문득, 무언가 끈적한 기색을 느껴 휙 돌아본다.
색채가 결핍된, 다크 컬러의, 어딘가 멍한 인상인, 수염 아저씨――“천람”의 레그너스씨가 서있다.
「……응?」
「있지, 너」
「에? 아, 네」
「그다지 귀엽지 않지」
「하…… 하아……?」
「그로우의 소설은 널 지나치게 미화한 것 같아」
「그,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읽은 적 없지만…… 부친에게는 제가 현실의 10배 정도 아름답게 보이는 것 같아서……」
「부모의 콩깍지?」
「그, 그런 게 아닐까 하고……」
「흐응」
에? 뭐야 이 대화.
어째서 나는 마주친 순간 이런 실례인 말을 듣고 화를 내지 못하고 있는 걸까.
레그너스씨의 시선이, 내 몸을 위아래로 부지런히 오간다.
도망치고 싶지만, 만찬회의 주최자한테서 갑자기 도망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계속 잠들어 있었는데, 나이를 먹지 않은 건가」
「하아, 그런 것 같……아요」
「17살에 잠들어서, 그로부터 26년…… 43살이라면 나보다도 연상이네」
「그, 그렇네요?」
「흐응…… 재밌군」
나는 전혀 재밌지 않습니다만.
화제를 바꾸자. 그렇지, 내가 화제를 만들어서 평범한 대화로 이끌어가자.
「저기…… 레그너스님은, 그로우와는……」
「예전부터 알던 사이다」
「맞은 적이 있어서 싫어한다고 말씀하셨는데, 그건 최근인가요?」
「그 녀석은 조금이라도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있으면 금방 사람을 때려. 예전부터. 그러니까 나는 그로우가 싫어서……」
그랬던가.
그럴지도 모른다.
내가 깨어났을 때에도, 그로우를 뚱보라고 부르는 나에게 「당신이 아니었으면 때렸을 거야」같은 말을 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 녀석이 쓰는 책은 재미있어」
「아, 정말 팬이시군요……」
「전에 맞았을 때는, 여행 기념품을 받아서 그걸로 용서했다」
「마음이 넓어……」
「――또 맞아볼까」
「에?」
「그러면 너를 달라고 할 수 있어」
……응?
지금 뭔가 묘한 걸 말한 것 같은데, 레그너스씨의 표정이 변하지 않는다.
멍하니 있자, 레그너스씨의 손이 내 얼굴에 뻗어져, 장갑 너머로 살짝 나를 쓰다듬는다.
불만스러운 듯이 얼굴을 찡그리고, 장갑을 벗어 다시 나에게 닿는다.
표정은 계속 졸린 표정이다.
「가지고 싶네…… 이거…… 응? 이거? 이 녀석…… 이 여자…… 이 사람……?」
「저기, 잠깐…… 레그너스님?」
「아」
「에?」
「아내로 삼으면 되나?」
「에!?」
반문한 입에, 레그너스씨의 입술이 겹쳐진다.
겹쳐지고 만다.
위험해, 라고 생각했다. 피의 비가 내린다고.
그야, 레그너스씨의 등 뒤에, 이미 그로우가 서있다.
그로우는 레그너스씨의 어깨를 붙잡고 벽에 그 몸을 내리치더니, 움켜쥔 주목으로 벽을 후려친다.
대리석 벽이 무너지거나 갈라지는 일은 없었지만, 무시무시한 소리가 식당에 울려퍼져, 그로우의 주먹에서 스며 나온 피가 벽을 주르륵 타고 내려온다.
「그…… 그로우…… 그만둬! 안 돼!」
「다치게 하진 않았어. 약속했으니까 말이지. ――그러니까, 때리지는 않겠다. 다만 허가만 된다면 네놈의 목을 꺾어버리겠어, 레그너스……!」
「키스했을 뿐이다. 영애의 명예에 대한 책임은 지도록 하지. 내가 그녀를 아내로 삼지」
「누가 네놈 따위한테!」
「그치만 딱히 소중하지 않은 거잖아?」
「――하?」
「애인으로서 숨겨둘 셈이라고 생각했는데, 사교계에 데리고 와서 모두의 앞에서 창피를 당하게 한다는 건, 딱히 아무래도 상관없는 거잖아? 누군가 재미삼아 다가와줄 남자에게 줄 생각이었잖아?」
레그너스씨는 고개를 기울이며 그로우와 나를 번갈아 본다.
그로우의 눈이, 불안으로 흔들리며 나를 본다.
마치, 그런 건 생각하지도 못했다는 듯한 표정이다.
「아무래도 좋은 누군가에게 줄 셈이니까, 나한테 줘도 되잖아. 저 아가씨는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가치 없어. 누구도 저런 아가씨를 원하지 않아. 네가 책으로 저 아가씨의 가치를 돈과 명예로 바꿨으니까. 하지만 나는 가지고 싶어. 실물을 보고, 가지고 싶어졌다. ――그야 네 책과 전혀 다르니까」
레그너스씨는 그로우의 몸을 홱 돌려 비키고, 다시 나에게 걸어온다.
내 손을 쥐고, 무릎을 꿇는다.
「“남옥” 그로우의 딸, 올리브・베스클리프. “천람” 레그너스・로글레아가 삼가 아내로 맞아주지」
「에, 싫습니다」
웅성.
두말없이 거절한 나에게, 식당에 있는 전원이 웅성거린다.
나한테 무릎을 꿇은 채로, 레그너스씨는 고개를 기울인다.
「어째서?」
「그야 초대면이고……」
「관계 있나?」
「이, 있습니다! 저, 연애결혼파니까……!」
「연애……」
레그너스씨는 일어서, 이리저리 나를 본다.
「……좋아한다. 예쁘다. 귀여워」
「잔뜩 가치가 없다거나, 예쁘지 않다거나 말한 뒤에 말해도 이제 와서라는 느낌이고, 저는 당신을 전혀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럼 어떻게 하면?」
「그런 거 저는 모릅니다……! 라고 할까, 그로우의 소설의 모델이니까 “가지고 싶다”라니, 그런 콜렉션 같은 취급, 싫은 게 당연하잖아요!」
「……당연한 건가?」
레그너스씨는 얼굴을 들고, 주위를 돌아본다.
전원 응응 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레그너스씨는 얼굴을 구긴다.
「하지만 가지고 싶다. 무가치해도, 예쁘지 않아도, 책과 달라도 가지고 싶어. 책과 다르니까 가지고 싶어. 옆에 두고 싶어. 아, 식사를 하는 얼굴이 좋아. 그건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매일 보고 싶어. 만지고 싶어. 가능하다면 먹어보고 싶어」
「그로우! 이 사람 말도 안 통하고 엄청 무서워!」
「미안하다, 올리…… 이런 남자야. 지금까지 인간에게 흥미를 보인 적이 없으니까 설마 이렇게 될 줄이야……」
「――라고 할까, 곤란합니다. 레그너스 경」
당황해하는 내 등 뒤에서, 장신의 그림자가 떨어진다.
돌아보면, 비스크가 내 허리를 끌어안고 어깻죽지에 의미심장하게 입술을 맞춘다.
「그녀는 이미 제가 예약해뒀습니다. ――25년 전부터 말이죠」
「비스크!? 잠깐, 사태를 까다롭게…… 까다롭게 만들지 마……!」
「쉿…… 여기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자동적으로 당신은 그의 아내에요」
「거짓말, 귀족 딸은 그런 취급……!?」
「그러니까 원래는 부친의 허락도 없이 영애에게 무릎을 꿇는 에티켓은 없습니다. 그로우가 그에게 결투를 신청하지 않는 게 신기할 정도입니다」
아마 내가 「아무도 다치게 하지 마」라고 한 걸, 그로우는 지키고 있는 거겠지.
레그너스씨는 비스크를 뿌리치지 않는 나를 보고 죽을 만큼 귀찮다는 듯이 얼굴을 찡그렸다.
「예약이라고 해도…… 정식으로 혼약을 하진 않았잖아?」
「그렇네요. 우리들 평민에게 그런 수순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건 귀족 딸이다. 내가 받을 권리가 있어」
「저와 결혼하면 다시 평민의 입장으로 돌아오는 거고, 애초에 결혼에는 본인들의 동의가 불가결하다. 아무래도 부친도 이 결혼에는 반대인 것 같고, 올리가 “어느 구혼자를 선택할지”는 그녀에게 달려있다」
과연.
정식으로 구혼한 사람이 한 사람밖에 없으면, 거의 자동적으로 결혼이 성립.
구혼자가 복수라면, 나에게 선택할 권리가 발생하고, 즉 이런 느낌인 것 같다.
아니, 하지만 나는 딱히 비스크도 선택하고 싶지 않고…… 이거, 어느쪽도 고르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 거야?
「아…… 어쩌지, 미안, 나 조금 컨디션 안 좋아……」
애초에 지쳐서 별실로 이동하는 중이었다.
뭔가 열도 나고, 배도 아프고, 머리에 피가 가지 않아서 휘청거린다.
「올리……! 이리 와, 일단 돌아가자」
「그로우, 하지만……」
「괜찮아. 내가 나빴어」
평소처럼 그로우가 나를 안아든다.
비스크한테서 떨어지는 순간, 그로우는 작게 「은혜를 입었군」이라고 속삭였다.
비스크는 그저 어깨를 으쓱였다. ――그로우가 감사를 표할 정도로, “천람”이 하급 귀족의 영애에게 무릎을 꿇는다는 것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었던 것 같다.
돌아가는 마차에서 그로우는 나를 좌석에 앉히지 않고 계속 무릎 위에서 껴안고 있었다.
내가 「내려줘」라고 부탁해도 「부탁이야」라고 간청해, 나는 결국 편안한 그로우의 팔 안에서 집까지 가기로 했다.
「……그로우. 설마 책 출판한 거 후회하고 있어?」
「그렇군……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나는 나를 죽이겠지」
「그로우는 앞뒤를 생각하지 않는 점이 있지」
「변명할 말도 없어…… 비스크가 없었더라면 나는 당신을 레그너스에게 빼앗겼을 거다…… 그럼……」
「그럼?」
「당신과의 약속을, 분명 어겼을 거다. 나는 녀석을 죽였겠지」
고마워 비스크. 그 장소에 있어줘서 정말 고마워.
나는 거칠게 그로우의 금발을 헝클어 놓았다.
이렇게 낙심해 있는 그로우를 보는 건 처음이다.
「그치만, 어쩌지…… 어느 쪽도 선택하지 않는 건 안 되는 거잖아?」
「……그렇군」
「비스크를 선택하고, 결혼하고, 이혼이라던가…… 으ー응, 그치만, 비스크가 얌전하게 이혼 해줄 거라고――」
「올리」
「응?」
「오늘 밤, 마을을 떠날까」
'眠り姫の憂鬱とかつて子供だった護り人たち 번역'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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