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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공주의 우울과 한때 아이였던 보호자들」 37화 “미식가” 레그너스의 만찬회 본문

眠り姫の憂鬱とかつて子供だった護り人たち 번역

「잠자는 공주의 우울과 한때 아이였던 보호자들」 37화 “미식가” 레그너스의 만찬회

네츠* 2021. 2. 5. 18:00

원문 링크 : novel18.syosetu.com/n7091gi/38/

 

 

“美食家”レグナスの晩餐会

 

 

 이제와서지만 “벽옥”이라던가 “천람”이라던가 “남옥”이라던가는 귀족의 계급인 셈인데, 이 세 계급을 일본풍으로 말하면 아마 백작, 자작, 남작이라는 느낌이라고 생각한다. 이쪽의 귀족 계급은 더 세세하게 나뉘어져 있지만…… 뭐, 자세한 건 나도 잘 모른다.
 단지 이 중에서 “남옥”――즉 그로우만이 자신의 영지를 가지고 있지 않다. 토지를 가지게 되면 다른 계급을 부여받으므로, 이는 확고한 사실이다.

 영지를 가지고 있지 않은 귀족은 흔히 말하는 세수입이라던가 작물의 매상이라던가는 하지 않지만, 대신 “남옥”은 상급 귀족 상대로 장사를 하는 사람이 매우 많다.
 그로우의 집도 그런 느낌으로, 분명 주로 검 장식을 하고 있다고 기억한다. 그로우는 어린애인 주제에 언제나 장려한 검을 허리에 차고 있었고, 지금 사용하고 있는 검도 실용품이라기보다는 예술품이라는 분위기가 있다.

 하지만 뭐, 아마 그로우는 그런 가업을 잇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귀족은 형제가 잔뜩 있고, 대부분 그렇듯이 그건 그로우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럼에도 귀족의 직함은 세습으로 전원에게 주어지기 때문에 “남옥”에는 이름만 있는 귀족이 많다.
 그렇기에 평인보다 조금 낫다는 정도의 취급이다.
 가업을 잇지 않은 그로우도 본래는 이름만 있는 귀족의 반열에 들어갈 예정이었다만 모험 작가로서 대성하고 말아 사교계 등에 불리는 거다.

 으ー응. 이렇게 생각하니 그로우가 나를 깨우기 위해 돌아다닌 게 결과적으로는 그로우의 성공으로 이어진 것 같다는 기분도 들지만……
 그렇기에 그로우는 특별히 나에게만 무른 걸지도 모른다.
 뭐라고 할까, 다른 이들에게는 느낄 수 없는, 숭배 같은 것을 느낀단 말이지……
 나를 위해 자살까지 했고.
 아니 파스토르도 자살 같은 느낌이긴 했지만.
 하란도 상처투성이고.

「……나는 역귀인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뭘 풀이 죽어 계신 겁니까, 아가씨! 그 유명한 “천람” 레그너스님의 만찬회라구요!」
「그러고보니 신경 쓰였는데」
「네?」
「만찬회인데 레그너스 부인이 아니라 레그너스님이 개최하는 거야?」
「그야 레그너스님은 독신이니까요」
「아, 그렇구나」
「굉장한 미식가로 유명하시지 않습니까! 키친 메이드가 레그너스님의 주방에서 일한 적이 있다고 했는데, 왕족한테도 제안이 오다니!」

 그런 사람의 만찬회에 요리사를 빌려주다니, 굉장하네에 하란. 확실히 하란의 상관에서 먹은 식사는 어떤 것도 정말 근사하고 맛있었다.
 약이 들어있지만 않았어도 더 좋았을 거다.
 실은 약이 들어있던 탓에 맛있게 느껴진 게 아닌지? 라고 의심했지만 그건 제대로 맛있는 요리인 것 같다.

「우우…… 테이블 매너 틀릴까봐 너무 불안해…… 만찬회는 의자에 앉아서 풀코스인 거지?」
「저는 평민이기에 그쪽은 잘 모르겠네요. 네, 이걸로 됐습니다. 아름다우세요, 아가씨」

 나에게 드레스를 입혀준 레이나씨가 만족스럽다는 듯이 미소 지었다.
 거울에는 저번에 그로우가 마련해준 드레스를 입고 있는 내가, 멍하니 서있다.
 발은 아직 미묘하게 아프지만, 그로우가 준비해준 걸 신고 있다.
 그도 그럴게 하란이랑 그로우가 얼굴을 마주쳤을 때, 내가 하란한테서 산 구두를 신고 있으면 이번에는 하란의 목이 날아갈 것 같다.

 이것도 비스크가 말한 「학대받는 딸의 사고」같은 느낌도 들지만…… 그렇다고 해서 훤히 보이는 지뢰를 밟으러 갈 기분이 들지는 않는다.

「옷 갈아입는 건 끝났나? 내 잠자는 공주」
「그로우――와아, 귀족 같네」
「이래 뵈도 지나친 격식은 차리지 않은 편이야」

 하늘거리는 블라우스, 은실 자수가 눈부신 신록 조끼에, 금색 버튼을 단 쟈켓. 평범하게 생각하면 화려하지만, 체격이라고 할까 전체적으로 밸런스가 좋은 그로우가 입고 있으니 무서울 정도로 잘 어울린다.
 풍격이 있다고 할까, 현실감이 없다고 할까…… 레이나씨가 말한 대로, 책의 세계에서 나온 느낌.
 다른 세계의 주민이라는 느낌. 말투도 조금 연극투지, 그로우는.
 그렇기에 그로우가 그렇게나 위험한 책을 썼다는 걸 알고 있어도, 이상하게도 절박한 위기감을 느끼지 않는 걸지도 모른다.

「――그 구두를 신고 가는 건가?」
「응? 그치만 드레스에 맞춰서 만들어준 거잖아?」
「하지만 발이……」
「괜찮아. 무도회도 아니고 만찬회니까」

 나란히 앉아서 식사를 하고, 별실으로 이동해서 수다를 떨고, 폐회가 되면 해산이다.

「나는 신경쓰지 않아도 돼. 부디 새로 산 구두를 신어줘」
「그치만…… 이 구두도 마음에 들었고……」

 그로우는 작게 한숨을 내쉰다.
 다음 순간, 그로우는 내 몸을 안아들고, 레이나씨에게 「구두를 벗겨라」라고 노래하듯이 명했다.

「잠깐, 그로우!?」
「제멋대로인 잠자는 공주, 나는 당신에게 거역할 수 없어. 다만, 그게 당신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벗겼어요, 주인님」
「그럼 그 구두는 찢어버리고 두 번 다시 신지 못하게 하도록. 그건 내 공주를 괴롭게 한 나쁜 구두다. 두 번 다시 우리 공주의 발에 닿을 가치도 없어」
「네, 주인님」

 그로우는 나를 의자에 앉히고 클로젯에서 하란의 구두를 꺼내 내 발에 신겨준다.
 그러는 도중, 내 뒤꿈치에 앉은 딱지를 알아채고 자신이 상처입은 듯한 표정을 한다.

「――그 직인, 두 번 다시 구두를 만들 수 없게 했어야 했군」
「그로우!」
「응?」
「나, 그로우가 사람을 상처 입히지 않았으면 좋겠어」
「올리…… 죄에 대한 벌은 필요해」
「구두 사이즈 몇 밀리미터 정도 틀린 건 죄가 아니야」
「당신은 언제나, 누구에게나 자비로워」

 그로우는 내 발에 키스하고, 이야기는 끝났다고 말하듯이 구두를 신긴다.
 그대로 나를 안아들어, 마차 좌석까지 데리고 가준다.
 결국 하란의 구두를 신고 말았다…… 우우, 배고픈데 불안해서 식욕이 감퇴해 간다.

「역시 파티는 불안한가?」
「뭐…… 그야 그로우가 초대되었다는 건 적어도 주최자는 그로우가 쓴 책을 읽었다는 거고……」
「당신을 상처 입히는 자가 있다면 내가 그 자리에서 목을 꺾겠다」
「그게 불안한 거야! 부탁이니까! 절대로! 그 누구도 다치게 하지 마! 그로우가 누군가를 다치게 하면, 나 그로우가 싫어져」
「올리…… 하지만……」
「만약 정말로 내가 소중하고 나를 지키고 싶다면, 절대로 사람을 다치게 하지 마. 알겠어?」
「……당신이 그렇게 말한다면」

 그로우는 명백하게 납득하지 못한 모습이었지만 적어도 약속한 이상 그건 지켜줄 사람이다.
 내가 안도의 표정을 띄우면, 그로우의 표정도 부드러워진다.

「다만, 올리. 만약 도움이 필요하다면 주저하지 말고 나를 불러줘. 아마 나와 당신은, 자리가 멀리 떨어져 있을 거야」
「에, 그래?」
「자리 순에는 여러 가지 의도가 있어. 당신은 나이가 비슷한 부인이나 청년들과 모인 자리에 안내받을 거라고 생각해.――아마 테이블조차 다를 거야」
「우으…… 기, 긴장되기 시작했다…… 주변 모두 귀족인 거지……!?」
「그렇다고 단정 지을 수도 없고, 식사 중에 지루하지 않도록 고려하겠지만…… 아무래도 당신은 그 만찬회가 “데뷔탕트”인 영애니까 말이야. 저쪽에 사정은 전해두었다만 사고는 언제 어떤 때라도 일어나기 마련이다」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나는 기도하는 마음으로 만찬회에 빈다.

 그리고 비참한 사고가 일어났다.

「에? 어라? 올리……!? 너도 초대받은 거야……!?」
「아니, 뭐어, 그로우가 받은 거지만……」
「아하하. 과연, 평민을 하나의 테이블에 모으게 되면, 자연스럽게 이 좌석 순이 되겠네요」

 나는 귀족 영애다만, 원래는 평민.
 비스크는 고아원의 원장으로, 아이들이 익숙한, 평민.
 하란은 상관의 주인으로, 주로 젊은 층의 상품을 취급하는, 평민.

 만찬회의 경우, 남녀가 교대로 앉도록 좌석 순이 정해진다.
 우선 테이블 중앙에는 비스크, 그 옆에는 나, 그리고 내 정면에 하란이라는 대형사고가 발생했다.
 예상대로 그로우는 테이블조차 달라, 아무래도 주최자라고 생각되는 신사에게 가장 가까운 자리에 안내받았다.
 우리들 “고아원조”가 한 테이블에 모아졌다는 걸 눈치 챈 순간, 그로우는 일순 테이블의 나이프를 손에 쥐었다.
 하지만 나와의 약속을 떠올리고 피를 토하는 듯한 표정으로 살며시 나이프를 테이블에 돌려놓는다.

「대, 대단해……! 참고 있어……!」
「만찬회에서 나이프를 휘두르지 않은 것 정도로 칭찬을 받다니……」
「정말 괜찮은 거야, 저녀석? 걱정 된다고, 역시……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괜찮으니까…… 괜찮으니까 두 사람 다 나 신경쓰지 마…… 그리고 비스크는 보란듯이 나한테 얼굴 가까이 대지 마……」

 키득키득하고, 비스크가 내 귓가에서 웃는다. 그로우한테 보여줄 생각으로 만만하다.
 성격 나빠. 너무 나빠.
 그리고 하란은 나 걱정하지 말고, 스스로에 대한 것만을 생각해.
 식사 중, 홀의 문은 전부 닫히고 말아.
 지금 하란에게 있어서는 그게 견딜 수 없을 정도의 고통이라는 건 알고 있다.

 웅성거리는 가운데, 주최자인 신사가 잔을 들고 일어섰다.
 초대객은 50명 정도 있고, 백 개의 눈이 일제히 그쪽으로 집중된다.

   “천람” 레그너스――거창한 이름과는 달리, 뭐라고 할까, 어두워.
 우선 옷 색이 전체적으로 어둡다. 보라라던가 다크 레드라던가, 그런 색이다.
 게다가 머리색이 짙은 파란색. 하지만 머리 스타일은 북슬북슬하고 폭신폭신하다――내 머리카락도 웨이브 졌지만, 그것보다 더 고불고불하다.
 미식가라고 해서 폭신폭신한 아저씨를 상상했는데, 날씬하고 군더더기가 없다.
 하지만 수염이 있다. 수염 탓에 더욱 인상이 어둡다.

「에ー 그러니까……」

 레그너스씨는 멍하니 천장을 올려다본다.
 에? 지금 인사 생각하고 있는 거야? 이런 건 사전에 생각하는 거 아니야?

「아, 신입의 소개다. 그렇지…… 에ー 그러니까, “철새” 그로우. 나는 예전에 이 녀석에게 맞은 적이 있으니까 싫어해. 인성 파탄자니까, 책의 팬이 아니라면 가까이하지 않는 게 좋아」

 에!? 뭐야 이 소개!? 괜찮아!?
 나는 당황해서 주변을 둘러본다. 키득키득키득, 멀리서 들려오는 떠들썩한 웃음소리. 아무래도 농담 범주에 들어가는 것 같다.
 재촉 받아, 그로우가 일어난다.

「들은 대로, 미움 받고 있다. 하지만 내 책을 사랑하지 않을 수는 없는 것 같아. 오늘도 뒷이야기가 듣고 싶어서, 나를 초대한 거겠지. 유감이네. 이번에는 모험 소설이 아니라서」
「――그로우의 딸, 일어나」

 갑자기, 레그너스씨가 나를 본다.
 나는 당황하며 일어서, 그 이후로는 어떻게 하면 좋은지 몰라 허둥대고 만다.
 꽂힌다.
 주변의 시선이 잔뜩 꽂힌다.

「어떤 기분이지?」
「――에?」
「그로우의 소설의 모델이 되어서」
「그러니까…… 저는 읽지 않아서 모르겠습니다」
「그런가. 평생 읽지 않는 게 좋아. ――앉아도 돼. 건배」

 에!? 뭐야, 방금 인사!? 끝났어?! 인사 끝난 거야?!
 영문을 모른 채 다시 앉으면, 건배 신호가 있었기에 테이블에 요리가 옮겨져 온다.
 나는 정면의 하란을 본다.

「지, 지금 건 귀족한테는 평범한 느낌……?」
「아니, 엄청 이상한 거야, 저 사람은. 미식가인데도 좋지 않은 성격으로 유명할 정도로」
「전혀 재밌지 않은데……! 라고 할까 왜 그로우랑 나만 소개된 거야? 비스크도 하란도 신입이잖아?」
「저도 하란도 평민이에요, 올리」
「귀족 신입 이외에는 소개할 필요도 없다는 거……!?」
「소개할 필요라고 할까, 애초에 안중에도 없는 거지. 나는 “좋을대로 얼굴을 팔아도 좋다”라는 약속으로 여기에 섞여있을 뿐이고」

 격차를 느낀다.
 격차를 느끼는 사이에, 첫 번째 접시의 요리가 눈앞에 놓여진다. 스푼에 버터로 익힌 조갯살이 올려져 있다.
 나는 비스크와 하란의 거동을 확인한다. 스푼을 손에 들고 입으로 먹고 있다. 나도 그걸 따라해, 스푼을 입으로 가져간다.

「이럴수가. 너무 맛있어서 영원히 잠들어버릴 것 같아」
「뱉어주세요」
「그럼 메인 디쉬를 본 것만으로도 죽어버릴지도」

 두 번째 접시. 뭔가 삼층 구조로 되어있는 케이크 같은 야채 무스.
 입 안에서 봄이 퍼진다.
 세 번째 접시. 뭔가 이해할 수 없지만 맛있다는 건 알겠는 스프. 뭔가 쫄깃쫄깃한 곡식이 떠있다. 맛있어.
 네 번째 접시. 생선에 기름으로 볶은 채소가 수북하게 담겨있다. 채소와 함께 먹자 단맛과 신맛이 섞여, 몸 전체가 맛있음으로 꽉 차오른다.

「……하란은 매일 이런 거 먹는 거야?」
「아니, 아무리 그래도 매일은…… 있는 걸 적당히 냄비에 집어넣은 것 같은 요리가 맛있기도 하고 말이야」
「확실히. 레시피 없이 적당히 만든 요리 쪽이 놀라움이 있어서 즐거울 때도 있어」
「에? 비스크도 하란이 있는 곳에서 밥 먹어?」
「밤에만 하란이 있는 곳에서 먹고 있습니다」
「좋겠다아아아아」

 부러워서 울어버릴 것 같다.

「나 하란의 요리사랑 결혼하고 싶어……」
「그녀는 여성이에요, 올리」
「……하란이랑 관계 맺은 여자라는 거야?」
「아…… 안 했어, 안 했어! 나보다 연상이고, 마마는 요리 이외에는 흥미 없는 괴짜니까……!」
「마마라고 부르는구나」
「마마라는 이름이에요」
「헤ー, 재밌네」

 다섯 번째 접시. 입가심.
 상큼한 과일 샤베트.
 으ー응, 역시 배가 불러오기 시작했지만 이 뒤에 아직 고기 요리라던가 나오는 거겠지……

「드레스가 답답해서 배가 아파진다……」
「알 것 같아. 만찬회는 격식 차려야 하니까」
「남겨도 돼요, 올리. 부인은 거의 요리에 손을 대지 않는 사람도 많고」
「이렇게 맛있는데!?」

 나는 주변을 둘러본다.
 정말이다. 젊은 부인은 한 입만 먹고 접시를 옆으로 치워버리거나 한다.

「미식가로 유명한 사람의 만찬회에 참가해서, 요리를 남기다니 본말전도 아니야?」
「배가 가득 차서 다음 요리를 맛보지 못하는 것보다는 나아, 라는 판단도 있는 거겠죠」
「으ー응…… 그렇구나」

 오늘의 주역 요리, 위풍당당한 로스트 비프.
 선명한 살코기와, 걸쭉한 소스.
 한 입 먹은 것만으로도, 나는 울고 만다.

「올리는 정말 맛있게 먹지」
「하란이 약을 타거나 하지 않았으면, 나 아마 하란의 상관에 평생 있었을 거야」
「진짜냐, 나 진짜 바보네……」

 이런, 진심으로 풀이 죽게 하고 말았다.
 하지만 어쩌지…… 이 고기 전부 먹으면 디저트는 절대 무리야……

「남은 요리는 사용인의 식사니까, 다 먹을 수 없을 때는 과감히, 깨끗하게 남기면 저쪽도 기뻐합니다」
「에? 그래?」
「남은 음식이 나오는 것이 전제에요, 이런 식사회는」
「그런가……」

 나는 깨끗하게 식기를 내려놓는다.
 비록 두 조각 정도밖에 먹지 않았지만, 충분히 맛있었다.

「하란이 만찬회 열어주면 좋은데」
「그러기 위해서 지금 인맥을 만들고 있어」
「나도 초대해줘. 반드시」

 그리고 디저트. 섬세한 사탕 세공으로 장식된 바삭바삭한 후르츠 파이.
 덧없는 씹는 맛, 녹아내리는 꿀, 후르츠.

「올리, 파이가 붙어있습니다」
「음」
「잠깐, 움직이지 말아요」

 비스크가 내 입가를 닦아준다.
 그런 비스크의 입가에도 평범하게 파이 조각이 붙어있어, 이것도 내가 닦아준다.
 얼굴을 마주보고, 서로 쑥스러운 웃음.

「비스크는 용기 있는 편이지……」
「그렇습니까」
「봐, 저 얼굴. 나이프 던질 것 같아」

 핫! 그로우를 잊고 있었다!
 식사가 시작되고 끝날 때까지, 나는 한 번도 그로우를 보지 않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야 너무 맛있으니까.
 나는 그로우의 자리를 보고, 방금 먹은 것을 모두 토할 것 같은 기분이 된다.

 그로우는 무표정이었다.
 일절 손을 대지 않은 접시를 앞에 두고, 물끄러미 나를 보고 있다.
 내가 어색하게 미소를 지으면 그로우도 미소를 보내지만, 그 시선이 나한테서 떨어지는 일은 없었다.

「무서운 아버님이네요, 올리」
「무, 무섭지 않아. 저건 내가 비스크나 하란한테 괴롭힘 당하고 있지 않은지 지켜봐주는 것 뿐이니까……」

 군색한 변명을, 식후 허브티로 위에 쑤셔 넣는다.
 곁들여진 폭신폭신한 과자가, 불온한 공기를 없었던 것으로 해주는 것 같다.
 그러는 동시에, 방의 문의 개방된다.

「나는 식사로 대접했다. 이 이상은 대접하지 않아. 각자 적당히 친교를 쌓아주길 바라」


 레그너스씨의 그 말로, 20명 정도가 일제히 일어나 담소를 나누며 다른 방으로 흘러 들어간다.
 나는 조금 더 여기에서 허브티나 마실까…… 잡담이라던가 잘 모르고.

「……어라? 그런데 하란, 계속 나랑 떠들었지?」
「그렇네」
「인맥 넓히지 않아도 되는 거야?」
「아니, 올리 덕분에 넓어질 거라고 생각해」
「응?」
「그럼…… 계속 여기 있고 싶지만…… 일 하고 올게, 올리」

 하란이 일어나 옆방으로 이동한다.
 그 순간부터 벌써 몇 사람이 하란을 둘러싼다.
 나는 옆에서 상쾌한 표정을 하고 있는 비스크를 본다.

「내 덕분이라니?」
「모두 당신과 이야기하고 싶어 해요. 그러니까 당신과 친밀한 것 같은 하란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해」
「에? 나한테 말 걸면 되는데」
「하지만 당신의 아버지님이 저러니까」

 나는 그로우 쪽을 본다.
 그로우도 사람에게 둘러싸여, 뭔가 좋은 느낌으로 응답하고 있는 분위기를 띄고 있지만 시선은 여전히 나를 응시하고 있다.

「부친이 이 정도로 위압감을 풍기면, 당신에게 다가오는 남자는 없겠죠」
「확실히…… 같은 테이블에서 하란이랑 비스크만 말 걸어줬어…… 친구가 늘어날 것 같지 않아……」

 하란과 비스크는, 나름대로 옆 좌석의 사람과 대화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나는 옆의 남성에게 시선을 마주치는 것조차 거부당한 처지이다.
 뭘 위해 파티에 참가한 거지.

「친구를 늘리고 싶어?」
「그런 건 아니지만……」
「따돌림은 섭섭하죠」

 뭐, 그런 거다.
 딱히 불만은 아니지만 나한테는 오후 다과회에 방문할 곳이 없다.
 1년이나 이 마을에 살고 있는데,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지인이 늘지 않았다.
 고아원에서 직원으로 일했을 때는, 낯가림도 없었고 사람을 사귀는 건 특기인 쪽이었는데……

「――적당한 시기군요. 가죠, 올리」
「뭐하러?」
「하란의 손을 잡아주는 거죠?」

 재촉 받아, 나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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