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도를 아십니까
「잠자는 공주의 우울과 한때 아이였던 보호자들」 39화 뒤틀린 숲의 마녀일지도 모른다 본문
원문 링크 : novel18.syosetu.com/n7091gi/40/
歪みの森の魔女かもしれない
마을을 떠난다.
그 제안에 왠지 나는 가슴이 철렁했다.
나를 안은 그로우의 팔이, 갑자기 답답하게 느껴진다.
「마을을 떠난다니…… 그럼 어디로 가는데?」
「어딘가 먼 곳의, 다른 마을으로. 이름을 바꿔도 좋아. 누구도 나와 당신을 알지 못하는 곳으로 가자. 1년 전, 당신이 그렇게 바랐던 것처럼. ――여긴 예전 지인이 너무 많아졌어」
「그치만……」
「그치만?」
그치만, 뭘까.
뭘까…… 1년 전, 그렇게나 질렸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비스크와 하란과 함께 보낸 시간은 따뜻하고 즐거웠다.
하란의 상관에서 저녁 식사를 권유 받고, 마르스씨와 식사를 하거나…… 그런 내일을 상상하고 심장이 뛰었다.
비스크와 하란은, 더 이상 나를 상처 입히지 않는다. 그렇다고 믿었다.
게다가 나와 그로우가 갑자기 사라진다면 레이나씨가 곤란하겠지. 아니면 레이나씨도 데리고 가는 걸까.
「――망설이는 건가? 올리」
「그야 이렇게 갑자기 말하면…… 도와준 비스크한테도 미안하고……」
「더 이상 1년 전처럼 나만을 선택해주지는 않는 건가……?」
그로우의 주먹은, 피로 젖어 있다.
내가 사전에 멈추지 않았더라면 그로우는 분명 레그너스씨를 때렸을 거다. ――때려죽였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나를 데리고 이 마을에서 모습을 감추었을지도 모른다.
그 정도로 그로우에게 있어 지금의 생활이나 타인은 아무래도 좋은 거다.
나와, 그로우와, 그 이외.
어째서인가, 그로우의 안에서는 그렇게 되어있다.
「1년 전과 지금은 상황이 달라 그로우」
「어떻게 다르지? 아무래도 좋은 녀석들이 당신을 곤란하게 하고 무섭게 하고 상처 입히고 있잖아? 1년 전과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거다」
「하란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비스크는 나를 도와준 것 뿐이잖아?」
「하지만……」
「아니면, 그로우는 나를 독점하고 싶은 거야?」
나는 그로우의, 피범벅인 주먹을 만진다.
움찔하며, 그로우는 입을 다문다.
「이 마을에 있으면 나를 지킬 수 없어?」
「……당신은…… 내가 사람을 상처 입히는 걸 싫어하잖아……」
「사람을 다치게 하지 않으면, 지킬 수 없는 거야? ――비스크는 오늘, 아무도 다치지 않게 하면서도 지켜주었는데?」
「올리!」
타박하듯이 그로우가 목소리를 높였다.
나는 초조한 그로우의 눈동자를 빤히 바라본다.
「제대로 지켜줘, 그로우. 그 누구도 상처 입히지 않고, 나를 무섭게 하지 말아줘. 그럴 수 없다면 나는 그로우와 함께 있을 수 없어」
「마을을 떠나지도 말자――라는 건가?」
「그래」
「제멋대로군, 우리 공주는」
낄낄 웃으며, 그로우는 내 어깻죽지에 얼굴을 기댄다.
갓난아기에게 그러듯이 내 몸을 전후로 흔들면서, 그로우는 조금씩 침착해져간다.
「무척이나, 비참하다……」
「어째서?」
「좋은 아버지로 있고 싶었어」
「대체로 좋은 아버지였다고 생각하는데」
「레그너스는 내가 당신이 창피 당하게 했다고……」
「으ー응, 뭐…… 그건 부정할 수 없네……」
그로우는 고개를 들고 토라진 듯이 나를 본다.
우락부락한 아저씨가 그런 얼굴을 해도 조금도 귀엽지 않아요.
「나는…… 당신의 명예에 금이 가게 하려고 그 책을 쓴 게 아니야」
「알고 있어, 그로우. 아무도 믿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당신은…… 믿어 주는…… 건가?」
「응」
「어째서?」
「그로우에게 있어서는, 나에게 미움 받는 게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거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
일부러 나에게 미움 받을 만한 짓을, 솔선해서 할 리가 없다.
그로우는 그저 「모를」 뿐인 거라는 걸 알고 있다. 사람을 소유물처럼 다루지 않는 것이 어떤 것인지 모를 뿐이라는 걸 알고 있다.
「두 번 다시 쓰지 않아…… 당신에 대한 걸, 멋대로」
「응」
「보기 흉한 질투도 하지 않을 거고, 사람도 다치게 하지 않을게……」
「응」
「그리고…… 제대로…… 당신을 사랑하지 않을게」
「……응」
그로우는 내 이마에 이마를 대고, 입술 끝에 키스를 한다.
그런 그로우의 헌신과 인내심에――조금 정도는, 보상을 줘도 괜찮겠지.
비스크도 파스토르도 하란도, 나한테서 입술도 몸도 빼앗았다. 오늘 초대면인 모르는 아저씨한테마저 빼앗겼다.
이런 것에 멋대로 빼앗겨서는 안 될 정도의 가치가 있다고, 그로우가 계속 생각해주고 있다면――
「그로우」
「응?」
「입술에 해도 돼」
움찔.
이상하게도, 그로우의 전신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그로우의 동공이 조금 열리고, 떨리는 손가락 끝이, 슥, 하고 내 입술을 덧그린다.
「왜, 갑자기……?」
「아무도 때리지 않고 참았고, 비스크한테 제대로 감사의 말도 전했으니까?」
「이건…… 분명, 꿈…… 이겠지…… 하지만, 어디서부터가 꿈인지 모르겠군…… 잠든 기억도 없는데……」
「현실이야, 그로우. 그러니까 제대로 상냥하게 해줘」
뚝 하고, 내 뺨에 그로우의 눈물이 떨어진다.
그로우는 떨면서도 내 뺨에 떨어진 눈물을 닦고 언제나와 같이, 내 입술 끝에 입을 맞춘다.
내가 입술을 열자, 살짝 자신의 입술을 겹친다.
혀는 금방 섞지 않는다.
그로우는 내 입술을 쪼아 먹듯이, 닿는 정도의 얕은 키스를 반복한다.
그게 답답해서, 나는 스스로 더욱 깊이 입술을 맞춘다.
그걸 신호로, 그로우는 내 몸을 껴안는다.
몇 번이고, 몇 번이고, 그로우는 각도와 깊이를 바꾸어, 내 입 안을 음미한다.
「올리…… 당신은…… 정말로, 잔혹하고…… 잔인한 사람이다…… 이런 식으로, 어중간하게…… 내가 괴로워하는 걸 알고 있는 주제에……」
「그럼…… 그만둘래…… 이런 거, 하고 싶지 않아……?」
「안 돼……! 아냐, 안 돼…… 조금만 더…… 아주 조금만……」
나는 그로우의 간청을 받아들인다.
마차가 흔들려도 이빨이 닿지 않을 정도로, 나와 그로우는 깊이 입을 맞추었다. 서로의 혀와 입술의 경계선을 모르게 될 정도로.
「올리…… 올리…… 아아…… 계속…… 계속, 나는…… 당신에게…… 당신, 과……」
「응…… 알고 있어, 잘 알고 있어…… 알고 있으니까……」
말이 울부짖고, 마차가 멈춘다.
내가 그로우의 어깨를 밀치자, 그로우는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중 가장 깊게 혀를 섞고, 아쉬운 듯이 입술을 뗀다.
내가 타액으로 젖은 그로우의 입술을 손가락으로 닦아주면, 그로우도 내 입술을 닦아준다.
「이 일, 제대로 일기에 써둬. 꿈이 아니라고 알 수 있도록」
「아아……」
「그리고, 이것도 써. “제대로 나를 지켜준다면, 또 상 줄게”라고」
예상치 못했다는 듯, 그로우는 얼굴을 붉게 물들이고 나한테서 눈을 돌린다.
「왜 그래? 필요 없어?」
「아, 아니야……! 그런 게 아니야……! 단지……」
「단지?」
「너무 부추기지 말아줘…… 딸으로 있어주지 않으면…… 이성이 못 버텨」
그로우는 내 몸을 무릎에서 내리고 「먼저 내려줘」라고 손짓한다.
평소라면 나를 안아들고 집으로 돌아가는데, 무슨 일인지 보면, 과연 그로우는 “일어설 수 없는” 상태가 되어있다.
무심코 웃은 나를 힐끗 노려보고는 「정말 잔혹하다」라고 그로우가 분한 듯이 중얼거렸다.
+++
「――그럼, 레그너스 경. 다음 화장제까지 서로 올리브 아가씨의 사랑을 얻기 위해, 정당한 범위에서 노력을 아끼지 않는 것으로」
「동의하지」
한 사람의 영애에게 구혼자가 집중된 경우, 최종적인 결정은 화장제까지 미뤄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사교 시즌은 눈이 녹고 꽃이 피는 계절에 시작된다. 그리고 그로부터 3개월 정도, 화장제를 향한 연애 게임이 시작된다.
사랑이 성취되면, 남은 사교 시즌 동안 그 두 사람은 알콩달콩 지내며, 주위 사람들에게 자신의 약조를 과시하고 다닌다.
패배조는, 패배한 자들끼리 또 연애 게임 이회전이다.
「――나와는 인연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지」
「저도에요. 당신 때문에 귀찮은 일이 됐다」
비스크는 담화실 의자에서 곤란하다는 듯이 일어난다.
그로우와 올리가 떠난 뒤, 레그너스의 저택은 발칵 뒤집혔다. 그 괴짜 레그너스가, 설마 “철새의 애첩”에게 구혼하다니――!
그 뿐 아니라, 엄격하고 박애주의로 명성 높은 고아원의 원장 비스크마저, 배덕함과 단정치 못함의 상징인 소녀에게 “타락되고” 말았다니!
희대의 악녀, 사교계에 나타나다, 다.
혹은, 올리브 아가씨는 마녀일지도 모른다.
애첩을 빼앗긴 그로우도 당연히 잠자코 있지는 않겠지. 이것이야말로 지금 시즌, 가장 행방이 신경 쓰이는 연애 게임이다.
초대객들이 전부 떠나고, 혼자가 된 레그너스는 자기 방으로 돌아가 책장에 꽂힌 책을 본다.
레그너스는 책을 좋아한다.
어렸을 때부터, 그다지 몸이 튼튼하지 않았다. 사람을 사귀는 것도 특기가 아니었다. 레그너스가 무언가를 말하면 모두 「이상한 녀석」이라고 깔보는 듯한 눈을 하고 멀어져 간다.
스스로의 무엇이 이상한지 모르겠어서, 일단 책을 읽었다. 어떻게든 사람의 마음의 움직임을 알 것 같았지만, 그래도 결국 다른 생물 같은 느낌이 들어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 때에 만난 것이, 모험 소설이다.
그건 “다름”을 즐길 수 있는 책이었다.
상식 밖의 인물, 본 적 없는 풍습, 그걸 칭찬하는 작품을 읽고 있으면 자신의 존재가 용서받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특히 그로우가 쓴 소설에 푹 빠졌다. 실제로 만나보고,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로우는 정말 여행을 한 것이다.
그리고 그로우 스스로가 “어긋나” 있다.
그리고 그 어긋남을, 정말로 치명적이라고 생각할 정도의 인격 파탄을, 그로우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로우가 여자를 위해 여행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
그래서 레그너스는 「나도 그거 가지고 싶네」라고 말하고, 그로우에게 정신을 잃을 때까지 맞았다. 물론 큰 문제가 되었지만 그로우가 체포되면 신작을 읽을 수 없으므로 여행 기념품을 받는 것으로 용서하기로 했다.
그게 10년 정도 전인가.
그 그로우가, 양녀를 들였다는 소문을 들었다.
새롭게 출간된 소설을 읽고, 토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손에 넣은 것이다, 그로우는. 그토록 갈구했던 것을.
그렇다면 여행은 끝이다.
그로우의 책은 더 이상 읽을 수 없다.
25년 동안, 그로우에게 혹독한 여행을 강요한 여자가 신경 쓰였다.
그로우가 소설 안에서 찬양하고, 갈구하고, 괴로워하고, 발악하고, 유린하던 여자가 신경 쓰였다.
그러니까 초대장을 보냈다.
그리고 나타난 여자를 보고, 굉장히 맥이 빠졌다.
그냥 여자다.
소설에서 봤던 것처럼 유난히 아름다운 것도 아니고, 세련되지 않은 태도는 너무나도 평민이라는 느낌이다.
이런 거라면, 레그너스의 시녀가 밤 상대로서는 더 낫다.
흥미를 잃었다.
그럴 터였다.
다만, 그로우는 딸한테서 결코 눈을 떼지 않았다.
그러니까 그로우의 시선을 쫓았다.
평민만 모아둔 테이블에서 18살 난 계집애는, 고아원의 원장이나 상관의 주인과 마치 대등한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었다.
술렁, 가슴 속에서 위화감이 움직였다.
저런 건, 본 적 없다.
수다를 떠는 김에가 아니라, 나오는 한 접시 한 접시를 소중하게 먹는다. 하나하나 감동하고, 눈물조차 흘리고, 그 모습에 공감하고, 흠칫했다.
공감――?
레그너스는 올해로 42살이 된다.
그 사이에 단 한 번도, 공감이라는 걸 느낀 적이 없다.
식사는 좋아한다.
맛이 좋다는 건 이해할 수 있다.
맛이 좋음을 기뻐하는 사람의 마음도 명확하다.
하지만 식사를 하고 있는 사람의 모습을 보고 공감을 느낀 건 처음이었다.
위화감이 커진다.
무언가 다른 느낌이 든다. 다만, 무엇이 다른지는 잘 모르겠다.
혼자 있는 것을 보고 말을 걸었다.
별로 아름답지도 않은 얼굴, 딱히 지성이 느껴지지도 않는 말.
그리고, 모르는 꽃향기.
좋은 향기였다.
향수인 걸까?
굉장히, 안정되는 느낌이 들었다.
책에 써있는 것과는 전혀 다르다.
책 안의 “꿈의 소녀”는 완벽하지만, 눈앞에 서있는 소녀한테서는 무언가 상당한 일그러짐을 느낀다.
25년 동안이나 잠들어있었는데 성장하지 않은 몸――그것이 일그러짐의 정체인 걸까.
그 일그러짐을 가지고 싶다고 생각했다.
사랑스럽다고 까지 생각했다.
레그너스는 일그러진 것을 좋아했다.
「……가지고 싶네에, 그거」
레그너스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손에 쥔 책을 바닥에 내팽개친다.
짜증이 난다.
그렇게나 일그러지고 사랑스러운 존재를, 그로우는 책 안에서 엉망진창으로 미화했다.
그렇다면 그로우가 쓴 책은 전부 거짓말이다.
한 권, 또 한 권을, 그로우의 책 전부를 바닥에 떨어뜨리고 레그너스는 침대에 쓰러졌다.
입술에 아직, 그녀의 맛이 남아있다.
「조금만 더, 깊이 맛보았어야 했을…… 까……」
레그너스는 탄식한다.
간단하게 손에 넣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레그너스는 느릿느릿 팔을 올려, 베드 사이드에 있는 벨을 울린다.
튀어온 사용인에게,
「파스토르를 불러라. 언제나와 같은 약을 원해」
라고 짧게 명했다.
'眠り姫の憂鬱とかつて子供だった護り人たち 번역'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잠자는 공주의 우울과 한때 아이였던 보호자들」 41화 죄와 용서의 천칭 뿐 (0) | 2021.02.18 |
---|---|
「잠자는 공주의 우울과 한때 아이였던 보호자들」 40화 과거의 미래가 지금이라고 한다면 (0) | 2021.02.05 |
「잠자는 공주의 우울과 한때 아이였던 보호자들」 38화 사거리 끝은 모두 벼랑 (0) | 2021.02.05 |
「잠자는 공주의 우울과 한때 아이였던 보호자들」 37화 “미식가” 레그너스의 만찬회 (0) | 2021.02.05 |
「잠자는 공주의 우울과 한때 아이였던 보호자들」 36화 파티 타임에 태풍의 기미 (0) | 2021.02.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