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도를 아십니까
「잠자는 공주의 우울과 한때 아이였던 보호자들」 35화 그것에 입맞춤할 만한 가치는 없다 본문
원문 링크 : https://novel18.syosetu.com/n7091gi/36/
それに口づけほどの価値はない
짧게 자른 머리카락.
목닫이 블라우스.
푸른 스카프에,
검은 바지.
나는 거울 앞에 선다.
17살이었을 때보다, 내 몸은 아주 조금 어른스러워졌다.
레이나씨는 「또 어른스러워지셨네요」라고 나를 칭찬하지만, 나는 뭔가 스스로의 몸의 성장이 무섭게 느껴진다.
일본 병원에서 눈을 떴을 때, 나는 그런 식으로 느끼지 않았다.
내 성장을 기뻐해주는 양친이 있었다.
집 안은 나에게 있어서 완전히 안전한 공간으로, 나는 안심하고 아이로 있을 수 있었다.
하지만, 여기는.
이 집은――
「……야한 몸」
나는 거울에 비치는 자신에게 닿는다.
이 몸을, 그로우는 어떻게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걸까.
레이나씨가 말한 대로, 바지는 몸의 선이 나온다.
역시 치마쪽이 나은 걸까.
나는 한숨을 내쉬며 거울에 이마를 댄다.
「아가씨! 식사 준비가 끝났어요」
레이나씨에게 불려 나는 움찔한다.
어제, 그로우와 키스한 뒤, 나는 계속 우울한 상태다.
저녁도 반 밖에 먹지 못해서, 지금도 그다지 식욕이 나지 않는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다지 그로우와 얼굴을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그로우에게 입술을 허락하지 않았다. 허락하지 않았는데 그로우가 힘으로 나한테서 빼앗은 거다.
그 때, 결정적으로 무언가가 바뀐 것처럼 느껴진다.
나는 천천히 방을 나선다.
「레이나씨…… 뭔가 상태가 나쁜 것 같아. 방으로 가지고 와줄래?」
「어머 이런, 약도 함께 가지고 갈까요?」
「으응. 괜찮아. ――그로우는 어때?」
「주인님은 평소와 같은 느낌이십니다만…… 저, 어제는 감사했습니다. 덕분에 해고당하지 않을 수 있어서……」
「그건 전면적으로 그로우가 나쁜 거니까」
「저는 그저 시녀일 뿐이니까 주인님의 심기를 건드리면, 그야 해고당하는 게 당연하니까요……」
그리고 레이나씨의 얼굴이 살짝 어두워진다.
주의 깊게 주위를 살피고, 재빨리 내 방으로 들어온다.
「레이나씨?」
「아가씨, 주인님이 쓰신 책, 읽지 않으셨죠?」
「에…… 응. 뭔가 무서워서」
「주인님과 아가씨는…… 즉, 그런 관계라는……?」
나는 붕붕 고개를 좌우로 흔든다.
나와 그로우가 잤는지 아닌지에 대한 질문이다, 이건.
비스크도 「그딴 책」이라고 말했지만, 정말 뭘 쓴 거야, 그로우는.
「그건 그로우가 상상해서 쓴 이야기고…… 확실히 내가 모델이긴 하지만……」
「그저 모델이라는 느낌이 아니에요, 아가씨. 저는 두 분이 남몰래 사랑하는 사이인 줄 알아서 감동했던 것이지, 아가씨에게 그런 감정이 없다면 그런 거 기분 나쁜 망상 소설 말곤 아무것도 아니잖아요……!」
「그, 그렇게 심해……?」
「책의 3분의 1은 연심, 3분의 2는 채워지지 않은 욕망의 발로, 남은 부분은 일그러진 욕망을 때려 넣은 정사 장면이라는 느낌입니다」
「왜 그런 책이 팔린 거야……!?」
「엄청나게 야했기 때문이라구요……! 사교계에서는 확실히 아가씨를 주인님의 여자라는 눈으로 보고 있습니다. 늙은 양아버지가 재산을 주기 위해서 젊은 연인을 양녀로 삼는 건 흔치 않은 이야기도 아니니까요」
나는 두 눈을 살짝 손바닥으로 덮는다.
비스크가 화내는 게 당연하다. 즉 그로우가 쓴 것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그린 비련 소설」이 아니라 「연하 소녀와의 정사 장면을 미사여구로 꾸며낸 관능 소설」이다.
신사숙녀에게 있어서는 모험 소설가 그로우가 쓴 비련 소설이라는 핑계를 마음껏 이용해 외설 도서를 마음껏 즐기고 있는 셈이다.
「주인님이 이 책을 내신 뒤부터 연하인 연인을 두려고 하는 귀족이 부쩍 늘었을 정도이니까요. 연상 아저씨에게 몸과 마음 모두 질척질척하게 녹여지고 싶다고 생각하는 파격적인 사상을 가진 분도 적지 않고…… 예를 들어 저라던가」
「에……? 레이나씨 진심으로 그로우를 좋아하는 거야……?」
「좋아한다던가 그런 게 아니라구요, 동경입니다……! 뭔가, 환상적인 분위기가 있어요, 주인님이 쓰시는 책에는……!」
「뭐어, 꿈과 현실의 구별이 애매한 사람이니까……」
「하지만 지금은 달라요. 아가씨가 걱정됩니다. 저도 요리사도 통근하는 사용인이기에, 밤이 되면 여기에는 아가씨와 주인님 단둘인 거고――」
끼익.
계단이 삐걱이는 소리가 나, 나와 레이나씨는 입을 다물고 얼굴을 마주본다.
나는 서둘러 스카프를 풀고, 레이나씨에게 다시 묶어달라는 듯이 손짓으로 지시한다. 레이나씨는 금방 알아들어, 내 스카프에 손을 댄다.
그러는 동시에, 노크 소리.
「아직 옷 갈아입고 있어! 그로우, 먼저 먹어」
「계란 요리 방법을 확인해두어도 되나?」
그로우는 거침없이 문을 연다.
내 스카프를 묶고 있는 레이나씨와 나를 차례대로 본다.
「그게 아니면, 아직 더 걸릴 것 같은가? 우리 공주」
「으응. 스카프만 매면 끝나니까. 계란은 오믈렛이 좋아. 치즈 넣은 거」
「주방에 전하도록 하지――」
문득, 그로우가 움직임을 멈춘다.
그 눈이, 지긋이 어떤 한 점을 응시하고 있다.
내 침대의 헤드보드다.
어제 그로우가 악력으로 부순 광기의 잔재라고 해도 좋다.
「……올리」
「왜?」
「나는…… 어제…… 당신에게…… 뭘 한 거지……?」
「――에?」
그로우가 얼굴빛을 잃는다.
내가 대답하지 않는 틈에, 그로우는 거친 발소리를 내며 방에서 뛰쳐나간다.
나는 레이나씨와 얼굴을 마주본다.
「뭔가요, 지금?」
「에? 모르겠어……」
나와 레이나씨는 함께 그로우를 쫓아간다.
그로우는 식당이 아닌 서재에 가서 책상 속 일기장을 꺼낸다.
「그로우?」
「써있어……」
「에?」
「바보 같은…… 그, 건…… 꿈이…… 나는……」
이렇게 동요하는 그로우는 처음 본다.
그로우는 나에게 성큼성큼 다가와 무릎을 꿇고 내 양손을 잡는다.
「용서해줘, 올리……! 나는…… 그런 짓을 할 생각이……!」
「꾸…… 꿈이었다고 생각한 거야? 에……? 자, 잠깐만.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모르겠어…… 다만…… 아마…… 당신이 비스크와 키스를 했다고 이야기했을 때부터…… 현실감을 잃었다…… 그래서…… 고통으로 제정신으로…… 돌아온 거라고 생각해……」
그런가.
꿈과 현실을 헷갈리고 있는 거라면, 그리고 그로우가 그 증상을 자각하고 복약까지 하고 있다면.
현실을 꿈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는 건가.
그리고 어제, 그로우는 자신이 꿈 속에 있었던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나한테 그런 식으로 억지로.
「이런 일은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맹세할게. 미안해…… 제어가 안 돼서…… 이런…… 무서웠지, 올리」
「괘…… 괜찮아, 그로우. 키스뿐이었으니까…… 그렇게 무섭지 않았어」
「……정말로?」
「응」
「용서해…… 주는 건가?」
「응」
그로우는 일어나 내 몸을 끌어안는다.
고마워, 라고 속삭이는 목소리에 힘이 없다.
아마 그로우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자주 현실과 꿈 사이를 어슬렁거리는 것 같다.
「약은 아직 있어?」
「아아…… 괜찮다. 제대로 먹고 있어」
「그거 안 먹으면 그로우는 어떻게 되는 거야?」
「파스토르가 말한 바로는…… 아무래도, 상궤를 벗어나는 것 같다」
「엄청 무섭네」
「나도야, 올리. 그러니까 빼먹지 않고 먹고 있어」
나는 토닥토닥 그로우의 등을 쓰다듬는다.
긴장해서 굳은 그로우의 몸에서 조금 힘이 빠져, 우리들은 나란히 식탁에 앉는다.
치즈가 들어간 오믈렛은 농후하고, 반숙의 중심은 걸쭉하다. 바삭바삭한 빵에 올려 소금을 뿌려 먹는다.
아까까지는 그로우의 얼굴을 보고 식사를 하는 것이 우울하다고 생각했는데, 이상하게도 지금은 그렇지도 않다.
이런 때에, 나는 파스토르의 말을 떠올린다.
내가 가지고 있는 불치병은 「연민」과 「자기희생」이다.
응? 그러고보니 파스토르는――
「그로우의 주치의는 파스토르였지」
「아아, 그렇지」
「1년 정도 혼수 상태였을 때부터 계속 그런 거야?」
「아아」
「약도 파스토르가 만든 거지」
「그렇다고 생각한다만……」
「그럼 지금 먹고 있는 약은? 파스토르는 행방불명이 되었다고 비스크가 말했는데」
「아아…… 그건 병원에 의뢰해서 같은 걸 정기적으로 받고 있어. 주치의가 없어졌지만 성분만 안다면 약은 만들 수 있어」
「과연」
1년 이상 함께 지내고 있는데 의외로 모르는 게 많구나아.
「파스토르, 어디로 간 걸까」
「걱정되나?」
「그야 나, 파스토르의 목을 찔렀는 걸?」
「그건 걱정되는군」
그로우는 보랏빛의 과일을 갉아먹으며 키득키득 웃는다.
응, 평소대로의 그로우다.
이러면 괜찮다고 생각한다.
레이나씨가 불안하다는 듯이 나를 보고 있지만, 이런 느낌으로 1년 정도 지내왔다.
내가 비스크의 이름을 꺼내고, 필요 이상으로 그로우를 흔든 것이 어제의 키스의 원인이라면 지금부터는 더 잘 해낼 수 있다.
「있지, 아까 일기 봤잖아, 그건 뭐야?」
「이전부터 여행을 하는 도중에 이것저것 적어두게 되었어. 하지만 “이렇게” 되고 나서는, 의식적으로 매일 반드시 일기를 쓰고 있어. 일기에 쓰여있는 것은 현실에서 일어난 것. 쓰여 있지 않다면 꿈에서 일어난 일――뭐, 이것도 파스토르의 치료 방침이다만, 헤맬 때에 확신을 가질 수 있는 지침이 있는 건 솔직히 도움이 돼」
「우수한 의사 선생님이었네」
「의사로서는 말이지」
그렇네, 내 기억을 엉망진창으로 만들거나, 하란을 감금하고 학대하지 않았다면 순전히 우수한 의사 선생님이었겠지만 말이야.
어디에서 잔학한 사건이라도 일으켜 투옥된 건 아닐까 굉장히 걱정 된다……
식후, 나는 레이나씨가 식탁까지 가지고 와준 신문을 끌어당긴다. 이 1년 사이, 그다지 밖에 나가지 않는 생활을 보내온 나에게 있어 신문은 바깥 세계를 알기 위한 중요한 도구다.
1면 기사에는 큰 사건이 실린다. 사고라던가 강도라던가 살인이라던가 그런 녀석.
하지만 오늘의 1면 기사는 사교 시즌 화려한 귀족의 이런저런 일이 실려 있는 느낌이라 나는 그다지 흥미가 없다.
덥석 넘긴다. 2면 기사. 어딘가의 회사가 도산했다나 뭐라나. 우와, 하란의 상관의 기사가 있다. 마르스씨랑 하란의 사진이 실려있다. 다행이다, 마르스씨 건강한 것 같다.
3면 기사. “구두 직인이 기계에 끼어 부상 취중 작업인가”.
「――응?」
나는 신문을 읽는 손을 멈춘다.
직인의 얼굴이 실려 있다. ――언제나, 내 구두를 만들어주는 직인이다.
나는 그로우를 본다.
그로우는 오늘 아침 도착한 편지의 수신인명을 확인하고 있다. 내 시선을 눈치 채고, 그로우는 얼굴을 든다.
「왜 그래, 우리 공주」
「……그, 구두 장인이」
「구두 장인?」
「내 구두 만들어 주던…… 다쳤다고……」
「그런가…… 뭐어, 문제없어. 마침 직인을 바꾸려고 생각하던 참이다」
놀라지도 않는다.
나는 꿀꺽하고 침을 삼킨다.
「아…… 안됐다고 생각하지 않아?」
「상냥하네, 우리 공주는」
온화한 미소.
나는 신문을 덮는다.
「그로우」
「응?」
「어제 일기…… 뭐라고 써 있었어? 나랑 키스했다는 것 뿐?」
그로우는 가볍게 눈을 깜빡인다.
신문과, 나를 번갈아 본다.
그리고, 집게손가락을 입술로 가져가,
「쉿」
하고 소년처럼,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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