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도를 아십니까
「잠자는 공주의 우울과 한때 아이였던 보호자들」 7화 "울보" 하란과 겨울 시장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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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泣き虫”ハーランと冬の市場
비스크는 집무실의 의자에 느긋하게 앉아, 책상 너머의 나를 바라보고 있다.
내가 무언가를 말하는 것을 기다리듯이, 길고 긴 침묵이 집무실을 채우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아무말도 하지 않은 채, 방에 들어왔을 때 그대로 우두커니 서 있었다.
작게 한숨을 쉬고, 비스크는 가볍게 안경을 벗는다.
곧 다시 쓰고는 다시 나에게 시선을 향한다.
거북하네에.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부터 아이를 혼내겠습니다 라는 어른의 동작이다.
「그래서, 올리. 밤중에 혼자 도서실에 있었다는 것 같군요」
「혼자서 느긋하게 도감을 보고 싶어서…… 낮에는 방에서 나가면 직원분이나 비스크한테 혼나니까」
「도감이 필요하다고 말해주면 방에 가져다 줄 텐데…… 어째서 그런, 살금살금 숨기는 듯한 짓을 한 건가요?」
「그ー러니까…… 도서실이 좋으니까?」
끽.
의자가 삐걱이는 소리.
비스크는 말을 듣지 않는 아이를 앞에 둔 것처럼 살며시 눈가를 비볐다.
「올리…… 저는 심술을 부리고 있는 게 아니에요. 적어도 1달 정도는 몸의 상태를 보고, 평범한 생활으로 돌아가는 건 그때부터도 늦지 않잖아요?」
「걱정하는 건 알지만, 상태가 나쁜 것도 아닌데 1달이나 방에서 나가면 안 된다니, 너무 지나쳐, 비스크」
「나가면 안 된다고 하진 않았습니다. 혼자서 돌아다니는 건 안 된다고 말하고 있는 겁니다」
「그럼 손님을 부르는 건 괜찮아?」
「손님?」
「그로우가 나를 깨워줬다고 말했어. 나, 감사를 하고 싶어. 그리고 왕진 선생님이 그러셨는데 파스토르가 계속 나를 봐줬대」
다시 침묵.
탐색하는 듯한 눈빛이 안경 너머 나의 전신을 파고든다.
아이였을 때도 그렇지만, 비스크는 놀랄 정도로 신중하다. 비스크는 솔직하고 쾌할한 듯 보이지만 언제나 상대를 관찰한다.
경계심이 강한 거다. 암살당할 뻔해서 고아원에 들어온 거니까 무리도 아니다.
나는 무심코 쓴웃음을 짓는다.
「왜 웃는 겁니까?」
「비스크가 10살 때 고아원에 들어왔을 때도 그런 눈으로 나를 봤으니까」
문득 비스크의 표정이 부드러워진다.
느긋하게 의자 등받이에 체중을 기댄 채 「그립네요」라며 눈을 내리깐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당신은 계속 시설의 인기인이었어요. 언제나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있었고, 누구도 소외시키지 않았다. 도서실 유령 “음침” 파스토르조차 당신에게는 경계심을 풀었어」
「파스토르랑은 우연히 공통점이 있었으니까…… 내가 특별히 뭔가를 한 게 아니라 그 아이가 나를 선택해준 것 뿐」
「그래…… 당신은 언제나 “선택받았다”. 당신 자신은 그 누구도 고르지 않았어. 미웠어요, 어째서 나를 선택해주지 않는 건지…… 그렇게 필사적으로 꼬리를 치고 있었는데 말이지」
삐걱.
의자가 소리를 내고, 비스크가 일어섰다.
그리고 얼마 전과 같이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이건 아마도 장신인 비스크가 아이들에게 위압감을 주지 않으려고 하는 배려일지도 모른다.
「올리. 도서실에서 누구랑 이야기하고 있었나요?」
「책을 읽고 있었는데 목소리로 나온 것뿐이야. 누구와도 이야기하지 않았어」
거짓말은 태연하게 입에서 튀어나온다.
비스크가 살짝 내 손을 잡았다.
까칠까칠한 남성의 피부가, 내 손등을 어루만지는 감촉이 섬칫하다.
간질이듯이, 진정되지 않는 듯한, 답답한 듯한――
「그런가요――그럼, 올리가 보고 있던 도감에는 “당신을 데리러 왔다”라는 대사가 실려있던 거군요」
나는 순간적으로 비스크와 거리를 두려고 했다.
하지만 비스크가 내 손을 잡은 채로 놓지 않는다. 비스크가 일어서, 그의 가슴 정도까지 밖에 닿지 않는 내 시야는 비스크의 몸에 거의 가려진다.
당황해하며 올려다본 비스크의 표정은, 어디까지나 온화하고 상냥하고 “고아원의 원장”이다.
「엿듣고 있었어……?」
「아이를 지키는 것도 일이라고 말했잖아요? 밤중에 어른이 순찰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나요? 도서실에서 불빛이 새어나와도 누군가에게 들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 건가요」
「그, 건……」
「너무 경계심이 없어요, 올리. 마치 어린아이 같잖아요. “꿈 속”에서 살아온 25년은, 당신에게 경계심을 심어주지 않았나요?」
비스크의 손이, 내 뺨을 살살 쓰다듬는다.
그 손이 목덜미를 따라서 등으로 미끄러져, 내 허리를 끌어안는다.
밀착한 상태에서 완전히 몸을 숙인 비스크가, 귓가에서 속삭인다.
「두려워하지 마, 올리. “아이의 장난”으로 혼낼 정도로 저는 아이가 아니에요. 그로우가 당신을 데려간다고 해도, 당신이 그걸 거절했다. 저는 기뻤습니다. 당신은 그로우를 선택하지 않았다. ――하지만」
「귀, 귓가에서 말하지 마……! 간지러워, 비스크……!」
「여기에서 나가야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건…… 조금, 상처받았습니다. 화내는 건가요? 당신을 무섭게 한 것에 대해. 화해하자고 한 건 거짓말이었어?」
「우, 아…… 비스크, 잠깐…… 싫어, 정말로……」
입술의 감촉이, 귀에 닿는다.
뜨겁고 질척한 혀끝이 귓불을 덧그린다.
나는 비스크의 팔에서 도망치려고 몸부림쳤다. 하지만 구속은 조금도 풀리지 않는다.
「하지 마……! 하지 말아주세요, 원장 선생님……!」
달리 말이 생각나지 않아, 나는 외쳤다.
비스크가 움찔하고 몸을 굳히며,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나를 돌아본다. 천천히 구속이 풀리자, 나는 비스크를 밀치듯이 팔에서 벗어난다.
「올리…… 아니에요, 저는 그저……」
「……내 탓?」
이전에 하지 못한 질문을, 나는 입밖으로 뱉었다.
고아원의 원장으로서, 비스크는 완벽했다.
아이들에게 물어봐도, 어느 직원에게 물어봐도, 원장 선생님은 근사한 사람이라고 대답한다. 모두 비스크를 사랑하고 있다.
그런데도――
「나 때문에 “그렇게” 되어버린다면, 나는 여기에 있을 수 없어. 잠들어있던 나를 소중하게 대해주었던 건 정말 감사하고 있어. 하지만 내가 깨어나서 자유롭게 행동하는 걸 두고 볼 수 없는 거라면……」
「올리……!」
나는 집무실을 뛰쳐나갔다.
그대로 고아원을 뛰쳐나가, 25년동안 완전히 모습이 변한 마을을 뛰어다닌다.
내가 모르는 거리가 잔뜩 있다.
내가 모르는 건물 투성이다.
내가 모르는 마을같다.
잔뜩 달리고, 지쳐서 멈추어섰던 건――그곳만큼은 바뀌지 않은, 마을 중심에 있는 “꽃의 광장”.
지면을 덮은 낡은 돌길과 언제나 물이 쏟아지던 부서진 분수와, 형형색색의 포장마차와 기세 좋은 상인의 외침 소리.
나는 그 곳에 웅크리고 앉았다.
아직 비스크의 체온이 몸을 감싸고 있는 듯했다. 귀에 닿은 입술의 감촉, 고막을 간질이는 한숨――목소리.
그것들이 아직 나를 몸 안쪽에서부터 갈기갈기 찢어낸다.
무서워.
14살의 소년에게 순수하고 옅은 연심을 받았던 때와는 달리, 힘을 가진 남성의 비뚤어지고 만 집착이――그 아이를 비뚤어지게 만들었다는 사실이.
――인형놀이에 심취해있어.
그로우가 말한 그 말의 의미는.
그로우가 말하는 것을 주저한, “인형놀이”의 진짜 의미는.
「어이, 아가씨, 그런 곳에 앉아있지 마, 위험하다고」
갑작스럽게 등 바로 뒤에서 겨드랑이에 팔이 집어넣어져 억지로 일으켜 세워졌다.
「아, 죄송합니다……!」
「남자친구한테 차이기라도 했어? 울려고 하는 거라면 조금 더 조용한 장소를 골라. 이 근처는 납치범이 나오기도 하니까 말이야」
「우아……!」
나를 일으켜세운 사람의 얼굴을 보고, 나는 무심코 소리를 올렸다.
문신이다.
얼굴의 오른쪽 절반부터 가슴까지, 어깨에서 손가락 끝까지, 빽빽하게 문신으로 채워져 있다.
즉 그 정도의 문신이 전부 보일 정도로 얇은 옷이다. 숨이 하얘질 정도의 겨울인데, 춥지 않은 건가, 이 사람은.
확실히 광장에는 사람도 말도 가축도 잔뜩 모여있으니까 교외보다는 훨씬 따뜻하지만.
내가 눈을 동그랗게 하자, 문신을 한 사람은 히죽 웃었다.
「오? 뭐야, 놀란 거야? 좋네, 최근에는 마을 녀석들도 익숙해져서 이걸 봐도 전혀 놀라지 않는단 말이지」
남자는 자랑스레 가슴 주변을 툭툭 쳤다.
겨우 목에 걸고 있던 스카프를 풀어 내 눈물을 닦곤 그대로 스카프를 내 목에 매준다.
따뜻하다. ――그러고보니, 나도 실내복 그대로 뛰쳐나오고 말았구나. 눈치를 채면 남말을 할 처지가 아닐 정도로 얇은 옷에, 꽤 춥다.
「줄게, 그 스카프」
「아, 그치만……」
「됐어, 남은 상품이야」
남은 상품, 이라고 내가 반복한다.
그런가, 이 사람은 상인인가.
여자처럼 전신을 보석 장식품으로 치장한 건 그런 이유겠지. 부를 과시해야 한다, 상인은.
즉 문신은 장사 상대에게 얕보이지 않기 위해서인가.
30대 중반 정도겠지만 문신이 없었다면 「사람 좋아보이는 오빠」라는 느낌으로밖에 보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어이어이, 뭐야, 멍하니. 조금은 기뻐해. 울 정도로 나쁜 일이 있었던 날에는 웃을 정도 좋은 일이 있어야지! 자, 웃어, 웃어」
「아우우…… 아하, 아하」
쭉쭉하고 억지로 뺨을 늘려, 나는 어눌한 목소리가 나온다.
그러고보니 비스크에게 만져진 무서움이 희박해졌다.
「……감사합니다」
「아아. 아가씨 미인이고 말이야. 좀 더 좋은 남자를 찾을 수 있을 거라니까」
「그다지 남자친구랑 싸운 건……」
「대자앙! 하란 대장! 일하는 중에 여자랑 노닥거리지 말라구요! 제대로 일 해주세요!」
「시끄럽네ー 시장의 치안을 유지하고 있는 거야! 여자아이가 울면 운이 나빠진다고, 운이!」
고함치며 남자는 옆에 있던 짐을 안아올렸다.
나를 일으키기 위해서 양손 가득 들었던 짐을 잠시 바닥에 둔 것 같다.
――응?
어라?
어라어라어라?
나는 다시 한 번, 물끄러미 문신을 한 남자를 본다.
부드러운 갈색 머리카락에, 호수처럼 맑은 눈동자.
우는 얼굴이 상상되지 않을 정도로, 바보같을 정도로 밝은 미소.
「……하란?」
「응?」
대답을 했다.
그럼, 이 사람의 이름은 하란이다.
응, 아까도 하란 대장이라고 불렸고.
그치만, 그렇다는 건, 설마, 이 사람은.
「――“울보” 하란?」
우르르.
하란의 손에서 방금 들어올린 짐이 떨어진다.
「아ー…… 그러니까, 설마 “닮은 사람”인 거 아니야?」
「그러니까…… 아마도 아닐 걸?」
「오랫동안 잤어?」
「뭐, 꽤」
헤헤하고 하란이 웃는다.
「――왜?」
「에, 뭐가?」
「언제 깬 거야, 올리」
우와아, 웃으면서 격노하고 있어.
아마 나한테 화내는 건 아니겠지만.
설마, 혹시.
하란, 소외당하고 있는 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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