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도를 아십니까
「잠자는 공주의 우울과 한때 아이였던 보호자들」 95화 안개가 걷힌 날 본문
원본 링크 : https://novel18.syosetu.com/n7091gi/99/
霧が晴れた日
그날 밤, 나와 그로우는 하나의 침대에 나란히 누워 손을 잡은 채 잠에 들었다.
나와 그로우의 숨소리가 겹쳐지고, 꿈속에서 눈을 뜨자 그곳은 온통 엉겅퀴 밭――즉 내 꿈속이었다.
「어서 와. 내 꿈에」
비밀 기지에 초대하기라도 한 것 같아 조금 민망하다.
그로우는 흥미롭다는 듯이 엉겅퀴 받을 둘러보고 푸른 하늘을 덮은 큰 나무를 올려다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건……이스쿰에 있던 큰 나무인가?」
「으ー응. 그럴지도. 가끔 내가 있던 세계에 존재하는 꽃이 피기도 하니까 내 기분에 따라 바뀌는 걸지도」
「이 가시투성이인 꽃은? 처음 본다만」
「이것도 내가 있던 세계의 꽃. 엉겅퀴라고 해」
그로우는 엉겅퀴 밭에 한쪽 무릎을 꿇고, 손끝으로 엉겅퀴를 살짝 만진다.
고통을 확인하려는 듯이 조심스럽게 가시를 더듬는다.
가시가 그로우의 손가락을 찌르자 피가 맺힌다.
그로우는 그 피를 핥으며 일어선다.
「피투성이인 나의 꿈과는 상당히 다르군」
「내가 그런 꿈을 꾸는 게 더 싫잖아」
「틀린 말은 아니야」
나는 활달하게 웃는 그로우를 급조한 정자로 이끌었다.
기둥과 지붕만으로 구성된 작은 공간의 중앙에는 테이블 세트와 차가 있다.
그로우는 얌전히 따라, 내가 준비한 티세트를 입에 댄다.
「얼그레이. 내 세계의 홍차야」
「과연……? 다만……맛이 나지 않는군」
「에? 그래?」
「아아, 향도 느껴지지 않아」
「나는 느껴지는데 말이지……」
「나도 내 꿈속에서는 전부를 선열하게 느낀다만……」
「잘 알고 있는 거랑 모르는 것의 차이일지도. 내가 그로우의 꿈속에 들어갔을 때는 피비린내가 진동했으니까」
「과연…… 확실히, 꽃 향기도 안 나는군. 흙과 풀의 냄새는 알겠다만……」
「그게 느껴진다면 이미 현실과 꿈의 경계선을 잃었다는 증거일지도」
그로우는 안심한 듯 미소짓는다.
「다행이다. 그렇다면, 나는 생각했던 것보다 제정신인 걸지도 몰라」
「그로우는 기본적으로 제정신이라고 생각해. 사람을 때리고 있을 때 이외에는」
「고아원의 쓰레기들이랑 비교해서잖아?」
「내 아이들에 대해서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
「“내” 아이들……인가. 당신은 언제나 그렇게 말하는군」
그로우는 맛도 향도 느껴지지 않는 홍차를 우아하게 기울인다.
그림이 되는 사람이지만 내 엉겅퀴 밭에 있는 걸 보니 더더욱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아 마치 모조품 같다.
「당신의 아이들이 아닌 나도 언젠가는 당신에게 있어서 무언가가 될 수 있을까」
「아버님이라던가?」
「나름대로 흉내내긴 했지만,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욕망에 져 당신을 안았으니 두 번 다신 아버지라고 할 순 없어」
「으ー응. 그럴지도. 그럼 지금은 신뢰할 수 있는 기사라던가, 직장 동료라는 느낌일까」
바늘 끝으로 긁는 듯한, 따끔한 통증이 심장을 간질인다.
이건 그로우의 마음의 고통인가.
그로우의 표정은 조금도 무너지지 않았지만, 꿈속에서는 이런 식으로 그로우를 상처 입혔다는 것을 알게 되고 만다.
그리고 그로우도 내가 그로우의 마음의 변화를 알아챘다는 것을 알게 되고 만다.
「역시 귀찮구나. 꿈속은」
「방금 질문, 그로우는 어떻게 대답해줬으면 했던 거야……?」
「나도 그에 답할 수 있으면 좋겠다만, 나도 모르겠군」
「나랑 어떻게 되고 싶은 건지를 모르겠다는 거야……?」
「아마도 나는 과거를 질투하고 있는 거다. 당신과, 당신의 아이들 사이에 있는 것을. 내가 앞으로 얼마나 쌓아올리더라도 손에 넣을 수 없는 과거의 인연이라는 것을」
「어떤 대답을 해도 정답이 아니었다는 건가」
「별 수 없는 일이다. 본론으로 돌아가지」
「본론?」
「마른 계곡의 마물」
아아 그런가. 그러고보니 내 꿈에서 사라진 마른 계곡의 마물――즉 레그너스씨가, 이 꿈의 밀회의 계기였던가.
나는 엉겅퀴 밭을 둘러본다.
「역시 없는 것 같아」
「찾을 순 없는 건가?」
「연결이 없으니까 말이지」
또 올빼미씨 같은 말을 해버렸다.
그로우는 이상하다는 듯이 고개를 기울인다.
「그러니까ー, 으ー음…… 쇠사슬이…… 있어서…… 사람과 사람의 연 같은 걸 가리키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 쇠사슬은 어떻게 꺼내는 걸까?
언제나 올빼미씨가 꺼내주니까 스스로 꺼내려고 해도 꺼낼 수 없다.
「요전에 당신은 내 꿈에 왔었지」
「그것도 올빼미씨가 데리고 간 건데…… 나랑 그로우에게도 연결이 있으니까 쉽게 들어갔던 걸지도」
「나와의 사이에도 존재하는 연결이, 마른 계곡의 마물과는 없다……고?」
「연결될 수 없다, 고 했으니까…… 더 이상 “사람”이 아닌 올빼미씨는 연결을 가질 수 없는 걸지도」
「하지만, 그건 레그너스잖아?」
「레그너스씨“였던 것”이 아닐까, 정확히는……」
「잘 모르겠군」
「응…… 그러니까 슬슬 깨울까 싶어서」
「……깨운다?」
「응」
「레그너스를?」
「응」
갑자기 엉겅퀴 밭에 거센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지붕이 있는 정자가 아니었다면 홀딱 젖었을 것이다.
「굉장하네, 그로우가 불쾌해지면 비가 내리는구나」
「불쾌해진 건 아니다만……」
그로우는 한숨을 내쉬곤 깊은 숨을 들이마신다.
몇 초 동안 마음을 진정시키려는 듯이 침묵하자, 비가 그치고 안개가 낀다.
「안개 꼈다」
「과연, 당신의 꿈에서 마음을 완전히 숨기는 건 어려운 것 같다」
그로우가 가볍게 웃자, 태양빛이 비춰진다.
안개 속에 무지개가 걸려, 환상적인 풍경이 된다.
「역시 반대야?」
「그렇군…… 깨운다고 해서 무언가를 얻을 수 있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어. 게다가 만약 마른 계곡의 마물이 레그너스의 최종 형태라면…… 레그너스를 깨우면 마른 계곡의 마물은 태어나지 않는 것이 되잖아?」
「으ー응…… 하지만, “잔뜩 있으니까” 말이지」
레그너스의 꿈속에는 올빼미씨가 잔뜩 있었다.
그리고 레그너스씨는 그걸 「개념」이라고 불렀다.
무엇보다 그건, 어쩌면――.
「“우리들”의 레그너스씨를 깨워도 “어딘가의” 레그너스씨가 마른 계곡의 마물이 될지도……?」
진중하게 말을 골라 살짝 보인 가능성에, 그로우는 표정을 굳힌다.
내 마음에 슬며시 다가오는 감정은 불안과 공포――동일성의 상실.
나는 그로우의 손을 잡는다.
그로우가 거의 반사적으로 내 손을 붙잡는다.――매달리듯이.
「그로우, 괜찮아? 슬슬 일어나는 게 좋을지도」
「아니, 아직이다」
「하지만……」
「꿈이라고 자각한 꿈을, 현실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로우는 내 손을 잡은 채 떨리는 목소리로 쥐어짜내듯이 속삭인다.
「나도…… 나만이…… 아닌 건가……?」
금이 간다.
위험하다고 생각해 나는 벌떡 일어나 그로우의 팔을 잡아당긴다.
순순히 일어난 그로우의 머리를 감싸 안고 있는 힘껏 끌어안는다.
그로우가 조각나지 않도록.
「괜찮아, 그로우. 괜찮아. 꿈은 그냥 꿈이니까」
「하지만…… 내 꿈이, “어딘가의 나”의 현실이라면, 나는 꿈에서, 꿈, 속에서…… 당신을……ㅅ」
「으응. 그런 게 아니야. “그냥 꿈”도 있어. 의미도 모르겠고, 엉망진창이고, 하늘을 헤엄치는 류의 꿈. 보통은 그런 꿈을 꾸고, 그로우가 꾸는 것도 그런 꿈이고」
「하지만 “이것”은? 이 꿈은 뭐지? 나와 당신은 꿈에서 깨어났을 때 이곳에서 했던 대화를 현실의 것으로 기억하고 있잖아? 그렇다면 이 꿈은 현실이고……」
그로우는 내 허리에 팔을 두르고, 팔에 힘을 준다.
그로우의 안에서 점점 공포가 커진다.
꿈속에서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나를 상처 입히고, 괴롭게 하고, 목숨조차 빼앗았던 그로우가 그 꿈의 현실성을 깨닫고 만다.
그리고 나는 실제로 며칠 전, 꿈속에서 그로우에게 살해당할 뻔했다.
그때, 꿈속에서 나를 죽여버렸다면 어떻게 됐을까――그런 상상을 하고, 그로우는 제정신을 잃어간다.
「이것도 꿈이야, 그로우」
나는 칼을 손에 쥔다.
그 칼을 살짝 그로우가 쥐게 한다.
아연실색한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보는 그로우의 얼굴을 창백하고, 긴장으로 동공이 벌어진 눈동자에는 이 상황과는 어울리지 않는 미소를 지은 내가 비추어진다.
내가 그로우의 공포를 알 수 있듯이, 그로우는 내 마음의 평정심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내가 그로우에게 칼을 쥐어준 의미도.
「……할 수 없어」
「그냥 꿈이야, 그로우」
「무리야……!」
「하지만 꿈에서는 항상 했었잖아?」
「그때, 당신은 거부했다. 꿈속에서의 고통과 죽음을 거절했다. 그냥 꿈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잖아?」
나는 그로우의 뺨을 쓰다듬는다.
이마와 이마를 맞대고, 겁에 질린 그로우의 입술에 입술을 겹친다.
혀는 섞지 않은 채 바로 떨어져, 아이에게 하듯이 코와 이마에 키스를 한다.
「올리……?」
「자, 그로우는 제대로 알고 있어. “평소와 같은 꿈”과“그렇지 않은 꿈”이 있다고, 그 누구에게도 아무것도 설명할 수 없었는데 그로우만은 그때 제대로 알아줬어」
「그렇, 지만…… 이 다음에도 알아챌 수 있을지……」
「알아채지 못해도 괜찮아. 내가 제대로 이게 꿈이라고 알고 있으니까. ――얼른」
나는 구두를 벗고, 엉겅퀴 밭에 달려간다.
내가 밟은 가시투성이인 엉겅퀴는 부드러워서, 내 발을 상처입히지 않는다.
「이리와, 그로우. 구두를 벗어」
잠시 엉겅퀴 밭에 서있는 나를 멍하니 보고 있던 그로우는 착하게도 부츠의 끈을 풀고 맨발이 되어 조심스럽게 엉겅퀴 밭을 밟는다.
엉겅퀴는 그로우의 발을 상처 입혀, 그로우의 발에서는 피가 흐른다.
하지만 그로우는 피투성이인 발로 내 곁으로 걸어온다.
그리고, 무릎을 꿇는다.
상처 하나 나지 않은 내 발을 정중하게 들어올려, 보물에게 하듯이 키스를 한다.
「――당신을 믿어」
「응?」
「당신이 꿈이라고 하는 것만을 나도 꿈이라고 믿지. 고마워, 올리. 나는 더 이상 꿈과 현실을 헤매지 않아」
엉겅퀴 밭의 안개가 걷힌다.
따뜻한 햇살에 감싸여, 꿈속에서 미수가 다가오는 것을 느낀다.
그때, 문득 인기척이 느껴져, 고개를 든다.
「――아」
올빼미씨가 걷힌 안개 너머에서, 멍하니 서있었다.
'眠り姫の憂鬱とかつて子供だった護り人たち 번역'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잠자는 공주의 우울과 한때 아이였던 보호자들」 97화 질서도 무질서한 감정 (0) | 2023.02.08 |
---|---|
「잠자는 공주의 우울과 한때 아이였던 보호자들」 96화 올빼미의 귀환 (0) | 2023.01.08 |
「잠자는 공주의 우울과 한때 아이였던 보호자들」 94화 내방의 예고 (2) | 2022.12.22 |
「잠자는 공주의 우울과 한때 아이였던 보호자들」 93화 올빼미 (0) | 2022.12.22 |
「잠자는 공주의 우울과 한때 아이였던 보호자들」 할로윈 엽편 (0) | 2022.11.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