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도를 아십니까
「잠자는 공주의 우울과 한때 아이였던 보호자들」 할로윈 엽편 본문
원문 링크 : https://novel18.syosetu.com/n7091gi/96/
【ハロウィン掌編】
【할로윈 엽편~투표에서 비스크가 1위였기에~】
――――――――――
옛날 옛적 그보다 더 옛날부터, 계절이 변하는 시기에는 질병이나 재해가 많았다.
옛날 사람들은 그걸 「마녀나 신이나 괴물의 짓이다」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아이들을 변장시키고, 그 아이들에게 조공을 받치는 것으로 1년의 평화를 기원했다고 한다.
지금 시대에는 그 유래를 기억하고 있는 사람은 적고 그저 축제의 날이 되어, 어른도 아이도 제각각 변장을 하고, 제각각 축제를 즐기고 있다.
하지만 오피아노츠 도서관에서 「옛날 그대로의 축제」를 재현한다는 것 같아 놀러갔더니 어른들은 모두 평상복이고, 아이들만이 변장을 하고 과자를 먹고 있었다.
「아가씨!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마차에서 내려 도서관 앞에 서자 나한테 미리 언질을 들었던 레이나가 들뜬 표정으로 마중을 나와 주었다.
머리에는 고양이 귀가 나있다.
「어른은 변장 안 하는 거 아니었나?」
「비스크님이 보기엔 저도 어린애라고 하시길래」
레이나씨는 과자도 받았습니다, 라며 조금 쑥스럽다는 듯이 웃었다.
「좀 더 평범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뭔가 엄청 화려하네」
「원래는 아가씨 생각대로 평범한 편인데, 올해는 하이드키아가에서 지원을 해준 모양이더라구요」
「아아, 비스크가」
「고아원의 아이들을 위해 무료로 변장을 해주는 가게도 있고, 상점에서 과자와 교환할 수 있는 장난감 동전을 나눠주거나, 아이들도 당연히 무척이나 들떠서. 저, 지금도 비스크님은 싫어하고 위험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긴 하지만 하시는 일은 기본적으로 성인이시죠」
레이나씨는 호흡을 한 번 내쉬고, 표정을 구긴다.
「아가씨 이외에게는」
「역시 내가 비스크의 앞에서 모습을 감추는 게 정답인 것 같아」
「지금 저한테 감금당하고 싶다고 말씀하셨습니까?」
온화한 미소를 띄운 채 불쑥 모습을 드러낸 장신의 남자에게, 이제 와서 비명을 지르거나 하지 않는다.
나와 레이나씨는 눈을 가늘게 뜨고 비스크를 노려보며,
「그런 점이 위험하다고 하는 겁니다만」
「아이들 앞에서 불온한 말 하지 마. 교육에 안 좋으니까」
라고 내뱉는다.
비스크는 「뜻밖의 꾸중을 들었다」라는 듯한 표정을 짓다, 내 복장을 보고 고개를 기울인다.
「올리, 그 옷은」
「응? 이상해?」
「일 할 때 입는 옷이죠, 그거」
평소에 입는 바지와 블라우스, 하이드키아가의 문장이 새겨진 케이프다.
「그치만 평소보다 조금 화려한 모자도 썼어」
「일 하러 온 겁니까?」
「그건 아니지만」
비스크가 난처하다는 듯이 물어, 나도 조금 난처해진다.
이러면 마치 내가 분위기를 읽지 못하는 고지식한 워커홀릭 같다.
「그럼 즐겨야죠. 알고 계셨습니까? 저쪽 텐트로 하면 마법의 힘으로 변신할 수 있대요」
「나 이제 18살인데」
「이미 아이들은 대부분 변신을 마쳤고, 한가하니까 어른도 돈을 내면 변장시켜줄 수 있나 상담하고 온 길입니다. 당신과 레이나씨가 첫 손님이 되어서 마중물이 되어준다면 고마울 것 같아」
「비스크가 가면 될 텐데」
「제가? 하이드키아가 당주인, 제가?」
「못 가?」
「당신은 제 별명을 모르는 것 같다」
나는 눈을 깜빡인다.
「별명 같은 거 있었구나」
「귀족한테는 보통 붙는 겁니다」
「미식의 레그너스 라던가?」
「철새 그로우도 마찬가지야」
「그럼 비스크는 괴물 비스크라고 불리기라도 하는 거야?」
비스크는 소리내 웃는다.
「아직 하나로 정해진 건 아니지만 “피투성이”나 “식인”같은 무서운 별명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것 같네요. 그런 제가 피를 뒤집어 쓰고 괴물 변장을 하면 농담으로 끝나지 않아」
「그런가?」
「그렇고 말고요. 자, 얼른 가보세요」
나와 레이나씨는 어쩐지 떠밀려진 듯한 형태로 “변신 텐트”로 향했다.
+++
「뭔가…… 뭔가 나 혹시, 조금 야한 마녀처럼 보이지 않아……!?」
몸의 라인이 엄청 강조되는 타입의 드레스고, 등이랑 가슴이 엄청 비어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이들에게 보여줘도 되는 마녀가 아니다…….
「아가씨…… 네 얼굴 어떻습니까……?」
「엄청 고양이 같아. 완전히 특수 메이크」
「아이들이 이런 걸 보면 무서워서 울어버리지 않을까요!?」
나와 레이나씨는 떨고 있었지만 “변신 텐트”의 주인은 우리들의 변장 완성도에 만족한 듯이 다녀오라며 용서 없이 텐트 밖으로 내쫓았다.
다음 순간, 아이들이 환호성을 지른다.
그리고,
「괴, 굉장해! 월식 마녀랑 같이 다니는 고양이다!」
「월식의 문장 보여줘, 보여줘!」
내가 모르는 단어를 일제히 늘어놓는다.
「자, 잠깐만 레이나씨! 이거 무슨 책에 나오는 캐릭턴가!?」
「아아! 월식의 마녀! 듣고 보니 “달의 물방울을 찾는 여행”에 나오는 월식의 마녀예요, 아가씨! 최근 발매된 초인기 그림책에 나오는!」
「그림책에 이렇게 야한 복장을 한 마녀가 나오는 거야!?」
「그림책으로 보면 그냥 미스터리한 마녀지만 현실에서 보니 확실히 엄청 야하네요!」
그리고 아무래도 잔뜩 파인 등에는 월식을 본뜬 문장이 그려져 있는 것 같아, 아이들이 내 등 뒤로 돌아 꺄ー 꺄ー하고 소란을 피우고 있다.
우리들에게 악수나 허그를 청하는 아이들도 있을 정도로, 변장 하나로 이렇게 아이들이 기뻐해준다면 조금 야한 드레스 정도 아무렇지도 않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비스크의 의도대로 “변신 텐트”에 어른 손님들도 방문하기 시작했다. 나중에 온 아이들은 늘 줄의 가장 앞에 설 수 있게 해주어, 제각각 변신해서 들뜬 모습으로 뛰쳐나온다.
나랑 레이나씨는 그런 아이들의 에너지에 패배하여 내빈용 휴게 텐트에서 쉬고 있었다.
그러자 비스크가 초연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수고하셨습니다. 공물인 과자입니다. 월식의 마녀님, 그리고 고양이님」
라는 말을 하며 은 트레이에 쭉 나열된 맛있어 보이는 케이크를 보여주니 불평을 할 수도 없어, 우리는 분함에 몸을 떨었다.
「내가 진짜 마녀라면 이 정도의 공물로는 용서해주지 않을 거니까……!」
「맞아요! 저는 어찌 됐든 아가씨는 거의 일을 하러 온 배우에 가까웠다고요!」
하지만 나와 레이나씨는 조속히 포크를 쥐고 있었고, 뭣하면 케이크를 포크로 찌르고 있었다.
비스크는 나와 레이나씨의 불평을 「응응」하고 들으며, 주전자에 담긴 차를 따라준다.
이 사람 지금 하이드키아 가문의 당주인 높으신 분 아니었던가? 뭐 됐나.
「어, 엄청나요 아가씨……! 이 케이크, 이 크림, 이 과일! 하이드키아 가문의 귀족 전문 케이크 가게에서 파는 한정 케이크 모음이라는 느낌입니다!」
「그래? 진짜다, 맛있네」
「저, 카탈로그를 눈독들이고 있었으니까 틀림없습니다! 아아, 비스크님! 어째서 자선 파티에서 이런 카탈로그를 주문하신 건지 의문이었는데, 이렇게 아가씨의 비위를 맞춰주기 위해서였군요!」
「저는 레이나씨의 비위도 맞춰주려고 하는 겁니다만……」
「아가씨! 당장 비스크님과 결혼해야 하는 게 아닌지!?」
「레이나씨, 미식이라는 미끼를 물면 바로 나한테 결혼을 권유하는 거 그만두자」
하란과의 식사회에서도 「구혼 안 하십니까?」라는 우활한 질문을 해서 하란을 상처 입힌 사건을 벌써 잊은 모양이다.
「애초에 저는 올리와 결혼할 생각이 없어요」
시원스레 말하는 비스크는 슬쩍 텐트 밖으로 시선을 돌린다.
사람들의 눈을 신경 쓰고 있다.
혹은 엿듣는 사람이 있을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다.
나는 방긋 웃으며 대답한다.
「나야말로 이런 비뚤어진 아저씨한테 구혼 받아도 바로 거절할 거고」
「곤란하네요. 그렇게 말하면 억지로라도 제 것으로 하고 싶어져」
「있지 레이나씨. 비스크는 나한테 거절당하면 흥분하는 변태지만, 그건 과거의 트라우마가 관계되어 있는 거니까, 불쌍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줘」
「네? 뭔가요? 케이크가 너무 맛있어서 제 귀에는 아무것도」
「나 정말 레이나씨가 엄청 좋아」
무심코 레이나씨를 꽉 껴안는다.
레이나씨랑 만날 수 있을지도, 라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비스크가 여는 행사에 발을 옮길 가치가 있다.
그렇게 되어 하이드키아 가문 공동 주최의 축제는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비스크가 있었던 것은 전체적인 시간 중에선 겨우 두 시간 정도의 시간이었다.
그 사이에 우리들을 변신시키고, 아이들과 놀아주거나, 우리들에게 케이크를 대접해준 것이 된다.
그저 공동 주최인 것 뿐이고, 비스크가 일부러 암살당할 위험이 있는 사람이 많은 곳에 나올 필요는 없었겠지만――아마, 그 넓은 저택에 붙잡혀 버린 비스크의, 아주 잠깐의 숨 돌릴 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마녀 복장에서 평소의 복장으로 옷을 갈아입고, 레이나씨와 헤어져 마차에 올라탄다.
잠시 마차가 달리고――무의식 중에 말이 나온 것을 깨닫는다.
「죄송해요. 행선지를 바꿔도 괜찮을까요?」
「괜찮습니다. 어디로 갈까요?」
마부가 경쾌하게 대답한다.
「하이드키아가에」
+++
비스크는 내 방문을 거절하지 않는다.
언질도 없이 방문한 나는 거의 기다리는 일도 없이 비스크의 개인실로 안내받는다.
평소라면 서재일 텐데,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방에 들어가자 비스크가 나른한 듯 소파에 누워 멍하니 천장을 보고 있다.
신기하다.
술 때문에 무절제해진 모습은 본 적이 있지만 이렇게나 풀어져 있는 비스크는 처음이다.
「――뭐야. 벌써 갈아입었군요」
비스크는 시선의 끝으로 나를 붙잡고, 재미없다는 듯이 내뱉는다.
나는 그런 비스크에게 다가가 위에서부터 비스크의 얼굴을 들여다본다.
「그야 그런 옷 입고 여기에 오면 꼬시고 있다고 생각할 거잖아?」
「꼬실 생각이 없는 거라면 왜 여기에? 저를 기대하게 만들고, 너무한 사람이다」
「과자 줄까 싶어서」
내가 사탕을 손가락으로 집어 내밀자, 비스크는 가볍게 몸을 일으켜 내가 사탕을 쥐고 있는 상태에서 사탕을 낼름 받아먹는다.
「아, 이 녀석. 누운 채로 먹으면 위험해」
「그럼 뺏어야죠. ――자」
나를 놀리듯이 혀 끝에 사탕을 얹어 보인다.
「정말이지…… 나 이외한테는 성인처럼 굴면서……」
단둘이 되면 정말 다루기 힘들고 성가시다.
내가 눈을 반쯤 뜨고 노려보자, 비스크는 재미없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이며 혀를 집어넣고, 어금니로 사탕을 부숴 먹는다.
「잘 먹었습니다」
「오늘 아이들 엄청 기뻐했었네」
「그렇네요」
「나도 즐거웠어」
「그건 다행이다」
「비스크는?」
「저요?」
비스크는 천장을 올려다본 채로 되묻는다.
그리고,
「……꿈 같았네요」
후, 하고 괴로운 듯이 웃는다.
「따뜻하고, 평화롭고, 둥실둥실하는 느낌이 들어서……불편했어」
「응…… 나도 조금 알 것 같아」
「그렇습니까?」
「그 자리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
비스크는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나를 바라보는 검은 눈에는 피로와, 체념과, 실망이 짙게 배어 있다.
숨 돌릴 시간이 되었을까 라니, 바보 같다.
비스크는 자신이 그런 장소에 어울리지 않게 되었다는 것을 매초마다 깨닫고, 필사적으로 도망쳐 나온 것이다.
괴물 변장을 하고 있는 사람들 속에서 자신만이 진짜 괴물이고, 평소라면 농담으로 치부할 말에 현실감을 느껴 농담으로 웃어넘길 수 없다.
「이 괴물에 대한 공물은 사탕 하나로는 부족하려나」
갑자기, 비스크가 내 멱살을 잡는다.
순간적으로 몸이 굳을 정도의 난폭한 동작에 이끌려, 물리는 듯한――매달리는 듯한――키스를 당한다.
같은 격렬함으로 나는 비스크의 혀에 자신의 혀를 얽는다.
달다.
비스크가 부숴 먹은 사탕의 맛이 난다.
서로의 맛을 알아차린 듯이, 거칠었던 키스가 조금씩 상냥해지고, 비스크의 눈동자에서 눈물이 흘러 내 입술에 흘러들어온다.
이건, 나만이 알고 있는 비스크의 약함.
키스를 그만두고, 나는 입술로 비스크의 눈물을 닦아준다.
나 이외의 누구에게도 보이지 않도록.
앞으로도 괴물로 있을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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