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도를 아십니까

「잠자는 공주의 우울과 한때 아이였던 보호자들」 41화 죄와 용서의 천칭 뿐 본문

眠り姫の憂鬱とかつて子供だった護り人たち 번역

「잠자는 공주의 우울과 한때 아이였던 보호자들」 41화 죄와 용서의 천칭 뿐

네츠* 2021. 2. 18. 20:15

원문 링크 : https://novel18.syosetu.com/n7091gi/42/

 

 

罪と許しの天秤ばかり

 

 

「――하? 비스크가 그로우를 괴롭혔었냐고?」

 

 내가 하란의 상관을 방문하자, 마르스가 싱글벙글 웃으며 나를 응접실로 안내해주었다.

 여전히 문이 없는, 어딘가 스산한 느낌이 드는 상관이다.

 밀담 같은 건 못할 것 같아.

 하지만 솔직한 느낌이 들어 이건 이거대로 괜찮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로우한테 괴롭힘 당했으니까, 그건 잘 모르겠지만…… 갑자기 왜?」

「아니…… 뭔가 그로우가 비스크를 싫어한다고 할까, 무서워하는 느낌이 들어서」

 

 하란은 무언가 대량의 짐을 응접실로 옮기면서 내 앞에 도저히 다 먹을 수 없는 양의 케이크를 둔다.

 하란 왈 「여성객에게 주는 케이크를 정하고 싶으니까 젊은 여성의 의견을 듣고 싶다」라는 것으로, 나는 끝에서부터 한 입씩 케이크의 맛을 보고 있다.

 레이나씨도 내 옆에 앉아, 내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케이크를 맡아주고 있다.

 하란은 나와 레이나씨의 정면에 앉아, 내 물음에 「그렇네에」라고 기억의 실을 끌어 당긴다.

 

「그치만 말이야, 비스크는 남을 잘 돌봐주긴 하지만 “적”이라고 생각한 상대에게 용서가 없는 구석이 있으니까…… 올리가 쓰러진 뒤는 더욱 그로우를 적대시했으니까, 괴롭혔다고 할까, 공격은 했을지도」

「어째서 그렇게 그로우를 적대시한 거야?」

「아아, 올리를 데리고 가려고 했어. 그로우의 집에서」

「에!?」

「예전에는 고아원도 가난했고, 계속 잠들어있는 여자아이의 보호를 할 여유도 없어서, 그로우가 고아원에 민폐를 끼친 건 어른들도 알고 있으니까…… 올리를 그로우의 집에서 양녀로 들여 돌봐주겠다는 이야기가 나왔었어. 그러니까 올리는 그로우의 누나가 될 뻔했던 거야. 비스크가 고아원을 나가기 직전 즈음이었으려나」

 

 모, 몰랐다.

 하지만 고아원 입장에서는 고마운 이야기였을 거다. 세간적으로도 이상한 이야기는 아니고, 미담이라고 해도 좋겠지.

 

「왜 그 이야기는 없던 게 된 거야?」

「아니, 그로우가 말이지…… 그ー…… 고아원의 여자아이를 임신시켰거든」

「헤!?」

「그 녀석은 16살에 몸도 컸고, 귀족 도련님이잖아? 그다지 드문 이야기는 아닌데…… 그로우는 본인이 하지 않았다고 우겼어. 그래서 “베스클리프 가문은 안하무인한 아들을 위해 밤 상대를 해줄 장난감을 구해준다는 것 같다”라는 소문이 퍼져서 베스클리프 가문은 올리는 데리고 가는 걸 단념한 거야」

 

 나는 얼굴을 찡그린다.

 자기자신을 가리키고, 무심코 「밤 상대를 해줄 장난감?」이라고 묻고 말았다.

 하란은 너무하지 라고, 자신의 탓이 아닌데도 미안하다는 듯이 중얼거린다.

 

「비스크의 인형 놀이던가, 그로우의 밤 장난감이라던가, 내 취급 꽤 심했네?」

「그러니까 나, 어른이 싫었어」

「그, 임신한 애는 어떻게 됐어?」

「아아, 아니…… 실은 그게 거짓말이었다는 것 같아서」

「거짓말!?」

「응. 임신했던 건 사실이지만, 부친은 그로우가 아니라 그 패거리 쪽. 그치만 여자아이랑 패거리 녀석이 “그로우가 했다”라고 증언해서…… 그치만 실제로 아이가 태어나고 그로우의 결백은 증명됐어. 아기는 적발로, 눈도 갈색. 그로우의 가계는 전원 금발에 녹안이야. 그치만 그렇다고 해서 양자의 이야기를 다시 하진 않았어. 베스클리프 가문은 그로우가 올리한테 다가가는 것조차 싫어했다더라고」

「주인님, 안타까워……」

 

 레이나씨가 울먹인다.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로우는 당시 16살이었다. 나한테 첫눈에 반했다고 한다. 그로우 나름대로 나를 구하려고 한 결과가 아마 양자 이야기였다.

 하지만 저지르지도 않은 죄를 뒤집어쓰고 나를 구할 수 없게 되었다. 남은 건 타인을 믿지 못하는 마음과, 사라지지 않는 악평 뿐.

 

「――뭐, 나는 그 때 “제외” 당했지만 말이야」

「응?」

「비스크가 계획한 거래」

 

 하란은 「여기서만 하는 이야기」라고 하며 목소리를 낮추었다.

 나는 위가 꽉 잡힌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계획이라니…… 어떤……?」

「올리는 고아원에서 인기 있었고, 그로우는 고아원에서 미움받는 녀석이었어. 그로우는 패거리한테도 미움 받았어. 거기에 그로우의 패거리와 연인 사이가 되어 임신했다고 우는 여자아이가 있어. 그걸로 흉계가 시작되었어」

「그로우의 탓으로 하자고……!?」

「응. 어차피 1년 뒤에는 들켰지만 1년 뒤에는 패거리들도 17살이고, 성인이야. 재산은 분여되었고, 고아원 출신 여자에게 아이를 잉태하게 해도 비난받지 않게 돼. 시간을 벌고 싶었던 연인들과 올리를 그로우한테서 빼앗기고 싶지 않았던 고아원 녀석들을, 비스크가 정리했어. 누구도 그로우의 편이 되어주지 않았어. 그로우는 어른들한테도 미움 받았으니까」

「너무해! 여럿이서 그로우를 모함했다는 거야!?」

「“올리를 지킨” 거야. ――뭐, 비스크가 설명해준 게 아니니까 단지 추측일 뿐이지만, 대충 그런 거라고 생각해. 그 뒤에도 그로우의 악평은 조금씩 드러났고, 그로우는 악평 수에 비례해서 점점 성실해졌다는 느낌이니까…… 뭐, 그로우 나름대로 악평에 저항한 게 아닐까」

 

 아아ー, 하고 레이나씨가 목소리를 올린다.

 내가 보자 「납득했습니다」라고 쓴웃음을 짓는다.

 

「그, 주인님의 대답이 형식적이고 내용이 없다는 이야기, 하셨었잖아요?」

「했지……」

「언제나 정답을 고르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아마. 단 하나도 본심이 아니니까…… 주인님, 완벽한 인격을 “만든” 게 아닐까요?」

 

 아무도 그로우를 믿지 않는다.

 비스크는 그렇게 말하며, 그로우가 “망가져있다”고 조소했다.

 하지만 지금의 이야기를 들으면, 비스크가 그로우를 망가뜨린 것처럼 느껴져.

 

 그로우는 나를 양자로 삼아줬으면 한다고 양친에게 부탁했겠지.

 하지만 그게 이루어지지 않아서, 잠들어 있는 나에게 키스를 한 걸까.

 그걸 비스크한테 들켜서, 맞고, 쫓겨나고――

 

 계속, 멀리서 보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창문에서 보이는 내 모습을.

 그리고 비스크가 나를 안는 그 순간을, 보고 말았다고 생각한다.

 

 그로우는 비스크를 비난했을까.

 아니면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걸까.

 그로우의 안에는 「아무도 내 말을 믿지 않는다」라는 확신만이 있다.

 

 ――의심하지 말아줘, 나를.

 

 부디, 당신만은 이라고 간청했다.

 꿈과 현실의 경계를 잃고, 지금 그로우는 자기자신조차 믿지 못한다.

 

「올리, 그로우를 동정하는 거야?」

「뭐…… 응」

 

 흐응, 하고 중얼거리는 하란의 표정은 어둡게 가라 앉아 있었다.

 적어도 그로우를 동정하는 얼굴은 아니다.

 

「있지, 올리. 그로우가 정말로 손 쓸 수도 없는 꼬맹이였던 거, 잊어버린 거야?」

「그건 기억하고 있지만……」

「비스크가 “흉계”를 꾸미지 않았으면 그로우는 그대로 어른이 됐을 거고, 올리는 어른들이 말한 대로 그로우의 밤 상대 장난감이 되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 그럴지도 모르지만……」

「자업자득인 거야, 올리. 고아원의 녀석들의 거짓말을 아무도 의심하지 않을 정도로 그로우는 제멋대로인 녀석이었어. 비스크는 필사적이었던 거야. 정말로, 달리 방법이 없었어」

「그치만…… 거짓말로 모함하다니……」

「――옛날 일이야, 올리. 이미 25년 전에 끝났어. 올리는 고아원에 남았고, 그로우는 타인으로부터의 악평을 신경쓰게 되어서…… 결과적으론 좋았어」

「하지만, 그로우는 비스크를 무서워하고 있어」

「그럼, 어렸을 때 그로우가 나를 괴롭혔다고 해서 올리는 그로우를 비난할 거야? 나를 딱하게 여겨줄 거야?」

「그건――」

「봐…… 그치? 끝난 거야, 올리…… 끝난 거라고…… 우리들은 어렸고, 소중한 것을 지키고 싶어서, 손에 넣고 싶어서, 필사적이었어. 비난하지 말아줘…… 올리 만큼은……」

 

 자조를 머금은, 하란의 매달리는 듯한 웃음에, 나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공기가 상당히 무겁게 느껴진다.

   하란도 그걸 느낀 건지, 떨리는 손으로 손목을 세게 움켜쥐고 있다. 장갑 덕분에 손톱이 피부를 찢는 일은 없었지만 뼈가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릴 것 같을 정도다. 

 

「하란, 손……」

「아아…… 응. 미안」

 

 하란은 깊게 심호흡을 하고, 손목을 잡은 손가락을 살짝 푼다.

 그 손이 갈 곳을 잃고 방황해, 슬쩍 얼굴의 상처를 어루만진다.

 그리고,

 

「――있지, 점심 먹고 갈 거지?」

 

 방긋 미소 짓는다.

 완벽하게 만든 미소다. 나는 울고 싶어진다.

 내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하란이 일어선다.

 

「레이나쨩 몫도 준비할 테니까. ――아, 거기에 둔 상품, 둘이서 적당히 봐줘. 올리가 레이나쨩의 옷, 골라주면 좋지 않을까 하고. 나, 귀여운 여자아이는 귀여운 옷 입었으면 하니까」

 

 빠른 걸음으로 사라지는 하란은, 거의 도망치는 것 같았다.

 나는 레이나씨와 얼굴을 마주하고 하란이 놓고 간 짐의 산을 본다.

 

「저한테 귀엽다니, 난봉꾼 같네요」

「레이나씨, 싫지 않아?」

「뭐가요?」

「옷을 고른다던가, 함께 식사 한다던가」

「그야……」

 

 레이나씨가 생글 웃는다.

 

「싫을 리가 없지 않습니까! 아가씨가 싫지 않으시다면, 저는 대환영이에요!」

 

 솔직한 사람이네에.

 나는 레이나씨의 이런 인간적인 솔직함을 느낄 때마다, 무척 행복해진다.

 그러니까 하란의 말을 감사히 받아들여, 나와 레이나씨는 서로에게 어울리는 옷을 골라주며 또래의 여자아이들처럼 신나게 놀기로 했다.

 

+++

 

「――어이, 이건 뭐야?」

「신문」

 

 방으로 부른 주치의가 돌아와, 갑자기 던져 온 물음에, 레그너스는 매정하게 대답한다.

 지방 마을에 틀어박혀 평민 상대로 병원 등을 차리고 있던 주치의가 드디어 단념하고 왕도에 왔다.

 선뜻 부를 수 있어 편리하지만, 한 가지 불만인 게 있다.

 

「――있지, 정말로 더 이상 “그건” 안 되는 건가?」

「무리군」

「아깝군…… 잘 잘 수 있었는데……」

 

 레그너스는 베개에 얼굴을 파묻은 채 탄식한다.

 긴 은발을 허리까지 기른, 마른 남자가 곁눈질을 한다.

 신문을 조용히 바라보는 붉은 눈동자는, 오른쪽 눈밖에 남아있지 않다. 왼쪽 눈에 들어있는 의안은 소박한 갈색으로, 그러고보니 “철새”의 딸도 이런 색의 눈동자를 하고 있었다는 것을 떠올린다.

 

「애초에 의안이었잖아? 다시 바꿔 끼면 되는 거 아닌가?」

「시신경에 이식했다. 평범한 의안과는 달라」

「아ー…… 아까워…… 네 가치는 반감이다」

「너, 구혼한 건가?」

「아아」

「겨우 도망치게 해줬는데…… 어째서 이런……」

 

 의미를 모를 말을 하곤, 신문을 꽉 쥔 남자의 수상한 거동에 레그너스는 몸을 일으킨다.

 

「어이, 파스토르?」

「구혼을 취소해라. 그렇지 않으면 네놈의 주치의는 그만둘 거다」

「그건…… 곤란한데……」

「1주일 주지. 다음 약이 떨어질 때까지 구혼을 취소하지 않으면 나는 두 번 다시 네놈의 부름에 응하지 않을 거다」

 

 그렇게만 말하고 파스토르는 방을 나가버린다.

 떠난 남자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며, 레그너스는 천장을 바라본다.

 

「아ー…… 곤란하네……」

 

 약이 없으면, 잘 수 없다.

 파스토르가 조제하는 약만이 유일하게 안면할 수 있는데――

 눈을 감았다 떴을 때, 방에 노크 소리가 울려 퍼진다.

 입실을 허가하자, 굉장히 죄송하다는 얼굴의 하인이 서있다.

 

「실례하겠습니다. 올리브님의 선물입니다만……」

「어땠어?」

「수취를 거절하신 것 같습니다」

「――전부?」

「그런 것 같다고」

「아ー…… 젠장…… 성가시네……」

 

 물건으로 낚이지 않는 류의 여자인가.

 레그너스는 머리를 감싼다.

 돈으로는 움직이지 않는 남자와, 물건으로 낚을 수 없는 여자――최악의 조합이다. 어떻게 하면 손에 넣을 수 있는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게다가 파스토르까지 구혼을 취소하라고 한다.

 

 알 수 없는 일 뿐이다.

 ――하지만.

 

「뭐…… 조금 재밌……나?」

 

+++

 

「엄…… 엄청 맛있잖아요, 아가씨!」

「그치? 그렇지. 엄청나게 맛있지」

「위험해요, 아가씨. 너무 맛있어서 위험합니다. 이러면 하란 대장의 딸이 되어도 좋다고 생각해버리고 말아요!」

「나 아직 36살이니까 18살 딸은 조금……」

「어머! 아직 젊으시네요」

 

 근사한 옷을 입고, 맛있는 걸 먹고, 레이나씨는 엄청 들떠있다.

 나도 하란의 상관에서 처음 밥을 먹었을 때는 완전히 위장을 사로잡혔다고 생각했다.

 나와 하란 사이에 있었던 답답한 긴장감은, 들뜬 레이나씨의 터질 듯한 밝음으로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정말로, 이 사람의 해고를 저지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다시금 생각한다.

 하지만.

 

「하란 대장은 아가씨에게 구혼하지 않으시는 겁니까?」

 

 이런 무신경한 점은 어떨까 싶다.

 내가 얼어붙기도 전에 하란의 표정이 명백하게 굳어졌다.

 

「레, 레이나씨……! 나랑 하란은 그런 게 아니니까……!」

「에? 그치만…… 하란 대장은 아가씨를 좋아하시는 게……?」

「그런 말 한마디도 안 했지!?」

「보면 누구나 알 수 있다구요, 그런 거. 그쵸, 대장」

 

 레이나씨의 웃는 얼굴에 하란은 힘겹게 억지 웃음을 지어보인다.

 

「나는…… 올리한테 어울리지 않으니까……」

「어울리지……라니?」

「레, 레이나씨! 안 돼! 탐색 금지!」

「아, 죄송합니다. 저도 참…… 큰 실례를……」

「아니…… 아니야. 내가 미안. 안 되겠네…… 젊은 아가씨랑 하는 식사라면 제대로 이런 대화도 평범하게 할 수 있게 되어야……」

「무, 무리하지 않아도 돼 하란……! 만찬회에서는 잘 했고, 하란이 그렇게 된 건 나랑 관련됐을 때 뿐이잖아?」

「어라……? 아, 애초에 이전에 심상치 않은 관계였던 겁니까?」

「레이나씨!」

「와아ー! 죄송합니다, 그게 너무 신경 쓰여서……!」

 

「약을 먹이고 범했어」

「――헤?」

 

 나는 아연실색해서 하란을 본다.

 레이나씨는 완전히 굳어 있다.

 하란은 자조적인 웃음을 띄운 채로, 그릇에 담긴 요리를 한 입 먹는다.

 

「약을 먹이고, 아무것도 모르게 된 올리를 가두고, 매일 밤 범했어. 도망친 올리를 발견했을 때도 억지로 안았어」

「……그…… 그런 농담은…… 그다지, 재밌지 않……죠?」

「사실이야. 그치, 올리」

 

 나는 대답하지 않는다.

 레이나씨는 일어서서, 내 팔을 잡아당긴다.

 

「아가씨, 돌아가죠」

「레이나씨……」

「왜 그러신 거예요! 그런 짓을 한 사람이 있는 곳에 오다니……! 지금 먹은 것도 뭔가 들어가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레이나씨, 하지 마! 하란은 이미 충분히 벌을 받았으니까……!」

「그거랑 관계 있나요!? 벌을 받았다고 해도 아가씨가 빼앗긴 건 하나도 돌아오지 않잖아요!」

 

 나는 다급하게 하란을 본다.

 하란은 입을 다문 채로 식사를 계속하고 있다.

 소란을 들은 마르스씨가 식당에 와, 허겁지겁 하란에게 달려간다.

 

「대장, 식사 도중입니다만…… 올리씨에게 마차를 불러드려도 되죠?」

「응」

「마차가 올 때까지, 별실에서 기다리게 해드릴 테니까」

「응」

 

 하란의 대답은 기계적으로, 감정의 색이 없다.

 나는 하란에게 말을 걸려고 했지만 마르스씨에게 가로막힌다. 레이나씨와 마르스씨에게 재촉 받아, 나는 식당을 뒤로 한다.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혼자서 식사를 하는 하란의 모습이 애처로워 나는 허둥거리고 만다.

 

「레이나씨…… 어째서 그런 짓을……」

「그건 이쪽이 할 말입니다! 전부터 이상하다고 생각하긴 했습니다만…… 아가씨한테는 위기감이라는 게 너무 없어요!」

「위기감이라니…… 그렇게 말해도……」

「아직까지 주인님이랑 같은 집에서 살고 있는 것도, 사실은 이해 불가능하니까요! 계좌에 있는 돈을 전부 인출해서 혼자서 어딘가 다른 마을으로 도망치는 게 가장 좋다구요!」

 

 나는 도움을 구하며 마르스씨를 본다.

 마르스씨는 가볍게 목을 쓸며 「뭐어, 나도 그렇게 생각합니다만」이라고 레이나씨에게 동의한다.

 

「솔직하게 말해서…… 그렇죠. 제멋대로인 이야기지만 올리씨가 누군가랑 결혼해서 행복해 하는 모습을 계속 보는 것보다는 그 누구의 곁으로도 가지 않고 사라져주는 쪽이 좋지 않을까 하고」

「어머! 정말 제멋대로 구시네요! 아가씨를 뭐라고 생각하는 겁니까!?」

「――이게 평범한 반응이에요, 올리씨」

 

 마르스씨는 곤란하다는 듯이 미소 짓는다.

 

「용서할 수 있을 리가 없습니다. 저도, 대장도. ――하지만, 혹시나 싶어서…… 어리광 부렸습니다. 죄송합니다. 이젠 괜찮으니까」

「마르스씨……! 하지만, 나는 정말로……」

「――정말 용서해주시는 거라면, 밤에 다시 한 번 여기에 와주세요. 마차를 보낼 테니까」

 

 마르스씨는 나한테 살짝 귓속말을 하곤, 마차를 부르러 자리를 떴다.

 레이나씨는 나에게 「그 녀석이 뭐라고 했습니까!?」라고 다그쳤지만, 무심코 애매하게 속이고 만다.

 

「옷 갈아입을까. 이 모습으론 돌아갈 수 없고」

「하…… 그랬지! 저런 남자가 준비해준 옷에 들뜬 나한테 화가 나……!」

「레이나씨, 하란은 정말 반성하고……」

「안 돼요, 아가씨! 상대는 돈과 힘을 가지고 있는 교활한 성인 남자입니다! 반성한 척은 얼마든지 할 수 있으니까요! 라고 할까, 반성했으면 저렇게 태연하게 범했다던가 약을 탔다던가 말할 리가 없으니까요!」

 

 정말, 그 말 그대로다.

 일부러 레이나씨가 있는 장소에서, 그런 말을 하는 게 아니었다.

 입 다물고, 숨기고, 없었던 일로 했어야 했는데…… 레이나씨한테 알려져서, 득 볼 건 하나도 없었을 거다.

 

 하란은 나를 멀리하려는 걸까.

 마르스씨가 말한 대로, 내가 하란의 것이 되지 않으니까?

 비스크나 레그너스씨한테 구혼 받은, 그로우의 딸이니까?

 

 곰곰이 생각하는 사이에 마차가 와 나와 레이나씨는 하란의 얼굴을 보지 않은 채 상관을 떠난다.

 문득, 상관의 창문으로 고개를 돌리자 하란의 뒷모습이 눈에 비친다.

 기분 탓인지, 그 어깨가 가늘게 떨려서, 어린아이처럼 울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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