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도를 아십니까

「잠자는 공주의 우울과 한때 아이였던 보호자들」 31화 낚시꾼은 물고기에게 바늘을 보이지 않는다 본문

眠り姫の憂鬱とかつて子供だった護り人たち 번역

「잠자는 공주의 우울과 한때 아이였던 보호자들」 31화 낚시꾼은 물고기에게 바늘을 보이지 않는다

네츠* 2021. 1. 20. 20:23

원문 링크 : https://novel18.syosetu.com/n7091gi/32/

 

 

釣り人は魚に針を見せない

 

 

 비스크의 발음은 깔끔하다.

 단호하고 거침 없고, 듣는 사람에게 안심감을 주는 목소리다. 아마 의도적으로 그런 말투를 하는 거고, 그런 목소리를 내고 있는 거다.

 고귀한 혈통. 하지만 평민 출신에, 고아원에서 자랐다. 경계심이 강하고 계산이 빠르고, 자신이 사람에게 어떻게 보이는지를 항상 의식하고 있다.

 

 나한테도 그래줬으면 좋을 텐데, 아무래도 비스크는 내 앞에서만은 철벽의 가면이 너덜너덜해지는 것 같다.

 

 낭독이 끝나고, 삼삼오오.

 아이들은 저마다 동화의 감상을 이야기하며 강당을 뛰쳐나가고, 그 뒤를 하인이 뒤쫓고, 그리고 그 뒤는 부모가 조용히 따라간다.

 아무래도 비스크가 목적인 듯한 젊은 부인들은 옹기종기 모여 동화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부분에서 목소리를 높이며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비스크가 낭독 중에 몇 번이나 안경이 어긋난 걸 고쳤다거나, 잘도 그런 거에 주목하고 있을 수 있구나……?

 나는 비스크가 낭독하는 동안 어떻게든 여기서 도망칠 수 없을까에 대한 방법을 생각하는 데에 필사적이어서 아무것도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한 순간, 일어나서 강당에서 나갈까 말까 고민하던 순간, 비스크가 “일부러” 책을 바닥에 떨어뜨리고 나를 보면서 「조금 대좌가 불안정한 것 같네요. 또 제가 책을 떨어뜨릴 것 같으면, 누군가에게 들어달라고 하는 쪽이 좋을지도 모르겠습니다」같은 말을 꺼내서, 그로부터 움찔하는 정도의 움직임도 내지 못했다.

 

 비스크는 책을 닫고, 웃는 얼굴로 인사를 나누며 천천히 계단을 올라온다.

 내 옆까지 와서, 조용히 손을 내밀었다.

 

「기다리셨죠. “철새” 그로우의 따님, 올리브・베스클리프씨. ――아버지의 신작, 꽤 흥미 있게 읽었습니다. 부디 이쪽으로」

「……히에」

 

 비스크의 표정은 온화하다.

 하지만 그 검은 눈은, 전혀, 웃고 있지 않다.

 비스크는 내가 그로우의 양녀로 들어간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그에 대해 상당한 분노를 안고 있다.

 내가 내밀어진 손을 잡지 않고 있으면, 레이나씨가 이상하다는 듯이 나와 비스크를 번갈아본다.

 

「아가씨, 선약을 한 분인가요?」

「아뇨,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약속도 하지 않았는데, 조금 무례하지 않나요?」

「――당신은?」

「저는 아가씨의 하녀입니다. 주인님으로부터 아가씨를 지키라고」

「그래. ――저는 사제원의 직원으로, 이전에는 다른 마을에서 고아원의 원장을」

 

 레이나씨가 「아」하고 목소리를 올렸다.

 아까 레이나씨에게 나는 고아원에서 자랐다고 전한 참이었다.

 

「예전 지인이시군요!」

「그렇네요. 긴 인연입니다만…… 갑자기 마을을 떠나서 무척이나 걱정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있는 걸 발견해서, 그만 기뻐서 저도 모르게. 조금 예전 이야기에 어울려주시지 않을까 하고. ――하지만, 확실히. 부인에게 있어서 실례였네요. 날을 다시 잡죠」

「아, 아뇨, 괜찮습니다! 사제원의 직원이라면 오히려 안심하고 아가씨를 맡길 수 있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갈게요. 방해하면 죄송하니까」

「아…… 아니, 그……」

「네에, 아가씨는 제가 책임을 지고 지켜드릴 테니까. 부디 안심해주세요」

 

 비스크에게 재촉을 받고, 레이나씨는 일어섰다.

 혼자 두지 마, 두고 가지 마 라고 마음 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폐관 시간까지 자유롭게 있어달라고 한 터라 붙잡기가 힘들다.

 붙잡기 위해선 「나 이 사람이 무서워요!」라고 말해야만 한다.

 그러면 이유를 말하지 않으면 안 되고, 말하지 않으면 레이나씨의 안에서 여러 가지 망상이 심해져 그게 현실의 일로서 천리 밖까지 퍼져나갈 것 같다.

 

 결국 붙잡을 말을 찾지 못한 채, 레이나씨는 강당을 나가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나는 비스크의 손을 잡지 않고 의자에 앉은 채 가만히 있는다.

 

「……올리」

「우……」

「설마, 다리를 다쳐서 일어나지 못하는 건가? 그렇다면 제가 “구호실 침대”까지 데려다 드리겠습니다만」

 

 나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비스크는 결국 잡아주지 않은 손을 등 뒤로 돌려, 「이쪽으로」라며 나를 재촉한다.

 으으, 도망치고 싶어.

 하지만 구두는 힐이고, 달려서 도망쳐도 어차피 잡힐 거다.

 

 비스크는 낭독에 사용한 책을 도서관 직원에게 돌려주고, 두 건물을 잇는 복도를 통해 사제원 본관에 들어갔다.

 지나치는 사람들이 비스크를 향해 「원장 선생님,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는 것을 보고, 나는 비스크의 등을 본다.

 비스크는 등 너머로 힐끗 나를 돌아보며 「전부터 말이 걸리긴 했어요」라고 한다.

 

 비스크는 그, 작은 마을의 가난한 사제원을 재건했다. 초기에는 하란이 출자했다는 것 같지만, 최종적으로 운영을 궤도에 올린 것은 비스크의 수완이라고 하는……

 

「지금은 이 사제원의 원장이라는 거야?」

「오피아노츠 사제원의 장은 “원장”이 아니라 “제사장”입니다. 저는 사제원의 한 부서인 고아원의 책임자라는 형태입니다」

「그렇…… 구나……」

「후임은 충분히 길러두었습니다. 제가 그 마을에 머물렀던 이유는 당신 뿐이었으니까」

「그럼 오늘 만난 건…… 그냥 우연……?」

「낚시 바늘에 물고기가 걸리는 걸 “우연”이라고 부른다면 그렇네요」

 

 낚시 바늘…… 즉 나는 비스크가 던진 「옛날에 좋아했던 동화의 낭독」이라는 낚시 바늘에 쉽게 걸려든 물고기라는 거다.

 두 건물을 잇는 복도를 빠져나오면, 3층까지 뚫린 높은 천장이 인상적인 넓디 넓은 홀이 나왔다. 사방팔방으로 뻗어있는 복도에서 사람들이 쉴 새 없이 오가고 있어 가만히 서있으면 인파에 쓸려갈 것 같다.

 

 비스크는 그런 사람의 틈을 비집고 계단을 올라, 이번에는 2층에 있는 두 건물을 잇는 복도를 걷는다.

 미로 같아서 돌아가지 못할 것 같다.

 내가 뒤를 신경 쓰기 시작했을 때, 드디어 비스크가 걸음을 멈추었다.

 복도 끝에 「원장실」의 플레이트가 걸려있는 방이 있다. 복도에서 창밖을 바라보면, 안뜰에서 아이들이 술래잡기 놀이를 하며 놀고 있다.

 

「부디 들어가주세요」

「아, 응」

 

 재촉받으며 방에 들어가 나는 「헤에」하고 목소리를 높였다.

 넓다.

 이스쿰 사제원과 비교하면, 배는 더 넓다.

 

「대출세라는 느낌이다……」

「덕분에, 저는 부와 명성에는 흥미가 없어서, 나고 자란 지방의 고아원을 사랑하는 인격자 취급이에요」

 

 비스크는 어깨를 으쓱이며 응접용 소파에 앉는다.

 정면 자리에 앉으라고 해서, 나는 소파 가장자리에 살짝 앉는다.

 

「――저를 경계하고 있나?」

「그런 건 아니지만……」

「뭐, 무리도 아닙니다. ――하지만 그 “인형 놀이”의 소문 조차 여기서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아. 아무리 그게 사실이라고 해도 그다지 문제가 되지는 않겠죠」

「에……?」

「선대 고아원 원장의 실각 이유는, 아이들의 인신 매매입니다. 원장 스스로가 아이들에게 “수단”을 가르쳤다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문 너머에서 들려온다.

 그 웃음소리에, 나는 가슴이 미어진다.

 

「지난 번에, 저에게 이 원의 원장이 되어주지 않겠냐고 타진이 왔던 것이 5년 전입니다. 저는 거절했고, 저보다 사악한 남자가 고액의 헌금으로 원장의 자리를 얻었다. 그로부터 4년이 조금 지나 죄가 밝혀져, 다시 저에게 타진이 왔습니다. ――제가 받아들이지 않았던 탓에, 이곳의 아이들은 오랫동안 지옥을 봤다. 저 때문에……」

「아…… 아니야, 비스크! 그런 건 비스크의 잘못이――」

「――거절하는 게 아니었다」

 

 비스크는 긴 다리를 꼬아, 무릎 위에 다섯 손가락을 모은 양손을 얹는다.

 시선은 바닥에 고정된 채 움직이지 않는다.

 

「5년 전에 이야기를 들었을 때…… 당신을 같이 데리고 왔어야 했습니다. 당신이 어디에 있어도, 그로우는 분명 당신을 깨웠겠죠. 파스토르도 하란도, 올리를 위해서라고 말하면 왕도에 나가는 것쯤은 마다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런데도 저는, 어렸을 때의 추억을 고집해서 그 마을에 당신을 묶어두고――그녀석들 조차도 마을에 묶어두었다……!」

「비스크……!」

 

 나는 일어나 비스크한테 달려간다.

 비스크의 독백이 마치 죄의 고백처럼 들렸다. 비스크는 나를 탓하고 있지 않다. 그저 자신의 판단을 탓하고 있다.

 모은 손가락에 힘이 너무 들어가, 창백해져 변색되어 있다.

 내가 달려가 손을 겹치면, 문득, 그 힘이 풀린다.

 

「있지, 나쁜 건 선대 원장이고 아이들을 지키지 못했던 건 비스크가 아니야. 이스쿰 사제원의 아이들은 비스크가 지켜줘서 행복해 했어. 하란도 그로우도 파스토르도, 모두의 의지로 그 마을에 있던 것 뿐이고 비스크가 묶어두었던 게 아니야」

「올리……」

 

 분노와, 회환과, 참회와.

 비스크의 검은 눈동자 안에, 여러 가지 감정이 소용돌이친다.

 비스크는 내 손을 잡는다.

 아픔을 느낄 정도로 강하게.

 

「어째서, 갑자기 사라진 겁니까. 그런 식으로, 갑자기」

「미안…… 그치만, 나…… 더 이상, 한계라서……」

「당신의 새로운 인생은 제대로 제가 준비해두겠다고 약속하지 않았습니까. 빨리 퇴원했으면 좋겠다고 기대하고 있었다. 하란을 데리고 온 당신에게, 저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어! 그런데, 제가 아니라 그로우를 의지하다니……!」

「미안……ㅅ」

 

 비스크는 내 몸을 끌어안는다.

 기다리라고 말할 틈도 없이 입술을 빼앗겨, 나는 입 안에 기어들어오는 혀로부터 도망치려고 한다.

 하지만 저항도 헛될 정도로 혀가 엮여와, 비스크의 구강으로 끌려들어가 버렸다.

 

「응…… 우…… 으응……」

 

 비스크의 몸을 밀치려고 발버둥 쳐도, 직전에 나눈 대화 탓에, 어떻게 해도 강하게 거절할 수가 없다.

 숨이 힘들어질 정도로 긴 시간, 비스크의 팔 안에서 탐해질 뿐이었다.

 겨우 입술이 떨어졌을 때, 비스크는 어느 정도 진정되어 있었지만 그럼에도 끌어안은 내 몸을 놓지는 않았다.

 

「당신이 사라지고…… 얼마나 걱정했는지……」

「응」

「당신과 동시에, 그로우의 모습도 사라져…… 양녀가 되었다는 소문만으로도 참을 수 없는데 그런 책까지 나오고……! 머리가 어떻게 될 것 같았습니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채, 책은 그로우가 멋대로 출판한 거니까……!」

 

 비스크는 내 어깨에 얼굴을 묻는다.

 목닫이 옷이라서 다행이다. 방어력이 높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귓불을 물려 나는 작게 외쳤다.

 

「비스크……! 싫어! 이런 거 싫으니까, 나……!」

「파스토르를 찌르고, 하란을 망가뜨리고, 우리들을 버렸어?」

「그, 그런 말투……!」

「저희들에게 벌을 준 거죠……? 벌을 받는 게 마땅하다…… 하지만 벌을 준 뒤에는 용서해주지 않으면 망가지고 말아. ――당신이 부여한 벌의 성과를 알고 싶어?」 

 

 나는 목을 좌우로 흔든다.

 듣고 싶지 않다.

 듣고 싶지 않아 듣고 싶지 않아.

 

「마음이 부서진 하란은 자살 미수를 반복해, 손목은 이미 자를 장소도 남아있지 않을 정도입니다. 당신을 잃은 파스토르는 목의 상처가 치료되는 것을 기다리지도 않은 채, 병원을 버리고 모습을 감추었다. 그리고 저는 당신의 존재에 사로잡혀, 어떻게 다시 이 손 안에 넣을 수 있는지 만을 생각하며 밤에도 잠들지 못하는 매일입니다. 당신을 이 마을에서 발견했을 때, 제가 무얼 생각했는지 아십니까?」

 

 가슴이 괴롭다.

 내 탓이 아니라고 소리치고 싶었다.

 내 탓이 아니지만, 내가 원인인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나는 비스크의 머리카락을 잡고 힘껏 잡아당겼다. 그러자 귀 안에 혀가 들어와 금세 힘이 빠져버린다.

 

 귀 안에서 질철질척하는 수음이 시끄럽다.

 몸이 반응하는 걸 알 수 있다.

 1년 동안, 타인에게 결코 만져지지 않은 내 정욕에, 비스크는 쉽게 불을 붙인다.

 

「이 옷, 무척이나 귀엽네요…… 어울려. 인형 같습니다. ――그로우가 마련해준 겁니까?」

 

 비스크의 손이 옷감의 질감을 확인하듯이 내 몸을 긴다.

 꽉 눈을 감은 내 귀에, 옷 스치는 소리가 시끄럽게 울린다.

 

「귓가, 에서…… 얘기하는 거, 그만ㄷ……」

「저는 사실은, 이런 옷을 당신에게 입히고 싶었어…… 하지만 이런 옷, 보통 여자 아이는 입지 않는다고 생각해 참았는데…… 그런데…… 젠장…… 어째서 그로우만…… 어째서 당신은……」

「비스크, 부탁이야…… 부탁해, 부탁이니까……」

 

 나는 거의 울기 직전이었다.

 비스크가 겨우 귀에서 입술을 떼고, 타액으로 젖은 입술을 혀로 닦는다.

 

「그로우에게는…… 허락하는 건가요? 입술도…… 몸도, 그 책처럼?」

「허, 허락하지 않았어……! 책은 그로우가 상상으로 쓴 것 뿐이고, 그로우는 나한테 아무것도 안 해! 그로우는…… 그로우만은 날, 제대로 존중하고, 딸처럼 취급해주고……!」

「딸처럼? ――정말?」

「못 믿겠어? 그렇겠지. 본인도 조금도 참을 수 없으니까!」

 

 나는 주먹을 쥐고 비스크의 옆구리를 후려갈긴다.

 충격으로 안경이 날아가 바닥에 떨어지고, 비스크가 「큭」하고 신음하며 나를 구속하던 손이 풀어진다.

 그 사이에 어떻게든 비스크한테서 거리를 벌리고, 나는 방을 나가려고 달려간다.

 

 비스크는 쫓아오지 않았다.

 미아가 될 것 같았지만 어떻게든 빠져나갈 수 있는 홀까지 돌아와, 도서관으로 이어지는 복도를 찾는다.

 그 때.

 

「실례, 거기, 녹색 드레스를 입은 부인! 올리브・베스클리프님이 맞으시죠? “철새” 그로우의 따님인」

 

 허리에 칼을 찬 경비원에게 불러 세워져, 나는 무심코 발을 멈춘다.

 멈춰선 나에게 다급하게 달려온 경비원은 싱긋 미소를 짓는다.

 

「이야, 안 늦어서 다행이다. ――비스크 원장님이, 부인한테 빌려준 시계를 돌려받는 걸 잊었다고 하셔서 붙잡아 주셨으면 한다고」

「……시계? 그런 거 모르겠는데요……」

 

 주머니를 뒤지자, 손끝에 닿은 금속의 감촉에 흠칫 놀란다.

 

「에!? 어라!?」

 

 끄집어 내보면, 비스크의 회중시계가 들어있다.

 어느 틈에? 라고 할까 어떻게? 내가 도망칠 것을 상정하고? 달려서 쫓아오면 주목을 받으니까, 경비원에게 멈춰달라고 할 구실을 만들기 위해?

 나는 아연실색한 채, 황급히 회중시계를 경비원에게 떠맡겼다.

 

「저, 죄송합니다……! 저, 깜빡하고…… 그치만 저 굉장히 서두르고 있어서…… 이거, 비스크 원장님에게 돌려주실 수 있으실까요?」

「아니, 그치만…… 전해드릴 것도 있으니 붙잡아 달라고」

「죄송합니다, 저는 이만 갈게요」

 

 나는 달려간다.

 하지만 그 손목을 붙잡혀, 손을 잡아당겨져, 밸런스가 무너져, 나는 손쉽게 비스크의 팔 안에 무너진다.

 온화한 미소――왜 그렇게 즐거운 듯이 웃는 건지.

 

「다행이다, 안 늦었다. 이 나이에 달리니 숨이 차네요」

「비스크 원장님! 늦지 않으셔서 다행입니다. 뭔가 서두르시는 것 같아서」

「서둘러……? 그런가요, 그럼 제가 배웅해드리죠. 손님용 마차를 잡는 것보다 빨라」

「돼, 됐습니다! 혼자서 돌아갈 수 있습니다! 남자한테 배웅 받았다는 게 알려지면, 아버지에게 혼나니까……!」

 

 비스크와 경비원은 얼굴을 마주보며,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린다.

 

「왜, 웃는……」

「다행이다. 저는 아직 “남자”로 통하는 모양이군요」

「뭐어, 비스크 원장님은 나이에 비해서 미남자이시니까요」

「나이에 비해서라는 건 괜한 게 아닌지……」

「오늘 낭독회도 새된 목소리의 성원을 하는 부인들로 성황을 이뤘다고. 알고 계셨나요? 올리브양. 비스크 원장님은 꽤 인기가 많은데요, 이 전에도 “벽옥”급의 귀족 아가씨가 우르르 몰려와서 “부디 이런 못된 저를 꾸짖어 주세요”라고」

「그런 취미는 없는데 말이죠……」

 

 있으면서.

 목까지 올라왔지만 참았다.

 하지만 나는 비스크가 나한테 부과한 “반성을 재촉하는 벌”이라는 악행을 잊은 적이 한 번도 없다.

 

 나는 비스크를 쭉 밀어낸다.

 사람의 눈이 있어서인지, 비스크는 쉽게 나를 풀어주고, 풀어진 보넷의 리본을 고쳐 매주기 까지 한다.

 그러는 김에, 귓가에 속삭인다.

 

「그 취미는 당신 한정입니다」

 

 싱긋 미소 짓는다.

 마음의 소리를 읽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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