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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공주의 우울과 한때 아이였던 보호자들」 30화 봄의 왕도는 재회의 계절 본문

眠り姫の憂鬱とかつて子供だった護り人たち 번역

「잠자는 공주의 우울과 한때 아이였던 보호자들」 30화 봄의 왕도는 재회의 계절

네츠* 2021. 1. 15. 20:36

원문 링크 : https://novel18.syosetu.com/n7091gi/31/

 

 

春の王都は再会の季節

 

 

 ――왕도 오피아노츠.

 

 여기엔 세상의 모든 것들이 있다.

 다 읽을 수 없는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는 도서관.

 매일 다른 가게를 가도 제패할 수 없는 맛있는 음식점.

 지방에 있는 마을에서는 볼 수 없는, 온통 유리인 쇼윈도우.

 하늘을 헤엄치는 비행선.

 

「아무래도 증기 기관이 있으니까 말이지이. 발전한 것도 있겠지이」

 

 그 날, 하란을 비스크에게 맡기고 그로우와 함께 배에 탄 나는, 이 왕도 오피아노츠에서 정신을 차리고 보니 18살이 되어있었다.

 신분이 있는 쪽이 아무래도 지내기 쉽다고, 결국 나는 그로우의 양자로 들어갔다.

 올리브・프란지아를 고쳐, “남옥”의 그로우・베스크리프의 양녀 올리브・베스크리프가 되었다는 것이다.

 뭔가 삼엄한 이름이 되어버렸다……

 

   “남옥”은 그로우의 귀족으로서의 지위를 칭한다. 실제로 그리 높은 지위는 아니다. 평민보다는 낫다는 정도.

 라고 해도 급속히 근대화가 진행되고 있는 요즘, 선조 대대로 내려오는 귀족의 지위보다 당대에 세운 공적이 귀족 사회에는 여러 가지로 인기가 있는 것 같다.

 

 그렇기에 그로우를 부를 때는 모두 “남옥”이 아니라 "철새“라고 부른다.

 모험 소설가 “철새” 그로우. 이 이름을 들으면 남성분들은 「오오」라고 웅성거리고 여성분들은 「꺄ー」라고 한다.

 그런 그로우가 최근 써서 출판한 것은 아득히 연하인 소녀와의 이룰 수 없는 사랑을 그린 비련 소설――물론 모델은 나다.

 솔직히, 이걸 알았을 때는 조금 기분이 나빴다.

 

 하지만 그로우가 「즉 이 책으로 얻는 수입은 당신의 수입이라고 해도 되겠지」라고 해서, 은행에 내 명의의 계좌까지 개설해주었기 때문에 결국 나는 불평을 삼키고 말았다.

 참고로 책은 읽지 않았다. 읽을 용기도 없다.

 

「참가할 파티의 초대장은 다 골랐나? 우리 공주」

「으ー응…… 식사의 메뉴로 골라도 된다면……」

 

 잔뜩 쌓인 초대장을 앞에 두고, 나는 책상을 보며 멍하니 있다.

 그로우는 그런 내 등 뒤에서 정수리에 키스를 하고, 내가 손에 든 초대장을 한 통 빼앗는다.

 

「이 사람 쪽이 맛있어보여」

「“천옥”의 레그너스인가. 과연 이건 미식가다. 모이는 손님도 모두 온화하고 분명 당신도 새로운 친구를 찾을 수 있을 거야」

「……나 진짜로 파티에 가는 거야?」

「당신도 벌써 18살이다. 내가 아무리 가두고 싶다고 해도 그 미모는 숨겨둘 수 없어」

「그로우의 눈은 내가 10배 정도 예뻐보이는 저주가 걸려있는 것 같아……」

「그건 저주가 아니라 축복이다. 그리고 그 축복의 눈은, 모든 아버지가 딸에게 가지고 있지」

 

 아버지와 딸.

 나와 그로우의 연령은, 그렇다고 해도 아무런 위화감이 없을 정도로 차이가 난다.

 차이가 나버렸다.

 

「아무 걱정도 하지 말고 즐기면 돼. 당신을 무섭게 하는 모든 것으로부터 내가 당신을 지키리라 맹세하지. 올리, 나를 믿어줄 거지?」

「……응」

 

 근 1년, 그로우는 약속대로 나에게 손가락 하나 대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성적인 의미로”지만.

 친애를 담은 허그나 머리카락이나 뺨에 닿는 정도의 키스는 다반사지만, 그로우는 그걸 나 이외에도 평범하게 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신경쓰이지 않게 되었다.

 

 그로우가 나를 위해서 고용한 젊은 하녀 등도, 처음에는 그로우한테 허그나 키스의 세례를 받고 코피를 흘리며 졸도했지만 지금은 「주인님, 방해됩니다」라고 물리칠 수 있게 될 정도다.

 

「강하고 지적이고 온화하고, 행동력이 있고 교우 관계도 넓고 부자. 주인님은 책에서 꺼낸 듯한 분이시죠」

 

 이건 레이나씨――즉, 코피로 졸도한 하녀의 말이다.

 연령은 20대 중반 정도로, 피가 이어지지 않은 부녀인 나와 그로우의 관계를 처음에는 뭔가 의심하고 있었지만, 그로우가 출판한 책을 읽고 나자 완전히 그로우에게 빠져버렸다.

 책에는 대체 뭐가 쓰여있는 걸까……더더욱 읽을 용기를 잃어버리는 순간이었다.

 

 이 마을에는, 그 누구도 그로우가 “망가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로우가 싸울 의사도 없던 청년의 목을 등 뒤에서 잘라버렸다고, 상상도 하지 못하겠지.

 꿈과 현실의 경계가 애매모호하고, 꿈에서 일어난 것을 현실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탓에 약을 끊지 못하다니.

 

 24시간 같이 있는 나조차 이미 그 일들을 믿을 수 없게 되었을 정도로.

 

「웃어주지는 않는 건가…… 그렇지, 조금 서두르는 걸지도 몰라. 그렇게 싫다면 무리해서 나가지 않아도 돼」

 

 그로우가 책상에 앉으며 내 뺨을 거친 손가락으로 부드럽게 쓰다듬는다.

 오후 햇빛이 그로우의 금발을 빛내, 역광 탓인지 깊은 녹생 눈동자의 속에서 동공이 살짝 열린다.

 나는 딸이 아버지에게 그러는 것처럼, 형태뿐인 웃음을 만들어 그로우를 돌아본다. 그러면 그로우는 점점 더 슬픈 듯한 얼굴을 한다.

 

「당신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어, 올리」

「충분히 해주고 있어, 그로우」

「내가 늙어서 죽은 다음, 안심해서 당신을 맡길 수 있는 남자를 찾고 싶어」

「아직 내가 젊을 때 좋은 물건을 찾아야 한다는 거?」

「――하하! 과연, 그 솔직함은 귀족 사회에서는 문제가 될 것 같군」

 

 햇빛이 어울리는 사람이다.

 따뜻하고, 커다랗고, 눈부시다.

 그로우는 내 머리카락을 뒤죽박죽 쓰다듬는다.

 그 때다.

 

「아가씨! 주인님! 도착했어요! 파티용 드레스!」

 

 아래층에서 레이나씨가 소리쳤다.

 나는 눈을 깜빡이고 그로우는 거북해한다.

 

「드레스라니――」

「미안…… 마련해뒀다」

「어느 틈에!?」

「필요해질 거라고 생각했어! 사교계 시즌이고…… 파티에 나가지 않더라고 적어도 차려입고 공원에 간다던가……」

「됐어, 필요 없어! 드레스 같은 거 입던 거라던가, 딱히 빌려도 상관 없고, 일부러 마련하지 않아도……」

「유행에 뒤떨어진 드레스를 입히고, 당신을 사교의 장에 보내라고 하는 건가? 올리, 나는 프라이드가 무척이나 높아. 내가 그런 수모를 당하게 하지 말아줘」

「그건 ……그치만……」

「어쨌든 보기라도 해주지 않겠나? 분명 마음에 들 거야」

 

 하지만 나는 더 이상, 사실은 스커트도 입고 싶지 않다.

 오늘 옷도, 하이웨스트 바지와 목닫이 블라우스다.

 그로우는 내 “남장 취미”에 참견하지 않았지만 본심으로는 좀 더 아름다운 옷으로 “여성”을 구가해주었으면 하고 바라고 있다.

 

 하지만 나는 1년 전에 잔뜩 “여성”을 빼앗겼다. 더 이상 내 안에는, 누군가에게 휘둘릴 정도의 여성성은 남아있지 않다.

 

「또 부녀 싸움하시고 있는 건가요? 아가씨도 참, 드레스를 사줬다고 불평을 하시다니 너무 배가 부르셨어요」

「레이나씨…… 그치만……」

「제가 한 말씀 드리자면, 드레스 쪽이 다리의 선이 나오지 않는 만큼 “단단하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죠」

「그건……」

「드레스 안에는 페치코트도 입을 수 있다구요? 게다가 봐요――이 디자인!」

 

 레이나씨는 옅은 녹색 드레스를 상자에서 꺼내, 자신의 몸에 대보였다.

 레이스가 풍성하게 사용된 목닫이 블라우스와, 스커트와 같은 색의, 허리 쪽은 레이스로 충분히 부풀린 쟈켓.

 

「그쵸! 근사하죠? 주인님도 참, 어떤 디자인이라면 아가씨가 기뻐해주실지 꽤 많은 직인과 상의하셨으니까요」

「레이나, 됐어. 무리해서 입힐 생각은 없어」

「하지만, 주인님」

「괜찮아. 올리, 잊어줘. 드레스는 기부하는 쪽으로 하지」

「……예쁘네」

「에?」

「드레스…… 무척 예쁘다고 생각해」

 

 가슴이 괴로워진다.

 마련된 드레스를 보는 것만으로도 그로우가 얼마나 나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강하게 느끼고 말아, 파티를 거절하는 것도, 드레스를 거절하는 것도, 굉장히 어린애 같은 방자함 같이 느껴져 싫어진다.

 

「……입어봐도 돼?」

 

 갑자기 그로우는 나를 껴안는다.

 내 귓가에서 「미안」이라고 속삭인다.

 

「왜 사과하는 거야?」

「지금…… 나한테 당신을 바쳤어」

「안 바쳤어. 단지…… 드레스가 정말로 예뻤을 뿐…… 그것 뿐이니까」

 

 파티에도 나가지 않으려 하고, 드레스를 입는 것만으로도 호들갑.

 내 비위를 맞추는 건 굉장히 힘들다.

 나는 변덕쟁이에 완고하고 괴팍한 딸이니까, 부친은 고생한다.

 

「드레스를 입으면, 잠깐 도서관에 가도 돼? 스커트 입고 걷는 방법 잊어버린 것 같아」

「아아, 물론이다. 마차를 불러둘게. 레이나를 데리고 가도록 해. 돌아올 때도 반드시 마차로 와. 여자들끼리 거리를 걷는 건 위험하니까 말이야」

「으ー응, 과보호네에」

「그렇지 않으면 내가 따라간다」

「쓸게, 쓸게! 제대로 마차로 갈 테니까!」

「자, 자! 그럼 옷 입혀드릴 테니까요, 남자분은 나가주세요」

 

 레이나씨에게 쫓겨나, 그로우는 황급히 방을 나간다.

 레이나씨가 빠르게 나에게 드레스를 입혀주고, 「와아, 정말 잘 맞아요」라며 환호성을 지른다.

 

「치수도 안 쟀다고 직인분이 불평하셨는데 주인님의 치수가 딱 맞았네요」

「내가 평소에 입는 옷도 그로우가 준비해주는 거니까」

「잘 어울려요, 아가씨. 머리카락이 짧은 건, 보넷을 쓰면 눈에 띄지 않을 거예요」

 

 천으로 된 꽃이 만발한 보넷에 붉은 리본을 턱밑에 매달아, 나는 완전히 “귀족의 딸”로 완성되었다.

 거울에 자신을 비추어보면, 비현실적이라 인형 같다고 생각한다.

 

「자, 주인님에게 보여드리지 않으면!」

「으, 응……」

 

 레이나씨의 손에 이끌려 나는 아래층으로 내려간다.

 일가에는 식당과 그로우의 서재와 응접실이 있다.

 그로우는 서재에서 책상에 앉아 있다가, 레이나씨에게 이끌려 온 내가 모습을 드러내자, 고개를 들자마자 악력으로 목제 펜을 부러뜨렸다.

 

 일어서려다 무릎을 책상에 부딪혀, 책상 위의 책이 우르르 바닥에 무너지고, 그 충격으로 책장에 있는 책들도 대부분 떨어진다. ――대참사다.

 그런 대참사가 일어났는데도 그로우의 시선은 나한테서 떨어지지 않는다. 지금 이 서재가 어떤 상태가 되었는지 보이지 않는 듯하다.

 

「레이나, 들려줘. 이건 부모의 시선인가?」

「제가 아가씨의 아버지였다면 지금 당장 파티의 초대장을 찢어버리고 아가씨를 지하실에 가두어 버릴지도. 굶주린 늑대 무리에게 방치된 신선한 생고기라는 느낌이네요」

「나도 초대장을 찢어버리지. 아아――올리, 우리 공주. 무척이나 아름다워. 굶주린 늑대 무리한테 주기 전에 내가 지금 먹어버리고 싶어」

 

 그로우는 엉망이 된 서재를 돌아보지도 않고 훌쩍 책상을 뛰어넘어 나에게 달려온다.

 나는 이른바 칭찬의 폭풍에 날아갈 것만 같다.

 강한 허그에, 가차 없는 키스의 비.

 

「자, 잠깐잠깐 그로우, 괴로워……!」

「이래 보여도 꽤 참고 있어」

「우우…… 평범하게 힘이 너무 세……!」

 

 어떻게든 그로우의 팔 안에서 빠져나와 나는 레이나씨의 등 뒤에 숨는다.

 그로우는 그런 나에게 「다녀와」라고 미소짓는다.

 

+++

 

 도서관은 마을의 중심지에 세워져있어, 왕가 직할의 오피아노츠 사제원과 병설했다는 것 같다. 입구는 광장에 접해 있고 거대한 돌계단과 분수는 약속 장소로 자주 사용되는 것 같다.

 

「부인, 부인! 꽃 한 송이, 어떠신가요?」

 

 어린 아이가 붉은 꽃을 가지고 달려온다.

 나는 치마 주머니를 더듬어 아이에게 동전을 쥐어주고 꽃 한 송이를 받는다.

 

「잠깐, 또 하나」

 

 멍하니 있는 아이의 입에 나는 사탕을 넣어준다.

 아이는 만면의 미소를 띄우고 「비밀이야」라고 말하며 흰 꽃을 내 손에 쥐어주고 뛰어간다.

 

「아가씨는 정말 상냥하시네요」

「상냥하다고 할까, 나도 고아였으니까……」

「에? 그런가요?」

「에? 그로우 책에 안 쓰여 있었어?」

 

 나는 무심결에 레이나를 돌아본다.

 레이나씨는 물론 내가 그로우가 쓴 책의 모델이라는 걸 알고 있다. 레이나씨는 볼을 살짝 붉히며 「그 책에는 그런 통속적인 건 아무것도 쓰여있지 않았어요」라고 몸을 베베 꼬기 시작한다.

 에에…… 그럼 뭐가 쓰여 있는 거야…… 무서워……

 

「그 책의 여자주인공은, 꿈속의 주민이에요. 그러니까 나이를 먹지 않아서」

「하, 하아……」

「주인공인 소년만이 그 모습을 봐요. 모두는 “그런 여자는 없어, 망상이다”라고 계속 말하지만 소년은 소녀의 존재를 계속해서 믿고, 하지만 자신만이 어른이 되어가서」

「과연……?」

「어느 날, 결국 자신을 믿지 못하게 된 소년은, 꿈과 현실의 틈새를 버티지 못하게 되어 꿈의 소녀와 몸을 겹치는데」

「윽……!」

「그러자 소녀는 사라져버려서, 두 번 다시 만나게 되지 못한다는――」

 

 과연, 나다.

 완전히 내가 모델이다.

 아아아, 어쩌지 드레스 입었는데 땀범벅이 됐어.

 전신에서 땀을 뿜을 것 같아.

 알고 있어, 알고 있다, 알고 있었다, 그로우가 나를 그런 눈으로 보고 있는 건 제대로 알고 있었다. 고마워, 그로우, 평소에는 전혀 그런 분위기 내지 않아줘서 정말 고마워.

 

「ㅇ, 이제 알겠으니까 아무튼 안으로 들어가자. 자리가 정해지면 레이나씨는 폐관까지 자유 시간을 가져도 되니까」

「에? 정말요? 기뻐요! 이거 봐주세요, 이거. 오늘 도서관에서 낭독회가 있다는 것 같아서」

 

 나는 레이나씨가 가리키는 간판을 본다.

 아이를 위한 동화 구연이다. 여긴 사제원 병설 도서관이기에 가끔 이런 행사가 있다.

 

「아, 나도 조금 듣고 싶을지도……」

「정말요? 그럼 함께 가죠, 아가씨! 아가씨가 함께 있으면 자리를 마련해줄지도」

「어린아이의 자리를 차지하면 안 돼, 레이나씨」

 

 쓴웃음을 지으며 우리는 낭독회의 회장으로 이동한다.

 거긴 원형 강당으로 되어있어, 앞쪽에는 귀족 아이들이 빼곡하게 들어차있다. 뒤쪽에는 우리같은 어른도 꽤 있어, 거의 여성이다. 아이를 위한 동화 낭독같은 거, 남자는 흥미 없는 건가.

 

 나와 레이나씨는 나란히 가장 뒷좌석에 앉는다.

 부인들의 수다에 귀를 기울이면, 「행동이 의연해서」라던가 「그 목소리로 혼나고 싶다」라던가 「어른의 색기가」라던가, 그런 동화의 내용과 무관계한 이야기를 꽃피우고 있다.

 

 그 때, 꺄아! 하고 한층 더 목소리가 높아진다.

 누군가가 강당에 들어온 듯, 내 등 뒤――즉 강당의 입구 쪽을 보고 뺨을 붉히고 있다.

 나도 무심코 뒤를 돌아보고, 얼어붙었다.

 

 올려다봐야 할 정도의 장신에, 검은 머리카락과, 안경 너머의 검은 눈동자.

 쭉 뻗은 등줄기와, 엄격함을 체현한 것 같은 옷차림에, 온화한 표정을 곁들인――

 

「――그러고보니, 당신도 예전에 이 책을 좋아했습니다」

「아…… 에……? 무…… 그……」

 

 아, 위험해.

 숨을 쉴 수가 없다.

 일어서려고 하는 내 어깨를, 비스크의 손바닥이, 어디까지나 부드럽게 눌러 멈춘다.

 장신을 구부리고, 비스크가 내 귀에 낮게 속삭인다.

 

「낭독을 즐겨주시길. ――나중에 할 이야기가 있습니다」

 

 저는 없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나는 목소리를 내기는커녕, 낭독이 끝날 때까지 얼어붙은 채로 일어서는 것도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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