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도를 아십니까
「잠자는 공주의 우울과 한때 아이였던 보호자들」 15화 설탕 과자의 덫 본문
원문 링크 : https://novel18.syosetu.com/n7091gi/16/
砂糖菓子の罠
비스크는 얼어버린 내 어깨에 담요를 덮어주고 목욕물을 받아주었다.
목욕을 하고 나오는 길에 상관을 빠져 나와, 이 집에서 다시 목욕.
너무 들어가고 있는 거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지만 솔직히 고마웠기에 그냥 들어갔다.
「비스크가 들어오진 않겠지」라고 조금 겁을 먹긴 했지만.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고, 목욕을 마치고 나오면 깨끗한 갈아입을 옷이 준비되어 있었다. 빛을 의지하여 거실로 향하면 비스크가 따뜻한 차를 컵에 타는 중이었다.
「자, 앉으세요」
재촉당한 나는 비스크의 정면에 앉는다.
푹신푹신한 소파와 묵직한 나무로 된 테이블.
카펫의 색깔도 차분하고, 벽 한 쪽이 전부 책장으로 채워져있다.
책은 바닥에도 넘쳐서 그 모든 책이 「수면」이나 「저주」 같은 것에 대한 책이다.
나는 물끄러미 차를 바라본다.
음식물로 실패하는 건 더 이상 사양하고 싶다. ――하지만 비스크는 같은 주전자에서 따른 차를 마시고 있으니까……
나의 시선을 눈치챈 비스크는 슬며시 컵을 내려놓는다.
「바꿀래요?」
「어…… 어째서?」
「제가 독이라도 탄 건 아닐까 하고 걱정하는 것 같은 얼굴이라서」
그건 어떤 얼굴일까.
나는 비스크가 둔 컵을 무시하고 자신의 앞에 놓인 컵에 입을 댔다.
따뜻하고 안정되는――내가 좋아하는 허브티.
「그다지, 길게 버틸거라고 생각하진 않았습니다. 하란은 이제 우리와는 사는 세계가 꽤 달라졌으니까요」
「그ー……렇지」
「하란만이 아니야. 그로우도, 당신에게 지도를 준 파스토르도입니다」
「그래……」
「오늘은 꽤 순순하네요」
나는 컵을 움켜쥐었다.
튀어오르는 피를 뒤집어 쓰고, 나에게 손을 뻗은, 그 상냥한 미소――
「사람을 죽이는 건, 나쁜 일……이지?」
「――그로우의 이야기가 듣고 싶어?」
나는 숨을 들이쉬었다.
내가 누구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비스크는 알고 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올리를 깨어나게 하기 위해 세계를 여행한 건 이미 알고 있죠」
「응. 【마른 계곡의 마물】이라는 거랑 만난 거지?」
「그런 건 존재하지 않아요」
「――에?」
「1년 전…… 그로우는 여행지에서 자살했습니다」
「자살!?」
「음독 자살이었습니다만, 남보다 배는 건장했던 그는 죽지 못하고 몸에 걸치고 있던 문장을 의지해 의식불명인 채 이 마을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로부터 1년간 눈을 뜨지 못하고…… 돌연 깨어난 그로우가 말했습니다, “올리를 깨울 방법을 찾았다”고」
음독 자살?
여행지에서?
나를 깨우지 못하는 것에 절망해서?
그런 거, 그로우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는 【마른 계곡의 마물】과 만났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장소도 그런 마물도 존재하지 않아. ――그로우는 “망가진” 겁니다」
「그치만 나는……」
「그렇죠. 눈을 떴습니다. 1년――그로우는 잠든 채로 마시는 것도 먹는 것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로우의 몸은 조금도 쇠약해지지 않았다」
「나와…… 같아?」
「이상하죠」
비스크는 허브티로 입술을 축인다.
그 태도의 우아함을 보고 있노라면 얼마 전에 나를 고아원에서 껴안은 그 순간이, 무언가의 실수였던 기분이 든다.
「그러니까 한 번 시험해보기로 한 겁니다. 저와, 파스토르, 그리고 그로우――이렇게 세 명이 놀이같은 의식을 하는 것을 승낙했다. 올리를 그리워하는 사람을 모으고 정체도 모르는 “잠 깨우는 약”의 성분을 확인하여 무독을 확인하고, 그로우가 기도하기로 했다. 어차피 또 실패할 거야.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25년 동안 쭉 그랬듯이」
하지만 나는 잠에서 깨어났다.
즉 그로우는 【마른 계곡의 마물】과 만난 거다.
분명 꿈 속에서.
「그럼 그로우는 망가진 게……」
「망가졌어요. 음독의 영향으로 그는 꿈과 현실을 구별하지 못하고 있어」
「에?」
「그로우는 자신이 여행한 【마른 계곡의 마물】과 만나 올리를 눈뜨게 할 방법을 찾아서 돌아왔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도 그로우는, 꿈에서 있었던 일이 현실이라고 생각하는 일이 적지 않아」
「그건…… 꿈에서 만났을 뿐인데 정말 만났다고 생각한다는 거야?」
「그렇습니다. 그로우의 꿈에서 누군가가 올리를 상처입히면 그는 그 상대를 주저없이 해칠 거예요. 그런 사실이 없었다고 해도 말입니다. 그러니까 저는 그가 당신에게 다가가게 둘 수 없어」
전혀 그런 식으로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 마르스씨의 목을 베며 미소 지은 그로우는 아무리 생각해도 정상이 아니고, 보통이 아니다.
「그럼…… 파스토르는? 왜 파스토르와 만나는 걸 방해하는 거야?」
「그가 조수로 쓰는 여성은 전원 옅은 녹색 머리카락을 한 20세 전후의 여성입니다. 그리고 파스토르는 그녀들을 올리라고 불러. 심한 섭식 장애로 파스토르는 “올리”에게 신세를 지지 않으면 제대로 살아가는 것도 할 수 없습니다. 그런 남자에게, 진짜 당신을 맡길 수 없어」
그래서 파스토르는 나를 멀리하는 듯한 말을 한 건가.
현재 자신의 상태를 부끄러워한 건지, 나를 생각해준 건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확실히 파스토르는 “자각적”이다.
「파스토르가 준 지도에는 원래 어디로 통하는 길이 그려져 있었어?」
「병원이에요. 파스토르가 진찰하는 환자 중에서 회복 상태에 있는 사람이 보냈다. 그곳에 들어가면 당신은 입원 환자로서 이런저런 권력을 가진 인간으로부터의 면회를 거절할 수 있게 됩니다. ――파스토르를 제외하고는, 입니다만」
함의를 느끼는 말이었다.
파스토르의 병원이니까 파스토르가 이런저런 권리를 가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인데 마치 파스토르가 나를 독점하기 위해 병원의 지도를 주었다고 말하는 것 같아 나는 싫은 기분이 들었다.
적어도 파스토르만은 나를 무섭게 하지 않았다.
충고도 해주었고, 그 충고는 전부 정답이었다.
「……지도, 돌려줘」
「올리. 철없는 소리 하지 말아주세요. 고아원에서 보내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는 걸 이 만큼 말해도 모르는 건가요?」
「몰라, 요」
나는 새삼스럽게 내뱉듯이 말했다.
사는 세계가 달라져버린 하란, 망가져버린 그로우. ――그 두 사람이 입을 모아 말하던 비스크의 「인형 놀이」에 대한 걸 생각했다.
「――뭐, 그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다른 녀석들과 같이, 저도 확실히 망가져 있어」
내 마음을 꿰뚫어본 듯 비스크는 슬픈 듯이 웃었다.
일어서는 기색에 움찔한 나에게 등을 진 비스크는 한쪽 책장 앞에 섰다.
「이 집은 당신과 살기 위해 샀습니다. 이미 꽤 옛날 이야기가 되어버렸지만요. ――당시의 저는 아직 당신이 깨어날 것이라 믿고 있었다. 당신이 눈을 뜨면 화장제의 날에 꽃다발을 보내 이 집에 초대하기로 정했다. 저는 조금씩 이 집을 정돈해나갔습니다. 긴 세월을 걸쳐 겨우 이상적인 집을 완성했는데도 이 집에는 결정적으로 당신만이 빠져있었다」
비스크가 돌아본다.
거실 소파에 앉아있는 나를 보는 눈은, 어딘가 만족스러운 광기가 서려있다.
마치 긴 세월을 걸쳐 완성한 정교한 인형의 집이라도 보는 듯해 나는 도무지 진정이 되지 않았다.
「골라주세요, 올리. “이 집에 남을 것”인가, “고아원에 돌아갈 것”인가입니다. ――고아원의 원장으로서 저는 당신이 후자를 골랐으면 해」
후자를 고른다면 아마 끝이다.
그것만은 알고 있다.
그러니까 나는 끄덕일 수밖에 없다.
고아원에 돌아간다면 아직은 앞으로 어떻게든 빠져나갈 기회가 있을 것이다.
「돌아갈게…… 나, 고아원으로 돌아가고 싶어」
「――정말로?」
나는 고개를 들었다.
어슴푸레한, 삼켜질 것만 같은, 감정을 띠지 않은, 검은 눈빛.
그곳에 내가 비춰진다.
비스크의 눈에 비치는 나는 당장에 통하는 거짓말로 어떻게든 그 장소를 도망치려고 하는, 어리석은 아이 그 자체다.
비스크는 나를 믿고 있지 않다.
나는 엄하게 비스크를 노려보았다.
그렇게 진실을 듣고 싶다면 모쪼록 들려드리도록 하지.
「여기 있는 것보다는 나으니까, 고아원으로 돌아가고 싶어」
「과연?」
안경 너머에서 비스크가 한쪽 눈썹을 치켜올린다.
팔짱을 끼고 책장에 등을 기대고 있었지만, 팔을 풀고 주머니에 양손을 넣은 자세가 된다.
조금 비스크의 기분이 풀린 느낌이 들었다.
「고아원을 나가도 갈 장소는 없으니까, 잠깐동안은 고아원에서 얌전히 있을게. 고아원에서 생활하면서 일을 도우면서 25년 동안 세상이 어떻게 변했는지 제대로 알게 될 거야. 비스크가 명령한 대로」
「그래서?」
「일을 찾으면 이 마을을 벗어날 거야. 하란도, 그로우도, 파스토르도, 비스크도, 두 번 다시 안 만나. ――파스토르가 그렇게 충고해줬으니까」
「……과연」
비스크는 가볍게 눈을 내리깔았다.
얼굴을 들었을 때는 상냥한 원장의 얼굴로 돌아와 있었다.
「알겠습니다, 올리. 당신이 솔직한 기분을 말해줘서 다행이다」
「말하지 않았으면 이곳에 가둘 생각이었잖아?」
「알아챘나요?」
역시 올리네요 라고, 비스크는 상냥하게 웃는다.
나는 조금도 웃을 수 없었다.
뚱하게 바닥을 노려보는 내 앞에 비스크가 작은 병을 내려두었다.
뭔가 하고 생각해 올려다보자 비스크는 「약입니다」라고 아무것도 아닌 듯이 말한다.
「약이라니……」
「고아원 아이들 중에서는 말이지, 올리. 특히 여자 아이 중에서는…… 자주 있단 말이죠. 정말 참을 수 없는 이야기입니다만. 그러니까 고아원의 직원은 이런 걸 가지고 있어」
「아……」
피임약이다.
어쩌면 낙태의.
비스크는 내가 하란에게 무엇을 당했는지 알고 있다. 알고 있지 않아도, 예상은 이미 하고 있다.
「나……」
「저를 상대로는 이야기하기 거북하겠죠. 내일 여자 직원에게 상담하도록 해. 그렇게 하도록 전해두겠습니다」
「……응」
고마워, 라고 목구멍까지 나왔으나 삼켜버렸다.
비스크라는 사람을 전혀 알 수 없게 되어버렸다.
나에게 집착하는 불안정한 모습을 보인다고 생각하면 내 태도 하나로 온화하고 고결하며 상냥한 고아원의 원장 선생님의 얼굴이 된다.
그날, 비스크는 내가 「그만둬주세요, 원장 선생님」이라고 말하자 물러서주었다. 아마 비스크는 좋은 어른으로 있으려고 한다.
내 존재가 비스크의 안정을 무너뜨리고 있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만약 내가 비스크를 불안정하게 하지 않도록 제대로 신경쓴다면, 어쩌면, 우리들은 양호한 관계를 쌓아 올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고마워, 원장 선생님」
내가 슬쩍 약을 끌어당기자 비스크의 눈에 슬픔과 온화함이 깃든다.
나는 비스크를 뿌리치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분명 비스크는 더욱 심하게 무너져버린다.
「방으로 안내하겠습니다. 오늘 밤은 잘 쉬고, 내일 함께 고아원으로 돌아가죠」
비스크가 날 위해서 준비해준 방은 고아원의 방과 비슷했다.
하지만 꽃이 잔뜩 장식되어 있어, 그야말로 내 취향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준비한 방이라는 느낌이다.
만약 비스크가 내 연인이라면 분명 나는 아주 기뻐했겠지.
이렇게 나를 이해해주고 있다니――라고.
「조금 속박이 강하긴 하지만…… 하란보다 나아. 훨씬 나아. 그로우 같이 사람을 죽이지도 않고. 아마도」
믿는 노력을, 해보자.
나는 하란에게 안길 때, 분명, 처녀가 아니었다.
비스크가 움직이지 않는 나를 상대로 한 “인형 놀이”의 내용은 싫을 정도로 이해해버리고 말았다.
심히 역겹다.
앞으로 내가 비스크를 좋아하게 될 일은 없겠지.
하지만 책망한다고 해도 소용 없다.
25년 동안의 시간을 바쳐 겨우 눈을 뜨게 하는 걸 포기한 첫사랑인 여자아이――그 어딘가의 시점에서, 비스크는 실수를 저질렀다.
몰아붙여 결정적으로 망가뜨리는 것보다 눈치채지 못한 척을 하는 게 낫다.
나는 침대에 기어 들어가, 그 밤은 엉겅퀴 밭의 꿈도 꾸지 않았다.
+++
다음날 아침.
나는 누가 깨워주지 않았는데도 눈을 떴다.
창밖을 보면 해는 중천에 떠있었다.
완전히 늦잠자버렸다.
나는 눈을 비비며 1층으로 내려갔다.
부엌에는 샌드위치가 준비되어 있고, 메모가 하나 붙어있었다.
――지친 것 같아서 깨우지 않았습니다.
집 물건은 뭐든지 자유롭게 써주세요.
밤에는 돌아오겠습니다.
「……방치되어 버렸다」
나는 어깨를 푹 떨군다.
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
어젯밤 나는 하란에게 만족할 때까지 능욕당하고, 도망치자 눈 앞에서 그로우가 마르스씨의 목을 잘라버리고, 게다가 도망쳐 온 곳이 배드엔드의 상징같은 비스크의 집이다.
약기운도 아직 떨어지지 않은 느낌이 들고, 그리고 그리고……
「……변명할 상대도 없네」
나는 어깨를 떨군 채 햄치즈 샌드위치를 베어 물었다.
책이라도 읽을까 하고 거실에 죽 늘어선 책장으로 향한다.
「우우…… 어려운 책 뿐이야……」
25년 간의 공백은 있었지만 문자를 잊어버리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당연히 17살이었을 때의 내가 읽을 수 없었던 책은 일본에서 25년을 지낸 나도 읽을 수 없다.
전문용어는 발음도 모른다.
「읽을 수 있을 만한 건…… 아, 내가 좋아했던 동화가 있네」
나는 책장에서 읽을 수 있을 만한 책을 꺼낸다.
팔랑팔랑하고 펼치자 그리운 느낌이 든다.
하지만 이 책의 사이에 종이조각이 섞여있는 것을 눈치채고, 나는 멍하니 서있었다.
「……파스토르의 지도다」
꾹하고, 심장을 쥐인 느낌이 들었다.
갑자기 전신에서 땀이 솟아오른다.
나는 당황해서 책을 덮고, 책장에 돌려놓았다.
「속…… 속지 않을 거니까……!」
너무나 노골적이다.
비스크는 내가 책을 좋아하는 걸 알고 있다.
17살인 내가 읽을 만한 책 정도는 알고 있겠지.
그곳에 파스토르의 지도를 숨겨 두고――내가 그것을 발견하면 어떻게 할 건지를 시험하고 있다.
「뭐야……!? 이런, 바보 취급이나 하고……!」
짜증이 난다.
너무 짜증나서 숨 쉬기가 힘들다.
나는 다시 한 번 책장에서 동화를 꺼냈다. 지도와 책을 낮은 테이블에 내팽겨 쳐두고 비스크에게 보란 듯이 「나는 눈치 챘지만 도망치지 않았어요」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자신을 부끄럽게 여기고 사과하러 오도록 해.
뾰로통해진 채로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 나는 다시 침대에 기어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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