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도를 아십니까

「잠자는 공주의 우울과 한때 아이였던 보호자들」 12화 꿈 속의 짐승 본문

眠り姫の憂鬱とかつて子供だった護り人たち 번역

「잠자는 공주의 우울과 한때 아이였던 보호자들」 12화 꿈 속의 짐승

네츠* 2020. 12. 20. 22:39

원문 링크 : https://novel18.syosetu.com/n7091gi/13/

 

 

夢の中の獣

 

 

「……저녁이 너무 맛있어서 빠져나갈 수 없을 것 같아」

 

 닭고기 크림파이.

 갓 구워낸 바삭바삭한 파이를 가르면, 안에는 진한 크림 소스. 푹 삶아진 보들보들한 닭고기와 따끈따끈한 감자.

 맛있다. 계속 먹을 수 있다. 크림 소스의 바다에 빠지고 싶다.

 

「맛있어…… 맛있어……」

「그쵸? 이걸 먹지 않고 여기서 나가려고 하다니, 지금 생각해보면 있을 수 없는 일이죠? 이곳의 요리가 먹고 싶어서 대장과 거래하려는 사람도 있을 정도니까요」

 

 나는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거에 엄청나게 낚여버리고 만단 말이지. 위를 잡히고 말았다. 이곳을 나가도 가끔 밥을 먹으러 들리고 싶다.

 우우, 맛있어.

 이곳이 하란의 상관만 아니었다면.

 분통하다, 맛있다.

 

「디저트 배는 비워두세요. 이것도 비장의 무기니까」

「우우…… 겨울 동안 살이 쪄버리겠어…… 근데 나 이외의 손님이 없네」

「뭐, 겨울이니까요. 이곳에 초대받을 만한 분은 대체로 영지에 처박혀있겠죠. 눈이 녹을 무렵부터는 꽤 떠들썩해요. 사교의 장이라는 느낌으로」

「하란의 거래처라면 누구나 들를 수 있는 거 아니야?」

「하란 대장과 “직접” 거래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말이죠」

 

 나는 멀뚱하니 마르스를 돌아본다.

 마르스도 멀뚱해진다.

 그리고 「아, 위험해」라는 표정이 되었다.

 

「대, 대장한테 뭐라고 설명 받았나요……?」

「거래처의 사람이 멋대로 묵고 가는 시설이니까 사양하지 마. 사람의 출입도 잦으니까 여자아이가 습격 당해서 비명을 지를 만한 사건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거짓말은 아니네요…… 아슬아슬하게」

「아슬아슬……」

「아니, 그래도 안전한 건 정말이에요! 대장이 신뢰하고 있는 사람만 들어올 수 있는 거니까! 누군지 모르는 녀석이 들어오는 것 보단 훨씬!」

「그럴지도…… 그래도…… 그럼 저녁이 내가 좋아하는 메뉴였던 건……」

「지금은 올리씨밖에 손님이 없으니까?」

「나, 내일 떠날래」

 

 즉 원래라면 쉬고 있었을 사람들이 나 때문에 일하고 있다는 거다.

 너무하다. 속았다.

 

「아니, 잠깐만요, 아니에요! 손님이 없어도 어차피 일은 있다구요, 사용인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손님이 체류해주는 편이 조금 시험삼아 맛을 내보는 것도 할 수 있어서 요리인으로서도 감사하다구요!」

「……정말로? 민폐 아니야?」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올리씨가 나가는 쪽이 민폐가 아닌가 하고」

 

 마르스씨가 슬쩍 시선을 피했다.

 나는 얼굴을 찡그렸다.

 

「하란한테 혼난다는 거야?」

「혼나지는 않아요. 뭐라고 할까, 그ー…… 대장은 우는 버릇이 있단 말이죠」

「우는 버릇이라니……」

「술을 마시면 울어요. 장사에 실패했을 때라던가. “어차피 나같은 건” 같은 느낌으로, 엄청나게 귀찮은 아저씨가 되어버린다고 할까…… 비밀이에요! 비밀이니까요, 내가 이걸 말했다는 거!」

 

 아무래도 마르스씨는 내가 이곳에서 나가버리면 하란이 술에 빠져 걸핏하면 울고 자빠져 부하에게 민폐를 끼칠 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저렇게 보여도 자존감이 낮으니까요, 하란 대장은. 그게 모성 본능 자극한다고 여성한테는 인기있지만요」

 

 테이블에 식후 디저트를 나열하며, 마르스는 「이런이런」이라며 어깨를 으쓱여 보인다.

 디저트는 밀크 푸딩으로, 위에서부터 베리 소스가 듬뿍 뿌려져있다. 한입에 먹고 울고 싶어졌다. 맛있어. 나, 이곳의 아이가 되고 싶어.

 

「그쵸? 맛있죠?」

 

 마르스씨의 미소가 얄밉다.

 전부 날름 먹어치우고 준비해준 욕조에 들어가 씻고 나오면 하녀가 몸을 씻겨주고, 게다가 비단 잠옷을 입고 그대로 침대에 들어가버리고 말았다.

 저질렀다, 해버렸다.

 하란이 있는 곳에 온 뒤로 모든 것이 자동적으로 흘러가버린다. 내가 멍하니 식탁에 앉아있으면 마르스씨가 입에 요리를 넣어줄 것이 틀림없다.

 글러버린 인간이 되어버리고 만다.

 나는 불안으로 떨며 침대 안에서 몸을 둥글게 말았다.

 

「……고아원 침대보다 푹신푹신해」

 

 어젯밤은 긴장했고, 흥분 상태였고, 불안도 공포도 한계였기에 침대의 부드러움 같은 건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하지만 오늘 하루 하란도 비스크도 만나지 않았고 지도도 받았고, 밥도 맛있고 침대도 이렇게 푹신푹신하면 이곳을 나가자고 생각하는 내 마음이 점점 꺾여버린다.

 

 편한 쪽으로 흘러가게 두고 있다.

 이러면 안 된다.

 제대로 생각하지 않으면. 며칠 이곳에서 신세를 졌지만 내일은 일을 찾으러 간다거나――

 그런 걸 생각하고 있는 사이에, 내 의식은 베개로 빨려 들어갔다.

 

+++

 

 눈을 뜨자 나는 숲 안에 서있었다.

 그 순간 「아, 이건 꿈이다」라고 자각한다.

 눈앞에는 큰나무가 있다.

 그리고 지면은 온통 엉겅퀴 밭.

 

「아파, 아파! 꿈인데 아파……! 조금 걷는 것만으로도 다칠 것 같아」

 

 엉겅퀴에는 가시가 있고, 어째서인지 나는 맨발이다.

 걸을 수 없어 가만히 서있으면 서벅서벅 발소리를 내며 누군가가 등 뒤에서 다가온다.

 그 발소리가, 등뒤에서 뚝 그쳤다.

 

「꿈을 꾸고 있었나?」

 

 물어져서, 나는 돌아본다.

 올빼미 가면을 쓴 심한 새우등인 남자가 맨발로 그곳에 서있었다.

 발은 엉겅퀴 때문에 상처 투성이다.

 

「……상처, 났어요」

「그렇게 보이나」

「그야 피가」

「그럼 그렇게 보고 싶은 거겠지」

「에에……?」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면 가면을 쓴 사람도 고개를 갸웃거린다.

 나를 거울로 비춘 듯한 움직임이다.

 

「깨어나고 싶은 건가?」

 

 처음과는 반대의 질문이다.

 이 질문에도 나는 대답할 수 없었다.

 

「꿈이라고 자각하는 꿈에서조차 피를 흘린다면, 꿈이라는 걸 자각하지 못하는 꿈이라면 목숨조차 잃을 수 있다. 걸어라. 그 발에서 피가 흐르는지」

 

 나는 한발자국 내딛었다.

 가시 뿐인 엉겅퀴를 밝으면 거기서부터 차례대로 엉겅퀴가 시들고, 갑자기 주위가 어둠에 잠긴다.

 어딘가에서, 호흡과 물소리가 들려온다.

 짐승이 고기를 먹는 듯한.

 

 나는 소리의 근원지를 찾으며 주위를 돌아본다.

 눈 앞에는 침대가 있었다.

 그곳에는 내가 잠들어 있다.

 

「……나?」

 

 나는 옷을 입고 있지 않았다.

 그 위에는 날카로운 손톱을 가진 짐승이 덮쳐 누른 채, 내 몸을 핥고 있다.

 날카로운 송곳니가 내 배를 파고들어 침대 위의 나는 「아파」라며 울었다.

 그래도 나는 깨어나지 않는다.

 

 나는 침대의 나에게 달려들었다.

 축 늘어진 자신의 몸을 굉장히 초조한 마음으로 앞뒤로 흔들어댄다.

 

「일어나! 얼른 일어나, 먹혀버려!」

 

 뜯어먹힌 내 배에서 피가 흐르고, 짐승은 무심하게 그 피를 마신다.

 짐승이 몸을 움직일 때마다 잔물결 같은 소리가 같다.

 

「일어나, 일어나……! 부탁해, 부탁이야……!」

 

 나는 눈을 뜨지 않는다.

 짐승의 혀가 가슴팍을 기어가고, 그 앞을 머금고 이를 세운다.

 침대의 내 몸이 통증에 반응하여 힘없이 발버둥치지만 그 손은 하늘을 휘저을 뿐.

 짐승의 혀는 결국 내 구강으로 파고들어, 그 안까지 유린한다.

 

 답답함이 느껴졌다.

 목 안까지 짐승의 혀가 파고들어, 숨을 쉴 수가 없다.

 침대의 내가 죽어버린다면 분명 지금의 나도 살아날 수 없다.

 

「구해줘, 누가…… 누군가……」

 

 나는 맥없이 쓰러졌다.

 침대 위에서는 짐승이 식사를 계속하고 있다.

 

「싫어어어어――!」

 

 소리치며, 나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어있었다.

 서둘러 몸을 확인한다――먹히지 않았다, 괜찮다.

 침대 위에서 멍하니 있으면 힘차게 문이 열리더니 마르스씨가 뛰어들어왔다.

 

「올리씨, 괜찮아요!? 지금 굉장한 비명이……」

 

 나는 숨을 고르지 못한 채, 마르스씨의 모습을 보고 안도했다.

 갑자기 흘러넘친 눈물이 멈추질 않아, 침대 위에서 몸을 둥글게 말아버린다.

 무서웠다.

 악몽 때문에 울다니, 어린아이 같다는 건 알고 있지만 몸의 떨림이 멈추지 않는다.

 마르스씨가 달려와 내 어깨를 끌어안는다.

 

「괜찮아, 괜찮아요. 무서운 일은 아무것도 없어요. 이곳에 있는 한, 제가 반드시 지켜드릴 테니까」

「괜찮아…… 꿈…… 그저, 꿈이니까……」

「분명 지쳐서 그런 거예요. 오늘은 아무데도 나가지 말고 방에서 느긋하게 있어주세요. 그렇지, 약속한 쿠키를 사왔어요. ――눈치 챘나요? 벌써 낮이라는 거」

「……에?」

 

 나는 비틀비틀 일어나 커튼을 친다.

 해는 중천에 떠있어, 통행하는 사람들은 활기를 띄고 있다.

 정면의 빵집에는 사람들이 줄을 섰다.

 

「나…… 이렇게 자버리다니……」

「지금부터 나가는 것도 좀 그러니까, 오늘은 도서실에서 지내주세요. 나, 추천하고 싶은 책이 있어요. 아, 갈아입을 옷 준비할게요」

 

 마르스씨는 그렇게 말하고 내 옷장을 열었다.

 나는 테이블 위에 둔 파스토르의 지도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해야만 하는 일이 잔뜩 있다.

 하지만 확실히 잔뜩 피곤한 느낌이 들었다.

 고아원에 감금당하고, 도망치고, 하란과 만나고――짧은 시간에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나버렸다.

 

「점심 식사, 드실 거죠? 주방에 전해둘게요」

 

 마르스씨는 내가 갈아입을 옷을 골라 침대에 나열해두곤 신이 난 듯이 방에서 나간다.

 옷을 갈아입으려고 침대로 가자, 나는 문득 바닥에 반짝이는 것을 발견해 주워들었다.

 

「……거울? 이 아니라…… 보석……?」

 

 왜 이런 게 바닥에 떨어져있는 걸까.

 상인이 드나드는 상관에는 보석이 아무렇지도 않게 분실물로 나오는 걸까.

 나중에 마르스씨한테 돌려주자.

 나는 옷을 갈아입고 주머니에 붉은 보석을 쑤셔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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