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도를 아십니까
「잠자는 공주의 우울과 한때 아이였던 보호자들」 14화 뫼비우스의 고리가 다다르는 길 본문
원문 링크 : https://novel18.syosetu.com/n7091gi/15/
メビウスの輪の至る道
나는 엉겅퀴 밭에 서있다.
발은 피투성이가 되어있다.
옆에는 올빼미 탈을 쓴 새우등 남자가 서있다.
나는 또 꿈을 꾸고 있다.
「또 만났네요, 올빼미씨」
「꿈을 꾸고 싶은 건가」
올빼미씨의 물음은 같다.
나는 멍하니 발밑을 바라본다.
그러자 지면에 뻥하고 구멍이 뚫려, 침대 위에서 “짐승”에게 먹히는 내가 보인다.
――그로부터 매일밤, 나는 하란에게 안기고 있다.
어떻게 해도 멍해져버리고 마는 것이다.
멍해져 있으면, 건네진 식사를 의심 없이 먹어버리고 만다.
먹으면 또 아무 생각도 하지 않게 되어, 하란은 그런 나를 어린아이처럼 어리광 부리게 하고, 그런데도 아이에게는 하지 않을 만한 짓을 한다.
그리고 나는 이 엉겅퀴 밭의 꿈을 자주 꾸게 되었다.
어쩌면 일종의 현실 도피일지도 모른다.
「……이게 꿈 아닌가?」
나는 올빼미씨에게 되물었다.
「꿈이라면 깨어날 수 있어」
「그럼 현실인가아」
나는 엉겅퀴 들에 주저앉았다.
그러자 올빼미씨도 똑같이 주저앉는다.
「이게 현실이라면 저게 꿈?」
나는 하란에게 꿰뚫려 환희의 소리를 올리는 나 자신을 가리킨다.
하란은 행복해보인다.
정말이지 팔자도 좋네.
여기서 보면서 알게 된 것이 아주 많다.
하란은 거짓말쟁이에 싫은 어른이라는 점이다.
이 상관은 겨울에는 사람의 출입이 적다. ――적기에 오는 손님들 대부분 남녀 커플이다.
이곳은 상관이자 창관이다.
식사도 섹스도 서비스 중 하나.
알보 부인은 그로부터 몇 번이고 이곳에 왔지만 식사만 하고 머물지 않고 금방 돌아간다.
분명 이곳이 어떤 장소인지 알고 있는 거다.
여자아이가 비명을 지를만한 사건은 일어나지 않는다, 고 하란은 말했다.
여자아이의 비명은 사건이 되지 않는다라는 말이었다.
하란과 자신의 체액으로 질척질척해진 나를 하녀들이 매일 상냥하게 씻어준다. 새로운 옷을 입혀주고 시트를 간 침대에서 재워준다.
마르스씨의 코에 붙어있던 거즈가, 어제 떼어졌다.
그러니까 아마 1주일 정도 이런 느낌이다.
하란이 없는 동안에는 여전히 마르스씨가 나를 돌봐준다. 부지런히 돌봐준다. 가끔 나에게 키스하는 건 하란에게는 비밀으로 해줬으면 하는 것 같다.
아무래도 나는 하란에게 사육되고 있는 것 같다.
「어느쪽이든」
올빼미씨가 대답했다.
올빼미씨와의 대화는 언제나 난해하다.
내 심층심리의 화신인 걸까.
심리학은 잘 모른다.
「깨어나고 싶은 건가?」
올빼미씨가 물었다.
나는 생각했다.
하란이 방에서 나온다.
대신 마르스씨가 들어와 목욕, 옷 갈아입기, 또 침대. 그리고 낮까지 푹 잔다.
「……깨어나고 싶은, 걸지도」
툭 말했다.
지금, 만약 정말 눈을 뜰 수 있다면 도망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지도는 책상 서랍에 넣어두었다. 빼앗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하란은 그러지 않았다.
어쩌면 지도의 존재를 모르는 걸지도 모른다.
나는 일어서서, 엉겅퀴 밭을 걷는다.
서벅서벅 가시가 발을 찔러 피가 흐른다.
고통으로 잠에서 깨어났다.
일어나 창문 밖을 보면, 새까맣다.
밤――아직 밤.
죽지 않았군, 나의 심층심리.
나는 침대에서 빠져나왔다.
최대한 소리를 내지 않고 옷을 입고 서랍에서 지도를 꺼낸다. 주머니에 집어넣고 창문 밖을 본다.
여긴 2층. 뛰어내리는 건 너무 높고, 시트를 묶어 빠져나오는 너무 큰 길가 쪽이라 어렵다.
애초에 나는 딱히 감금당해있는 게 아니다.
약 때문에 의사의 자유를 빼앗기고 있을 뿐, 묶여 있지도 않고 방에 열쇠가 걸려있지도 않다.
하란도 그것만은 거짓말하지 않았다.
나는 시험 삼아 슬쩍 방을 나가본다.
만약 누군가에게 들켜도 「밤 산책을 하고 싶어」라고 아이처럼 떼를 쓰면 용서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이 상관은 내 취급에 있어서는 비교적 그런 느낌이다.
17살이라기 보다는 10살 아이 같다. ――하란이 그리 바라고 있으니까.
분명 하란은 예전에 내가 하란에게 그랬던 것처럼 나를 어리광부리게 하고 싶은 것 같다.
그러기 위해선 내가 성장하면 곤란하다.
나는 베어서 꽃병에 꽂힌 꿈의 꽃이다.
시들지 않는 꽃을 원한다면 조화를 사도록 하자, 하란군. 더 이상 혼내주지 않을 거지만.
상관은 밤에도 이곳저곳 불이 켜져 있어 밤중에 누군가가 도착해도 대응해줄 수 있도록 되어있다.
복도에 깔린 털이 진 융단은 내 발소리를 지워준다.
나는 총총 복도를 가로질러 미끄러지듯이 계단을 내려간다.
현관 홀을 가로지르는 도중, 하녀가 나를 발견했지만 웃는 얼굴로 「좋은 밤이네」라고 말하자 당연한 것처럼 마주 인사해준다.
하지만.
「올리씨!」
현관을 나와 몇 걸음 걸었을 때에 마르스씨가 나를 불렀다.
나는 멈춰섰다. 내가 전력으로 뛰어도 어차피 남자한테는 이길 수 없다.
돌아보면, 초조한 모습의 마르스씨.
「안 돼요, 이런 밤중에 혼자서…… 잠에 취한 건가요?」
「나를 도망치게 해주면, 나한테 키스한 거 말 안 할게」
단호하게 말하자 마르스씨는 말을 잃는다.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나를 본다.
「나…… 키스같은 거 한 적 없어요, 올리씨」
「그래? 그치만 하란은 내가 하는 말을 믿을지도」
「올리씨?」
「아니면 마르스씨한테 범해졌다고 유서 쓰고 자살할 거야」
「올리씨……!」
내가 완전히 제정신이라는 걸 알아챈 마르스씨는 파랗게 질렸다.
나를 이대로 해방할 것인지, 데리고 가 상관에 가두던지, 어느쪽이 자신에게 있어서 이득인지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조금만 더 쐐기를 박아보자.
「나, 25년 동안 잠들어 있었으니까」
「네?」
「뭔가 졸려지는 계통의 약은 잘 안 듣는 걸지도. 아마 같은 약을 먹어도 나는 또 어딘가에서 눈을 뜰 거야」
「아아……」
마르스씨는 내 말을 진지하게 고려하는 것 같다.
아마 그날 밤, 내가 울부짖은 그날 밤에 나는 눈을 뜰 리가 없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란도 마르스씨도 놀랐었다.
그러니까 이후에도 내가 눈을 뜰 수도 있다는 예상을, 마르스씨는 부정할 수 없는 거다.
「……약, 늘려볼래?」
「아뇨…… 이 이상은 안 늘려요, 이 이상은」
마르스씨는 어깨를 떨구고 한숨을 내뱉었다.
대장에게 뭐라고 말하지, 라고 불평하는 목소리에는 패기가 없다.
「올리씨가 상관에 사는 게 당연하다는 듯이 생각하게 된다면 서서히 줄여갈 예정이었어요. 애초에 그렇게 강한 약도 아니고요」
「흐응」
「그래도 이 약이 듣지 않게 되어서 올리씨가 나가려고 하는 걸 알게 된다면…… 솔직히, 뭘 할지 모르겠어요. 올리씨에 대해서만은, 대장은 조금 이상하니까」
나에 대해서만은.
그럼 하란도 「나 때문」에 저러는 건가.
그럼 내가 사라지면 원래대로 돌아오나?
다른 여자아이에게 그런 심한 짓은 안 하나?
하란이 나에게 한 짓을 완전히 범죄다. 나는 이대로 경찰서로 뛰어갈 작정이었다. 내 말을 얼마나 믿어줄지는 모르겠지만.
「올리씨…… 방법이 서툴지만, 대장에게 있어 올리씨는 정말 특별해요. 너무한 말을 하는 건 알고 있어요. 부디 기회를 주실 순 없으실까요」
「너무한데. 절대 무리」
「이대로 올리씨를 보내면, 나, 대장한테 죽어요」
「붙잡아둬도 나한테 키스했다는 사실이 들키면 죽는 거 아니야?」
「그 경우에는 붙잡아뒀으니 용서해달라는 교환 조건에 걸겠어요」
마르스씨는 싱긋 웃었다.
정신이 강철로 되어있다.
언쟁으로 밀어붙일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나는 어떻게 도망칠 방법이 없는지 가로등으로 비춰진 거리나 공원을 본다. ――문득, 떠오른 모습이 있다.
그날, 고아원의 창문에서 배웅한 그로우의 뒷모습.
지금이야말로 「데리러」 와주면 좋겠는데 말이지.
그렇게 생각한, 그 때.
마르스씨의 목이, 갑자기, 그 몸에서 “떨어졌다”.
내 발밑에 데굴데굴 굴러온 목을 보고, 나는 영문을 모른 채 얼어붙는다.
선 채로 움직이지 않는 몸통에서 선혈이 뿜어져 나와, 실이 끊긴 인형처럼 그 자리에서 무너진다.
그 뒤에는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서있다.
망토로 검에 묻은 피를 닦는 그 남자는 마치 돌멩이를 가볍게 걷어차는 정도의 안락함으로 마르스씨의 목을 차 길 저편으로 밀어냈다.
「괜찮나, 올리」
「우…… 아……」
「고아원의 원장은 지나치게 비밀주의군. 마치 아직도 고아원에 당신이 있다는 듯이 행동하니까 당신이 하란한테 끌려왔다는 걸 눈치채는 게 늦었다」
나는 아무말도 하지 않고, 뒷걸음질 친다.
가로등에 비친 검은 옷의 남자는, 가볍게 후드를 올려 내 얼굴을 본다.
「올리. 겁먹지 않아도 돼. 나다」
상냥한 미소의 “뚱보” 그로우.
하지만 당신은 지금, 사람을.
「죽…… 여……」
「아아…… 미안하군. 당신의 눈 앞에서 할 짓이 아니었다. 옷이 더렵혀지지 않았다면 좋겠다만」
그로우는 수줍은 듯이 웃는다.
그 얼굴은 튀어오른 피에 젖어, 내 시선을 눈치채고 당황하며 닦아낸다.
나는 심장이 쿵쾅쿵쾅 뛰는 것을 느껴 치밀어오르는 피 냄새에 정신을 잃을 것 같아진다.
그로우가 내 팔을 잡는다.
나는 그걸 뿌리친다.
놀란 듯이 그로우가 물러선다.
「올리?」
「오지 마!」
죽임당할 만한 짓을, 마르스씨가 했나.
심한 짓을 당했다. 화내고 있다. 원망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목이 떨어져 죽었으면 좋겠다고 바라진 않았다.
나는 그로우에게 등을 돌리고 달리기 시작한다.
내 거절에 놀란 듯, 그로우는 마르스씨의 사체 옆에서 꼼짝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로우가 그럴 마음이 생긴다면 바로 쫓아와 나를 붙잡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로우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달렸고, 보이지 않게 되어도 아직 달리고 있다.
지도의 장소는 구시가다.
가로등도 거의 없어 여기저기 빈집에 나쁜 사람들이 모여있다.
밤중인데 사람이 비명을 지르는 소리나 고함치는 소리가 이곳저곳에서 들린다.
파스토르는 어째서 이런 장소를 지정한 거지.
전부, 틀린 느낌이 든다.
처음부터 계속 고아원에 있었어야 했다.
비스크가 말한 대로 1달 정도 얌전히 있었으면 비스크도 나한테 그런 짓은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파스토르의 지도가 아니라 경찰에 뛰어들어가야 했을지도.
나한테 약을 먹이고 좋을대로 한 하란과, 사람을 죽인 그로우.
하지만 어째서인지 나는 경찰에 가도 소용없다고 생각한다. ――소용없다는 걸 알고 있다.
나는 고아원 출신에, 17살 여자아이에, 꿈과 현실의 구별도 애매모호한, 25살 동안 잠들어있던 “환자”다.
하란은 대상인에, 그로우는 귀족. 비스크는 고아원의 원장.
아무도 내 말은 믿지 않는다.
「……추워」
가늘게 내뱉은 숨이 새하얗다.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면 반짝이는 무언가가 보인다.
눈이다.
아까 달린 탓인지 전신이 땀에 절어있어 그게 식어 얼어붙을 정도로 춥다.
어찌할 도리도 없이, 나는 지도의 장소를 목표로 했다.
도착한 곳은 인적 없는 양옥이다.
다른 빈 집에 비해선 번듯하고 사람이 살고 있는 기미도 일단은 있다.
조금 안심했다.
수상한 창고같은 곳이 아니라서.
나는 양옥의 문을 노크했다.
한 번, 두 번.
안에서 열쇠구멍을 돌리는 소리가 들리고, 문이 열렸다.
멍해질 정도의 신장의 남자가 서있다.
온화한 웃음이, 안경 너머에서 나를 내려다본다.
나는 얼어붙었다.
「어째서――」
비스크는 내가 꼭 쥐고 있던 지도를 슬며시 집어들었다.
「눈치채지 못한 건가요?」
「뭘……」
「제 글씨 말입니다. 바꿔두었거든요. 하란의 심부름꾼 소년에게」
과연, 그래서인가.
그래서 그렇게 순순히 지도를 돌려준 건가.
나는 더 이상 도망칠 기력도 없어져 그 자리에 쭈그려 앉아버렸다. 비스크는 그런 나를 부축해 일으킨다.
아이의 귀가를 기다린 부모처럼.
「잘 다녀오셨어요, 올리. 조금 긴 출가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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