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도를 아십니까
「잠자는 공주의 우울과 한때 아이였던 보호자들」 2화 그것을 호접지몽이라고 한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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それを胡蝶の夢という
「올리는 올리브의 애칭인 거지? 그럼 누나도 진짜 이름은 올리브야?」
고아원의 도서실에서 도감을 보던 올리는 조금 떨어져있는 장소에서 조심스럽게 말을 걸어오는 소년을 돌아보았다.
호리호리한 체형을 가진, 부드러운 은발의 소년이었다. 눈동자의 색은 빠져들 것 같이 붉었고, 양친에게 혐오 받은 혈색의 눈동자를 숨기기 위해 언제나 앞머리를 기르고 있었다.
막 8살이 된 파스토르는 고아원의 누구보다도 책을 많이 읽었고, 17살의 올리보다도 박식하다.
「나도 잘 몰라. 원장 선생님은 내가 스스로 “올리브”라고 했다고 하시는데…… 조금 위화감이 있어서」
「그러니까 모두는 누나를 올리라고?」
「응. 그렇게 불러주는 쪽이 좋아」
올리가 미소를 짓자 파스토르는 쭈뼛쭈뼛 다가와 올리가 보고 있던 도감을 들여다본다.
「뭘 보고 있었어?」
「찾고 있었어. 내가 좋아하는 꽃」
「흐음? 어떤 꽃?」
「모르겠어. 작은 핑크색의 꽃이야. 나무가 일제히 그 색으로 물들어서 바람이 불면 꽃잎이 휘날리고, 바람마저 핑크색으로 보일 정도야」
올리는 파스토르를 무릎에 안아 올리면서 함께 도감을 들여다보았다.
긴 앞머리를 작은 귀 뒤로 넘겨주면 파스토르는 조금 간지러운 듯이 웃으며, 올리 대신 도감의 페이지를 넘겨준다.
「어디서 봤어?」
「그것도 모르겠어. 아마 내가 파스토르보다 어렸을 때. 내가 고아원에 왔을 때보다 더 전에. ――어쩌면 꿈에서 봤을 뿐일지도」
「흐응…… 꿈의 꽃이면 찾을 수 없겠네」
파스토르는 도감을 가장 뒤까지 넘겨버린다.
가장 뒤에 있는 백지를 바라보다 고개를 돌려 올리를 올려다본다.
「그럼 누나가 도감에 그 꽃을 그려줘. 누나만의 꿈의 꽃」
「에에ー? 잘 그릴 수 있으려나」
「그릴 수 있어. 누나는 꽃 그림 만큼은 잘 그리니까」
동물 그림은 비참하지만 말이야, 라고 키득키득 웃는 파스토르의 머리를, 올리는 「놀리지 마」라며 쿡쿡 찔렀다.
어두운 눈을 한, 웃지 않는 남자아이.
그게 파스토르라는 소년이었다. 하지만 도서실에서 올리와 이야기할 때만큼은 파스토르는 나이에 맞는 미소를 보여준다.
5살 때 고아원에 들어온 올리에게는 두 가지의 길이 있었다.
하나, 고아원을 나가 일하는 것.
둘, 고아원에 남아 일하는 것.
원래라면 15살이 되면 고아원을 나가야 한다.
하지만 올리는 식물을 잘 알고 있었기에 아이들의――나아가 근처 주민들의 의사 대신으로 고아원에 남는 길이 있었다.
언젠가는 올리가 고아원의 원장이 될 거라고, 누구나가 생각했다.
올리 자신도 그렇다.
돌연 홀로 낯선 땅에 버려지는 공포와 고독은, 올리는 잘 알고 있었다. 그때 손을 이끌어 주었던 원장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마음 깊이 생각했다.
「――올리! 하란이 숲에서 미아가 되었대! 또 그 “뚱보” 그로우한테 괴롭힘 당한 거야!」
도감의 공백에 꽃을 그리고 있던 올리는 파스토르와 얼굴을 마주 본다.
파스토르는 천천히 올리의 무릎에서 내려오더니 「또 봐」라고 조심스레 손을 흔들었다. 올리는 부름에 응해 고아원을 나섰다.
기다리고 있던 흑발의 소년에게 손을 뻗으면 소년은 퉁명스럽게 그 손을 무시하고 앞서 걸어갔다.
「비스크. 위험하니까 손 잡아」
「나 벌써 14살이라고?」
「“내가” 위험하니까, 손 잡아줬으면 하는 거야」
비스크는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 불퉁한 눈으로 올리를 쏘아본다.
그리고 마지못해 손을 내밀었다.
「그런 말투 치사하다고. 짜증나는 어른이라는 느낌」
「그치만 비스크는 걸음이 빠르니까…… 나 점점 뒤처지는 걸」
「손을 잡는다고 해도 걷는 속도는 안 바뀌어. 얼른 찾지 않으면 울보 하란이 너무 울어서 죽어버릴 거야」
비스크는 고아원에서는 가장 나이가 많다.
이름 있는 가문의 사생아지만, 10살 무렵에 암살당할 뻔해 신변을 보호하기 위해 고아원에 맡겨졌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집안을 이을 생각은 없다」라고 전언한 것이나 마찬가지로, 암살의 마수로부터 벗어난 것이다.
비스크는 정말 야무진 아이였다. 어린 아이들을 잘 돌봐주었고, 올리나 고아원의 어른들을 솔선수범해서 도와준다. 아이들은 그런 비스크를 “참견쟁이”라고 놀리지만 곤란한 일이 생기면 언제나 가장 먼저 비스크에게 달려간다.
특히 “울보” 하란은 몸이 작고 약한 탓에 괴롭힘을 당하면 비스크에게 도움을 구한다.
그건 그렇고, 라고 올리는 탄식한다.
「그로우는 나중에 혼내야겠네. 10살인 하란을 괴롭히다니……」
「하지 마. 혼내도 기뻐할 뿐이야. 그 녀석, 올리에게 관심 받고 싶어서 그러는 거니까」
「왜 그렇게 생각해?」
「보면 알아. 귀족 도련님은 모두 그래. 혼내면 “나를 생각해서 말해주는 거구나”라고 눈을 반짝이는 거야」
「으ー응. 그런 느낌으로는 보이지 않는데 말이야」
올리는 난처해 하며 고개를 갸우뚱 거렸다.
그로우는 “뚱보”라는 별명이 가리키듯이 조금 영양 과잉인 15살 소년이다. 키도 크고 힘도 세서 동년배인 아이들 안에서도 가장 세다.
언제나 두 사람이나 세 사람 정도의 부하를 거느리며 마을 이곳저곳에서 장난을 친다. 최근에는 그 장난의 화살표가 온통 고아원을 향하고 있어서 원장과 함께 난감해 하고 있다.
하지만 그로우의 집에서는 고액의 기부를 받고 있다.
그다지 강하게 항의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해서 올리는 그로우를 특별 취급하고 어리광을 받아줄 생각은 없지만――그로우는 올리가 꾸짖으면 그건 그것대로 건방지게 반발한다.
아무리 봐도 혼내줬으면 하는 고독한 소년의 얼굴은 아니다.
「아, 있다, 올리! 하란이다!」
비스크에게 손을 이끌려 올리는 “큰나무”로 달려갔다. 숲에서 가장 큰 나무로, 그 지엽에 보호받듯이 꽃밭이 펼쳐져 있다.
마을에서 「큰나무」라고 하면 이 숲의 나무로, 연인들이 밀회하는 장소로도 인기가 있다.
그런 큰나무 가지 위에서 하란이 훌쩍훌쩍 울고 있었다.
올리는 큰나무를 올려다보고 입을 떡 벌렸다.
「이렇게 높은 곳을 잘도 올라갔네…… 하란! 괜찮아? 그로우한테 괴롭힘 당한 거야?」
「올리! 비스크!」
하란은 올려다볼 수밖에 없는 거목에서 천천히 내려와 올리의 허리를 부여잡고 펑펑 울기 시작했다.
「올리, 올리는 작은 남자는 안 된다고 생각해? 축제에서 댄스를 권유해도 아무도 승낙해주지 않는다는 거 진짜야?」
올리는 눈을 끔뻑였다.
일주일 뒤, 마을에서 1년에 한 번 열리는 “화장제”가 있다.
1년 동안 죽은 사람들을 애도하는 축제.
그리고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기원하는 축제.
꽃이 지고 씨앗이 되어 새로운 생명이 싹트길 바란다는 이유로 이 마을이 아직 농촌이었을 때부터 계속되는 전통적인 축제다.
다만 지금은 그런 축제의 본래의 목적은 누구도 그다지 기억하고 있지 않다.
그저 「마음속에 있는 상대에게 꽃을 보내 춤을 권유하기 위한 날」이다. 아이들은 사랑의 싹을 틔우고 어른들은 “그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꽃을 선물한다.
올리는 흐느끼는 하란을 보고 어쩔 수 없는 기분이 되어 그 몸을 있는 힘껏 끌어안았다.
「그런 거 거짓말이야, 하란. 나라면 하란한테 권유받으면 엄청 기뻐할 테니까. 키가 작아도 신경 쓰이지 않고…… 게다가 하란은 아직 10살이니까」
「맞아, 하란. 나도 10살일 때 하란보다 작았으니까」
「정말? 그럼 나도 비스크만큼 커질 수 있어?」
「뭐어, 나는 좀 더 키가 커질 테니까, 네가 나보다 커지는 건 무리겠지만. 그렇게 되면 내가 올리한테 댄스 권유를 할 거니까 꼬맹이인 너는 거절 당하겠지」
「시, 싫어! 너무해, 비스크! 치사해, 그런 거!」
「이 녀석, 비스크!」
「그도 그럴게 엄청 형편없는 걸. 네가 꼬맹이라는 이유로 거절하는 여자, 네 쪽에서 거절하면 돼」
「그치만…… 좋아하는 아이한테 싫어한다고 들으면 슬퍼…… 나도 올리랑 춤추고 싶어어」
「으응, 곤란하네. 좋아하는 아이에게 권유한다는 이야기가 왜 나한테 권유한다는 흐름으로…… 애초에 나는 춤 엄청 못 추니까 다 같이 축제에 놀러가는 게 가장 좋은데 말이야」
흐느끼는 하란의 부드러운 갈색 머리카락을 어루어 만지면서 올리는 큰나무를 바라본다.
어쨌든 하란을 찾아서 다행이다.
하란은 사랑 가득한 가정에서 자란 아이다. 어리광 부리며 자랐다고 해도 되겠지. 양친이 마차 사고로 타계하여 갑자기 혼자가 되었다.
원래 유복한 가정의 아이였고, 사고를 일으킨 상대한테 배상금도 받았기에 생활이 궁한 것은 아니지만 친척 모두가 사악하고 수완가인 상인들이다. 눈을 돌리면 어린 하란같은 건 금방 벗겨 먹힌다.
그걸 걱정한 판사의 판단으로 하란이 성인이 될 때까지 고아원에서 재산 등을 맡아온 것이 사건의 경위이다.
그런 이유로 하란만이 마을에 있는 학교에 다니고 있지만 고아원에서 다니고 있는 하란을 그로우가 재밌어 하며 놀리는 탓에 하란은 매일 울기만 한다.
「그렇지! 모처럼 큰나무까지 왔으니까 꽃 따갈까. 고아원이 꽃으로 가득 찰 정도로」
「응! 나, 올리가 좋아하는 꽃 모아올게!」
아까까지 울고 있던 하란이 아직 붉은 눈가를 닦고 꽃밭으로 달려간다.
그걸 따뜻한 눈으로 지켜보고 있으면, 비스크가 옆에 와 앉는다.
「비스크?」
「……나, 내년에 15살이 돼」
「……그렇네」
「그럼 고아원을 나가야겠지」
「응, 쓸쓸하네」
「마……만나러 와도……괜찮, 지? ……화장제 때」
올리는 비스크를 돌아본다.
언제나 강인하고 어른인 척 하는 비스크가 지금은 굉장히 약해보인다.
올리는 싱긋 미소지으며, 비스크의 몸을 끌어안는다.
「오, 올리!」
「기다리고 있을게, 비스크. 만나러 와」
「……의미, 알고 말하는 거야? 나 제대로, 진지하게……!」
「으ー응. 어떨까아. 고아원을 나가도 정말 날 만나러 와주면 조금은 진지하게 생각해볼까」
「젠장……! 약속이니까 말이야……!」
올리의 몸을 뿌리치듯이, 비스크가 일어나 하란에게 질세라 꽃을 모으기 시작했다.
올리도 꽃을 모으기 위해 일어나려다――문득, 낯선 꽃이 눈에 띄었다.
큰나무에 기대듯이 피고 있는 연보라색의 작은 꽃이다.
「……예쁘다. 하지만, 본 적 없어」
올리는 꽃에 손을 뻗는다.
만지면 따끔한 가시가 박힌다.
다음 순간, 시선 가득히 퍼지는――연주홍색의 꽃잎. 큰나무의 가지들을, 꿈에서 본 연주홍색의 꽃이 가득 메우고 있다.
바람이 불면 꽃잎이 흩날리며, 아슬아슬하게 올리의 위에서 흔들리며 떨어진다.
그것이, 25년 전――긴 꿈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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