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도를 아십니까
「잠자는 공주의 우울과 한때 아이였던 보호자들」 79화 협정과 불안 본문
원문 링크 : https://novel18.syosetu.com/n7091gi/81/
協定と不安
「영양제 링거를 맞고 자력으로 제대로 된 식사를 할 수 있게 되면 제대로 된 시설에 입소 수속을 할게. 이 정도로 명백한 학대 증거가 있으면 비스크의 한마디로 경찰이 움직인다. 감사에 들어갔던 시설의 직원은 전원 체포하고, 대신 다른 직원을 파견하겠지. 이런 꼴로 잘도 감사를 받을 생각을 했군. 바보의 머릿속은 이해가 안 돼」
우리가 데리고 간 아이를 침대에 재우고 재빨리 진단을 내린 파스토르는 앞으로의 흐름을 담담하게 설명해주었다.
나는 어린아이가 무사한 것에 안심해 그 시설의 아이들이 더 이상 괴로워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니 기뻤지만, 비스크가 보여준 새빨간 리스트의 수를 떠올리고 어두워진다.
「서둘러야지…… 가능한 한 빨리 모든 시설을 돌아다녀야…… 지금부터 연락을 해두면 내일 4군데 정도 돌 수 있으려나? 그로우, 어떻게 생각해?」
「그거라면 문제가 생겼을 때 후처리를 맡길 만한 인재를 데려가야겠군. 오늘처럼 아이를 보호한 후 아이를 데리고 다음 방문지로 갈 수는 없잖아」
「아, 그런가…… 그런 인재의 준비라면 비스크에게 부탁하면 되려나?」
「신뢰할 수 있을 만한 인원을 준비한다는 의미라면 하란이 적임이겠지」
나는 흘끔 시계를 본다.
지금은 점심 조금 전.
지금 미리 선약을 알리고 하란에게 인원 준비를 부탁하면 밤에는 1건 정도 감사를 가고――.
「그로우. 나 지금부터 하란이 있는 곳으로 갈 테니까 그로우는 비스크가 있는 곳에 보고하러 가서 밤에 다시 나를 데리러 와줄래? 집에서 기다릴 테니까」
「분부대로」
「어이. 앞으로도 이런 상태로 죽어가는 꼬맹이를 하루에 몇 명이나 데리고 오는 거라면 여기서는 대응할 수 없어. 긴급한 환자라면 내가 진찰하겠지만 그 이외에는 제대로 체제를 갖추어 두지 않으면 금방 파탄날 거다」
「그렇겠지…… 침대도 부족하고…… 으ー응…… 그것도 비스크랑 상담해야겠네…… 하란보다 먼저 비스크한테 가야 하려나?」
「아니, 병원에 대한 것도 내가 비스크한테 이야기해두지. 올리, 당신은 신경 쓰지 말고 하란이 있는 곳으로 가도록 해」
「정말로? 고마워, 아버지」
「놀리지 말아줘. 스스로를 유지할 수 없게 된다」
내 웃는 얼굴에 쓴웃음을 돌려주며 그로우는 내 이마에 키스를 한다.
파스토르가 짜증난다는 듯이 헛기침을 하고 그로우로부터 나를 떼어놓는다.
「내 앞에서 부녀 놀이는 그만둬. “스스로를 유지할 수 없게 된다”」
「이 녀석, 질투 하지 마」
「잘도 그런 잔혹한 말을 하네」
「이마에 키스한 것 뿐이야. 자, 파스토르한테도 해줄게」
「애 취급 하지 마! 그런 게 아니야! 됐으니까 둘 다 얼른 나가!」
파스토르의 이마에 키스하려하자 밀쳐지고 말았다.
어쩔 수 없이 나는 그로우와 함께 파스토르의 집을 뒤로 한다.
그렇게 하려고 생각했다.
하지만.
「잠깐. 올리, 억제제는?」
「아, 아직」
「쓰고 가. 하란이 있는 곳에서 발작을 일으키면 좋은 꼴 못 봐」
으ー응, 확실히…….
그로우가 걱정된다는 듯이 나를 봤지만 나는 「괜찮으니까」라고 웃으며 그로우를 먼저 보낸다.
「가지고는 온 거지?」
「응. 화장실 빌릴게」
뭐라고 할까, 배에 기르고 있는 생명체에게 먹이를 주는 것에 이렇게나 익숙해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배에 곤충을 넣었을 때도, 억제제의 사용 방법을 들었을 때도, 처음에는 「나한테는 무리다」라며 울었는데, 지금은 곤충이 조금 뱃속에서 움직이는 것 정도로는 아무것도 느끼지 않게 되었다.
자극이 너무 익숙해져서, 나 설마, 이대로 불감증이 되는 거 아닐까…….
배에서 곤충이 나가는 걸 무서워하는 귀족 여성은 설마 이런 느낌인 걸까.
「얼른 독립하렴……」
배를 문지르며 부탁한다.
최근에는 모성 같은 마음까지 생겨나고 있다.
건강하게 자라서 나갈 수 있기를.
「끝났어. 고마워」
「응」
「그럼 나도 갈 건데……」
「아, 잠시만」
파스토르가 당황하며 떠나려는 내 손을 잡는다.
뒤돌아보자, 굉장ーー히 무언가를 말하고 싶은 듯한 얼굴.
「……왜 그래?」
「……이쪽」
손이 끌어당겨진 채 다가가면 살짝 머리카락을 쓰다듬어진다.
당하는 채로 가만히 있자, 이마에 입술이 닿는다.
아까 그로우가 나에게 했던 것처럼.
「과연…… 키스 당하고 싶은 게 아니라 하고 싶었던 건가」
「왜 그렇게…… 나만 애 취급 하는 거야? 그로우한테는 그렇게…… 어리광 부리면서……」
「어리광 부릴 샘은 아니었는데…… 알아서 어리광 받아준다고 할까……」
「나도 어리광 받아주고 싶어……」
「파스토르는 어리광 받아줬으면 하는 쪽이잖아? 타인의 기분 맞춰주는 거 서투르니까 무리하면 괴로울 뿐이야」
내가 옳지 옳지 하고 반복해서 쓰다듬어주자 파스토르는 점점 기분이 나빠지는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쓰다듬어지는 것에 몸을 맡기고 있기 때문에 싫지는 않은 것 같다.
「……올리가…… 앞으로 감사관으로서 여러 아이들을 구하고, 감사를 받고, 사랑받고…… 올리에게 있어서의 “아이들”이 우리들만이 아니게 될 거라고 생각하면 불안해져」
「이렇게나 강렬하게 나한테 집착하는 아이들이 이 이상……? 나 죽을지도」
「놀리지 마……! 나는 더 이상 어린아이가 아닌데 올리는 나를 애 취급 하니까 진짜 아이들이 올리를 필요로 하면 어떻게 될지 무섭다고……! 전에는 올리가 살아 있어 준다면 그것만으로 좋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지금은 그것만으로는 부족해서……!」
「파스토르……」
「특별해지고 싶어……! 올리를 곤란하게 하는 게 아니라, 함께 있고 싶다고 생각되는 남자가 되고 싶어. 하지만, 나…… 모르겠어서…… 지금도 이렇게 곤란하게 만들고…… 그러니까 알려줘. 나는 비스크나 그로우나 하란처럼 잘 할 수 없으니까…… 제대로 말해주지 않으면 모르니까……!」
최근, 파스토르는 울기만 한다.
사라져버릴 것 같은 내 앞에서, 불안으로 떨며 두려워하는 아이와 같은 불안정함은 없어졌지만 확실히 그곳에 존재하는 것을 얻을 수 없는 괴로움에 발버둥치고 있다.
「웃어, 파스토르」
「……에?」
「파스토르가 기분 좋게 있어주는 게 제일 기뻐. 나한테 무언가 해주려고 하지 않아도 돼. 단지 나한테서 아무것도 빼앗으려고 하지 말아줘. 내가 원하는 것을 부수려고 하지 말아줘. 내 적이 되지 말아줬으면 해」
「……적 같은 거 되지 않아」
「응, 믿고 있어」
「착한 아이로 있을게. 그러니까…… 그러니까…… 나를……」
「좋아해 파스토르. 좋아해」
「엉겅퀴 밭에 가도 돼?」
「응. 하지만, 갑자기 오면 안 되니까 말이야」
「제대로 약속할게. 약속한 뒤에 갈 테니까……」
「그것만으로도 기뻐. 키스해줘, 파스토르」
파스토르는 울면서 입술이 닿기만 할 정도인, 어린아이 같은 키스를 한다.
「그리고, 파스토르. 여기서만의 이야기인데」
「응?」
「레그너스씨의 지하실에서 나온 후부터, 나, 파스토르랑만 했으니까」
멍해져서, 파스토르가 다시 나를 쳐다본다.
설마, 라고 입술이 움직인다.
그리고 귀까지 새빨개져서, 「미안, 나, 완전히……」라고 고개를 숙여버리고 만다.
역시나.
파스토르랑 만나지 않았던 사이, 내가 다른 남자랑 계ー속 했다고 생각했구나.
「내가 가장 참을성 없다는 거……?」
「그렇네. 협정 위반의 수라면 1등이지 않나?」
「마, 말하지 마…… 비스크한테는…… 나, 제대로 참을 테니까……」
「비밀로 해줄게. 어쩔 수 없네. 그야 파스토르는 아직 고작 8살이니까」
+++
부끄러워져서 아무 말도 할 수 없게 된 파스토르를 내버려 두고 나는 하란의 상관에 인재 준비를 부탁하고, 예고 편지를 대상 시설에 보내달라고 하고, 자택에서 그로우의 배웅을 기다렸다.
오늘 두 번째 방문지도 아이들의 취급이 심해서, 그럼에도 시설 직원은 가슴을 펴고 있다는 거니까 정말 골머리를 앓을 수밖에 없다.
이곳에도 개선점을 전해둔 뒤에 「3일 후에 또 오겠다」는 말을 전해두고, 오늘의 일은 종료.
내일도 아침에 배웅 와달라는 약속을 하고 그로우와 헤어졌다.
「자고 갈래?」
라는 내 질문에 그로우는 애매하게 미소 짓고 공손하게 예를 남기고 떠나갔다.
올 때도, 갈 때도, 그로우는 모든 것을 분별하고 있다.
「……뭐, 이러면 불안해지겠네, 파스토르도」
예를 들어 내가 누군가를 애타게 사랑한다고 해도, 그럼에도 여동생 취급 밖에 받지 못하고, 그 사람의 주변에도 그 밖에도 여자가 잔뜩 있다고 한다면 분명 제정신이 아니겠지.
어떻게든 해서 매력적인 여성이라고 생각될 수 있도록 발버둥 치겠지.
불안해져서 울겠지.
「불안하다고 생각하는 건 파스토르 선생님만이 아니지만요」
「와아아아아아!?」
「아, 안녕하세요. 안에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ー」
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간 순간 문 옆에 서있던 마르스씨에게 말을 걸려, 나는 힘껏 소리쳤다.
「마르스씨?! 왜 여기에!」
「오늘 밤의 메뉴를 전달하러」
「메뉴?」
「네. 만찬의」
마르스씨가 건넨 편지를 받아들고 나는 대충 훑어본다.
와아 전부 맛있어 보여.
방금 전까지 경계로 팽팽했던 마음이 메뉴를 본 것만으로 반쯤 녹아내렸다.
「……하지만 그쪽에서 방문하는 건 협정 위반 아니야?」
「대장은요. 하지만 나는 제자라서」
「그거 치사하지 않아?」
「편지를 보내는 것도, 사자를 보내는 것도, 같은 거예요. ――그래서, 어쩌실 겁니까? 마중 올 마차는 이미 준비되어 있는데」
즉, 내가 그 마차에 훌쩍 타면 10분 후에는 지나치게 맛있는 만찬이 내 눈 앞에 펼쳐진다는 거다.
꼬르륵, 하고 내 배가 한심하게 울린다.
오늘 내 점심은 그로우를 기다리며 집에서 먹은 과일 뿐이다.
밤에는 뭔가 따뜻한 게 먹고 싶지만 지금부터 무언가를 만드는 건 귀찮고…….
「……갈래」
「그렇게 나와야죠!」
그런 고로, 나는 마르스씨에게 이끌려 오늘 두 번째로 방문한 하란의 상관이다.
직통으로 식당에 들어서자 하란은 이미 식사를 하고 있어, 쭈뼛쭈뼛 나타난 나를 반겨주며 일어난다.
「올리! 와줬구나!」
「그야…… 저녁이 맛있을 것 같으니까……」
「앉아, 자. 마르스, 올리의 시중을」
「알고 있다구요. 제가 데리고 왔으니까」
하란이 빼준 의자에 앉아 마르스씨는 쉴 틈도 없이 내 식탁에 접시를 나열해준다.
담백한 야채 스프에, 알록달록한 샐러드.
진한 소스를 곁들여 바삭하게 구운 닭고기.
「마, 맛있어…… 아아…… 맛있어…… 맛있다구…… 역시 이런 건 치사하지 않아!?」
「하지만 그로우도 파스토르도 비스크도 일 때문에 올리랑 만나잖아?」
「으ー응, 뭐……」
「나만 관여하지 않는 입장이니까 괜찮잖아? 밥으로 낚는 것 정도는」
「하란은 정말 말은 잘하네」
「권유하지 않는 게 낫다면 참겠지만……」
「마, 만찬 메뉴를 알려주는 정도라면 딱히 괜찮지 않을까!」
「마르스를 보내는 건 너무 했나?」
「아무래도 비스크가 화낼 것 같아」
「아, 알겠어……! 다음부터는 편지로 메뉴만 보낼게」
뭐, 그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끌려올 것 같지만…….
「하지만 확실히 일 때문에 모두랑 만나는데 하란만 만날 기회가 없는 건 치사할지도 모르겠네…… 일이 있는 날의 저녁은 하란이 있는 곳에서 먹기로 할까?」
「그거, 엄청ー 좋아! 비스크한테 상담해볼게!」
「――나한테 뭘 상담한다고?」
쨍그랑.
나와 하란은, 동시에 그릇을 엎고 말았다.
너무나 큰 충격에 우리는 일어서서, 당연하다는 듯한 얼굴로 그곳에 서있는 비스크를 본다.
비스크는 그런 나와 하란을 번갈아 바라보며,
「부디, 식사를 계속하도록 해」
라고 차갑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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