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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공주의 우울과 한때 아이였던 보호자들」 65화 악몽의 소재 본문

眠り姫の憂鬱とかつて子供だった護り人たち 번역

「잠자는 공주의 우울과 한때 아이였던 보호자들」 65화 악몽의 소재

네츠* 2021. 4. 14. 14:00

원문 링크 : novel18.syosetu.com/n7091gi/66/

 

 

悪夢の所在

 

 

「준비 끝났다」

 레그너스씨가 노크도 없이 파스토르의 방에 들어왔다.
 결국 파스토르와 안듯이 참대에서 잠든 나는 눈을 떠도 일어날 기력이 나지 않아 멍하니 파스토르의 팔 안에서 반눈을 뜬 채 입을 다물고 있었다.
 파스토르는 그런 내 머리카락을 살짝 쓰다듬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아직 잠들어 있어. 나중에 내가 데리고 갈 테니까――」
「안 돼」
「레그너스…… 여기도 지하도 그다지 다르지 않잖아. 어차피 너는 어디에 있어도 좋을 대로 얼굴을 비추고 멋대로 하니까」
「컬렉션은 컬렉션룸에 있지 않으면 진정 되지 않아. 잠든 채로도 상관없어, 데리고 간다」
「레그너스……!」
「――됐어, 일어날게」

 나를 감싸려고 하는 파스토르를 슬쩍 말리고, 나는 흐물흐물한 몸을 일으켰다.
 옷은 어제 입은 그대로로, 아직 갈아입지 않았다.
 레그너스씨는 비틀거리며 일어난 나를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안아 든다.

「싫어, 스스로……」
「파스토르의 냄새가 나는군. ――싫지는 않지만, 네 냄새가 옅어지는 건 좋지 않아. 새로운 옷을 준비했다. 목욕하고, 옷 갈아입고, 타인의 냄새를 지워라」

 레그너스씨가 안아든 내 목덜미에 코를 갖다 대며 거의 혼잣말처럼 말한다.
 나는 레그너스씨의 어깨 너머의 파스토르를 본다.
 하지만 레그너스씨가 거칠게 닫은 문 너머에서 파스토르는 나를 쫓아오지 못한 채 우뚝 서있었다.

 지하로 내려가자 내 감옥과 옆 감옥이 이어져있어, 확장된 부분에 욕조가 설치되어 있었다.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제대로 된 욕조다.
 지금까지는 변기도 「눈치 채면 변기의 하부에 설치되어있는 오물단지가 교체되어 있다」라는 느낌이었지만 수세식으로 바뀌어 있다. 참고로 물동이의 물을 보급하거나 하는 자잘한 일은 파스토르가 아니라 허드렛일을 하는 사람이 하고 있다.
 여긴 비밀 컬렉션룸이지만, 의외로 사람의 출입이 적지 않다.
 왕도에는 하수가 통하고 있고, 하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평범한 방 같아……」
「클로젯에 옷도 넣어두었다. 네가 원할 법한 “평범한 옷”이다. 평민 여자가 밖에 나갈 때 입을 법한」
「……고마워」
「기쁜가?」
「응」
「정말로?」

 나는 레그너스씨의 팔 안에서 그 졸린 듯한 얼굴을 올려다본다.
 표정을 읽을 수 없는 그 눈이, 나에게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
 돌연 얼굴이 가까워져, 나는 순간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용서되지 않고, 내 입술에 레그너스씨의 입술이 겹쳐진다.

 싫어하며 발버둥치는 내 혀에 레그너스씨의 혀가 얽혀, 숨쉬기 힘들어져 도망치고 싶은데 안아서 들려진 상태라면 그것도 잘 되지 않는다.
 레그너스씨가 만족할 때까지 길고 길게 혀를 얽고, 나는 축 실을 늘어뜨린 타액을 멍하니 바라본다.
 뱃속이 움찔움찔한다.
 아침용 억제제를, 아직 쓰지 않았다.

「레그너스씨…… 이제, 내려줘……」
「어째서 싫어하지?」
「어째서냐니……!」
「“공물”을 받아들였잖아? 아직 나를 좋아하지 않는 건가?」
「……아직, 목욕 하지도 않았고」
「――과연」

 그것도 그런가 하고 싱겁게 납득하고 레그너스씨는 나를 감옥으로 돌려보내 자물쇠를 건다.
 함께 목욕하자던가 말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나는 부랴부랴 감옥의 커튼을 치고 레그너스씨가 지하를 나가는 발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완성된 욕실에도 이미 커튼이 처져있기에 묶여 있는 끈을 풀면 밖에서 보이는 시야가 가로막혀 평범한 욕실 같다.

 단, 광원이 천장밖에 없기 때문에 커튼을 전부 내리면 꽤 어둡다.
 램프에 불을 붙일까 고민하다 나는 결국 커튼을 열고 욕조에 들어가기로 했다.

 욕조에 들어가기 전에 억제제로 배의 곤충을 얌전하게 해둔다.
 파스토르는 「사용하기 전에 한 번 가는 게 좋아」라고 했지만 나는 어떻게 해도 스스로 하는 게 거북한 것 같아 잘 되지 않았기에, 파스토르에게 받은 윤활제를 묻힌 시린지로 곤충에게 먹이를 주는 데에 그치고 있다.

 먹이를 주는 동안 욕조에 물을 받아두고, 나는 정말 눈앞에 욕조가 존재한다는 사실에 잠시 멍해져 있다가도, 옷을 벗어 던지고 돌연 욕조에 뛰어들었다.

「후아아……」

 스며든다.
 따뜻한 물이 이렇게나 뼈에 사무치다니.
 레그너스씨는 「파스토르의 냄새가 난다」라고 말했지만 나는 자신의 몸에 어제 숲의 썩은 냄새가 베어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비누가 준비되어 있었기에 그걸로 머리카락과 몸을 씻었다. 무향료의 천연 재료라는 느낌이었지만 거품도 좋고 산뜻하다.

 이렇게 있으면 자신이 지하 감옥에 있다는 것을 잊어버릴 것 같다.
 부탁해서 다행이다.
 1일 3회 정도 욕조에 들어가자.
 파스토르에게 부탁하면 목욕 후 보습제 같은 것도 준비해줄 것 같고.

 아까 옷을 벗을 때 본 적 없는 책이 3권 정도 쌓여져있는 것을 보았기에 목욕을 끝마치고 그걸 읽자.
 그리고, 그리고――.

「……여기에서 나가고 싶네에」

 불쑥, 본심이 흘렀다.
 흘러버린 본심은 눈물이 되어 흘러넘쳐, 나는 머리까지 욕조에 담근다.
 부글부글부글.

 이대로 계속 잠겨 있으면 혹시 익사할 수 있지 않을까?
 어쩌면 밤중에 내가 여기에 빠져도 아침까지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는 거 아닐까?
 그리고, 다음날 아침 허드렛일을 하는 사람이 내 사체를 발견하고――그리고, 레그너스씨에게 보고하는 걸까?
 아니면 파스토르가 내 사체를 발견하는 걸까?
 그러면 파스토르는 반쯤 광란하면서 나를 그 수상한 액체 안에 집어 넣고 되살리려고 하려나?

 그리고, 나는 되살려지는 걸까?
 아니면, 아무래도 죽으면 파스토르도 되살릴 수는 없나?
 파스토르는 썩어가는 나를 보고 분명 부서져가겠지.
 하란은 어떻게 하려나. 울려나. 너무 울어서 녹아서 사라져버리는 걸까.
 비스크는 어떻게 될까. 그로우는 또 자살하나?

 부글부글부글부글부글……
 숨쉬기 힘들다.

 참지 못하고, 결국 나는 욕조에서 머리를 내민다.
 하아하아 하고 숨을 헐떡이며 죽어가던 물고기처럼 축 늘어진 채 욕조에서 기어 나온다.
 몸도 닦지 않고, 옷도 입지 않고, 나는 흠뻑 젖은 채 침대에 몸을 던진다.
 잠은 금방 온다.

「올빼미씨와 만날 수 있으려나……」

 중얼거리며, 나는 침대에 빨려 들어가듯이 잠에 빠졌다.

+++

「――엉겅퀴 밭이다」

 어젯밤은 눈을 감았다 뜨자 아침이었기에 아마 꿈은 꾸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꿨을지도 모르지만 기억에 남을 법한 꿈은 아니었다.
 애초에 내가 기억하지 못할 뿐이고 엉겅퀴 밭의 꿈은 매일밤 꾸고 있을 가능성도 있지?

 나는 버석버석, 가시투성이인 엉겅퀴를 밟으며 올빼미씨를 찾아 걷는다.
 꽃밭의 꽃에 딱 한 군데 움푹 패인 부분이 있었다.
 다가가서 들여다보면 작은 올빼미씨가 멍하니 하늘을 보고 있다.
 나는 올빼미씨의 옆에 누워 같이 하늘을 본다.

「저기, 마른 계곡의 마물씨」
「여기에 마른 계곡은 없어」
「엉겅퀴 밭의 올빼미씨?」
「그게 좋아」

 부르는 방법에 대해서 좋고 싫음이 있는 것 같다.

「나, 꿈을 꾸고 싶어. 어떻게 하면 돼?」
「연결을 끊는다」
「그 이외에 뭐 없어? 그로우에게는 나를 깨우기 위한 약의 제조 방법을 알려줬잖아?」
「……없는 연결은, 강해지지 않아」
「그런 게 아니야. 일본에 돌아가고 싶은 게 아니라, 나 “여기”에 있고 싶어」

 올빼미씨는 빤히 하늘을 본 채 입을 다물고 말았다.
 나는 천천히 일어나 그런 올빼미씨의 얼굴을 들여다본다.

「죽으면, 나 여기에 올 수 있어?」
「꿈이라고 자각한 꿈을 현실이라고 생각한다면, 꿈이라는 걸 모르는 꿈이라고 생각한다면」

 올빼미씨의 말은, 역시나 오늘도 어렵다.
 내가 무얼 현실이라고 생각하는지 어떤지――라는 걸까.
 나에게 있어서 현실은 뭘까?
 병원에서 혼수 상태인 나?
 아니면 지하실에 갇혀있는 나?
 하지만 확실히 나는, 이 엉겅퀴 밭을 꿈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로우가 마신 독은? 그로우는 그걸 먹고 올빼미씨와 만난 거잖아?」
「거의 죽어 있었다. 보통이라면 죽어」
「그런가……」

 올빼미씨가 일어난다.

「방법은 있어」
「있는 거야?」
「꿈과 연결된다」

 바람이 불었다.
 눈을 감고, 뜨면, 작았을 터인 올빼미씨가 어른 사이즈로 돌아와 있다.

「……어른으로 돌아온 거야?」
「어른으로 보이나?」
「어떻게 봐도 어른인데……」
「그럼, 문이 가까워」
「큰나무가? 나, 지하실에 있는데…… 아! 파스토르가 큰나무의 숲에서 가지고 온 식물!?」

 올빼미씨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 손이, 살짝 내 뺨에 닿는다.

「꿈과 연결할 텐가?」
「어떻게?」
「꿈에 사로잡혀」
「사로잡혀……?」
「꿈에 먹혀, 꿈의 일부가 된다――나처럼」

 내 뺨에 닿고 있던 올빼미씨의 손가락이, 툭, 내 입술을 덧그린다.
 그 순간, 등골을 기어 올라오는 공포.

「――싫어!」

 거의 소리치듯이 말하며 나는 올빼미씨의 손을 뿌리친다.
 그 충격으로 올빼미씨의 팔이 마른 풀처럼 산산조각이 나, 부서진 팔이 단면부터 점점 부서져 사라져간다.
 엉겅퀴 밭에 홀로 남겨져, 나는 아연실색해진다.

「……올빼미씨?」

 대답은 없다.
 굉장히 외로워져, 나는 당황한다.

「올빼미씨!」
「――싫다면 됐어」

 등 바로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 나는 돌아본다.
 작은 몸으로 돌아온 올빼미씨가 아까처럼 꽃밭에 누워있다.
 몸의 힘이 쭉 빠져 있어, 나는 작은 올빼미씨를 끌어안는다.

「정말이지……! 무섭게 하지 마!」
「꿈이 무서운가?」
「무서운 꿈도 있잖아……?」
「악몽은 싫다」
「응……」
「――이건 악몽인가?」
「으응. 올빼미씨는 악몽이 아니야」

 폭신폭신, 몽글몽글.
 올빼미씨의 가면의 깃털은 진짜처럼 부드럽다.

「올빼미씨는 꿈에 먹혀버린 거야?」
「어디로도 갈 수 있어. 어디에도 갈 수 없어」
「꿈에게 먹히기 전에는 평범한 사람이었어? 나처럼?」
「꿈을 동경했다」

 그렇게 말하며 올빼미씨는 나를 빤히 본다.

 마른 계곡의 마물.
 엉겅퀴 밭의 올빼미.

 그로우의 꿈.
 나의 꿈.
 ――그럼 올빼미씨의 꿈은?

「올빼미씨의 꿈은 뭐야?」
「――악몽이다」
「그래?」
「나도 악몽밖에 꾸지 못해」

 나는 문득, 고개를 든다.
 작은 올빼미씨의 등 뒤에 큰 새우등의 올빼미씨가 쭉 늘어서서 우리들을 내려다보고 있다.
 나는 작은 올빼미씨를 끌어안는다.

「괜찮아. 여긴 내 꿈이니까 무섭지 않아」
「……잇는 자가――」
「방해하게 두지 않을 거고, 부수게 두지 않을 거야」

 쭈뼛쭈뼛, 올빼미씨가 내 몸을 마주 안는다.
 작은 몸, 작은 손――이건 그저 개념이다. 올빼미씨가 정말 어린아이인 것이 아니다. 하지만 올빼미씨는 내 엉겅퀴 밭에서 내가 어린아이로 있어달라고 바라면 어른이 될 수 있는데도 어린아이로 있어준다.

 뚝뚝, 올빼미씨의 가짜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린다.

「왜 그래? 뭔가 슬픈 거야?」
「그렇게 보이나」
「내가 그렇게 보고 싶을 뿐?」
「모르겠어」
「올빼미씨는 어렵네」

 나에게 있어서의 꿈은, 올빼미씨에게 있어서의 현실이다.
 즉 꿈속에서 죽으면 올빼미씨는 사라지는 걸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악몽을 싫어하는 걸지도 모른다.

 올빼미씨는 살짝 나한테서 떨어져, 죽 쇠사슬을 떠낸다.
 나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다섯 개가 있다.

「올빼미씨, 그 쇠사슬――」

 호로로, 호로로.
 올빼미가 우는 소리가 들린다.
 내 숲의 사면에서.

「올리―― 올리!」

 부르는 소리에 응하듯이, 나는 눈을 뜬다.
 침대 위에서 벌떡 일어나자 눈을 둥글게 한 하란이 베드 사이드에 앉아서 나를 보고 있다.
 나는 눈을 깜빡인다.

「……하란?」
「……왜 전라로 자고 있는 거야? 침대도 축축하고」
「그러니까…… 욕조 만들어 줬어」
「아아, 봤어」
「그래서, 몸 안 닦고 자버렸어……」
「뭐야 그게. 어린애냐」

 저도 모르게 웃으며 하란은 아직 촉촉한 내 머리카락을 참빗으로 빗어준다.
 봄이라고 해도 햇빛이 그다지 들어오지 않는 지하는 조금 추워, 나는 파르르 몸을 떤다.
 나는 흐느적 침대에서 내려와 클로젯을 연다.
 하란도 일어나 그런 내 등 뒤에 우뚝 선다.

「내가 고르게 해줘」
「응, 좋아」
「상냥하네, 올리는―― 그러니까 조금 믿어지지 않아」
「뭐가?」

 하란은 내 어깨 너머로 팔을 뻗어, 클로젯 안의 옷을 고른다.
 옷 하나를 골라서 꺼내, 내 몸에 맞추어 전신 거울에 비추어 본다.

「레그너스랑 결혼한다고, 파스토르에게 말했다며?」

 하란은 고른 옷을 클로젯에 돌려놓고, 또 다른 옷을 찾기 시작한다.
 무심한 듯한 분위기에,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클로젯에 손을 뻗어 적당한 한 벌을 고르고 속옷 한 벌을 집어 하란과 클로젯의 사이에서 빠져나간다.

「뭐야, 골라주겠다고 했는데」
「그치만 추워서」
「흐응……」

 하란은 집었던 옷을 재미 없다는 듯이 내려다보곤 클로젯에 돌려놓는다.
 나는 서둘러 속옷을 입고 블라우스 소매에 팔을 넣는다.

「버튼 잠그는 거 도와줄게」
「됐어, 스스로――」
「하고 싶어」

 나는 얌전히 하란이 버튼을 잠그게 두기로 했다.
 침묵이 무겁다.
 나는 천장 쪽을 본다――지금은, 점심 전인가.

「이제 곧 점심 먹을 시간. 파스토르가 가지고 올 거야. 마마가 주방에 들어가 있으니까 기대해줘. 올리가 좋아하는 것만 만들어 달라고 부탁해뒀어」
「정말? 엄청 기대돼」
「――저기 올리, 기억하고 있어?」
「응?」
「올리가 레그너스와 결혼하면 죽는다고, 내가 말한 거」
「……응」
「그런데, 레그너스랑 결혼하려고 생각했어?」
「내가 죽지 말라고 부탁하면 분명 하란은 죽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

 하란은 곤란한 듯한 얼굴로 나를 본다.

「과연. 그럴지도」
「게다가 하란을 죽게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하면 파스토르가 어떻게든 해주지 않을까. 내가 죽는 것도 용서하지 않을 거잖아?」
「확실히」
「――하지만, 이제 됐어.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거, 알았으니까」

 하란이 버튼을 다 잠그고, 나는 스커트를 집는다.
 스커트의 버튼을 잠그고, 소파에 앉자 하란이 양말과 구두를 신겨준다.

「근데」

 구두의 리본을 제대로 묶고, 하란은 툭 중얼거린다.

「그치만…… 레그너스랑 올리가 결혼하는 거, 내가 싫어한다는 거…… 알고 있었지? 죽을 만큼 싫다고, 제대로 전해뒀었지?」
「응」
「그런데, 어째서? 왜 내가 싫어하는 짓 하는 거야?」
「설명할 필요 있나?」
「……뭐야, 그 말투. 나 싫어? 용서해준다고 말했었지? 내가 상처 입는 게 싫다고, 그렇게 말해줬었지?」

 하란의 목소리가, 조금씩 긴장감을 더해간다.
 나는 진절머리가 나, 하란한테서 눈을 돌린다.

「하란, 나 조금 지쳤어」
「올리……」
「하란의 비위 맞춰줄 수 없으니까, 오늘은 이만 돌아가. 조용히 책을 읽고 싶은 기분이야. 부탁이야, 착한 아이니까」

 뱃속이 굼실거린다.
 점심 먹기 전에 억제제를 쓰는 편이 나을 것 같다.
 하지만 하란 앞에서는 쓰고 싶지 않다. 그야 뱃속의 이 곤충은, 하란의 맛만을 알고 있다. 그렇기에 아마 하란이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이렇게나 몸이 쑤시기 시작한다.

「……그런가」

 하란은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슬픈 눈빛으로 내 동정을 사며 일어선다.

 내가 하란을 보지 않으려고 하고 있으면, 발소리가 무언인 채로 감옥 밖으로 나간다.
 그리고――.

 쨍그랑! 하고, 무언가가 깨지는 소리가 났다.
 나는 고개를 든다.
 감옥 밖에는 하란이 서있다.
 그 손에는, 억제제 시린지가 있다. 발치에는, 깨진 시린지의 파편.

 ――낮 몫과, 밤 몫의 억제제.

 나는 일어선다.

「……하란?」
「이거, 오늘은 여유분 없대. 내일 새로운 게 도착하니까 이게 없어지면 내일 아침까지 미뤄지는 거야」
「그만둬 하란…… 그거, 돌려줘!」
「미안, 손이 미끄러졌어」

 쨍그랑.
 2개째의 시린지가 하란의 발치에서 산산이 부서진다.
 나는 그걸 아연실색한 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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