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도를 아십니까

「잠자는 공주의 우울과 한때 아이였던 보호자들」 62화 이형의 사랑 본문

眠り姫の憂鬱とかつて子供だった護り人たち 번역

「잠자는 공주의 우울과 한때 아이였던 보호자들」 62화 이형의 사랑

네츠* 2021. 4. 14. 13:55

원문 링크 : novel18.syosetu.com/n7091gi/63/

 

 

異形の愛

 

 

피랑 내장이 나옵니다

 

――――――――――

「……어라? 엉겅퀴 밭이 아니야」

 꿈속에서, 나는 본 적 없는 미로에 혼자 우두커니 서 있다.
 미로――그래, 미로다.
 높이가 높은 산울타리로 만든, 뒤얽힌 좁은 미로.
 그 한가운데에, 나는 혼자서 서있다.

 꿈에서 지내는 것에 익숙해진 나는 왠지 이해할 수 있었다.
 이건 누군가의 꿈속이다.

「하지만 갑자기 사람의 꿈속에 들어오다니……」

 누구의 꿈인지 짐작이 가지 않는다.
 지금은 내 몸에서 뻗어나온 쇠사슬도 보이지 않는다. ――애초에 그건 올빼미씨가 보여주지 않으면 안 보이기도 하고.
 어쩔 수 없이 나는 미로를 어정버정 돌아다녔다.
 길에는 장난감이 마구 굴러다녔다. 아이가 여기서 놀고 난 후 치우지 않고 방치해두었다는 느낌이다.

 십자로에서 오른쪽으로. 막다른 곳.
 십자로에서 왼쪽으로. 어째서인지 벼랑.
 십자로에서 직진. 사람의 그림자.

「――아, 올빼미씨」

 나는 목소리를 낸다.
 게다가 어른 올빼미씨다.
 나는 부랴부랴 그 옆으로 달려가 올빼미씨가 물끄러미 보는 것을 본다.
 막다른 미로에, 그림.

 감옥에서 잠들어있는, 나의 그림.

「……이거, 설마 레그너스씨의 꿈?」

 나는 올빼미씨를 올려다본다.
 올빼미씨는 나를 내려다보고 고개를 갸웃거린다.
 불쑥 팔이 뻗어 나와 내 얼굴에 닿는다. 쓱쓱쓱.
 얼굴을 마구 만진다.
 가짜 눈동자에는 당황한 얼굴을 한 내가 비추어져 있어, 내 등 뒤에는 “다른 올빼미씨”가 서있다.
 나는 흠칫 놀라 돌아본다.

「에? 어라? 올빼미씨가 늘었다……!?」

 등 뒤에서도 불쑥 팔이 뻗어나와, 나는 존재를 확인당하듯이 쓱쓱 만져진다.
 상당한 위화감이 들었다.
 올빼미씨는 지금까지 나를 이런 식으로 만진 적이 없다.

「저기, 잠깐…… 놔줘, 좀……!」

 나는 두 사람의 올빼미씨를 뿌리친다. 내가 뛰기 시작하자 올빼미씨는 무언인 채로 나를 따라온다.
 영문을 몰라 나는 무작정 미로를 달린다.
 하지만 모퉁이 여기저기에서 뿔뿔이 올빼미씨가 나타나, 나는 점점 궁지에 몰려간다.

「도, 도와줘! 누가 좀 도와줘!」

 나는 소리쳤다.
 그런 내 손을, 누군가가 홱 잡아당긴다.

 ――밑으로.

 시선을 내리자 작은 올빼미씨가 내 손을 당기고 있다.
 나는 그를 따라 달렸다.
 길 끝에는 벼랑이 있다.

「날아!」

 올빼미씨가 소리치기에, 나는 마음먹고 벼랑에서 뛰어 내린다.
 눈을 감고, 떠보니, 그곳에는 황랑한 마른 골짜기가 있었다.
 작은 올빼미씨도, 큰 올빼미씨도, 더 이상 없다.

「……이상한 꿈. 뭐였던 거야?」

 레그너스씨의 꿈속.
 미로에, 내 그림.
 대량의 올빼미씨.

「……마른 계곡의 마물」

 그러고보니 그로우가 이전에 올빼미씨를 그런 식으로 불렀다.
 어쩌면 올빼미씨는 유일한 존재가 아닐지도 모른다.
 전에 「개념」이라고 했고.
 하지만 그 작은 올빼미씨는 틀림없이 내가 알고 있는 올빼미씨였다.

「으ー응…… 아직 모르겠는 게 꽤 있네」

 나는 비틀비틀 마른 계곡을 걷는다.
 여길 걷고 있으면, 곧 엉겅퀴 밭으로 바뀌지 않으려나.
 라고 할까, 이건 누구 꿈인 걸까.
 아니면 내 꿈인 걸까.

「……응? 마른 계곡? 그럼 이거――」

 파삭.
 파삭, 파삭.

 어딘가에서 그런, 무언가를 찌르는 듯한 소리가 들려와 스르르 돌아본다.
 내 발치에 스멀스멀 붉은 액체가 범람해온다.
 그 액체를 시선으로 더듬으면, 인형처럼 산산조각이 난, 수많은 사체가 굴러다니고 있다.

 그 한가운데에, 그로우가 서있다.
 방금 막 베어버린 목을 시선 높이로 들고, 찬찬히 그 얼굴을 바라보고 있다.
 나는 비명을 삼킨다.

「――그로우?」

 속삭이는 듯한 내 부름에, 그로우는 금방 반응한다.
 튄 피 범벅이 되어 한쪽 손에는 인간의 목을 들고, 조금, 놀란 듯한 얼굴을 한다. 하지만 이내 미소를 지으며, 그로우는 목을 내팽겨치고 나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온다.

「올리. 놀랐어. 나를 만나러 와준 건가?」
「모르겠어. 나, 지금 꿈을 꾸고 있어서……」
「기우군. 나도다」

 그로우는 즐거운 듯이 웃지만 나는 제대로 웃을 수 없다.
 어째서 이런 꿈을 꾸고 있는 거야?
 언제나 이런 꿈을 꾼 거야?
 그로우에게 있어서 이건 악몽이 아닌 거야?
 하고 싶은 말은 잔뜩 있었지만, 어떤 것도 정답이 아닌 느낌이 든다.

「그로우, 나――」

 껴안아졌다.
 마음껏.
 그리고, 아, 라고 생각할 틈도 없이 입술에 입술이 겹쳐진다.
 두툼한 혀가 내 입 안에 들어와 나는 발버둥 친다.
 하지만 허리를 강하게 끌어당겨져, 후두부를 확실히 억눌려지고 있으면, 제대로 된 저항따위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로우가 만족할 때까지, 몇 번이나, 몇 번이나, 깊고 긴 키스가 반복된다.
 이건 꿈이다.
 꿈이니까 그로우는 자유롭게 행동하고 있다.
 그로우에게는, 이게 꿈이라는 자각이 있다.

 입술이 떨어지고, 그로우가 이상하다는 듯이 나를 내려다본다.
 나는 뭔가 그로우의 가장 보면 안 되는 부분에 발을 들여놓은 것 같아, 굉장히 불안해 안절부절 못한다.
 얼른 이 꿈에서 나가야지.
 그로우의 꿈은 내 아이들의 악몽과는 조금 달라, 굉장히 무섭다.

「――묘하군, 평소의 꿈과 달라」
「저기……」
「너는 가짜인가?」

 스멀스멀, 살의와 해의(害意)가 내 마음 속으로 흘러 들어온다.
 갑자기 피 냄새가 진해진 기분이 들어, 나는 신중하게 말을 고른다.

 꿈을 공유하고 있을 때 우리들은 서로의 마음을 조금 알 수 있다.
 나는 그로우가 나를 의심하고, 나에게 악의를 품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로우는 내가 그로우에게 겁먹고 있다는 걸 눈치챘다.

 꿈속에서 죽임 당하면, 나는 제대로 일어날 수 있는 걸까?
 그런 불안을 느끼며 나는 그로우의 가슴을 살짝 밀었다.

「이건, 내 꿈」
「――뭐?」
「그로우의 꿈이지만, 내 꿈이기도 해. 나는 “그로우가 원하는 올리”가 아니야」

 내가 진실을 말하고 있다는 걸, 그로우는 알 것이다.
 그로우는 잠시 고민하다 살짝 내 앞머리를 쓸어 올린다.

「올리가 내 꿈을 꾸고 있는 건가?」
「에ー 그러니까…… 그런 걸지도?」

 그로우는 소년처럼 웃는다.

「이토록 기쁜 건 없어! 어서와, 우리 공주님. 내 꿈에. 보이는 대로, 자랑할 만한 꿈은 아니지만」
「언제나 이런 꿈을 꾸는 거야?」
「아니, 평소에는 조금 더 온화해. 특히 당신이 곁에 있을 때는」

 그로우는 내 얼굴을 쓰다듬고 이마에 이마를 붙이며, 부친이 딸에게 그러듯이 뺨에 입을 맞춘다.
 나는 눈을 감는다.
 피 냄새가 너무 짙다. 이 마른 계곡에서 이동하고 싶다.
 나와 그로우의 집을 떠올리며 눈을 뜨자 우리들은 익숙하고 친숙한 그 집의 거실에서 둘이서 마주보고 서있다.
 그로우는 갑자기 변한 풍경에 눈을 깜빡이며,

「당신이 한 건가?」

 라고 감탄한 듯 묻는다.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조용히 끄덕인다.

「피나 사체나, 보고 싶지 않아서」
「그렇지. 당신에게는 어울리지 않아. ――그쪽의 상태는 어떻지?」
「응, 그럭저럭. 레그너스씨한테 내가 25년간 꾸었던 꿈 이야기라던가 해주고 있어」
「과연, 그녀석이 매우 좋아할 것 같다」

 활달하게 웃은 그로우는 이젠 피투성이가 아니었고, 나한테 악의를 품고 있지도 않다.
 안심한 나를 천천히 안아 올려 그대로 소파에 데리고 가, 작은 아이에게 그러듯이 겨드랑이에 손을 껴서 든 채로 앉힌다.

「저기, 그로우, 비스크는 어떻게 할 생각인 거야? 뭔가 위험한 일을 하려는 것처럼 말했는데…… 레이나씨는 어때? 새로운 일 찾았어?」
「레이나는 비스크에게 맡겨뒀다. 아무런 걱정도 하지 않아도 돼. 우리들이 잘 해결할게」
「잘 하겠다니? 저기, 뭘 할 생각인지 알려주지 않으면 나――」

 그로우의 손가락이, 내 입술을 슬쩍 덧그린다.
 흠칫 한다.
 그로우의 욕망이 느껴져, 나는 그로우의 팔 안에서 입을 다물었다.

「――성가시군. 그런가. 내가 아무리 숨기려고 생각해도, 여기서는 전부 간파당하는 건가」

 그로우의 쓴웃음에, 나는 제대로 된 웃음을 돌려줄 수 없다.
 싫다, 고 생각한다.
 오늘은 이미 충분히 험한 꼴을 당했다.
 그로우는 나를 괴롭히고 싶어 한다.
 지금의 나는 그로우를 받아들을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아무리 그게 꿈속이라고 해도다.

 하지만 그로우의 손가락이, 내 입 안에 들어온다.
 혀로 밀어내려고 해도 잘 되지 않고, 그로우의 위에서 내려가려고 몸을 비틀어도 도망칠 수 없다.

「응, 우…… 싫……」
「그렇지. 싫지」
「윽……ㅅ」

 그로우의 손가락이 내 상아를 덧그리며, 목 안쪽까지 파고든다.
 토할 것 같아 구역질을 하는 나를 무시하고, 그로우는 내 목 안을 간질인다.
 온화한 웃는 얼굴.
 상냥한 눈빛.
 그로우의 팔 안에서, 나만이 괴롭다.

「ㅅ――하지 마!」

 겨우 소리쳐, 나는 그로우를 밀치고 그 팔에서 벗어난다.
 놓쳐졌다.
 어떻게 도망쳤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어느새 벽 옆에 서있었다.
 그로우는 어리둥절해서, 방금 전까지 나를 안고 있던 팔을 내려다본다.

「그런가. 꿈인가. 그렇다면, 힘으로 어떻게 할 수는 없군」
「나, 이만 갈래. 꿈속의 그로우, 조금 무서워」

 나는 그로우에게 등을 보이고, 문을 열었다.
 평소와 같은 복도를 벗어나, 현관을 통해 밖으로 나간다.
 물컹하고, 발바닥에 생생한 감촉이 느껴졌다.

「에? 뭐야? 뭔가 밟혔――」

 히, 하고. 나는 작은 비명을 지르며 물러선다.
 검붉은, 생생한, 동물의――아마, 인간의 장기.
 그게 지면을 뒤덮고 있었다.
 온화한 집 밖은 온통 피바다여서, 나는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고 황급히 문을 닫는다.

 등 뒤에, 그로우의 기척이 서있다.
 깨어나고 싶다. 깨어나야 해.
 간청하는 내 허리에, 그로우의 길고 억센 팔이 휘감긴다.

「무서워하지 말아줘, 우리 공주. 당신을 저쪽으로 몰아넣거나 하지 않을 거야. 저건 전부 죄인이다」
「도, 도적이라던가……?」
「맞아. 평온하게 살려고 하는 사람들을 괴롭히는 녀석들이다. 죽는 것으로밖에 사람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가축 이하의 해악이다」
「하지만――」

 그로우는 마르스씨의 목을 베었다.
 구두 장인에게 평생 일으로 복귀할 수 없는 상처를 입혔다.
 정말, 저 피바다에 빠져있는 건, 죄인뿐일까?

「당신은 현명해…… 아니, 어리석은 건가. 눈치 채지 않는 게 행복한 걸, 일부러 눈치 채고 괴로워 하니까」

  등 뒤에서 그로우가 키득키득 웃는다.
 나를 끌어안은 그로우의 손은 눈치를 채고 보니 피투성이가 되어있다.
 그런 그로우에게 안겨있는 나도 피투성이다.
 그로우의 입술이, 내 목덜미를 살짝 어루만진다.
 심장이 경종을 울리고 있다.
 그로우가 나를 죽일 리가 없다는 건 알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나 무섭다고 생각해버린다.

「나는 약속을 지킨다. 당신에게 명해진 뒤로부터, 아무도 상처 입히지 않았어. ――다만, 나도 꽤 오래 살았다. 당신이 잠든 25년 동안 흘린 많은 피를 가리키며, 당신은 나를 비난할까?」
「비난하진 않, 겠지만……」
「그렇지만?」
「어째서, 이런 걸……―― 아팟!」

 그로우가 내 목에 이를 세운다.
 아파서 소리친 내 목에, 그로우의 혀가 긴다.
 피가 나왔다, 고 생각한다.
 그건 이 꿈 속에서 그로우가 나를 상처 입히려고 해서, 내가 상처 입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로우, 아파……」
「올리. 우리 공주. 누구보다도 소중한 당신조차도 나는 괴롭게 하고 싶다고 원해. 당신의 고통조차도 나의 것으로 하고 싶어. 어떻게 할 수 없는 거다, 올리. 나는 공포를 사랑하고 있어. 나를 두려워하고, 도망치려 헤매고, 목숨을 구걸하는 목소리에 흥분하는 거다」
「우, 아…… 싫……」

 엉덩이에, 딱딱하고, 뜨거운 것이 눌려진다.
 그로우가 원하는 것은, 나를 그 피바다로 밀치고, 옷을 찢고, 울부짖는 나를 범하는 것이다.

 알고 있었다.
 나는 지금까지 몇 번이나 그로우에게 범해지는 꿈을 꿨다.
 그건 그로우가 꾼 꿈이다.
 그로우는 「내가 그로우를 원하는 꿈」을 꿨다고 말했다.
 그건 거짓말이 아니다.
 그야 꿈속의 나는, 그로우에게 학대받는 것을 요구하고 있으니까.

「부디, 나를 무서워하지 말아줘. 당신이 원하는 것 이상은, 당신을 상처 입히지 않아. 나를 믿어줘. 당신만은, 부디」

 꿈속에서, 나는 거짓말을 할 수 없다.
 하지만 1년 사이에, 그로우가 나에게 보여주었던 인내가 그로우를 믿게 한다.
 그로우는 사람을 평범하게 사랑할 수 없다.
 불쌍한 그로우.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싶지 않다고 두려워하면서, 사랑하는 사람을 고통 속에서 죽이고 싶다는 소망과 싸우고 있다.

「울어주는 건가. 나를 위해서」

 나는 그로우의 팔을 끌어안는다.
 그로우가 나를 끌어안는 힘도 강해진다.

「그런 당신을 위해서니까, 나는――」

 나를 끌어안는 그로우의 몸이 서서히 검게 물들어, 재처럼 무너져 사라진다.
 주변의 경치도 녹슥 쇠처럼 와르르 무너져, 나는 엉겅퀴 밭에 서있다.
 손이 잡혀, 시선을 돌린다.
 작은 올빼미씨가 내 손을 잡고 있다.

「올빼미씨는 악몽에는 들어오지 않는 거야?」

 파스토르의 꿈에도, 비스크의 꿈에도, 그로우의 꿈에도, 올빼미씨는 없었다.
 올빼미씨는 고개를 홱 돌리고 나를 올려다본다.

「악몽을 보여주고 싶은 건가?」
「아, 미안. 그런 건 아니지만…… 아까 잔뜩 있던 올빼미씨는 뭐야?」
「개념」
「개념인가아」
「그건 위험해」
「그래?」

「――너를 원하고 있어」

 나는 눈을 떴다.
 크게 숨을 들이 마시고, 벌떡 일어난다.
 지금, 뭔가 알게 될 것 같다.
 아직, 피와 엉겅퀴의 향기가 코 안에 남아 있다.

 바닥에 신문이 내동댕이쳐져 있다.
 주워 들면, 오늘 아침 조간이다.

――“벽옥” 상속인의 의문사 다발! 상속 문제인가?

 1면에 피비린내나는 기사가 실려 있다.
 나는 심장을 억누르고 그 자리에 쭈그리고 앉아, 이유도 없이 위액을 바닥에 토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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