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도를 아십니까
「잠자는 공주의 우울과 한때 아이였던 보호자들」 54화 짐승 우리와 부서진 쇠사슬 본문
원문 링크 : novel18.syosetu.com/n7091gi/55/
獣の檻と砕けた鎖
예상과 달리, 제정신이다.
비스크의 말에 발을 멈춘 그로우를 보고, 비스크는 적잖이 안도했다.
이야기가 통하는 상태라면, 그로우는 괴물이 아니다.
어느 쪽이라고 하면 본인 쪽이 괴물 같다는 것을, 비스크는 몹시 싫지만 자각하고 있다.
「어디로 갔어」
「레그너스경이 데리고 갔다고 지금 파스토르가 나한테 전하러 왔다. 흐름으로 봐서는 파스토르가 올리를 데리고 가서, 그걸 레그너스경에게 가로채인 셈이겠지」
「그걸 내가 믿을 것 같나?」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니까 이야기하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나는 널 본 순간에 소리쳤을 거야」
「그럼 너를 살려둔다고 해도 올리가 있는 장소는 모른다. 죽여도 아무런 문제 없다는 거군」
「무방비 상태로 대화하고 있던 고아원의 원장을, 예고도 없이 살해한 죄로 네가 투옥된 뒤 처형되어도 올리가 신경 쓰지 않는다면 그렇게 말해도 되는 거겠지」
겨우 그로우의 표정이 살짝 움직였다.よ
손에 든 검과, 비스크와, 불온한 공기를 살피며 웅성거리는 주변을 차례로 살피며 그로우는 검을 칼집에 집어넣는다.
「“그” 레그너스경이 올리를 데리고 갔다면 쓸 수 있는 장기말은 많을수록 좋아. 너는 올리의 의붓아버지에, 게다가 귀족이다. 그러니까 “동료로 삼아주지”」
「상냥하시군, 원장 나리. 하지만, 쓸데없는 걱정이다. 혼자가 성격에 맞아」
「너 혼자서 뭘 할 수 있지?」
「올리를 지킬 수 있어」
「실패한 것 같지만 말이지. 게다가 여기에 나타난 만큼, 구하러 갈 능력도 부족하다」
비스크는 그로우에게 등을 보인다.
그 순간, 과연 조금은 오싹하다.
목덜미에, 잔잔한 그로우의 살의를 느꼈기 때문이다.
그로우는 몇 초 망설이는 듯 시간을 두고, 걷기 시작한 비스크에 옆에 나란히 선다.
경찰 앞에서 불안한 듯 이쪽을 보고 있는 파스토르와 레이나에게 다가가자 레이나가 왈칵 울음을 터뜨린다.
「주, 주, 주인니임! 저는 박정한 시녀입니다! 하지만, 하지만 결코 아가씨는 데리고 가지 않았어요 믿어 주세요 목숨만은!」
그로우가 한껏 얼굴을 찡그리며 비스크를 힐끗 노려본다.
「우리 시녀에게 무슨 말을 한 거지?」
「사실을」
「해고하면 내가 올리한테 혼난다」
혼나? 라고 비스크는 무심코 그로우에게 오물을 보는 듯한 시선을 보내고 만다.
소녀의 발을 핥는 기사 놀이가 꽤나 체질에 맞는구나. 하고, 목까지 차오른 것을 삼킨다. 쓸데없는 감정은 상황을 어렵게 만들 뿐이다.
「……왜 제정신인 거지?」
이건 파스토르의 질문이다.
그로우는 파스토르를 내려다보며 「토했다」고만 답한다.
파스토르는 「야생 동물 자식……」이라고, 비스크와 같은 감상을 중얼거린다.
「때리지 않을 테니 조속히 제대로 된 약을 내놔. 아니면 내 첫 희생양이 되는 건 네놈일 거다 파스토르」
「……네가 가장 위험하니까 충고해두지만, 그로우」
「충고?」
「알겠나. 올리의 옛 지인 중 한 명이라도 다친다면 아마 올리는 또 잠들 거다. 본래 우리들의 옆에 있을 사람이 아니야, 그 사람은」
그로우는 가볍게 눈을 뜨고, 얼굴을 찡그리며 비스크를 본다.
비스크는 그 시선을 받고 그저 어깨를 으쓱인다.
별로, 놀랍지는 않았다.
올리의 치료에 임한 파스토르가 그렇게 말하고, 올리의 눈을 뜨게 한 그로우가 부정하지 않으니까――그런 거겠지.
연결을 강하게 해 올리를 깨운 거라면 그 연결을 자기고 있는 자가 줄어든다면, 다시 잠드는 건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성가신 이야기네요」
비스크는 하늘을 바라본다.
「저희들 중 대부분은 어떠한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 한 올리보다 먼저 죽어」
「그렇지. 그러니까 어떻게든 해서 올리가 소중하게 생각하고, 올리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존재를 늘릴 필요가 있다. 우리들 이외에, 다. ――다만, 그 상대가 레그너스는 아니야」
「과연…… 그럼, 잠시 휴전이군」
그로우는 가볍게 눈시울을 주무른다.
「그래서? 어떻게 움직일 거지? 원장 나리」
「우선 정보를 정리하고 싶다. 파스토르, 그 손목을 어떻게든 하고 와. 그리고 네가 바꿔치기 한 그로우의 약을 가지고 와. 그로우는 나와 하란의 상관에. 네가 합류할 때까지 하란에게 사정을 설명할게」
「잠…… 자자, 잠시만 잠시만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경찰은!? 경찰에 아가씨가 납치되었다고 상담하는 게……!」
비스크는 입을 열다가, 닫는다.
그로우를 보면, 그로우는 고개를 끄덕인다.
어느 정도 신뢰할 수 있는 상대인지, 라는 물음과, 신뢰할 만한 상대다, 라는 대답이다.
「레이나씨. 유감이지만 “천람” 상대로 경찰은 거의 무력합니다. 소송은 받아 들여지겠지만 오늘내일 사이에 경찰이 올리를 탈환해줄 가능성은 없습니다. 우선은 사실 확인에 수개월이 걸리겠군요……」
「그, 그러언……! 그럼 어떻게 해야……!」
「그걸 지금부터 생각한다는 것입니다만…… 솔직하게 말해서 저는 당신을 말려들게 해도 되는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괜찮은 게 당연하잖아요!」
레이나는 힘을 실어 소리치듯이 말했다.
「불쌍한 아가씨……! 자신을 모델로 관능 소설을 쓰는 변태에게 둘러싸여, 1년 전에는 강간당했다는 이야기지 않습니까……! 게다가 이번에는 구혼자에게 납치되다니!」
「하하하, 가슴에 박히네요」
「나는 변태가 아니다만……」
「조금 정도는 자각을 가지는 게 어떠냐 뇌근육」
내뱉고는, 파스토르는 부러진 손목을 내려다본다.
겨우 통증이 느껴진 듯, 얼굴을 찡그리고 혀를 찬다.
「여자를 빌린다. 따라와」
「에? 저? 저 말입니까?」
「이 손을 치료할 때 조수가 필요해. 가능한 빨리 하란의 상관에 갈 거다만…… 정말 그 녀석이 필요한가? 올리를 깨어나게 할 때도, 그 녀석은 같이 있지 않았잖아」
「레그너스경이 봤을 때, 하란만이 유일하게 올리에게 집착하고 있지 않아. 그로우는 의붓아버지고, 나는 구혼자다. 그리고 올리는 네가 있는 곳에서 데리고 갔어」
「알겠다…… “참견쟁이”에게 맡기지. 그런 건 특기니까 말이야」
「너도 남말 할 상황은 아니잖아……」
「사진의 일을 담아두고 있는 건가? 그건 완전히 네 잘못이야」
그런 말을 남기고 파스토르는 레이나를 데리고 마차에 타, 한순간에 모습을 감추었다.
「……사진의 일이라는 건?」
「너랑은 관계 없어. 가자」
비스크는 옆에 서있는 그로우를 재촉한다.
마차를 잡고 하란의 상관으로 향해, 마중 나온 마르스는 그로우를 보고 잠시 눈을 깜빡인다.
「저기ー, 비스크씨? 이 사람은――」
「맞아」
「아직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네 목을 자른 남자가 맞아」
「조금 상황을 잘 모르겠어요 비스크씨」
「올리가 납치됐다. 하란을 식당으로. ――그리고 “파스토르가 온다”고도 전해」
「제정신이십니까!?」
「받아들여주지 않는다면 이대로 돌아갈 거다. 충분히 기다릴 테니 선택하게 해」
비스크는 회중시계를 꺼낸다.
문자판을 톡톡 두드리자, 마르스는 표정을 구긴다.
그리고,
「전해드릴 수 없습니다. 돌아가세요」
라고 말한다.
비스크는 한쪽 눈썹을 치켜올리며 마르스를 본다.
「진심인가? 마르스」
「전해드리면 대장은 받아들여. 올리씨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받아들일 거예요. 만약 그게 자신을 너덜너덜하게 만든 정신 나간 쓰레기라도 말이죠. 그러니까 전해드릴 수 없습니다」
「“두 번 다시 따돌리지 마”라고 들었어. 전하는 것도 하지 않으면 나중에 내가 죽임 당한다」
「비스크씨가? 대장에게? 농담이죠」
「농담이 아니라」
비스크는 한숨을 쉬고 상의를 벗어 셔츠 버튼을 몇 개 푸르고, 어깨의 상처를 마르스에게 보인다.
마르스는 눈살을 찌푸린다.
「설마 그걸 대장이 했다고 하는 건 아니죠」
「그 녀석이 나에게 자신의 쇠사슬을 쥐어준 건, 내가 이걸 용서했기 때문이다」
고문에 의해 마음이 부서진 하란은 그 누구도 믿을 수 없게 되었다.
모든 것이 공포의 대상이었다.
식사에는 독이 들어가 있다고 믿고, 몸을 닦아주려고 하면 피부를 벗기는 건 싫다고 울며 날뛰었다.
평범하게 생각하면, 입원시켜야 했던 거겠지.
하지만 입원하면 최후에는, 퇴원이 절망적이었다.
타인에게 가하는 가해 행동이 너무 강했던 것이다.
하란이 자신을 잃고, 직원을 다치게 하면 끝이다.
구속구를 입히고 빛이 닿지 않는 지하에 식사만을 매일을 보낸다. 제멋대로 들르는 직원들의 기분 전환 대상이 되는 듯한 매일이.
비스크는 참고 견디며 하란을 다시 일으켜 세웠다.
고아원에서 해왔던, 이 세상 모든 고통을 겪은 아이들에게 그랬듯이.
비스크의 어깨에 칼을 꽂았을 때, 하란은 울고 있었다.
울면서 「미안」과 「용서해줘」를 반복했다.
그렇기에 용서했다.
그렇기에 하란은, 겨우 비스크를 믿은 것이다.
「네가 전하지 않고 내가 돌아가면 하란은 나와 너를 동시에 믿을 수 없게 돼. 다시 허사가 되는 거다. 그 녀석은 다가오는 전원을 상처 입히는 광견이 되는 거야」
마르스는 입술을 꾹 다물고 표정을 구기며 허공을 본다.
짜증나는 듯 손가락으로 허벅지를 때리며 「알겠다구요!」라고 쏘아붙인다.
「알겠습니다만, 지금은 무리입니다」
「무리?」
「거래하러 가셨거든요. 낮에 회식 예정 때문에. 레그너스경이 “요리사를 팔아라”라고 말하셔서, 그걸 거절하러. 라고 할까, 올리씨가 납치되었다고 하셨는데 대체 누구한테? 무슨 이유로? 비스크씨가 가로챈 게 아니라면 짐작가는 곳이 없잖아요! 경찰은 뭐라고――」
계속 지껄이는 마르스의 입을, 그로우가 무언으로 잡아 다물게 한다.
비스크는 더 이상, 그걸 책망할 기력도 나지 않는다.
싫은 예감이 든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면 좋겠는데――.
「――정말이지, 난처하게 됐군」
+++
「그런 이유로, 요리사를 파는 건 이쪽에서는 불이익밖에 생기지 않아. 눈 앞에 차려진 금액에 당장 달려들 상인은 아니기에」
「그렇다면 부르는 게 값이라도 좋아」
「그럼, 레그너스경의 전재산과 컬렉션 전부와 바꾸는 걸로」
「욕심이 많은 녀석이군. 거래에 응하는 쪽이 득일 거다. 절대로」
「“응하지 않으면 빼앗”으니까?」
“천람” 레그너스에게 불려 하란은 기분이 좋았다.
이 남자의 탐욕스러움은 소문으로 들어 알고 있었다.
마마가 요리를 대접하면 거기에 사로잡힐 건 알고 있었고, 한 번이라도 요리사를 빌려주면 매입하려고 할 것도 예상하고 있었다.
「유감입니다만, 레그너스경. 우리 요리사는 까다롭고 다루기 힘들어. 요리 이외에 흥미가 없는 이상한 사람에 손님이 먹고 싶은 게 아니라 본인이 만들고 있는 걸 우선해. 리퀘스트한 것과 전혀 다른 걸 내오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재미있군. 더더욱 가지고 싶어」
「부엌에 자신 이외의 요리사가 들어오는 것도 싫어하고, 요리를 대접하는 상대를 고릅니다」
「하지만 저번에는 내 만찬회에서 요리를 대접했다」
「제가 참가했으니까」
하란은 히죽 미소 짓는다.
뭐, 거짓말이다.
마마가 까다로운 건 사실이지만 요리를 대접하는 상대를 고르거나 하지는 않는다.
단지 고용주를 고르는 건 사실이다.
여러 차례 스카우트 제의가 있었지만 그 때마다 마마는 「편하게 요리를 할 수 없을 것 같으므로 싫다」라며 거절했다.
우선 아이가 있는 가정은 싫어한다.
그리고 독신인 곳도 싫어한다.
하란도 독신이지만 상관에서는 살고 있는 사용인도 있기에 어른만 있는 대가족 같은 느낌이다.
일단 레그너스 주방의 주방장을 맡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마마에게도 확인해봤지만 그녀는 「가끔은 요리하고 싶지 않은 날도 있으니까 거드름 피우는 요리밖에 만들 수 없는 대귀족의 주방은 답답해서 싫어요」라고 표정을 구겼다.
뭐, 그 「요리를 하고 싶지 않은 날」에 대해서는, 적당하게 냄비에 재료를 집어넣는 기적의 조림 요리가 식탁에 올라오지만――.
「저번처럼 요리사를 빌려드리는 건 가능합니다만…… 그녀를 억지로 빼앗는다고 해도 만족스러운 요리는 나오지 않아」
「그럼 그때마다 거래를?」
「그렇게 되네요」
「귀찮아……」
레그너스가 단정치 않게 의자에서 흘러내린다.
극한까지 얕게 앉은 레그너스는 그대로 녹아 의자와 일체화 되어버릴 것 같을 정도로 늘어져 있다.
「……뭔가 가지고 싶은 건 없나?」
「네?」
「돈 이외에, 무언가. 컬렉션과의 교환이라면 포기할 마음이 생기지 않을까?」
「농담도. ――아아, 저번에 당신이 구혼한 올리브 아가씨를 주신다면 생각해볼 수도 있겠네요」
메마른 침묵이, 기묘한 긴장감을 가지고 방을 가득 채운다.
가벼운 농담에 갑자기 방의 공기가 바뀌어 하란 쪽이 놀란다.
레그너스는 의자에 가볍게 앉은 채로, 섬뜩할 정도로 어두운 눈으로 하란을 응시한다.
「……지나친 농담이었네요. 식사는 잘 먹었습니다. 또, 좋은 거래가 될 것을 바라고 있겠습――」
「빌려주는 건 가능해」
하란은 귀를 의심했다.
일어서려던 허리를, 다시 의자에 앉힌다.
「그건…… 당신이 그녀를 아내로 삼은 날에, 저와 그녀의 불륜을 용서한다――라는 의미입니까?」
「네가 요리사를 나한테 빌려주는 날에는 컬렉션 룸의 열쇠를 빌려주겠다는 의미다」
의미를,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해한 척을 해야 하는 순간이다.
아마도 레그너스는 하란이 “떠본다”고 생각하고 있다.
레그너스의 두 번째 이름은 “욕심”이다.
손에 넣을 수 없는 컬렉션을 억지로 빼앗아 가는 건 알고 있다.
하란은 침을 삼킨다.
설마.
설마, 설마, 설마.
「간단히는 승낙할 수 없네요. ――현물을 보지 않으면」
하란은, 상인으로서 완벽하게 갖추어진 미소를 띄운다.
신기할 정도로, 마음은 평온했다.
「아직 조교가 끝나지 않았어. 물지도 모른다. 조금 거칠게 데리고 왔으니까」
「부디 안심을, 보이시는 대로 마조이기에」
하란이 상처를 가리키며 웃자, 레그너스는 「사고 같은 게 아니었군」라고 진지하게 말하며 일어선다.
「지하 컬렉션 룸은, 보통 아무에게도 보이지 않아」
「그렇게 들었기에 놀랐습니다」
「예외로 보여주는 상대가 있어」
「입이 무거운 상인이라던가?」
「간단하게 죽일 수 있는 상대」
찌릿하고, 위장 안쪽이 아프다.
레그너스는 지하실의 와인 저장고로 내려간다.
하란은 등뒤의 좁은 계단과, 그 앞에 있는 작은 문을 본다.
심장이 경종을 치고 있다.
손에 흥건히 땀이 배어나온다.
굉장히, 숨 쉬기가 힘들다.
「밀실을 무서워하잖아? 특히 지하가 무리였지?」
거래를 함에 있어서, 하란은 그것을 레그너스에게 전해두었다.
밀실에는 있을 수 없으니까 하나라도 좋으니 문을 열어두었으면 한다고.
「그 상태를 보는 한, 거짓말은 아닌 것 같군」
「열쇠가 잠기는 방에 갇히면 저는 간단하게 자살하겠죠」
간신히 웃은 하란에게 레그너스는 「잘도 웃는군」이라고 무표정인 채로 감탄한다.
슥, 하고 식은땀이 뺨을 타고 흘러내린다.
하지만 이 앞에 올리가 있다고 생각하면 조금 마음이 진정된다.
「사실 모은 건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어. 다만, 비합법적인 수단으로 얻었으면 그것도 어려워. 너 같은 잔챙이가 딱 좋아, 자랑하는 건」
레그너스는 벽에 붙어 늘어져 있는 찬장 하나를 강하게 누른다. 그러자 어두컴컴한 통로가 나타난다.
이상하게도 천장에서 햇빛이 쏟아진다.
통풍도 되어 있어, 저택의 안뜰에라도 이어져 있는 걸까.
「와인 저장고보다 개방감이 있네요……」
「사방이 벽으로 둘러싸인 안뜰에 채광용 천장이 있어」
「과연」
「애초에 감옥이었다. 내 일족은 전원 “모으는” 것에 집착했어. 내 조부는 사형수를 모았다」
「사형수를? 무엇을 위해?」
「죽이기 위해서겠지? 사형수니까」
좁은 복도의 좌우에는 일정한 간격으로 감옥이 늘어서 있다.
쇠창살이라 방 안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감옥 안은 모두 잘 정돈되어 있고, 가지런히 늘어선 긴 테이블에 갖가지 물건들이 가지런히 놓여져 있다.
바닥에는 카펫이 깔려있고, 벽에는 화려한 태피스트리가 장식되어 있다.
이렇게 보면 감옥이라기 보다는 경비가 엄중한 미술관 같다.
「나쁘지 않지? 수집품은 아름답게 꾸며두고 싶거든」
「――그게 인간이라도?」
「분명 마음에 들 거다」
레그너스는 처음으로 움직임 없는 표정에 웃음 같은 것을 띄워 보인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곧장 복도의 막다른 곳까지 나아간다.
막다른 곳에는 유난히 넓은 감옥이 있었다.
다른 감옥과 같이 바닥에는 푹신푹신한 융단이 깔려 있다.
벽을 장식하는 태피스트리는 숲이나 꽃이나 동물이 모티브로, 융단도 그에 맞추어 꽃무늬이다. 녹지에 붉은색과 노란색으로 짠 융단은, 그것만으로도 집 한 채가 들어설 것 같다.
식사용 테이블 세트와 하얀 비단 카우치에, 사이드 테이블과 테이블 램프. 이 감옥이라면 갇히고 싶다고 바라는 여자가 줄을 설 것 같다.
하란은 그런 감옥에 비틀비틀 다가서 쇠창살을 쥔다.
방의 중앙에 놓인, 호화로운 캐노피 침대――거기에 올리가 잠들어 있다.
잠옷의 섬세한 얇은 옷이 올리의 몸에 딱 달라붙어, 호흡으로 가슴이 오르내릴 때마다 은은하게 비단이 스치는 소리가 들린다.
「……아름다워」
무심코, 넋을 잃었다.
분노와 증오와 공포가 전부 사라질 정도로, 이 감옥에서 잠든 올리는 완벽했다.
저도 모르게 눈물이 쏟아진다.
이걸 가지고 싶다.
쭉 이걸 가지고 싶었다.
「마음에 든 것 같군」
「――그녀를 조교한다고?」
「아아, 그럴 생각이――」
뒤돌아보자마자, 하란은 움켜쥔 주먹을 레그너스의 안면에 내리친다.
큭, 하고 신음하며 주저앉는 레그너스의 머리를 양손으로 쥐고 찌그러진 코를 무릎으로 재차 타격을 준다.
레그너스의 허리에서 힘이 빠져 무릎을 꿇으면, 위를 향하도록 넘어뜨려 두 번 세 번 더 후린다.
레그너스가 콜록거리자, 입과 코에서 뿜어져 나온 피가 하란의 얼굴에 뿌려진다.
레그너스가 축 늘어지자 하란은 열쇠 꾸러미를 집어 들어 천장으로부터 들어오는 빛에 쏘인다.
「아ー아…… 감옥 열쇠, 이 안에는 없는 거냐고……」
「뭐야…… 눈치 챘나……」
「그래서, 열쇠가 있는 곳은 너밖에 모른다고」
「아아……」
「있지 레그너스경. 거래하지 않을래?」
「이 상황에서 말인가? ㅅ하…… 재밌군……」
레그너스는 껄껄 웃는다.
찌그러진 코를 원래 모습으로 돌려놓으며 「파스토르를 불러야겠군」이라고 혼잣말을 한다.
파스토르――.
그런가, 사라졌다고 생각했는데 녀석도 마을에 있는 건가.
하란은 거칠게 턱을 쓰다듬는다.
「하나. 올리는 절대로 상처 입히지 마」
「조교하지 말라는 의미인가?」
「간단하잖아?」
「반대로 괴로워질 거야」
「둘. 그걸 내가 위로한다」
「……하하, 미쳤군」
레그너스는 웃는다.
하란은 일어나, 다시 쇠창살 너머의 올리를 본다.
가여운 올리.
분명 불안하겠지.
고독하겠지.
무섭겠지.
「응한다면, 내가 인질이 되어주지」
「――무슨 의미지?」
「거역하면 나를 죽이겠다고 하면, 올리는 너에게 거역하지 못해. 의심하는 것 같으면 내 손가락을 잘라 보내면 된다」
「정말…… 어떻게 됐군. ――마음에 들었다」
'眠り姫の憂鬱とかつて子供だった護り人たち 번역'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잠자는 공주의 우울과 한때 아이였던 보호자들」 56화 그 죄를 용서할 수 없다 (0) | 2021.04.06 |
---|---|
「잠자는 공주의 우울과 한때 아이였던 보호자들」 55화 귀신도 울리는 흉계 (0) | 2021.03.15 |
「잠자는 공주의 우울과 한때 아이였던 보호자들」 53화 잠자는 공주의 소실 (0) | 2021.03.15 |
「잠자는 공주의 우울과 한때 아이였던 보호자들」 52화 꿈을 먹는 괴물 (0) | 2021.03.15 |
「잠자는 공주의 우울과 한때 아이였던 보호자들」 51화 빈 술잔을 채우는 꿈 (0) | 2021.03.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