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도를 아십니까
「잠자는 공주의 우울과 한때 아이였던 보호자들」 51화 빈 술잔을 채우는 꿈 본문
원문 링크 : novel18.syosetu.com/n7091gi/52/
枯れた盃を満たす夢
눈을 뜨자, 낯선 방의 천장이었다.
몸을 일으키면 정면에는 내 초상화.
넓은 침대는 비단으로 되어있어, 보송보송하고 섬세한 촉감.
똑딱, 똑딱, 뎅ー 뎅ー.
벽시계 소리가 요란하다.
기상 시간에 딱 맞춰 노크 소리가 울리고, 문 쪽으로 얼굴을 돌리자 파스토르가 서있었다.
「좋은 아침, 올리」
「좋은 아침, 파스토르」
「아침 됐어」
「응」
나는 침실을 나서 파스토르가 준비해준 아침에 손을 댄다.
토스트와, 스크램블 에그, 샐러드에, 과일.
파스토르도 내 정면에 앉아 먹기 시작한다.
몇 년이나 이런 아침을 반복한 듯한 자연스러움이다.
나는 다음에 파스토르가 무슨 이야기를 할지도 예상된다.
「올리, 오늘의 예정이다만――」
「응」
「왕진이 세 건 들어왔다. 환자 리스트를 확인하고, 필요한 약을 준비해줘」
「알겠어」
「오후 쯤에 끝내고 저녁은 나가서 먹을까?」
「――파스토르」
「응?」
「나, 이것도 꿈이라는 거 알고 있어」
파스토르가 식사하던 손을 멈춘다.
동시에, 벽시계의 소리가 들리지 않게 된다.
얼굴을 든 파스토르의 손 안에서, 과일이 바래고, 풍화하고, 파스스 테이블에 떨어진다.
「……조금만 더, 눈치 채지 못한 척 해줘도 되는 거 아닌가?」
「미안. 그치만 우리들 깨어나야지」
「깨어나고 싶지 않아」
「파스토르……」
「깨어나면 시간이 흐르기 시작해」
나는 멈춘 벽시계에 눈을 돌린다.
시간, 이라고 반복한다.
「자고 있는 동안에는 시간이 흐르지 않는 거야?」
「보통 25년 간 다른 세계에서 사는 꿈을 꿨다는 건 깨어나면 하룻밤 밖에 지나지 않은 거다. 실제로 25년이나 잠들거나 하지 않아」
「아아……」
확실히 그렇다.
꿈 안에서 며칠이나 여행을 했을 텐데 깨어나면 몇 시간 밖에 지나지 않은 건 자주 있는 일이다.
「그럼…… 지금 깨어나도, 내일 깨어나도, 현실에서 깨어난 시간은 바뀌지 않는다는 거?」
「그렇지」
「그건 뭔가, 자고 있어도 머리가 피로해질 것 같아……」
내가 머리를 누르고 얼굴을 찡그리자 파스토르는 작게 웃음을 터뜨린다.
어째서인지, 나는 파스토르가 말하려고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같은 꿈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일까.
하지만 파스토르는 말을 꺼내지 않는다.
이건 누가 이기나 겨루자는 건가?
아니――.
아마 이건, 내가 깨어나면 끝나는 이야기다.
도서실에서 물끄러미 나를 엿보던 파스토르와, 도서실에 들어온 나. 손이 닿는 범위에 조용히 서서, 왜 그래, 이리 와라고 말해주는 걸 기다리고 있다.
예를 들어 내가 파스토르를 두고 깨어나서 그대로 혼자서 그로우가 있는 곳으로 떠나면, 아마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겠지.
그로우의 치료는 파스토르의 도움을 받아야 하고, 아마 파스토르도 「그로우가 죽으면 올리에게 영향을 끼칠지도 모른다」라고 막연히 추측하고 있다.
그러니까 스스로가 저지른 일의 처리는 제대로 해주겠지.
하지만, 그 뒤는?
나는 그로우가 있는 곳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파스토르는 어떻게 하는 걸까.
또 어딘가로 사라져 버리는 걸까.
나는 도서실에서 흐느껴 울며 나에게 매달린 파스토르의 꿈을 떠올린다.
솔직해지지 못한, 겁쟁이에, 너무 똑똑한, 애정에 목마른 8살 남자 아이.
만약, 그 날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나는 어떻게 할까.
적어도 비스크에게 불려 하란을 위해 도서실을 나설 때, 나는 분명 파스토르를 두고 가지는 않겠지.
그 때, 나는 무의식적으로 성가시다고 여긴 것이다.
파스토르를 데리고 가는 수고를.
「――그럼」
나는 미소 짓는다.
「잠깐 둘이서 보낼까」
파스토르가 고개를 든다.
그, 긴장으로 굳어진 표정이 풀리고 파스토르는 「정말?」이라고 속삭이듯이 나에게 묻는다.
나는 일어서서 파스토르의 손을 끌어 당겨 일어나게 한다.
「그치만 25년이나 여기에 있을 수는 없으니까 말이야? 일단, 하루만」
「――"일단”?」
「그로우를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나도 불안하고. 하지만 그로우를 제대로 낫게 해주면 꿈 안에서 일주일 정도 둘이서 있어줄게. 아니, 한 달에 한 번, 1주일 동안, 꿈 안에서 파스토르의 날을 줄게」
파스토르는 크게 숨을 들이마신다.
몇 번인가 입을 열려고 하다가, 말을 찾지 못하고 다물고 만다.
살며시 내 몸을 끌어안고, 내 머리카락의 향기를 들이마시고, 모든 말 대신에 「정말 좋아해」라고 속삭인다.
「그치만 꿈으로 괜찮아?」
「괜찮아」
「현실의 나에게 닿지 못해도?」
「됐어, 몸은. 마음에 닿고 있으니까…… 그쪽이 좋아」
「그런가」
「애초에…… 올리에게 있어서 현실은 뭐야?」
갑자기, 철학적인 걸 물어봐지고 말았다.
일본에서, 혼자 있는 내 모습을 떠올린다――그게 내 현실일까.
「그치? 모르겠지? 어떻게 되도 좋은 거야, 뭐가 현실인지 따위는. 나에게 있어서는 올리와 있는 시간만이 현실이야. 그러니까 나는 한 달 동안 올리가 없는 악몽을 꿔――그리고 깨어나면, 1주일은 올리가 나를 위로해 줘. 그런 거지?」
「와……!」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는 침대에 넘어뜨려져 있었다.
방금 전까지는 식당이 있었는데 꿈이라는 건 정말 편리하다.
그런데도 옷은 순서대로 버튼부터 푸는 파스토르가, 뭔가 착실해서 재미있다.
「ㅇ, 왜 웃는 거야……!?」
「아, 미안. 하루 밖에 없는데 하고 싶은 게 이건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상처 줄 생각은 아니었는데, 파스토르는 명백히 상처 입은 것 같았다.
입술을 꽉 물고, 내 옷 버튼에 손을 댄 채 나를 내려다본다.
「미안, 파스토르. 놀린 것 뿐이야」
「올리는 몰라……」
「괜찮아, 알고 있어」
「모르잖아!」
초조한 듯 고함을 지르며 파스토르는 내 쇄골 부근에 얼굴을 숙인다.
그 어깨는 떨리고 있다.
파스토르와 이런 분위기가 된 건 처음은 아니지만 파스토르에게 있어서는 아무래도 이게 처음으로 정면에서 나와 마주보고 있는 순간 같다.
「그냥 성욕이 아니야……」
「응」
「누구라도 좋은 게 아니야……! 구멍이 난 것 같아, 여기에…… 계속……!」
파스토르가 가슴을 누른다.
그 가슴의 아픔, 속이 텅 빈, 채워지지 않는, 초조한 허무함――.
「여기에 올리가 필요해. 그렇게 생각하면…… 닿지 못하는 게 괴로워」
「응」
「게다가…… 병원에서는, 나는, 바빠서…… 거의 올리를 만나지 못했고…… 사실은 계속, 하루 종일, 올리와 침대에 있고 싶었어……! 그러니까, 하루 밖에 없으니까, 그러니까……」
「알고 있어」
필사적으로 호소하는 파스토르의 머리카락을, 나는 살살 쓰다듬는다.
슥, 하고 파스토르의 목에 난 상처를 덧그린다.
내가 만든 상처.
내가 파스토르를 거절한 증거. 그런 상처에 의지할 수밖에, 나와의 연결을 찾아낼 수밖에 없었던 파스토르.
「……하지만…… 싫다면, 하지 않아도 돼」
「파스토르, 싫지 않아」
「――고작 꿈이니까?」
곤란하네.
본격적으로 삐지게 만들었다.
나는 마구잡이로 파스토르의 머리카락을 헝클어 놓는다.
「어차피 순서대로 할 거라면 목욕부터 할래?」
「목욕?」
「씻기 놀이 하자」
나는 눈을 감고, 뜬다.
달콤한 꽃 향기가 나는 수증기에 둘러싸여, 나는 넓은 욕조에 몸을 담그고 있었다.
꿈을 보내는 방법을 잘 모르는 파스토르는 옷을 입은 채로 욕실에 우뚝 서서 멍하니 나를 보고 있다.
「이리 와, 파스토르」
「아…… 잠깐, 누ㄴ……」
퍼뜩, 파스토르는 입을 틀어막는다.
하지만 입을 막은 파스토르는 더 이상 어른 모습이 아니라 작은 아이였을 때의 파스토르다.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고, 파스토르는 얼굴을 찡그린다.
「올리가 한 건가?」
「아니…… 아마 파스토르의 정신 상태에 몸이 끌려들어간 거 아니야?」
「젠장…… 잘 안 되네…… 짜증나……」
언짢은 듯이 말하면서 파스토르는 쭈뼛쭈뼛 욕조에 발을 담근다.
금새 어깨까지 잠긴 파스토르를 등 뒤에서 끌어안고, 나는 그 부드러운 은색 머리카락을 쓰다듬는다.
「착하다, 착해. 파스토르는 착한 아이」
「애 취급 하지 마……! 나는 딱히, 이런 걸 하고 싶은 게 아니야……!」
「그럼 역시 야한 짓 하고 싶어?」
「그런 게 아니라니까!」
파스토르는 귀까지 빨개져 울 것 같은 얼굴로 나에게 호소한다.
겉모습이 8살인 탓에, 내가 나쁜 짓을 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설마 파스토르나 다른 아이들에게 있어서 나는 이런 식으로 조화되지 않는 존재로 보이는 걸까. 중심이 어른이라는 걸 알고 있어도 겉모습에 걸맞는 취급을 해버리는 기분을, 어쩐지 알 것 같다.
뭐, 애취급 하는 것 치고는 어른의 관계를 강요해오긴 하지만.
「……올리, 눈 감아」
「응?」
나는 눈을 감는다.
입술에 닿는 부드러운 감촉에 눈을 뜨고, 나는 비명을 지른다.
「에!? 뭐야!? 잠깐, 갑자기 그러지 마, 뭐야 이 미청년!?」
「올리의 연령이랑 맞췄어」
조심스럽게, 수줍은 듯이 웃는 파스토르는 어떻게 봐도 마르스씨의 또래다.
이렇게 젊었을 때의 파스토르를 봐버리면, 과연 연령 미상으로 느껴진 30대의 파스토르는 훌륭하게 나이를 먹은 것이다.
갑자기, 나는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올리, 얼굴 빨개. 나 올리 눈에 미청년으로 보이는구나?」
「아니, 그, 내 눈이라고 할까 세간의 눈이라고 할까……! ㅇ……욕조에서 나갈까……! 혀, 현기증 날 것 같고……!」
「왜? 씻기 놀이 하는 거잖아?」
아까는 내가 파스토르는 껴안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파스토르에게 등 뒤에서부터 껴안아진다.
「저, 적응이 너무 빨라 파스토르!」
「꿈 속이니까 뭐든지 가능하다고 올리가 알려줬어」
「언제!?」
「이런 욕실, 나는 상상할 수 없어. 올리가 만든 거잖아?」
그렇다. 이건 일본 TV에서 본 해외 고급 호텔의 욕실이다.
근사하네, 좋네 라고 생각만 했을 뿐, 결국 나는 해외여행조차 단 한 번도 가지 못했다.
「올리가 봐온 것, 여기서라면 나도 볼 수 있어…… 내가 봐온 것도, 여기서라면 올리에게 보여줄 수 있어…… 기뻐, 올리. 정말 기뻐」
「와, 파스토르……! 기다려, 안 돼 안 돼 안 돼……!」
파스토르의 손이, 내 몸을 기어다닌다.
씻을 생각 따위 전혀 없는 손놀림이다.
나는 파스토르의 손에서 도망치려 발버둥 쳤지만, 욕조 안에서는 잘 되지 않는다.
어, 어쨌든 장소를 바꾸자.
하지만, 만져지면 집중력이 흐트러져서, 다음 장면을 상상할 수 없다.
「파스토르, 이 녀석……!」
「있지, 내 얼굴 좋아?」
「파스토르는 좋아하지만……! 딱히 얼굴은 관계 없고……!」
「그럼, 좋아하지 않는 거야? 못생겼어? 보기 싫어?」
도대체, 파스토르의 자기 인식은 어떻게 되어있는 걸까.
누가 어떻게 봐도 접근하기 어려울 정도의 미청년이다.
병원에서도 “올리”들에게 말 많았고…… 아아, 하지만 성격이 너무 나쁘니까 인기는 없었을지도…… 인기는 많았어도 권력 때문에 모여든 거라고 생각한 걸지도. 칭찬을 받아도 믿지 않았던 걸지도.
파스토르는 정말 불안해한다.
나는 단념한다.
「파스토의 얼굴, 예뻐」
「정말? 정말로?」
「응. 나보다 훨씬 예뻐. 옛날 이야기의 요정씨처럼 예뻐」
「그치만…… 올리가 더 예뻐. 나한테 있어서는 올리가 가장 예쁘고, 올리 이외에는 예쁘지 않아…… 사실은, 대부분 인간으로도 보이지 않아. 그러니까…… 그러니까 할 수 있었던 거야…… 그런 거…… 얼굴 같은 거, 거의 보이지 않았으니까……」
그건, 일종의 안면인식장애, 라는 걸까.
환자를 구별할 수 있는 거라면 전혀 구별이 안 되는 건 아닌 것 같은데…….
어쩌면 얼굴 이외의 부분을 보고 구별하는 걸지도 모른다.
냄새라던가?
그런 거라면 동물 같네. 나는 꽃 같은 향기가 난다고 했고.
「올리…… 좀 더 좋아한다고 말해줘」
「응. 파스토르, 좋아해. 정말 좋아」
「좀 더」
「좋아해 좋아해 좋아해. 정ー말 좋아」
나에게 어리광 부리는 파스토르를, 나는 잔뜩 어리광을 받아주기로 한다.
이렇게 어리광을 받아주고 있으면 조만간 다시 아이의 몸으로 돌아오지 않을까. 그러면 귀여울 텐데.
어쨌든, 청년 상태의 파스토르는 눈에 독을 넣은 것 같은 강함이 있다.
「그럼…… 내가 제일 좋아?」
「에?」
「비스크보다도? 하란보다도? 그로우보다도?」
나는 눈을 깜빡인다.
어쩌지.
이건 거짓말을 해야 하는 순간인가.
순간적으로 대답하지 못한 내 몸을 껴안는 파스토르의 손에, 꾹, 불온한 힘이 들어간다.
「파스토르, 화내지 마」
「화 안 났어……」
「힘, 엄청 들어갔어」
「가장 좋아한다고 말해」
「파스토르……」
「내가 가장 좋다고, 말해줘…… 말해주기만 하면 돼……」
「안 돼, 파스토르. 나, 파스토르가 정말 귀엽고 파스토르를 정말 좋아하니까, 거짓말은 할 수 없어」
「어째서……!」
초조한 듯이 파스토르는 내 몸 방향을 바꾼다.
욕조 안에서 마주본 파스토르는, 떼를 쓰는 아이 같다.
작아져라, 작아져라.
마음 속으로 그렇게 염원해 보지만, 파스토르는 청년의 모습인 채. 그럼, 지금의 파스토르는 어린아이의 정신 상태로 나에게 어리광 부리는 게 아니라는 건가.
이성으로서, 남자로서, 다른 누구보다도 나를 좋아한다고, 내가 말해줬으면 하는 건가.
「……그럼…… 올리는, 누굴 가장…… 좋아해……?」
「으ー응…… 모두를 같은 정도로 좋아하려나」
「그건 누구도 좋아하지 않는다는 거야!」
「그럴지도」
내 대답에, 파스토르는 흠칫한다.
나는 어색하게 웃는다.
「그런 의미로는 나, 더 이상 아무도 좋아할 수 없는 걸지도 몰라」
그건 슬픈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마도, 마음은 조금 평온하다.
만약 내가 누군가를 좋아하게 된다면, 내가 좋아해주지 않는 아이들은 망가지고 만다.
내 마음이 전해진 것인지, 파스토르는 괴로운 듯이 나를 본다.
내 얼굴을 손바닥으로 쓰다듬고, 내 짧은 머리카락을 빗어 넘겨, 꿈속에서도 사라지지 않는 그로우의 잇자국과 하란의 키스마크를 손가락으로 덧그린다.
「나…… 우리들 때문에……?」
「괜찮아, 그런 게 아니야. 일본에 있었던 25년 동안에도, 나는 그 누구도 좋아하게 되지 않았고…… 하지만 파스토르가 좋다는 건 진심. 소중하다고 생각하고 있어. 상처 받지 않았으면 해」
「그건…… 예전에 돌봐주었던 아이로서?」
「그렇네」
「하지만, 아이랑은 이런 짓……」
파스토르의 손가락이, 내 배를 슬쩍 쓸어내린다.
「안, 하잖아?」
안 해. 할 리가 없다. 하면 아동 학대다.
파스토르는 나를 이해하려고 한다.
나조차도 잘 모르겠는, 내 진짜 마음을 찾아내려고 한다.
모두가 좋다.
하지만, 누구도 좋아하지 않는다.
누구도 잃고 싶지 않다.
하지만, 누군가를 얻고 싶은 게 아니다.
라고 할까, 나는.
전원을 잃어도 상관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나를 제외한 모두가 행복해진다면, 그게 가장 좋은 거라고――.
「올리, 안 돼. 그런 거 생각하지 마」
「미안, 전해졌나?」
「잘은 몰라…… 하지만, 엄청 싫어…… 싫어, 올리. 나를 좋아해줘. 도움이 될게. 제대로 도움이 될 테니까…… 나를 필요하다고 생각해줘」
「파스토르…… 하지만……」
「부탁이야…… 부탁이니까…… 올리가 나한테…… 우리들한테 집착하지 않으니까, 이렇게…… 묶어두지 않으면 사라질 것 같아서, 불안해서……」
――불쌍한 인간에게 희망을 주고, 희망을 빼앗고, 망가뜨리는 게 즐거운가?
1년 전, 파스토르는 그렇게 말하며 나를 비난했다.
내 병은, 연민과 자기희생.
부여해주지만, 구해주지 않는다.
「내가…… 집착해줬으면 좋겠어?」
「그래, 올리…… 무가치하다고 생각하게 하지 말아줘. 필요 되고 있다고 생각하게 해줘. 뭐든지 할게, 노력할 테니까……」
「그럼, 누구도 상처 입히지 않겠다고 약속할 수 있어?」
「그런 게 아니야, 바보구나 올리. 원하는 걸 말해야지」
하지 말아줘, 가 아니라, 해줘, 라고 해야 하는 건가.
으ー응, 어렵네.
내가 파스토르가 해줬으면 하는 건 뭘까.
「그럼…… 제대로 밥 먹고, 건강하길 바라?」
「그것도 아니야」
「가, 갑자기 말하라고 해도 잘 모르겠어」
「봐, 그렇게…… 원해주지 않으니까, 불안해져…… 세상 그 자체에 집착하지 않는 것 같아서…… 뭐든지, 어떻게 돼도 좋다는 듯이……」
파스토르는 살짝, 내 입술에 입술을 겹친다.
나는 눈을 감고 그 입술을 받아 들여, 스스로가 원하는 것을 생각한다.
다음에 눈을 뜨자, 나와 파스토르는 전라로 침대 위에 있다.
파스토르의 양눈의 색이 다르고, 목에도 상처.
즉, “현재”의 파스토르다.
「……겨우 연령, 맞춰두었는데」
파스토르는 나에게 키스를 반복하면서도 자신의 모습의 변화를 눈치채고 불만스러운 듯하다. 방을 이동한 것도, 파스토르의 모습도 내 바람이다.
내가 바라는 건, 지금은 이게 전부다.
「한다면, 지금의 파스토르가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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