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도를 아십니까

「잠자는 공주의 우울과 한때 아이였던 보호자들」 48화 미끼를 먹지 않고 사냥감을 노리다 본문

眠り姫の憂鬱とかつて子供だった護り人たち 번역

「잠자는 공주의 우울과 한때 아이였던 보호자들」 48화 미끼를 먹지 않고 사냥감을 노리다

네츠* 2021. 3. 1. 21:51

원문 링크 : https://novel18.syosetu.com/n7091gi/49/

 

 

餌を食わずに獲物を狙う

 

 

「비스크! 기다려, 뭐하는 거야!?」
「――지하실에서?」

 비스크의 조용한 질문에, 나는 순간적으로 대답할 수 없었다.
 가지 않았어, 라고 대답하기에는 내 옷이 그렇지 않다고 말해준다. 등에는 하란의 피가 묻어있는 것 같고, 그렇지 않다고 해도 구겨져 있다.
 그러니까,

「……아무 짓도 안 당했어」

 라고 말했다.
 비스크는 하란을 벽에 구속해놓은 채로 흘끗 옆눈으로 나를 흘긴다.
 나는 양손을 뒤로 지고, 손목의 붕대를 숨긴다. 어차피 나중에 들키겠지만 지금 이 순간에 들키는 것보다는 훨씬 낫겠지.

「그것보다 비스크야말로 뭐 하러 온 거야? 하란 놓아줘!」
「당신을 구하러 온 게 당연하잖아요! 어째서 당신은 그렇게 우활한 거야!」
「부탁하지 않았고, 내가 하란이 있는 곳에 왔다고 알고 있는 비스크가 몇 배는 더 기분 나쁜데」

 일부러 매정한 말투를 하는 나에게, 비스크는 하란을 구속한 채로 나에게 초조한 눈빛을 보내온다.
 나에게 거절당해도, 기뻐하거나 흥분하거나 하지 않는다――이건 비스크의 진짜 감정이다.

「올리에게 채찍을 건네준 건가, 하란」
「으, 윽……ㅅ」
「네 일그러진 취미에 올리를 어울리게 하기 위해 너를 돌봐줬던 게 아니야. 마음에 드는 기생으로는 참을 수 없어진 건가? 추종자라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잖아! 참을 수 없을 정도의 벌을 원하는 거라면 “내”가 마음껏 해주지」
「시, 싫어……! 비스크, 미아…… 미안, 미안……!」
「개라도 지킬 수 있는 간단한 맹세도 지키지 못하고, 용서받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마르스, 지하실 열쇠를」
「싫어!!」

 하란이 소리치며 힘을 주어 비스크를 밀치고, 휘청거리며 바닥에 쓰러진다. 비스크는 그걸 용서하지 않고 하란의 등에 올라타 머리채를 잡는다.
 갑작스러운 일에, 나는 정말, 아무런 반응도 할 수 없었다.
 나는 곤란해하며 마르스씨를 본다. ――그리고 믿을 수 없게도, 마르스씨는 지하실 열쇠를 비스크에게 건넨다.

「마르스씨, 어째서……!」
「이런 역학 관계입니다」
「하지만――」
「도와줘…… 싫어…… “도와줘 올리”……!」

 하란이 소리친 순간, 마르스씨는 깜짝 놀라며 눈을 뜨고, 비스크는 우뚝 움직임을 멈추었다.
 깊고 깊은 자신을 진정시키는 듯한 한숨을 내쉬고, 하란의 머리에서 손을 떼고 일어선다.
 해방된 하란은 기듯이 나에게 매달리며 파랗게 질린 얼굴로 바들바들 떨고 있다.
 나는 그런 하란을 끌어안고 비스크와 마르스씨를 노려본다.

「뭐야 이거, 무슨 일인데?」
「아까 설명 했잖습니까. “도와줘 올리”가 대장의 사인이에요」

 기가 죽은 기색도 없이 마르스씨가 말하며 다시 비스크한테서 지하실 열쇠를 건네받는다. 그런 마르스씨의 평온함이, 갑자기 무서워진다.

「그럼 비스크도 하란을 “괴롭혀 줬다”는 거야? 그런 서투른 변명으로 넘어가지는 느낌은 아니었는데!」
「연기는 아니니까. 저는 정말 하란에게 화가 나있어. ――하지만, 저희들의 관계는, 조금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어렵다니……」
「올리를 상처 입히지 않아. 그게 저와 하란의 약속입니다. 약속을 어기면 벌을 내리게 되어있다. 저라는 존재가, 하란의 이성의 경계입니다. 제가 용서하는 범위의 일이라면 하란은 안심할 수 있어. 그 범위에서 하란이 벗어난다면, 저는 하란이 마음 속 깊이 공포를 느끼는 벌을 줘야 해」

 나는, 내 팔 안에서 떠는 하란을 본다.
 잘, 모르겠다.
 단지, 내 안에서 떨고 있는 하란의 공포만은 알 것 같다. 이게 전부다. 비스크는 하란은 무섭게 했고, 하란은 그 공포를 버틸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에게 도움을 구했다.
 나는 비스크한테서, 이 사람을 지켜줘야 한다.

「비스크, 돌아가. 나는 괜찮으니까」
「올리야말로, 무리하지 않아도 된다구요? 저에게 맡기고 돌아가면 간단한 일이다. ――1년 전처럼」

 비스크의 냉소는, 1년 전의 나를 비난한다.
 그리고 나는 그 냉소에, 저항할 길이 없다.
 나는 전부 비스크에게 떠맡기고 도망친 거다.
 하지만, 그렇지만, 이런 건 너무――

「……지금, 엄청 후회하고 있어」
「이미 돌이킬 수는 없지만요」
「돌아가! 하란이 무서워하고 있잖아!」
「――하란. 일어서」

 비스크에게 명령 받아, 하란은 움찔 어깨를 떨고 내 몸에 기댄 채 느릿느릿 일어선다.

「이쪽으로」
「우……」
「얼른. 화나게 하지 마」
「하란, 가지 않아도 돼. 여기 있어」

 비스크에게 명해진 대로 움직이려 하는 하란의 팔을 황급하게 잡는다. 하란은 내 손을 살짝 잡고 「괜찮아」라고 속삭이고 손가락을 하나하나 팔에서 떼어낸다.
 뜨끔한다.
 방금 전, 그로우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지 말아달라고 매달리는 하란을 나는 이런 식으로 거절했다.
 이,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불안감――나는 하란을 안심시킬 생각으로, 불안하게 만든 걸까.
 비스크의 옆에 선 하란은 방금 전과 비교해 조금 제정신을 되찾은 듯 보였다.

「설명을」
「……마르스가, 올리를, 데리고 왔어」
「“와주세요”라고 부탁했을 뿐, 억지로 데리고 온 건 아니지만 말이죠」
「그리고?」
「지하실에, 올리가…… 마르스가 나를 채찍으로 때리고, 올리는…… 그걸 보고 있었어……」
「그것 뿐?」
「……상을, 받았어……」

 흐응, 비스크는 마치 하란에게 흥미가 없는 것 같다.
 하란에게서 보고를 받으며 그 눈은 나를 물끄러미 보고 있다.
 한 발자국, 비스크가 나에게 다가온다.
 나는 그걸 거부하며 한 발자국 물러난다. 비스크는 그 이상 나와 거리를 좁히려 하지 않았다. 세 발자국 정도의 거리를 벌리고 나는 비스크와 눈을 마주한다.

「하란에게 무얼 주었습니까? 올리. 저에게도 알려주세요」
「……딱히. 키스해줬을 뿐」
「그래」

 스르륵, 비스크의 눈이 조금 어두워진다.
 거짓말을 간파한 어른의 눈이다.
 나는 짜증을 내며 한숨을 내쉬고 붕대가 감긴 손목을 보여준다.

「무슨 일이 있어도 꼭 하고 싶다고 해서 몸을 만지게 해줬어. 수갑으로 묶이긴 했지만 억지로는 아니야」
「마르스」
「뭐, 만지고 키스해도 된다는 상이었다는 것 같고 억지로는 아니었네요. 단지 대장이 올리씨가 도망치는 게 무서워서 묶어둔 것 뿐이고」
「과연」
「ㄴ…… 내가 하는 말을 믿지 않을 거라면 나랑 얘기하지 않으면 되잖아!」

 화가 치밀어 올라 고함을 치는 나에게 비스크는 표정을 바꾸지도 않는다.
 떼를 쓰는 아이를 보는 눈――1년 전, 나를 침대에 묶었던 비스크의 눈.

「――이 이상, 저는 당신에게 솔직함을 기대하지 않습니다. 단지 당신의 거짓말에는 흥미가 있습니다」
「뭐, 뭐야 그거……」
「당신이 누구를 감싸고, 어떤 거짓말을 하는지…… 누구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누굴 깔보고 있는지」
「누, 누구도, 깔보고 있지 않……」
「경계하고 있는 남자가 있는 곳에, 밤에, 시종도 없이 방문하는 겁니까? 그렇다면, 당신은 기대했던 거군요. 하란은 기대한 대로였습니까?」
「비스크! 하지 마! 왜 항상 그렇게 말하는 거야?」
「당신은 자각해야 해. 스스로가 얼마나 어리석은 짓을 하고 있는지」
「전혀 모르겠는데. 비스크한테 있어서 내가 어리석다고 해서――그건, 나를 감시하고 관리하려고 하는 것보다 나쁜 거야? “인형 놀이”보다 어리석은 거야?」

 분명 이건 내가 담을 수 있는 말 중에서 가장 비스크를 상처 입힐 수 있는 말이다.
 비스크는 꾹, 입 안에서 어금니를 깨문다. ――예전에, 자주 보였던 버릇이다.
 비스크는 언제나 스스로의 입장을 지키는 것에 필사적이다. 연소자가 소중한 것을 망가뜨려도, 혼내긴 해도 화내지는 않는다. 꾹 어금니를 물고, 버티고, 나중에 몰래, 아무도 보지 않을 때 울고 화낸다.
 비스크는 감정을 죽일 수 없는 걸 약함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가여운 비스크.
 평범히 화내는 방법도 모른 채 어른이 되어서, 일그러진 정론으로 상대를 몰아붙이고 지배하는 것밖에 하지 못한다니.

「……그렇게 말하면, 저에게 이길 방법이 없네요」

 후, 하고 한숨을 내쉰다.
 하지만 비스크가 보인 고통의 표정은, 진짜 슬픔이었다.
 나는 스스로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비스크를 깊이 상처 입혔다는 걸 자각하고 괴로워진다. 미안, 하고 사과하고 싶어져, 나는 버틴다.

 하지만, 이럴 생각은 아니었다.
 나를 레그너스씨한테서 지켜준 비스크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었다. 도서관의 계단에서 나란히 서서 이야기하는 게 즐거웠고, 반으로 나눠 먹은 아이스크림의 맛도 기억해낼 수 있다.

「올리. 울지 말아주세요. 제가 졌는데 당신이 괴롭힘 받은 것 같다」
「우, 울지 않았거든……!」
「비스크, 나, 올리한테 갈아입을 옷을……」
「아아…… 과연…… 확실히, 심한 모습이다」

 비스크의 눈이, 휙 내 몸을 긴다.
 그 시선에, 갑자기 기분이 나빠진다.
 지하실에서 하란을 괴롭힌 것, 상으로 이 몸을 만지게 해준 것――그 증거를 비스크의 앞에 나열해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진정이 되지 않는다.

「그러니까 얼른 옷 갈아입고 싶었는데 비스크가 방해했어……」
「그렇네요. 죄송합니다. ……당신이 하란한테 괴롭힘 당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니면 마르스의 계략에 빠졌다든지」
「나 그렇게 약하지 않아」
「그래…… 강해졌네요. 1년 전과는 아주 다르다」

 그렇고 말고, 나는 변했다.
 아무것도 모른 채 예전 아이들을 믿고, 의지하고, 빼앗기고, 배신당하고, 울면서 도망치려고 망설이던 때와는 다르다.
 내가 여기에 왔다는 걸, 그로우는 아침에는 알게 되겠지.
 그렇게 되면, 그로우는 절대로 나를 구하러 와준다. 그러니까 나는 하란도 비스크도 무섭지 않다.

「――저도 함께 당신의 옷을 골라줘도?」
「더러워진 블라우스를 갈아입을 뿐이야. 고른다고 할 정도는 아니야」
「그래도 같이 고르고 싶어. 안 되나요?」
「그건…… 괜찮지만……」

 안심한 듯한 비스크의 미소에 나도 조금 마음이 가벼워진다.
 싸움을 한 채로 화해하지 않는 건 싫다.

 결국 넷이서 상관의 창고까지 내려왔다.
 1층의 가장 깊은 곳에 있는 방에는 옷이 행거에 잔뜩 걸려있어. 구두나 보석도 흘러넘친다.
 반짝이는 옷 갈아입기 인형의 방 같다.

 그런 것보다 이상한 건 하란과 비스크다.
 미친 듯이 격노하면서 고함을 치던 비스크와, 두려워하며 떨던 하란――그런 두 사람이, 지금은 평범하게 대화하고 있고, 평범하게 내 옷을 고르고 있다.
 나는 마르스씨에게 재촉 받아 소파에 앉고, 차 등을 받는다.

「저 두 사람은…… 결국 사이 좋은 거야? 나쁜 거야?」

 무심코 물은 나에게 마르스씨는 「실은 저도 잘 몰라서」라고 어깨를 으쓱인다.
 내 다과를 몰래 집어먹고는, 내 차를 한 모금 홀짝이며 두 사람을 본다.

「저 1년이나 의식 불명인 중태였는데, 눈을 떴을 때는 이미 저런 느낌이었어요」
「뭐, 그건 그렇지……」
「단지 비스크씨가 대장에게 벌을 주는 건 본 적 없습니다. 그러니까 오늘은 조금 놀라서…… 아마 올리씨를 상처 입히면 용서하지 않는다는 게 아닐까요. 벌이 시작되기 전부터 “도와줘 올리”라는 사인을 외친 것도 처음이에요」
「으ー응, 잘 모르겠네……」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하란이 몇 벌의 블라우스를 들고 걸어온다.
 옷긴에 작은 자수가 있는 옷, 하늘하늘한 주름이 잔뜩 있는 옷, 보석이 반짝반짝 박혀있는 것.
 나는 얼굴을 찡그린다.

「좀 더 평소에도 입을 수 있는 게 좋은데……」
「평소에 입으면 되잖아」
「너무 고급스러워!」
「귀족 영애가 입는 거라면 이 정도가 평범하다니까」
「하란, 밀어붙이지 마. 올리, 이걸 입도록 해. 지금 옷과 거의 같은 겁니다」

 비스크가 가지고 온 블라우스는 확실히 지금 입고 있는 것과 거의 같다.
 내가 그걸 받아들자 하란은 불만족스러운 듯 비스크를 노려본다.

「비스크도 한마디 해줘. 남자 옷 입는 거 이상하다고」
「딱히 이상하지도 않고, 이상해도 괜찮잖아. 올리가 뭘 입든 올리의 자유다」
「그치만……!」
「이상한지 어떤지라고 한다면, 너도 충분히 이상하니까, 하란. 여자처럼 몸치장 하고」
「나는 괜찮아, 그런 직업이니까. 하지만 올리는 엄격한 곳의 아가씨니까……」
「네네, 좋아하는 여자에게 뭘 입힐까로 옥신각신하는 건 두 분이서 알아서 해주세요. 올리씨 갈아입으러 가요」

 마르스씨가 나를 재촉하고, 천으로 칸막이가 된 방구석으로 데리고 간다.
 얼른 갈아입고 나가면, 하란과 비스크는 아직 나에게 무얼 입혀야 하는지에 대한 것으로 언쟁을 벌이고 있다.
 나는 마르스씨를 본다.

「돌아가도 되나?」
「마차 불러뒀어요」
「역시 유능하네」
「――비스크씨가 있는 곳에, 그다지 오래 있지 않았으면 해서」

 마르스씨의 속삭임에, 나는 조금 당황한다.

「그건……」
「저, 포기하지 않았어요. 올리씨가 대장을 골라주는 거. 가엽죠? 저 사람. 그러니까 함께 지지해줄 사람이 필요해」
「……마르스씨가 나한테 프로포즈하는 것 같아」
「아, 진짜다. 지금 건 비밀이에요. 저 또 죽임 당하니까」

 내 손에서 더러워진 블라우스를 건네받고 마르스씨는 「피 깨끗하게 없애서 돌려드리겠습니다」라고 미소 짓는다.

「어라!? 올리 돌아가는 거야!?」

 내가 몰래 방을 나가려고 하자 하란이 황급히 달려온다.
 제멋대로 끌어안으며 갑자기 마음의 거리가 가까워진 느낌의 하란에게, 나는 어떤 반응을 해야 좋을지 몰라 허둥댄다.

「하, 하란……!」
「오늘, 비스크한테서 감싸줘서 엄청 기뻤어」
「으, 응……」
「또 놀러와줄 거지?」
「으ー응……」

 내가 고민하자, 하란은 당황하며 부산을 떤다.

「바, 밤이 아니라도 되니까……! 레이나쨩이랑 같이 와도 되고……!」
「레이나씨, 하란 싫어하게 됐으니까 말이지…… 하란이 말하지 않아도 되는 것까지 말하니까」
「그야 왜 올리에게 구혼하지 않는 거냐고 물으니까…… 나도 하고 싶은데……」
「아, 구혼이라고 해서 떠올랐다! 비스크!」

 나에게 불려, 하란과 나를 미묘한 표정으로 보고 있던 비스크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를 돌아본다.

「저…… 만찬회에서 감싸줘서 고마워」
「당신이 레그너스경의 아내가 되게 할 수는 없으니까」
「그치만 비스크랑도 결혼 안 할 거야!」
「화장제 날까지 그 대답은 보류해두세요」
「있지 비스크, 나도 올리한테 구혼할 거니까」
「좋을대로 하지 그래. 선택하는 건 올리다」
「에, 의외. 비스크 화 안 내는구나」

 정말 의외라고 생각해 나는 비스크를 본다.
 비스크는 미소 짓는다.

「안중에도 없으니까요」

 선뜻 심한 말을 한다.
 하란도 선뜻 상처를 입는다.
 나는 옳지옳지 하고 하란을 쓰다듬는다. 하란은 본인이 비스크보다 우선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건지 녹을 듯이 달콤한 눈으로 나를 보고 내 귓가에 속닥속닥 「다음에는 단 둘이서 만나고 싶어」라고 조른다. 레이나씨와 함께 와도 된다는 이야기는 어떻게 된 거야.
 조금 지나치게 봐준 걸지도 모른다……. 승낙도 거절도 하지 않고, 나는 하란의 몸을 밀쳐낸다.
 비스크에게로 몸을 돌려, 양팔을 벌린다.

「비스크. 우리들, 화해할 수 있어?」

 비스크는 고개를 기울이며 미소 짓는다.

「네에, 올리. 당신이 용서해준다면」

 하지만 비스크는, 내 포옹에 응하지 않는다.
 천천히 나에게 다가와, 방금 전 하란과 같이 속닥속닥 내 귓가에 속삭인다.

「제가 다음에 당신을 안을 때는, 그 옷을 벗기겠다고 정했을 때입니다」

 툭, 하고 비스크의 손가락이 내 가슴을 두드린다.
 나는 황급히 비스크한테서 거리를 둔다.
 비스크는 나에게 어리광 부리지 않는다. 나에게 간청도 하지 않는다.
 어렸을 때부터 계속 어른인 척을 하고 싶어했던 비스크는, 지금 마음껏, 나에게 어른스러움을 행사한다.

「그럼 이제 평생 비스크랑 포옹 안 할 거니까……!」

 내뱉는 듯한 말을 남기고, 나는 빠른 걸음으로 상관을 뒤로 한다.
 기다리고 있던 마차에 훌쩍 올라타자 마르스씨가 마부에게 출발 신호를 보낸다.
 나아가기 시작한 마차의 창문에 붙어, 나는 손을 흔드는 마르스씨와 뒤늦게 나와 나를 배웅하는 비스크와 하란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한숨이 나온다.

「――무사히 나와서 다행이군」
「와아아아아!」

 나는 비명을 지르며 물러선다.
 누군가가 마차에 타고 있다.

 훅, 마차 안의 램프에 불이 켜진다.
 내 정면 좌석에, 느긋하게 몸을 내던지고 있는, 긴 은발의 남자――나는 순간 숨을 멈추었다.

「파스토르……?」
「뭐야. 유령이라도 본 듯한 얼굴로」

 붉은 눈동자에, 불쾌한 듯한 얼굴.
 한쪽 눈의 색이 다르지만, 그 얼굴을 몰라볼 리가 없다.

「파스토르! 너 살아있었어!?」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