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도를 아십니까
「잠자는 공주의 우울과 한때 아이였던 보호자들」 47화 마녀와 소녀의 겉과 속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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魔女と乙女のウラオモテ
피투성이가 된 등을 깨끗하게 닦고, 약을 바르고, 거즈.
붕대를 두르고 그 위에 셔츠를 입혀준다.
비스크가 말했던 대로 하란의 손목에는 더 이상 그을 장소도 남아있지 않다. 하란은 손목의 상처를 바라보는 나에게 「가벼운 놀이야」라고 웃어보였다.
「그런 위험한 놀이, 하면 안 돼 하란」
「그러니까 지금은 이런 놀이를 하는 거야」
지하실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리고 나는 어색하게 헛기침을 한다.
하란은 나를 돌아보고 치료 도구를 받는다.
양손목을 내밀면 차가운 약을 바른 거즈를 대고, 붕대를 두른다.
「이 약, 잘 듣거든. 그렇게 심한 멍도 아니고 내일은 색도 빠져있을 거라고 생각해」
「다행이다. 솔직히 이 멍을 그로우가 보면 하란의 목숨은 보장할 수 없고……」
「……책, 읽었어」
「에!?」
나와 하란은 세 명이 넉넉히 앉을 수 있는 소파에서 마주 앉아있다. 하란은 내 손을 잡고 있고, 왠지 손가락 끝으로 손등을 쓰다듬고 있다.
나는 고개를 들었지만 하란은 시선을 내 손목에 고정시킨 채다.
「아니, 그 책은 단지 망상이고 딱히 현실이 아니라……」
「그치만, 오늘 잤잖아?」
「그건……」
「감싸지 마, 그런 녀석」
「하란?」
「나, 계속 생각 했어…… 계속 후회 했어…… 올리를 시장에서 발견하고 마차에 태워 돌아가서…… 올리가 나를 무서워하니까 엄청 초조했어. 비스크한테 무언가 당했다고 생각해서, 그런데 올리는 비스크를 감싸고 아무말도 안 해주니까…… 비스크를 용서할 생각인가 하고…… 용서하고…… 받아들이고…… 비스크의 것이 되는 건가 하고……」
그런 식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건가.
그러니까 나한테 약을 먹이고 비스크가 있는 곳으로 돌아갈 생각조차 없어지게 하고, 하란에게 안기는 것이 당연하다고 믿게 하려고 했다.
지금 되돌아봐도, 웃어버릴 정도의 귀축의 소행이다.
하란은 내 기분은 물론이고 인격조차 무시하고 나를 안았다.
「지금도, 초조해…… 그러니까…… 돌아가지 말아줘…… 그로우 따위의 여자가…… 되지 않았으면 해」
「나는 누구의 것도 될 생각이 없는데……」
「그치만 잤잖아?」
「그건……」
「억지로 당했잖아? 하지만, 돌아갈 장소가 없으니까 어쩔 수 없지 돌아가는 거잖아? 나, 더 이상 잘못하지 않을게. 잘 할게. 제대로 올리를 지킬 테니까…… 용서하지 말아줘, 그 누구도. 나도 용서하지 않아도 되니까……!」
하란은 고개를 들고, 매달리듯이 나를 본다.
내 손을 잡은, 하란의 손――장갑을 벗은, 열 개의 손가락은 좌우의 중지와 약지에 손톱이 없다.
왼손은 소지에도 없다.
엄지손가락과 검지손가락을 남겨둔 것은, 섬세한 작업을 하는데 필요하니까 일지도 모른다. 나도 예전에, 나도 모르게 검지손가락의 손톱이 벗겨진 적이 있는데 그건 정말 불편했다.
나는 하란의 간청을 들으며 그런 걸 생각하고 있다.
슬쩍 하란의 손에서 자신의 손을 빼내고, 손톱을 잃은 하란의 손가락을 쓰다듬는다.
「올리……?」
「하란은 용서할게」
「올리…… 하지만……!」
「그로우와는 억지로 한 게 아니야」
움찔, 하고.
하란의 목 안이 오므라들었다.
나는 굳어버린 하란의 손을 강하게 잡고 일어선다.
「슬슬 돌아갈게」
「기…… 기다려 줘! 싫어!」
나를 쫒아 하란이 일어선다.
내 손목을 잡고, 하지만 끌어안지는 못해서, 망설이며 우뚝 서있다.
「나는 하란과는 결혼할 수 없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비스크와 결혼 한다는 건 아니야」
「그건……」
「물론 레그너스씨와도」
「그렇다고 해서, 그로우 따위랑은……!」
「그로우와도 결혼 안 해. 단지 한 번 상을 줬을 뿐. 그로우는 1년이나 나를 지켜줬어. 1년 동안 계속 나를 딸로 취급해주었어」
하란이, 내 손목을 잡은 손에 힘을 준다.
지금의 이야기를 들어도 나를 이대로 돌려보내고 싶지 않은 것 같다.
곤란하네에.
나는 하란의 손을 뿌리치려고 팔을 위아래로 흔들어보였다.
놓지 않는다.
이거, 어렸을 때 하란이 떼를 쓸 때 자주 쓰던 방법인데…… 이미 30살 후반인데 같은 방법으로 떼를 쓰는 건 그만두었으면 한다.
「하란」
「1년, 참았으니까…… 믿는 거야?」
「뭐어, 그렇네」
「그런 책 썼는데……?」
「응」
「ㄴ…… 나도 참을 수 있어……」
「방금 전에는 날 아주 조금도 믿지 못했는데?」
나는, 내 손목을 두르고 있는 붕대를 본다.
하란은 스스로의 과오를 지적당해 할 말을 잃고 만다.
그럼에도, 손만은 결코 놓지 않는다.
「또 놀러올게, 하란」
「……싫어」
「하란, 곤란하게 하지 마」
「그치만 올리, 남자 옷 입고 있잖아……!」
갑자기 남장을 지적당해, 나는 당황한다.
그러고보니 점심에 여기에 왔을 때도 바지를 입고 있는 나를 보고 하란은 무슨 말을 하고 싶어했고, 케이크랑 함께 이런저런 여자 옷을 준비해주었다.
비스크와 하란과 재회했을 때, 나는 우연히 드레스를 입고 있었고 만찬회도 물론 같은 드레스 차림이었다.
그러니까 하란은 오늘 처음 내 남장 취미를 눈치챈 것이다.
비스크도 특별히 무언가 말을 하진 않았지만 놀라긴 한 것 같다. ――그만큼 이쪽 세계에서 남장은 「이상한」 행위이다.
하지만 일본에서 25년을 지낸 나로서는 바지 스타일에는 아무런 위화감도 없었기에 그 갭이 조금 당혹스럽다.
「평소에도 그런 거잖아? 그로우를 경계하고 있다는 거잖아?」
「무경계할 수는 없지. 그로우가 나를 좋아하는 건 알고 있고」
「완전히 신뢰할 수 없는 남자가 있는 곳에는 돌려보낼 수 없어……!」
하지만, 하란보다는 신뢰할 수 있어. ――라고, 입이 찢어져도 말 못한다.
나는 난감해지고 말았다.
「그럼 어디에 사는 거라면 돌아가도 되는데? 하란이 정한 곳?」
「여긴 왕도다, 올리. “갈 곳이 없는 여자의 집”이라면 얼마든지 있어」
「그런……거야?」
「남자 금제, 기숙사 생활. 모두 바느질이나 자수 같은 걸로 돈을 벌고 공동생활을 하고, 나도 몇 군데 그런 곳에 기부를 하고 있어」
「하란의 손이 닿는 곳은 조금 그런데」
「내 손이 닿지 않는 곳이라도 소개할 수 있어. “내가 모르는 곳으로 데리고 가줘”라고 부탁할 수도 있으니까」
하란은 필사적이다.
필사적으로, 나를 구하려고 하고 있다.
누구한테서? 그로우한테서? 아니면 모든 남자들한테서? ――그것도 아니면 자기자신한테서?
「으ー응…… 확실히 괜찮을지도. 자립할 수도 있고」
「그치? 괜찮지?」
「검토해볼게. 그럼, 오늘 밤은 이만――」
「올리!」
「그치만 지금 당장 정할 수 없잖아. 그야 레그너스씨의 구혼은 곤란하지만……」
「그럼――」
「하지만 그로우는 나를 절대로 찾을 거고, 아무 말 없이 도망치면 비스크는 나를 용서하지 않을 거야」
「ㅅ……!」
「나만 험한 꼴을 당하는 거라면 자업자득으로 끝나겠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여자들을 죽을 만큼 민폐인 아저씨들의 희생양으로 만들 수는 없어. ――알잖아?」
하란은 고개를 숙였다.
그로우는 마르스씨의 목을 자르고, 하란은 분노로 미쳐서 그로우를 상대로 검을 뽑아 경찰을 부르는 소동도 일으켰다.
내 염려는 지나친 게 아니다.
그리고 만약 하란이 「올리를 위해서라면 여자들은 어떻게 돼도 좋아」라고 말한다면, 내가 하란을 경멸할 것도 분명히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하란이 제안한 장소에 간다고 해도 나는 제대로 모두에게 말할 거야. 지금 당장 몰래 도망치듯이 사라지지 않을 거야」
「그럼 왜……!」
「아팟……」
「왜…… 1년 전…… 에는…… 사라진, 거야……?」
하란의 손이, 천천히 내 팔에서 떨어진다.
축 늘어진 팔과 바닥에 고정된 시선――갑자기, 하란은 감정을 잃은 것 같았다.
마지막에 내 팔을 강하게 잡은 하란의 힘의 여운이, 찡하고 손목에 남아있다.
나는 어깨 너머에 있는 방의 출입구로 고개를 돌린다.
문이 없는 문간에는 마르스씨가 미묘한 표정으로 서있다. 「부디 돌아가주세요」라고 말하듯이 나를 재촉하는 몸짓에는 체념한 감정이 역력했다.
이대로 내가 떠난다면――아마, 하란은 심한 자해에 빠지겠지. 그리고 마르스씨는 더 이상 그걸 멈출 수 없다고 체념하고 있다.
나는 생각했다.
이대로 집으로 돌아가 내일 아침 하란이 자살했다는 기사를 보는 자신의 모습을 그리고, 마음 속 깊이 우울해진다.
「……내가 가까이 있으면, 모두 이상해지니까」
내 대답에 흠칫하고, 하란의 손가락 끝이 반응한다.
나는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선다.
굳이 거리를 좁히지 않고 말만을 계속 내뱉는다.
「비스크도, 하란도――파스토르도. 나 때문에 엉망이 되어버렸어. 그 현상에 엄청 질려있었어. 그래서 그로우를 의지했어」
「――어째서, 그로우에게」
「그로우가 가장 어떻게 되든 상관없으니까」
하란이 고개를 든다.
믿을 수 없는 걸 들었다는 듯한 표정이다.
나는 미소 짓는다.
「내가 천사라도 되는 줄 알았어? 제대로 타산을 따지고 있어. 그저 18살 여자아이가 아니야」
「올리……」
「나는 그로우 따위 어떻게 되든 상관없지만 그로우는 나를 좋아해. 그러니까 나는 그로우를 이용하고 있고, 앞으로도 이용하려고 해. 그로우가 나를 좋아하는 이상」
「나도…… 어떻게 되는 상관없잖아? 나도 버렸잖아! 그럼 나를 이용해도 되는 거잖아!?」
「안 돼, 하란은 소중하니까」
「올리!」
「상처 주기 싫고, 상처 받고 싶지 않아. ――나를 상처 입히지 않아줬으면 해. 싫어하고 싶지 않으니까. 하지만」
움찔하며, 하란이 입을 다물었다.
나는 신중하게 입을 연다.
이건 하란이 나에게 알려준 말이다.
「이 이상 나를 곤란하게 하면, 나, 하란을 싫어하게 돼」
하란은, 순간 나로 인해 겁을 먹은 듯 거리를 둔다.
그 얼굴은, 그 날, 파스토르의 병원 지하실에서 본 얼굴이다.
하란은 가냘프게 고개를 좌우로 젓는다.
「……싫어. 올리에게…… 미움받고 싶지 않아……」
「응. 우리들, 화해할 수 있지?」
하란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나는 살짝 양팔을 벌린다. 이건 나와 아이들의 화해의 사인이다.
하란은 조금 망설이다 내 정면까지 다가와, 무릎을 꿇고 내 가슴에 얼굴을 묻는다.
나는 그런 하란을 끌어안고 토닥토닥 쓰다듬어준다.
「올리…… 적어도 옷은 줘도 돼?」
「왜?」
「그 모습으로 돌려보낼 수는 없어…… 내가 더렵혔잖아」
「그렇게 신경 쓰여?」
「지하실에서 내가 앉아있던 의자에 앉혔으니까, 등에 피가 묻어있어」
「에!? 이 블라우스 마음에 드는 거였는데!」
「좀 더 좋은 걸로 줄 테니까. ――용서해줄 거지? 올리」
내 가슴 속에서, 하란이 수줍게 웃는다.
다행이다, 진정된 것 같다.
일어선 하란은 평소처럼 내 손을 끌고 걷기 시작한다.
마르스씨는 그런 나와 하란을 따라 오며,
「올리씨, 꽤 나쁜 여자가 되었네요」
라고 히죽히죽 웃는다.
「나, 울기만 하는 여자아이보다 나쁜 여자 쪽이 좋습니다. 대장을 괴롭게 해줄 것 같으니까」
「쓸데없는 말 하지 마 마르스! 그것보다 이제 돌아가도 돼. 물러나 있어」
「에ー! 올리씨 옷 고르는 거잖아요? 나도 고를래요!」
「너 말이지……!」
「마르스씨는 하란을 엄청 좋아하지」
「상처 입은 짐승이라는 거죠. 잘 챙겨주면 아직 일할 수 있는 우수한 상인이니까, 내가 잘 챙겨줘야죠」
「으ー응, 악화시키네……」
「――하란!」
저택 전체를 뒤흔드는 듯한 노성이 울린 것은 그 때였다.
우리들은 전원 한 마음이 되어 깜짝 놀라 경직된다.
그 정도의 박력이었다.
그리고 우리들은, 그 목소리의 주인을 알고 있다.
서슴지 않고 거친 발소리를 내며 모습을 드러낸, 올려다 보아야 할 정도의 장신――.
「비스크!? 왜 여기에……!」
비스크는 곧장 이쪽으로 걸어오곤, 아, 하고 목소리를 낼 새도 없이 하란의 멱살을 잡고 벽에 내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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