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도를 아십니까
「잠자는 공주의 우울과 한때 아이였던 보호자들」 42화 기사의 갑옷을 벗기는 방법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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騎士の鎧の脱がせ方
「그것보다 뭔가요, 저 남자! 왜 경찰에 잡히지 않은 겁니까!?」
덜컹덜컹 돌아가는 마차에서 흔들리며, 레이나씨의 분노는 식지 않는다.
레이나씨에게 「하란은 한 달 정도 지하에 감금되어 고문 받았어」라고 설명해야 하는 걸까…… 그치만 그러면 「그 고문한 사람은 어떻게 됐습니까?」라는 의문으로 연결될 것 같다.
나는 도망치고 말았다.
그러니까 아무것도 모른다.
너덜너덜해진 하란이 어떻게 그 정도로 자신을 다잡을 수 있었는지.
비스크가 어떤 식으로 하란을 지지해주었는지.
모습을 감췄다고 하는 파스토르가, 지금 어디서 무얼 하고 있는지.
「……아가씨?」
「응…… 레이나씨가 하는 말, 잘 알아. 나도 엄청 화냈고, 절대로 용서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고……」
「그럼 왜 용서하신 겁니까……!」
「그야……」
나는 기억하고 있다.
내 허리에 매달려 엉엉 소리를 높여 울던 하란의 눈물의 따뜻함을 기억하고 있다.
작은 손으로 필사적으로 내 손을 잡고, 밤의 복도를 걷던 날을 기억하고 있다.
사나운 짐승 같던, 자신감으로 가득 흘러넘치던 하란을 기억하고 있다.
나를 안아 들고 빙글빙글 돌던, 싱글거리던 하란의 웃는 얼굴을 기억하고 있다.
전부, 하란의 일부다.
나를 상처 입힌 부분만을 보고 미워할 만큼, 나와 하란은 타인이 아니다.
그것과 같을 정도로, 비스크도 파스토르도 내 소중한 아이들이다.
「가족이니까…… 일까……」
적절한 단어를 찾아 내가 조심스럽게 대답하자 레이나씨는 「가족이라니……」라고 허망한 표정이 된다.
「있지, 레이나씨. 하란은 스스로 나한테 다가오지 않아. 오늘도 내가 갑자기 만나러 간 거고」
「그건 그렇지만……」
「하란은 이 이상 나를 상처 입히지 않아. 그러니까 나도 하란이 이 이상 상처 입지 않았으면 해. 나, 또 하란을 만나러 가고 싶다고 생각해」
「아가씨……」
「미안, 레이나씨. 뭐라고 할까…… 이게 내 병인 것 같아」
헤실헤실 웃는 나를, 레이나씨는 어딘가 불쌍히 여기는 것 같다.
파스토르의 힘으로도 고치지 못한 내 병.
하지만 경계심은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언제나 레이나씨와 행동하고, 무심코 비스크와 밀실에 들어갔을 때도 제대로 어떻게든 도망쳤다.
울고, 도망치고, 구해달라고 그만두라고 간청하기만 하지 않는다.
나는 이미, 그들이 나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다. 뼈저리게 느꼈고, 몸에 새겨버렸다.
「레이나씨. 오늘은 그로우랑 조금 진지하게 이야기를 할 테니까, 집에 데려다주고 나선 귀가해도 돼」
「에, 그치만……」
「오늘 아침 그로우 상태 봤잖아? 아마 나랑 단 둘이 있는 게 안정될 거라고 생각하니까」
겁을 먹고, 허둥대고, 서재로 도망쳐버린 억세고 커다란 남자를 떠올린 건지 레이나씨는 깊이 탄식한다.
「저는 걱정돼요, 아가씨. 이대로 아가씨를 제 집까지 데리고 가고 싶을 정도입니다」
「솔직히 그러고 싶기도 하지만, 아마 레이나씨가 비참한 일을 당할 거라고 생각하니까……」
내가 먼 눈으로 말하자, 레이나씨는 소름 끼쳤다는 듯이 허리를 세운다.
틀림 없이 그로우는 나를 있는 힘껏 빼앗으려고 할 것이다. 그리고 아마 레이나씨의 남동생이 험한 일을 당할 것 같다.
레이나씨의 남동생이 내 손을 잡은 것만으로도 다음 순간 그 팔이 바닥에 굴러다닐 것 같은 불안이 있다.
비스크가 이걸 「학대를 두려워하는 아이의 사고다」라고 했다.
그런 위기감을 주는 존재를 의지하면 안 된다고.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그러니까 나는, 제대로 그로우의 고삐를 잡아야 한다.
레이나씨를 태운 마차를 배웅하고 나는 오후 일찍 자택으로 돌아왔다.
주방에 있는 메이드에게 말을 걸자 아무래도 그로우는 점심에도 서재에서 나오지 않았다는 것 같다.
저녁은 괜찮다고 전하고 귀가하게 하고, 이걸로 드디어 단 둘 뿐이다.
나는 그로우의 서재를 노크한다.
응답은 없지만 기척은 있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서재로 들어간다.
그로우는 책상에 느긋하게 턱을 괴고 노트에 위에 술술 펜을 움직이고 있었다.
오늘 아침에 봤을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온화하다.
「다녀왔어, 그로우」
말을 걸자 그로우가 튕기듯이 고개를 든다.
상당히 집중하고 있었는지 내가 말을 건 것을 눈치채지 못했던 것 같다.
「아아――빨리 돌아왔네. 도서관은 어땠어?」
「응, 오늘은 도서관 안 갔어」
「안 갔다고?」
숨을 멈출 정도로 아름다운 녹색 눈에, 내 모습이 비춰진다.
그 눈이, 문득 불안으로 흐려진다.
「……내 탓인가? 내가, 오늘 아침…… 꼴사납게 평정을 잃어서……」
「뭐, 그럴지도」
「올리…… 미안해. 당신의 행동을 제한하려고 한 건 아니야」
텅 빈 말이다.
그로우는 나에게 용서받기 위해 말을 고르고 있다.
내가 다가가자, 그로우는 지극히 자연스럽게 노트를 닫는다. 그대로 책상 안에 노트를 넣으려고 하는 그로우의 손에 나는 살짝 손을 뻗는다.
「올리?」
「보여줘」
「……아무것도, 재미있는 건 써있지 않아」
「보여줄 수 없을 만한 거 썼어?」
「그건……」
「아니라면 보여줘」
그로우는 마지못해 노트를 내민다.
그걸 열고, 나는 눈살을 찌푸린다.
――나는 망가지지 않았어.
――나는 망가지지 않았어.
――나는 망가지지 않았어.
페이지를 조금 거슬러 올라간다.
――약속을 지켜.
――약속을 지켜.
――약속을 지켜.
――할 수 없다면 죽어.
「이건?」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자기암시 같은……」
「오늘 이거 몇 페이지나 썼어?」
「올리…… 아무것도 아니야. 내가 쓴 걸 보고 다시 읽으면, 의지가 공고해져. 그러니까――」
「그로우」
그로우는 피곤한 듯이 얼굴을 쓴다.
「전부다」
「에?」
「그 노트에 써있는 문장은, 전부 오늘 썼다……」
「약속이라는 건?」
「나는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
나는 노트를 닫고, 쓰레기통에 던져 넣는다.
그로우는 장난이 들킨 아이 같은 표정으로 폐기된 책을 곁눈질로 본다.
「올리…… 부디 믿어줘. 나는 제대로 스스로를 제어할 수 있어. 약도 먹고 있고 오늘 아침과 같은 추태는 더 이상――」
「의심 안 해, 그로우. 나는 그로우를 믿어」
그로우는 지금까지 본 적 없을 정도의 경계심을 드러내고 나를 본다.
지금까지 보호의 대상이었던 무력한 내가, 갑자기 무언가 힘이라도 가진 것 같은 분위기다.
「전부 믿을 테니까, 절대로 거짓말 하지 않고 내 질문에 대답해줄래?」
「올리…… 왜 그래, 갑자기」
「비스크가 나를 안는 거, 보고 있었어?」
그로우의 표정이 굳어지며 의자를 쓰러뜨리며 일어선다.
나는 책상에 올라서서, 선 채로 굳은 그로우와 시선을 맞춘다.
「올리, 싫어……」
「대답해, 그로우」
「말하게 하지 말아줘…… 부디, 이건 싫어……」
「대답해」
그로우의 전신이, 긴장으로 딱딱하게 굳는다.
언제나 온화하게 나를 보고 있는 눈동자가 흔들리며, 바닥이나 벽을 이유 없이 배회한다.
「……볼 생각은 없었어……」
「……응」
「하지만…… 나는, 당신에게 다가갈 수 없었고…… 그래도 당신을 만나고 싶어서…… 나무에 올랐어…… 거기서, 당신의 방이 보이니까…… 정말, 가끔이었어……」
「응」
「그랬더니…… 비스크가, 당신에게 키스를 해서…… 옷을 벗기기 시작해서…… 나는…… 용서해줘, 올리……! 소, 소리를 질렀어야 했는데…… 나는 단지, 모든 것이 끝날 때까지, 거기서…… 보고 있었어……」
그로우는 심장을 움켜쥐고, 그 자리에서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
그로우는 내 얼굴을 볼 수 없다.
나는 올라섰던 책상에 그대로 앉아, 다리를 그로우의 앞에 훌쩍 내려놓는다.
「계속해」
「비스크는 나를 눈치 채고 있었다…… 마치 나한테, 보여주듯이…… 하지만, 멈추면 내가 했다고 생각될 것 같아, 나는 무서워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아무도 내 말 같은 건, 믿어주지 않으니까…… 그러니까 나는, 그 때…… 다, 당신을 내버려둔 거다…… 그 때, 나는……!」
아마, 비스크는 그로우를 눈치 채지 못했을 거다.
비스크는 스스로의 행위를 두려워했고, 혐오하고 있었고, 후회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로우는 비스크의 행위를, 그로우에 대한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말았다.
비스크의 실수는 단 한 번 뿐.
하지만 그로우는 분명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부러웠어?」
그로우는 튕기듯이 고개를 든다.
책상에 앉아있는 나와, 바닥에 주저앉은 그로우.
그로우의 얼굴은 내 발끝 언저리 정도에 있다. 그로우의 턱 밑에서 흔들리는 내 발에서, 그로우는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다.
「구역질이 날 정도로, 비열한 행위다…… 부러움 따위, 느낄리가……」
「그런가」
나는 책상에서 뛰어내린다.
그 순간, 그로우는 어찌할 바를 몰라 한다. 그런 그로우를 무시하고, 나는 책장을 슥 훑어본다.
「그로우가 나를 모델로 한 책, 이거지?」
「올리……」
「비스크가 말했어. 이 작품의 소녀에게는 “대사가 없다”고. ――이 책의 모델은, 정말 “나랑 그로우”야?」
그로우는 일어서서, 견딜 수 없다는 듯이 나에게서 책을 빼앗는다.
그로우는 하얗게 질린 채 나를 내려다본다.
나는 책장에 등을 진 채, 그로우한테서 눈을 떼지 않는다.
「그 녀석이…… 말한 건가?」
「뭘?」
「이 책, 은…… 자고 있는 당신과, 비스크를 쓴 거라고…… 그 녀석이…… 그렇게 말한 건가……? 그 때의 상대가 비스크가 아니라, 나였으면 좋았다고, 그런 일그러진 소망이 이 책이라고…… 그 녀석이 당신한테 말한 건가……!?」
「비스크는 그로우한테 보여진 거, 몰라」
그로우는 내 말에 허를 찔린 듯이 입을 다문다.
찡긋, 어색한 미소를 띄운다.
「……그럴리가……」
「비스크는 성격 나쁘니까, 눈치 챘다면 그 사실을 반드시 이용했을 거야. 책 모델이 본인과 나라고, 조금도 생각하지 않은 것 같았어」
「하지만……」
「그로우는 나를 믿지 않는 거야?」
내 물음에, 그로우는 깜짝 놀라 숨을 멈춘다.
나를 책장에 몰아넣은 채, 흔들흔들 고개를 좌우로 젓는다.
「다만…… 그렇다면, 어째서……」
「그냥, 내가 그렇게 생각한 것 뿐. 나만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그러니까 그로우가 “아니다”라고 하면, 이 이야기는 이걸로 끝낼게」
나는 스르르 그로우의 팔 밑을 빠져나온다.
하지만 떠나려고 하는 내 팔을, 그로우가 황급히 붙잡고 만류한다.
돌아보면, 그로우는 어떻게든 자신을 가다듬으려고 필사였다. 서투른 미소를 조각 같은 반듯한 얼굴에 붙여, 해야 할 말을 필사적으로 찾는다.
으ー응.
한 번 더 자극해볼까.
「내가 전부 믿어줄 테니까, 그로우는 뭘 믿어줬으면 해?」
「그…… 건……」
「한 번만 더 물을게. 그리고, 나는 그 대답을 믿을게. 다음부터 그로우가 뭐라고 해도 나는 지금, 그로우가 대답한 말을 계속 믿을 거야」
「올리…… 나는……」
「잠들어 있는 나를 안는 비스크가 부러웠어? 그러니까 자신으로 바꿔 놓은 책을 쓴 거야?」
대답은 이미 알고 있다. 그로우의 모든 것이 「그렇다」고 대답하고 있다.
그러니까 이건 그로우의 각오의 문제다.
구역질이 날 정도로 비열한 행위――그걸 본인도 원했다고 대답할 수 있을 정도로, 그로우는 나를 믿을 수 있는가.
이걸 인정해버리면, 그로우는 비스크를 비난할 수 없게 된다.
스스로도 원했던 행위를, 타인이 먼저 해버린 것 뿐이 된다.
그건 분명, 그로우의 근간이 흔들릴 정도로 위험한 일이다.
하지만, 만약 이걸 인정할 수 있다면.
스스로의 근간을 흔드는 사악함을 인정해서라도 나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면.
나는 그로우에게, 상을 줄 것이다.
「나는…… 나, 는……」
「응」
견디지 못하고, 그로우는 결국 울음을 터뜨린다.
내 팔을 붙잡은 채, 내 어깨에 손을 얹고 그대로 바닥에 무릎을 꿇는다.
「용서해줘…… 다, 당신에게 경멸당하고 싶지 않아…… 당신 밖에 없어, 나에게는, 당신 이외는…… 누구도……」
「응」
「당신만이…… 나를 내버려두지 않아주었어…… 당신만이, 오만하고, 불손하고, 손 쓸 수도 없는 아이였던 나를 받아들여주었어…… 당신만이, 내 가문이 아닌 나를 봐 주었어…… 당신만이……」
작은 마을에서, 아이에게는 과분한 권력을 주고, 그로우에게 있어서는 누구나 자기를 건드리는 것처럼 느껴졌다.
비스크는 그로우를 간파하고 있었다. 「혼내주기를 바라는 것 뿐」이라고.
스스로의 안위가 위험해지더라도 평민인 내가 귀족의 자식인 그로우를 혼내는 건 그로우에게 있어서는 무척이나 소중한 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물론 그로우가 나에게 첫 눈에 반해서 그런 거라고 생각하지만.
내 관심을 끌기 위해 파스토르는 스스로를 상처 입혔다.
그로우는 타인을 상처 입힌다.
어쩜 이리 어설프고, 어쩜 이리 어리석은지.
나는 단정하게 정돈된 그로우의 짧은 머리카락을 어루만진다.
힘내, 힘내, 이제 한 고비 남았다.
「……부러웠다」
「응」
「비스크에게 안기는 당신을, 몇 번이고 꿈에서 봤다. 그, 하얀 피부…… 비스크를 거절하는 것처럼 계속 잠들어있는 당신이 아름다워서…… 내가 닿았으면, 어땠을지 하고…… 나였다면 당신을, 분명 눈 뜨게 했을 거라고 망상하고……」
「그건, 지금도?」
움찔, 그로우의 몸이 딱딱하게 굳어진다.
내 몸에 매달린 채, 그로우는 나를 올려다본다.
나는 비스크가 나에게 그러는 것처럼, 허리를 굽혀 그로우의 얼굴을 응시한다.
과연, 이건 조금 기분이 좋을지도 모른다.
「올리…… 나는……」
「지금도, 잠들어 있는 나를 범하는 꿈을 꾸는 거야? 아니면 다른 꿈?」
「지, 금은……」
그로우는 입술을 핥아 적신다.
꿀꺽 목이 상하로 움직인다.
「당신이…… 나를, 원하는 꿈…… 만을……」
「그로우가 나를 원하는 게 아니라?」
「나는…… 한심한 남자야……」
「그로우가 무척 솔직하게, 전부 이야기해줬으니까…… 나도 알려줄게」
나는, 나를 바라보는 그로우의 얼굴을 쓰다듬는다.
입술에 입술을 갖다 대지만, 닿지는 않게 한다.
서로의 숨소리가 입술 끝에서 뒤섞여, 그로우가 무척이나 숨 쉬기 힘들어 보인다.
「나도 꿈을 꿨어. 그로우에게 넘어뜨려져서, 옷을 전부 찢기고, 울부짖다 맞고, 험하게 범해지는 꿈을 몇 번이고 꿨어. 계속 그로우가 무서웠어. 그로우를 화나게 하면, 나는 절대로 이길 수 없으니까」
「올리…… 그런, 나는……!」
「안 하지, 그로우는, 그런 거. 알고 있어――그러니까 알려줘, 그로우」
나는 그로우의 귀에 입술을 댄다.
숨을 불어 넣듯이, 살짝 속삭인다.
심장이 경종을 울리고 있다.
긴장해서 그런가――아니면 나는, 내 몸은, 기대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그로우는 어떤 식으로 나를 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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