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도를 아십니까

「잠자는 공주의 우울과 한때 아이였던 보호자들」 22화 마술사의 탑 본문

眠り姫の憂鬱とかつて子供だった護り人たち 번역

「잠자는 공주의 우울과 한때 아이였던 보호자들」 22화 마술사의 탑

네츠* 2021. 1. 6. 23:45

원문 링크 : https://novel18.syosetu.com/n7091gi/23/

 

 

魔術師の塔

 

 

 일단 방으로 돌아와서 부랴부랴 가방에 물건을 넣었다.

 물건이라고 해도 뭐, 비스크가 나를 위해서 준비해준 거지만. 그러니까 내 물건은 내가 본 적 없는 것들 뿐이다.

 애초에 이건 정말 내 물건인가……

 

「기본적으로는 입원 준비와 같다. 우리 병원은 원내복도 있으니까 갈아입을 옷은 최저한이어도 문제 없어」

 

 내가 가겠다고 정하자 파스토르는 내 방까지 따라와 시시하다는 듯이 내가 짐을 싸는 걸 입구에서 바라보고 있다.

 뭐, 베일 때문에 표정은 안 보이지만.

 

「칫솔은……」

「병원에 있어」

「ㅊ……책이라던가?」

「병원에 있어」

「병원에 있는 책은 어려울 것 같아」

「어린이를 위한 책도 있어. ――도감도」

 

 그렇군.

 나는 가방을 앞에 두고 고민하고 만다.

 가방 안에는 원피스와 블라우스, 양말, 속옷이 들어있다.

 새삼 이렇게 보니, 내 물건이 아무것도 없네.

 책조차 없다.

 이거야말로 마른 계곡이라는 느낌. 안에 올빼미씨라도 있지 않을까.

 나는 한숨을 쉬고 탁 가방을 닫았다.

 

「됐나?」

「응, 놀랄 정도로 내 물건이 없었어」

「……깨어난지 꽤 됐잖아?」

「응」

「하란이랑도 만났지?」

「응」

「……왜 물건이 적어? 하란은 전형적으로 물질로 유혹하는 남자잖아」

「하란한테 무언가를 받고 싶지 않았으니까……?」

 

 나는 얼굴을 찡그렸다.

 받은 옷은 옷장에 넣어둔 채고, 아마 비스크 집에서 벗은 옷은 벌써 쓰레기통에 처박혀 있을 것이다.

 내 대답에 파스토르는 「그런가」라고 별 관심이 없는 듯 대답한다.

 

「비스크도 비슷하다고 생각했다만」

「그러니까 지금 입고 있는 옷이랑 이 여벌 옷은 비스크가 준 거라고 생각해」

「그런 게 아니라…… 쇼핑이라던가…… 그, 안 갔던 거냐. 같이」

「――설마 모르는 거야?」

「뭐?」

「나, 하란이 이상한 약을 먹여서 1주일 정도 성노예같은 게 됐었어」

「뭐!?」

 

 처음 들은 것 같다.

 당연히 그로우한테 들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파스토르는 갑자기 불안해진 듯 내 손에서 가방을 빼앗았다.

 파스토르의 손목은 얇아, 거의 나랑 비슷할 정도다.

 뼈와 가죽이라고 말하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그런 파스토르에게 짐을 들게 하는 건 뭔가 미안해서, 나는 파스토르한테서 가방을 돌려받으려고 했다.

 

「뭐야?」

「내가 들 수 있어」

「그렇겠지」

「내가 들게」

「됐으니까 저는 환자입니다 라는 표정 하고 따라와. 너는 유괴 당해 그로우에게 구해졌지만 구출될 때 마음에 상처를 입었다는 설정으로 내 병원에 오는 거다」

 

 그런 건가.

 하지만 확실히 그런 설정이라면, 과연 아무도 상처입지 않는다.

 나는 고개를 숙인 채 복도를 걷기 시작한 파스토르의 옆을 걷는다.

 기자에게 사진을 찍히고 싶지 않다.

 

「그로우는 괜찮아?」

「그 녀석은 죽여도 죽지 않아. 그 녀석을 죽일 방법을 밤낮으로 생각할 정도다」

「――마르스씨는?」

「누구?」

「그로우한테 목을 잘린 사람」

「……아아」

 

 파스토르는 떠올랐는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건강하진 않군」이라고 대답한다.

 애매하다.

 속이려고 한다.

 

「그…… 살아 있…… 는 거지?」

「그로우한테 뭐라고 들었지?」

「목이 잘렸지만 파스토르의 병원에 데리고 갔으니까 죽지 않았다고」

「거짓말은 아니네」

「그럼――」

「올리」

 

 파스토르가 멈춰서 나와 마주 본다.

 주변의 상태를 살피며 허리를 굽히곤 눈가를 가리고 있는 베일을 살짝 올린다.

 언제나 가리고 있는 걸 직접 보면, 뭔가 보면 안 되는 것을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여전히, 파스토르의 눈은 예쁘다.

 성격은 더러워졌지만.

 

「내 병원에는 지금도 그로우가 입원해있어. 열쇠는 방 밖에서 걸어두었지만…… 절대로 그 녀석의 방에 가까이 가지 마」

「어? 문병가면 안 되는 거야?」

「너무 위험해」

「그치만…… 얼마 전까진 입원해있지 않았고……」

「죄인도 아닌 인간의 목을 자른다는 건, 아무래도 이번이 처음이었다. 문제가 되지 않았을 리가 없잖아? 그로우는 그걸 말했나?」

「마…… 말 안 했어…… 하란이랑 이야기를 마쳤으니까 괜찮다고」

「녀석은 미칠 듯이 화를 내며 울면서 그로우를 죽이려고 검을 뽑아, 경찰을 부를 정도의 소동이 됐다. 그런 소동조차 그로우에게 있어서는 문제가 되지 않는 거다. 잊지 마, 올리. 네 옛날 친구들 전원, 똑같이 궤도를 벗어나 있어. 나도다」

 

 알기 쉽게 설명을 한 뒤, 파스토로는 다시 베일을 내리고 걸어갔다.

 확실히, 방금 전 파스토르의 무례함과 성격 나쁨은 궤도를 벗어나 있지만……

 

「그치만 그럼 왜 파스토르 병원에? 다른 병원은 안 되는 거야?」

「25년 동안 계속 잠들어 있던 여자니까」

「그러니까?」

「괜한 곳에 맞기면 실험대가 돼」

「힉……」

「세상의 관심이 사그라들 때까지는 사람의 출입이 제한되어있는 내 병원에 있는 게 안전하다. 나랑 그로우마저 가까이하지 않으면 말이지」

 

 밖에 나가기 직전, 고아원의 직원들과 비스크가 배웅을 와주었다.

 한 사람 한 사람 안아주고, 물론 비스크도 끌어안고, 나는 파스토르에게 재촉을 받은 채 마차에 오른다.

 파스토르는 잠시 기자들에게 이런저런 설명을 하고 할 일을 마치자 어영부영 마차에 올라 탔다.

 

 시종 무언.

 파스토르는 베일 너머로 창밖을 보고 있고, 나는 작은 짐을 안고 멍하니 있다.

 파스토르의 병원은 좁은 길은 갈 수 없는 마차로 가면, 조금 돌아서 가야 한다.

 

「……뭔가」

「응?」

「사줄까, 도중에. 책이라던가」

「아니, 괜찮아」

 

 다시 침묵.

 뭐야, 뭐야? 대화 잘 못하는 거야?

 나는 흘끗 파스토르의 얼굴을 본다.

 긴장과 초조함이 공기를 통해 내게 전해진다. 도서실 구석에 서있는 붉은 눈을 가진 웃지 않는 남자아이를 떠올렸다.

 웃어주면 다른 쪽을 보며 조용히 책만을 읽고 있었던 파스토르에게 나는 정말 특별한 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저 같은 공간과 같은 시간을 공유하는 사이에 조금씩 파스토르가 거리를 좁혀와 준 것이다.

 

「올리」

「왜, 파스토르」

「비스크가 좋은가?」

「음…… 어, 어떤 의미로?」

「사진을 보는 한 소중하게 대해졌다고 생각되지 않아. 그런데 그녀석을 감쌌으니까…… 그런 취미인지 확인해두고 싶어서」

「취……취미 아니야! 그건…… 뭔가, 오해와 엇갈림의 결과라고 할까……! 그치만 그 오해도 어제 풀었으니까!」

「오해가 풀렸으니까 비스크를 용서해?」

「용…… 용서할지 말지는 잘 모르겠지만……」

 

 파스토르는 짜증난다는 듯이 한숨을 쉬었다. 「이해 못하겠군」이라는 불평은 거의 혼잣말로 하는 거라 나한테 한 말이 아니겠지.

 

「……라고 할까…… 사진을 찍은 사람, 내 몸을 만졌어…… 그쪽을 더 용서할 수 없어. 파스토르가 조사를 위해 보낸 사람이잖아?」

「그렇지」

「키스까지 당했어…… 싫었는데……」

「――그대로 뒀으면 망가졌어」

「응?」

「아마추어가 약 같은 거 쓰면 안 돼. 하란의 나쁜 영향이군」

 

 나는 물끄러미 파스토르를 본다.

 설마――

 

「설마, 그 때 그 사람……!」

 

 창백해진 나에게 파스토르는 시선조차 주지 않는다.

 나는 가방을 번쩍 들어 파스토르에게 던진다.

 

「어이, 마차 안에서 난동부리지 마」

「제대로 대답해」

「그렇다면, 어쩔 건데?」

「왜…… 왜 그런 짓……!」

「그대로 비스크가 돌아오는 걸 기다리고 싶었나? 즐기고 있었다면 방해해서 미안하군」

「한 마디 정도는 해줘도 됐잖아! 풀어줘도 됐잖아! 나, 정말 무서워서……!」

 

 파스토르는 짜증난다는 듯이 혀를 찬다.

 좌석 위에서 한쪽 다리를 안고, 나른한 듯 나를 본다.

 

「나는 완전히 정당한 입장에서 너를 고아원에서 데리고 나올 필요가 있었다. 비스크의 집에 불법 침입한 게 나라고 누구에게도 알릴 수 없어. 그 순간에 너를 안심시키는 것보다, 너를 확실하게 그 녀석에게서 빼앗아올 방법을 골랐다. 너도 비밀은 지켜」

「비밀……」

 

 나는 그 때, 거의 착란 상태였고 파스토르의 목소리를 들으면 비스크에게 「파스토르가 왔다」고 말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걸 말하면 최후, 비스크의 질투심은 더욱 심해졌을지도 모른다.

 그럴 지도 모른다…… 그럴 지도 모르지만……!

 

「평범하게 거기서 데리고 가주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아……?」

「비스크가 화나면 뭘 할지 몰라. 억지로 데리고가는 것보다는 납득시킨 뒤에 놔주게 해야 했다. ――이래봬도 옛 친구다. 감싸준 것도 있어. 스스로가 무엇을 했는지 자각하지 못하면 그 녀석은 더욱 망가져가」

「그치만……」

「뭐야…… 그렇게 내가 만지는 게 싫었나? 누ㄴ――읍!」

 

 파스토르는 입을 막는다.

 그리고 나는 스스로의 귀를 의심했다.

 

「파스토르, 지금 누나――」

「시끄러워. 말 안 했어. 어쨌든 나는 나쁘지 않아. 이유도 있었고 성과도 냈어」

 

 와아ー

 선생님을 엄마라고 말하는 계열의 실수를 33살의 남성이.

 꽤 부끄러웠겠지, 파스토르는 창백한 피부를 귀까지 새빨갛게 물들이고 있었다.

 나도 이 이상 캐묻지 말아야지.

 

 나는 다시 가방을 안아든다.

 이런 식으로 앉아있는 건 마차에서 하란에게 습격당했을 때의 교훈 탓이다. 가방을 안고 있으면 갑자기 밀쳐져도 가슴을 만져지거나 하진 않는다.

 가방도 빼앗기면 끝이긴 하지만.

 

 그 뒤에 파스토르도 나도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길고 긴 시간 마차에서 흔들리며 병원에 도착했다.

 벽을 느낀다.

 이게 장벽인가.

 그런 것치고는 파스토르는 멋대로 문을 열고 벽 안으로 들어오고, 도랑에 다리를 놓고 건너온다. 내가 다가가려고 하면 문을 닫고 다리를 부수면서.

 

 뭐 옛날부터 그런 아이였지만.

 옛날에는 천사같이 귀여웠으니까 용서한 걸지도 모른다.

 지금은 태도가 나쁜 것도 더해져서 악의 마술사라는 느낌.

 

 파스토르는 먼저 마차에서 내려 무언으로 나에게 손을 내민다.

 나는 그 손을 빌려 어물쩡 마차에서 내린다.

 

「후아ー…… 탑」

 

 언덕 밑에서 봤을 때도 크다고 생각했는데 가까이서 보면 더 크다.

 탑을 기점으로 직사각형 모양의 상자가 뻗어있고, 벽은 육중한 붉은 벽돌.

 내가 멍하니 입을 벌리고 탑을 올려다보고 있으면 파스토르가 양손으로 내 뺨을 덥석 잡고 주무른다.

 

「아우우 뭐야, 뭐야, 갑자기」

「얼빠진 얼굴, 보이지 마. 올리는 그런 얼굴 안 해」

「……에?」

 

 아니, 평범하게 하는데요.

 어떤 얼굴인지는 모르겠지만.

 얇은 천 한 장을 사이에 둔 건너편의 붉은 눈이, 언짢은 듯이 나를 뚫어져라 내려다본다.

 

「……방으로 안내하지」

「응」

「일단 1인실을 준비했다만, 병원 성질 상, 안에서 열쇠를 걸 수 없어」

「응」

「식사는 방에 가져다주지. 심심할 때 가지고 놀 도구도. 너는 당장은 면회 사절이다만, 병원 부지 내를 산책하는 건 괜찮아」

「응」

 

 나란히 복도를 걸으며 병원의 기본적인 규칙 등을 설명받는다.

 파스토르가 지나갈 때마다 간호사나 의사 선생님 등이 부랴부랴 다가와 이런저런 지시를 확인하고 멀어져 간다.

 그런 사람 중 한 사람이,

 

「――그 아이, 새로운 올리인가요?」

 

 라고 물어 파스토르를 엄청 화나게 했다.

 고함치거나 때린 건 아지만 무언의 위압이 장난아니어서, 질문한 사람이 사과하고 도망갈 정도였다.

 

「……뭔가, 그러고보니 여자아이한테 내 흉내를 내게 한다고 말했는데」

「아아」

「직원들도 알고 있구나」

「그렇지」

「그럼 나도 그 “올리”의 일을 하는 게 나아? 신세지고 있고…… 환자로서 느긋하게 지내는 것보다는 기자의 눈도 속일 수 있고」

「안 돼. 나한테 다가오지 마」

 

 딱 잘라 거절당함과 동시에 내 병실에 도착했다.

 복도 가장 안쪽 중 안쪽.

 문은 중후한 목제에 장식된 조각은 열매를 맺은 거목이다.

 긴 복도를 걸으면서 두리번거렸지만, 모든 문에 각기 다른 조각들이 새겨져 있다.

 안은 병원이라기보다는 고급 호텔 방이라는 느낌으로, 매우 분위기가 좋아 보인다.

 

「필요한 게 있으면 간호사한테 말하면 돼. 퇴원 시기가 정해지면 추후 알려주지」

「고마워, 파스토르」

「……있지」

「응?」

「……키스해도 돼?」

「응!?」

 

 무심코 되묻자 파스토르는 괴로운 듯 어금니를 꽉 물곤, 「잊어라」라는 말을 남기곤 빠른 걸음으로 멀어져간다.

 

「마음의 문을 열어주는 타이밍이 너무 독특해서, 즉시 반응을 할 수가 없잖아, 파스토르……」

 

 한숨을 내쉬고 나는 짐을 바닥에 내려둔다.

 자신의 몸을 휙 침대에 내던지고 천장을 바라보면, 갑자기, 온몸에서 몸이 확 빠진다.

 

 아무래도 나는, 계속 긴장하고 있었던 것 같다.

 고아원에 있을 때도, 상관에 있을 때도, 비스크의 집에 있을 때도.

 하지만 여기가 병원이라고 생각하면 어쩐지, 새삼스럽게, 여기 온 건 정답이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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