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도를 아십니까
「잠자는 공주의 우울과 한때 아이였던 보호자들」 에필로그 1화 포기하지 않아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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降りない
결국 꿈속에서 이야기되는 환상과도 같은 해피엔딩인지, 현실인지 모른 채로 끝을 맞이하였다.
그런 영화를 예전에 본 적이 있다.
파스토르는 내가 있는 세계라면 이곳이 꿈이라도 현실이라도 상관없다고 했지만…….
「그로우도 그런 느낌이야?」
「물을 것도 없다고 생각한다만. 나에게 있어 중요한 건 "당신"뿐이다」
「하지만 "저쪽"에서는 비스크를 소중하게 여겼는데」
「"당신"의 꿈 이야기를 근거로 힐난하는 건가?」
「"그로우의 꿈"이기도 했던 것 같으니까」
꿈속의 그로우는 나를 알고 있었다.
꿈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한 그로우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꿈을 오가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그것도 전부 무의식적으로, 꿈을 꿈이라고 인식하며.
그로우는 조금 고민하듯 턱을 쓸다,
「당신을 잊은 다른 녀석들보다는 낫잖아」
라며 손가락을 빙글 돌려 보인다.
확실히 집착은 다소 "무겁게" 느껴지긴 했다.
정말이지 전체적으로 중량급에 숨이 막히는 아버님이다.
일주일 동안의 수면에 대한 뒷수습은 의외로 "현실감"을 가지고 나를 덮쳐왔다.
그도 그럴 것이 내가 잠들어있는 동안 비스크와 하란이 엄청난 속도로 고아원의 체제를 정리했기 때문에, 그 체제에서 튕겨 나온 형태가 된 나는 갑작스럽게도 한가해졌다.
무서운 호위를 데리고 있는 감사관――이라는 일이 필요 없게 되어 "그럼 우린 앞으로 뭘 하면 되지?"라고 생각한 당일에 잠들었으니, 완전히 붕 뜬 상태.
가슴을 펴고 「일이 산더미야!」라며 돌아왔는데 실제로는 허무함밖에 없어, 내가 「자 버릴까」라고 중얼거리자 비스크와 하란이 살인적인 양의 일을 던져줬기에, 그로우가 도와주지 않으면 무엇하나 끝나지 않는다.
「가벼운 농담이었는데」
「아무리 그래도 무거운 농담으로 들렸겠지」
나에게 주어진 일은 "직원의 일지 감사"이다.
그 말인즉슨 로글에아 저택, 즉 고아원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아이들이나 일상적인 일을 적어 매일 제출하고 있는 일지를 읽고, 인간관계의 왜곡을 찾아내는 것.
참고로 로글레아 저택에는 100명 이상의 직원이 있다.
그 일지가 7일분. 한 사람당 한 장이라고 해도 700장. 그리고 읽고 있는 동안에도 매일 일이 최소한 100장은 늘어난다. 하루 쉬면 배가 된다.
글을 쓸 수 있는 아이들의 일기도 점점 추가된다고 한다.
「정말이지ー! 잠잘 시간도 없잖아!」
「이건」
그로우가 나에게 한 장의 일지를 건넨다.
「당신이 흥미를 느낄지도 몰라」
「학대 고발 같은 건 아니지?」
「읽으면 알아」
나는 지루한 일상 보고일지를 「완료」 상자에 넣고 그로우한테서 일지를 건네받는다.
그 일지를 읽고, 표정을 찌푸린다.
「반항적인 여자아이가 보모에게 맞아, 반성의 방에 들어갔다고 쓰여있네」
「그렇네」
「왜 내가 흥미를 가질 거라고 생각한 거야?」
「글쎄……하지만, 꿈에서 본 것 같아」
「아」
세세한 부분은 다르다.
다르지만, 비슷하다.
꿈속의 나와.
나는 로글레아 저택에 맡겨져 있는 아이들의 자료를 꺼냈다.
성공한 상인의 딸. 10살.
하지만 사기가 발각되어 재산을 몰수당하고 일자리를 잃어 양친은 자살.
홀로 남겨진 소녀는 고아원에 가게 되지만, 그곳에서 왕따를 당해 도망쳐, 로글레아 저택의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이곳에서 자존심 높은 태도로 인해 보모의 분노를 사, 반항적인 태도를 교정하기 위해 징계를 받는다.
「……이거, 하란은 어떻게 처리할 생각일까」
「이건 내 예상이다만」
그로우는 내가 이 여자아이의 자료를 보는 동안에도 계속해서 일지를 읽고 「완료」 상자에 넣는다.
나는 그로우의 「고통과 폭력의 낌새를 알아차리는 후각」을 무척이나 신뢰하고 있기 때문에, 그로우가 「문제없음」이라고 판단한 일지를 내가 다시 확인하거나 하진 않는다.
뭣하면 그로우는 내가 놓친 폭력의 낌새조차 알아챌 거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고아원의 감사에서는 몇 번이나 도움을 받았다.
「예상이다만?」
「곧 데리러 올 거야」
그때 마침 초인종이 울렸다.
나는 튕겨나듯이 일어나 일지와 소녀의 자료를 가지고 현관으로 뛰어간다.
예상대로 마르스씨가 서 있었다.
하지만 마르스씨는 내 기세를 예상하지 못한 듯 반대로 「왜 그러세요? 그런 표정으로」라고 묻는다.
「하란이 부른 거지?」
「그, 그렇습니다만」
「로글레아 저택?」
「어떻게 아시는 겁니까?」
「갈래. 바로 갈래! 그로우, 미안하지만 남은 일지 읽어둬!」
그로우는 어깨를 으쓱이며 「분부하신 대로」라며 서재로 돌아갔고, 나는 마차에 뛰어들었다.
++++
「솔직히 난감해」
그로우의 예상대로 하란의 용건은 그 일지의 소녀에 대한 것이었다.
장소는 로글레아 저택의 방 중 하나. 원래는 응접실이었지만, 하란이 자신의 물건을 가져다 놓았기에 거의 하란의 별택 같은 느낌이 되었다.
가주인 레그너스씨――즉 올빼미씨――가 모든 것에 대해 무관심한데다, 재산의 관리도 하란에게 맡긴 상태인 것 같으니, 이 저택은 이제 하란이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다.
「어떻게 난감한데?」
「자존심이 엄청 높아」
「어느 정돈데」
「응석 부리며 자란 귀족 영애」
나는 몇 대 맞은 듯한 표정을 짓고 만다.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소파의 건너편과 이쪽.
하란은 양팔을 크게 벌려 소파 뒤에 걸치고, 몸에 힘을 빼고 체중을 소파에 맡겨 천장을 올려다본다.
「고아원의 식사가 마음에 들지 않아. 이런 평범한 옷을 입다니. 다인실이라니 말도 안 돼.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야? 라네」
「그래서……보모가 때린 거야?」
하란은 한숨을 내쉼과 동시에 천장을 올려다본 채로 양손으로 얼굴을 덮는다.
그건 긍정의 표시다.
하란은 당연히 내가 아이를 때리는 보모를 좋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그 아이는 더는 갈 곳이 없는 거지?」
「그런 것 같아」
「여기서 살 수밖에 없는 거지?」
「그렇게 말해도 과언은 아니겠지」
「그러면 안심할 수 있도록 해줘야지」
내가 「그러면 인내심을 길러야지」라고 해주기라도 바란 듯한 하란 잠시 입을 다물고 굳어 있다.
그리고,
「"귀족 영애" 취급해주면서?」
라며 심술부리듯이 묻는다.
나는 테이블에 펼친 소녀의 자료를 바라본다.
「그런 건 아니지만 때리면 안 돼. 주변 아이들도 "이곳은 맞을 수도 있는 곳이구나"라고 겁을 먹게 되니까」
「그러면 어떻게 하면 되는데?」
하란은 한숨을 쉬고 몸을 뒤척이다, 상반신을 앞으로 내밀고 소녀의 자료를 들여다본다.
「식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할 때, 그 아이는 어떻게 해?」
「바닥에 던져」
「그럼 그걸 스스로 청소하게 한다든가」
하란은 곤란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본다.
「할 리가 없다고 생각하지 않아?」
「그래도 시켜야지」
「혼내면서?」
「청소할 때까지 식당에서 나가지 못하도록 해. 꼭 어른이 붙어있는 상태로. 물도 자유롭게 마셔도 되고, 화장실에 가고 싶다면 꼭 데리고 가줄 것」
「……그게 다야?」
「제법 큰 벌이야, 이건. 그도 그럴게 배도 고플 거고, 어디로든 자유롭게 갈 수 없고, 어른이 계속 감시하고 있을 테니까」
「청소하지 않은 채로 다음 식사 시간이 되면?」
「어른이 정리할 수밖에 없지. "아무래도 당신은 할 수 없는 것 같으니, 이번에는 대신 해줄게"라고. 그리고 식사 자리에 앉히는 거야」
「그것도 던지면?」
「그걸 굶어 죽을 것 같아질 때까지 반복하면, 결국에는 특별한 도움이 필요한 아이라는 게 아닐까. 의사 선생님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파스토르처럼, 아이들의 마음에 깊이 관여할 수 있는」
「때리는 게 빠르겠는데」
「비스크는 고아원에서 채찍을 쓴 적이 없다고 했는데?」
하란이 한쪽 눈썹을 추켜올리며 나무라듯이 나를 본다.
「"원장 선생님"은, 이잖아? 직원은 평범하게 때렸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럼 "내가" 아이들을 때린 적 있어?」
하란은 표정을 구긴다.
기억의 실을 더듬고, 더듬어…… 이번에는 이마를 누르고 앞으로 숙인다.
「없어. 올리는 그 누구도 때리지 않았어」
「그로우를 후려친 적은 있지만」
하란이 웃음을 터뜨렸다.
「맞아, 맞아. 올리는 그로우한테만 엄청 엄격했으니까. 그로우는 올리보다 키도 컸고, 귀족 아들이라 권력도 있었는데」
「하지만 먼저 때린 건 그로우니까. 내는 반격했을 뿐이야. ――이 아이도 그런 게 아닐까」
「직원이 먼저 때려서 반항적인 태도를 보이는 거라고?」
「"사회가"그랬다는 말이야, 하란. 이 아이는 나쁜 짓을 하지 않았는데 갑자기 모든 재산을 잃고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빼앗겼잖아」
그건 거의 폭력이나 다름없다.
지금까지 운이 좋았을 뿐――그런 건 간단하지만, 이 아이가 그런 걸 알 리가 없다. 받아들일 수 없다. 적어도, 지금 당장은.
「응석받이 귀족 영애――이 아이는 "모르는" 거야, "평범"한 게 뭔지. 그도 그럴 게 본 적 없는걸. 하지만 "이 아이만이 알고 있는 것"도 있잖아?」
「예를 들어서?」
「모르는 척하지 마. 이거야말로 하란의 사업이랑 관련 있잖아」
사랑받고 자란 상인의 외동딸은, 분명 모든 최신 유행을 좇아왔을 것이다.
리본에 옷에 액세사리ー――2번 이상 몸에 두른 옷이 있을지도 의심스러울 정도다. 태어난 뒤로 지금까지 10년 동안 매일매일 자신의 욕망만을 분출했으니.
하란은 턱을 쓰다듬고, 자료를 손에 들고 나열된 정보를 찬찬히 본다.
드디어 "봤다".
종이에 나열된 정보가 아닌, 그 너머에 있는 "인간"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처리하는 것이 아닌, 그 가치를 도모해야 하는 존재로서.
「나는 역시 필요하다고 생각해」
「응?」
「올리가. 이 고아원에」
이상한 도치법.
하지만 기쁜 평가다.
「"역시"는 무슨 의미야?」
「응…… 아니, 비스크가 조금」
「뭐야? 뒷담 한 거 이르는 거야?」
내가 피식 웃자, 하란은 「그런 게 아니라」라며 쓴웃음을 짓는다.
「누군가에게 의존하는 제도는 좋지 않다고 해서……뭐, 요전에 올리가 잠들어서 나랑 비스크가 왕도를 떠났으니 그 영향도 있겠지만…… 지금 올리가 하고 있는 업무도 비스크는 별로 올리가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거든」
「응, 뭐…… 일부러 괴롭히기라도 하듯이 갑자기 떠맡겨진 일이니까」
「하지만 이건」
하란은 손에 든 자료를 가볍게 흔든다.
「올리가 아니라면 모르는 거야. "입장을 알려준다"는 방법이 더 빠르고 확실하니까」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해. 나도 비스크 의견에 찬성」
「이건 내 편 좀 들어줘!」
「하지만 하란도 이제는 "알고"있잖아?」
이 아이가 무엇을 잃고, 무엇에 상처를 받고, 무엇을 바라고, 어떻게 하면 되는지.
「오히려 하란이 더 잘 알지 않을까. 비슷한 처지고」
「나는 재산을 몰수당하진 않았는데」
「하지만 온 세상을 적이라고 생각했어」
「뭐……맞아. 상인의 집의 아이들은, 특히 "그 누구도 믿지 마"라는 교육을 받고 자라니까“」
「게다가 하란은 지금까지도 계속 갈 곳 없는 아이들을 돌봐주었잖아? 마르스씨도 마찬가지고. 그 시야를 좀 더 넓히기만 하면 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그 "눈"이라는 건, 교육으로 익힐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
「그치만」
하란은 조용히 서류를 테이블에 돌려놓는다.
「나는 올리가 해줬으면 좋겠어」
「나는 그 사업을 그로우에게 떠맡기고 여기에 왔는데도?」
「그 녀석은 올리를 위해서라면 제대로 하니까. 그런 의미에서도 귀중한 인재야, 올리는. 즉 "여기에 있는 거야", 이미. 좋은 인재가. 그런데 사용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생각하는 건 효율적이지 않잖아? 물론 없어지면 곤란하지만, 지금은 여기 있고」
하란이 하고 싶은 말은 물론 잘 안다.
하지만 비스크가 하고 싶은 말도 이해가 된다.
「나 말이야…… 뭐라고 할까…… 무섭거든」
「무서워?」
「반드시 잘못할 거라는 확신이 있어. 하면 안 되는 짓을 하고, 하면 안 되는 말을 해서 전부 망칠 거라는 확신」
확실히 꿈속의 하란은 대체로 전부 틀렸다.
아이였던 나의 반항적인 말을 그대로 받아쳐서 나를 고아원에서 쫓아내려 했고, 갑자기 후회됐는지 마르스씨를 통해 만류하기도 했다.
도저히 사리분별을 할 수 있는 어른이 할 일은 아니다. 비스크가 들으면 주먹이 나갈 테고, 실제로 꿈속에서 맞기도 했었다.
「그러니까 옆에 있어줬으면 좋겠어. 올리가」
「일 상대로서?」
「맞아. 내가 헤맬 때 이렇게 상담에 응해줬으면 좋겠어」
「비스크가 "올리는 필요 없어"라고 해도?」
「상관없어. 그도 그럴게 나는 필요하니까」
하란은 자료를 손에 들고 일어선다.
「지금 이야기를 근거로 이 아이에 대한 대응을 정해서 전 직원에게 공유할게」
「결과는 일지를 기대하면 되려나?」
나도 자리에서 일어나 돌아갈 채비를 가다듬는다.
하란이 열어준 문을 통해 복도로 나가자 마르스씨가 「진짜로?」라는 얼굴로 서 있었다.
「에? 뭐야?」
「아니, 일 이야기만 하고 나올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올리 미안, 잠시 비켜줘」
하란은 나를 슬쩍 옆으로 밀고, 그다음 순간, 미르스씨의 옆구리를 후려친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마르스씨가 「아파아!」라고 소리 지른다.
「주먹이 아닌 걸 감사해라. 당장 일하러 돌아가 엿보지 말고!」
「여, 엿본 게 아니라구요! 저는 대장이 또 올리씨를 괴롭히는 거 아닌가 싶어서 감시하려는 생각으로……!」
「에? 설마 내가 괴롭힘당하면 도와주러 올 생각이었다는 거야?」
「아뇨, 비스크씨한테 이를까 했죠」
「이 이상 기어오르면 진짜 잘라버린다!」
마르스씨는 농담이라구요, 라고 웃으면서 떠나간다.
하란은 짜증 나는 듯한 한숨을 내쉬고, 나를 재촉하며 걷기 시작한다.
「마차까지 데려다 줄게」
「응」
「……아니, 사실은 말이야」
「응?」
「키스 정도는 할까 싶어서 노리고 있었거든」
「아하. 협정 위반이네」
「진지한 이야기인데, 올리」
「응」
「그런 의미로 좋아하는 건 비스크?」
나는 걸음을 멈추었다.
하란도 걸음을 멈춘다.
하란의 표정은 평소와 다름없었고, 조용히 내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비스크는 "포기"했잖아, 하란」
「그렇네. 내가 포기하게 만들었어. 하지만 다시 참전하는 건가 싶어서」
「내가 잠들었으니까?」
「응」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비스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걸. 확실히 포기했어」
확실히, 라는 것이 느껴진다.
무심한 대화로, 애써 피하는 시선으로, 답답할 정도로 선명하게 그어진 선으로.
「하지만 올리가 잠들었을 때 엄청 필사적이었으니까」
「그건 비스크 성격상 당연하지 않아?」
「그것보다 지금은 비스크가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아니라, 올리가――」
「하란은 내가 그 누구도 선택하지 않았으면 하잖아?」
이것도 내가 잠들기 전에 하란이 한 말이다.
그 누구도 선택하지 않고 여러 남자를 맛보면 자신에게도 기회가 있을 거라며 내가 누군가를 선택하는 것을 거절했다.
「그건 그렇지만……」
「그럼 묻지 않아도 되잖아. 아니면 아니라는 답을 바라는 거야?」
「그 말은 즉 "그렇다"는 거야?」
「어떠려나……하지만 비스크가 나한테 "둘이서 도망치죠"라고 한다고 해도」
「뭐……그럴 리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맞아, 말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 그런 말을 하는 비스크는 어딘가 이상한 거잖아?」
「그렇지」
「그러니까 "뭔가 힘든 일이라도 있었어?"라고 물어보고 싶고, 힘든 걸 어떻게든 해주고 싶다고 생각해. 나한테 있어서 비스크는 그런 존재야」
하란은 전혀 납득하지 않은 듯한 표정으로 「그건 답이 되지 않는데」라며 불평한다.
요컨대 아마도 하란이 알고 싶은 것은.
「그러니까 제대로 옆에 있을게, 나」
「……응?」
「하란의 옆에 있을 거고, 비스크의 옆에도 있을 거야. 파스토르의 옆에도. 그로우는 옆에 있을 수 있게 해줄게」
「올리는……그걸로 행복한 거야?」
「지금은 그렇지. 솔직히 쭉 이어질 거라고 생각하진 않지만……비스크가 포기한 것처럼 하란이나 파스토르도 포기하는 날이 올지도 모르고. 그래도 일의 파트너로서 필요로 해준다면 무척 기쁠 거라고 생각해」
「……그로우는?」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아마 그로우만은 포기하지 않지 않으려나아. 그도 그럴게 그로우는――」
그 순간, 예기치 못하게 하란에게 키스 당해 나는 놀라서 몸이 굳고 말았다.
가벼운 키스라고 생각했는데, 생각한 것 이상으로 깊고, 길고――끈적하게 얽히는 혀에 내가 당황하여 몸을 빼자, 그대로 밀려 벽과 하란 사이에 갇히고 만다.
「응……으응, 응…… 하란, 잠깐, 응……!」
「나도 포기 안 해」
하란이 입술이 닿을 거리에서 속삭인다.
「뭐?」
「절대로 포기 안 해. 절대로」
「응? 뭐?」
또 입술이 겹쳐진다.
명백한 협정 위반인 키스. 하란을 밀어내려 어깨에 손을 얹자, 그 손도 감싸듯이 잡힌다.
손가락과 손가락 사이에 하란의 손가락이 들어오고, 입 안에서 내밀어 진 혀를 빨려, 숨쉬기가 힘들어 머리가 멍해진다.
이렇게나 길고, 이렇게나 깊고, 이렇게나 필사적인 키스로, 하란은 나한테 뭘 하고 싶은 걸까.
몸에서 완전히 힘이 빠져, 저항할 기력도 없어질 즈음 겨우 하란이 입술을 떼고 나를 본다.
「하란……?」
「나한테도 말해줘, 방금 거」
「응?」
「"하란만은 포기하지 않아"라고 말해줘」
「하지만……」
「말해줄 때까지 안 놓아줄 거야. 내가 "제대로 된 어른"인 척을 하고 있으면 올리는 금방 잊는구나. 나도 나름대로 이상할 정도의 집착을 하고 있는 놈이라는 거」
하란은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내 목덜미를 빨아들인다.
아, 하는 소리를 올리며 몸을 비틀었을 때 찌릿찌릿하고 뜨거운 통증이 느껴져, 자국이 남겨졌다는 것을 알게 된다.
「얼른 말해. 더 남겨줬으면 좋겠어?」
「아, 알겠어 알겠다고! 하란도 포기하지 않아! 절대로 포기하지 않으니까……!」
「응ー? 진짜로 알고 있는 건지 수상한데에? 좀 더 위험한 곳에 남겨줘야 하려나아」
「미안! 미안하다니까! 경솔했어! 앞으로 조심할 테니까……!」
반성했다.
또 이상한 방위선으로 하란을 상처 입히고 말았다.
내가 거의 소리 지르듯이 말하자, 하란은 「그럼 됐어」라며 나를 놓아준다.
우와아 이 느낌, 시장에서 하란과 재회하고 마차에서 덮쳐졌을 때의 감각이랑 똑같다……!
「뭔가……정말 나았구나, 하란은」
「나았다니?」
「난봉꾼 같은 느낌이 돌아왔다고 할까……」
「말이 좀 심한데. 지금은 올리한테 밖에 반응 안 해」
하란은 소리 내 웃으며 다시 나를 마차까지 에스코트하며 걷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차에 탄 나를 힐끔 보며 문을 닫기 직전에 상반신만 마차 안으로 굽혀 장난스럽게 속삭인다.
「비스크도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테니까 "그거" 보여주고 와」
그거, 라는 말에 나는 방금 전에 남겨진 키스 마크를 살짝 누른다.
윙크를 남기고 떠나는 하란의 등을 배웅하며, 나는 잠시 마차 안에서 멍하니 생각에 잠겼다.
「……포기했다고 생각하는데」
나와 비스크의 게임 내용은 누가 먼저 상대방에게 정이 떨어지느냐다.
일부러 키스 마크를 보여주러 가서 부추기는 행위는 뭔가 비겁하고 부끄럽고 악녀보다는 미련하고 머리 아픈 여자라는 느낌이 드는데…….
내가 생각한 대로 비스크가 완전히 게임을 포기했다면 키스 마크를 봐도 신경 쓰지 않을 것 같다.
게다가 내가 또 착각한 거라면……무심코 상처 입히는 것보다는, 일부러 상처 입히러 갔기에 상처 입었으면 한다.
그래서 그런 이유로.
「하이드키아 저택까지 부탁해요」
나는 보란 듯이 하란의 속셈에 넘어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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