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도를 아십니까
「잠자는 공주의 우울과 한때 아이였던 보호자들」 87화 가족처럼 있을 수는 없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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家族のようにはいられない
외관만 봐서는 상상하기 어렵지만, 그로우는 요리를 잘한다.
물론 하란의 상관에서 먹을 수 있는 예술적인 요리는 아니지만 오랜 기간 여러 곳을 여행한 탓에 태연히 처음 보는 토지의 수수께끼의 요리를 만들어준다.
「아침 시장에서 신선한 조개가 진열되어 있었거든. 그거랑 오랜만에 보는 허브. 이 허브를 보니 어떻게 해서든 우리 공주에게 이 스프를 끓여주고 싶어져서 말이야」
상큼한 향기가 퍼지는, 신맛이 나고 조금 매운 조개 스프.
왠지 똠양꿍이 생각나서, 그만 울컥하고 만다.
「어젯밤은 내 조언 탓에 하란의 상관에 가지 않았잖아? 찢어버린 메뉴판을 봤다만 두통이 생길 정도로 당신이 좋아하는 것 뿐이었다」
「솔직히 메뉴판을 먹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아쉬웠어……」
「가고 싶었으면 가도 괜찮았는데」
「그건 악녀 답지 않잖아?」
「악녀는 참지 않아. 애태우기는 해도 말이지」
「그로우는 대체 어떤 연애를 해온 거야?」
「내 인생에서 유일하게 나를 애태운 것은 당신 뿐이다. 우리 공주」
「그런 걸 듣고 싶은 게 아니라」
「어렸을 적의 내가 어떻게 여자를 가지고 놀았는지 듣고 싶은 건가? 아침 식사 자리에서?」
난감하다는 듯한 미소로 고개를 기울이는 그로우를 보고 나도 난감하다는 표정을 짓고 만다.
「가지고 놀았다……」
「맹세코 하는 말이지만, 나는 애정의 편린조차 보인 적 없어」
「그럼에도 구애 받는 거야?」
「담력 시험 같은 거다. 본인은 얼마나 나를 버틸 수 있을지에 대한. ――그리고 아무도 버티지 못했어」
「아무도?」
「아무도」
그로우는 장난스럽게 웃었다.
갑자기 소름이 돋아,
「죽인 건 아니지……!?」
라고 묻고 말았다.
그와 동시에 그로우의 활달한 웃음소리가 둘만 있는 식당에 울린다.
그때, 초인종이 울렸다.
「내객 예정이 있었나?」
「아니, 없는데…… 잠깐 보고 올게」
「내가 갈까?」
「가만히 있으세요, 아버지」
내가 딱 잘라 말하자, 그로우는 앉은 채로 완벽한 예를 표하고 식사를 재개한다.
내가 서둘러 현관에 얼굴을 내밀자, 굉장히 뾰로통한 얼굴을 한 마르스씨가 서있었다.
「마르스씨를 보내는 건 협정 위반 아니던가?」
「이건 제가 개인적으로 온 겁니다」
「무슨 용건인데?」
「어제 올리씨가 오는 걸 엄청나게 기다리던 대장이 얼마나 불쌍했는지 부디 전해드리고 싶어서」
「협정 위반 아니야?」
「뭐든 상관 없잖아요. 저는 와줬으면 했어」
마르스씨는 나에게 새로운 메뉴판을 들이민다.
「오늘밤 메뉴입니다」
「응…… 내용이 전혀 상상되지 않는 것 뿐인데……」
「아무리 좋아하는 음식이라고 해도 같은 것 뿐이라면 질릴 테니까 이번에는 새로운 요리로 공략하겠다는 작전인 것 같아서. 오시겠습니까?」
「이거 꼭 지금 정해야 하는 거야?」
「아침에 정해주시면 그 날은 하루종일 대장의 기분이 좋거든요. 미소도 자연스럽게 나오고 상담도 술술 진행돼요」
「참고로 오늘 아침의 기분은?」
「기분 이전에 몸 상태가 안 좋네요」
「내가 악녀가 되면 하란 죽어버릴지도 모르겠네……」
내가 혼잣말을 하자 마르스씨는 「뭡니까? 악녀라는 건」라고 한쪽 눈썹을 치켜올린다.
「되어 볼까 하고」
「이미 충분히 악녀라고 생각하는데요……」
「한 명을 고르지도 않고 남자를 몇 명이나 데리고 있으니까?」
「뭣하면 저도 들어갈까요?」
「안 하는 게 좋을 걸. 죽임 당할 테니까」
나는 물끄러미 마르스씨의 목에 남아있는 상처를 본다.
마르스씨는 싫다는 듯이 목을 쓸어내리고, 더욱 싫다는 듯이 내 등 뒤를 노려본다.
「과연…… 악녀일지도 모르겠네요」
「설마 내 뒤에 그로우가 서있어?」
「창문으로 이쪽을 보고 있습니다. 과보호가 심한 아버지네요」
「자긴 했지만, 그런 의미로 자진 않았으니까」
「대장한테는 “일 때문에 집에 돌아가지 않은 것 같아서”라고 전해두겠습니다. 오늘 밤은 꼭 와주세요?」
「악녀라면 여기서 뭐라고 대답하지?」
「저의 이상적인 악녀라면 “메뉴 새로 짜오면 한 번 정도는 검토해줄게”라고 말할 것 같네요」
「그건 너무한 거 아니야?」
「시련과 보수를 주는 게 자극이 되죠. 대장도 그런 타입인데, 메뉴 새로 짜올까요?」
「응ー. 평범하게 안 갈 거라고 말해둬」
「에, 그런……!」
어째서 입니까, 라고 쫓아오려는 마르스씨를 쫓아내고 나는 식당으로 돌아갔다.
그로우는 시치미를 뗀 채 빈 식기를 앞에 두고 신문을 읽고 있다.
「구미가 당기지 않는 메뉴였나?」
「으응, 나중에 편지 보내기로 했어」
「과연. 어떤 편지?」
「그로우가 만들어준 수제 요리가 맛있었으니까 하란도 집에 와서 직접 요리를 대접하라고」
그로우는 신문으로부터 시선을 떼고 나를 본다.
「설마라고 생각하지만, 우리 공주」
「그 설마입니다」
나는 방긋 웃는다.
「그 편지를 그로우한테 전달해달라고 부탁하면 엄청 악녀 같잖아?」
「올리. 나는 냉혹한 악녀가 되어 달라고 한 거야. 남자의 오락을 위해, 악녀를 연기하라고 하진 않았어」
「괜찮아. 연기하는 게 아니야, 그로우」
「정말로?」
「내가 그렇게 하고 싶은 거야. 내가 그로우에게 편지를 전해달라고 하는 건, 하란이 여기에 오는 건 “협정 위반이 아니다”라고 증명하기 위해서. 그로우가 초대장을 가지고 가면 하란은 안심하고 이곳에 올 수 있잖아?」
「……그런가」
그로우가 일어섰다.
「식후 차를 내오지. 서재로 가지고 갈 테니 당신은 편지를 쓰도록 해」
+++
올리로부터의 초대장을 그로우에게 건네받은 하란은 어찌 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수제 요리를 대접하라니……」
대접할 정도의 요리 실력은 없다.
어렸을 떄부터 요리는 관리인의 일이었고, 고아원에서도 아이들이 스스로 요리를 할 일은 없었다.
고아원을 나온 뒤로는 거의 외식이었고, 직접 만들 바엔 안 먹고 말았다.
그것보다, 그로우가 직접 요리를 했다고? 올리한테? 진짜로?
하란은 주방에 서있는 그로우를 상상하며 오늘 아침 내내 정신 상태로 인한 컨디션 불량을 겪고 있었다.
「이러니까 귀족이 싫은 거야…… 한가하니까 시험 삼아 요리 같은 것도 배울 수도 있고……」
「에? 저도 여자애한테 요리 만들어줄 수 있는데요」
「하!?」
아무렇지도 않게 던진 마르스의 말에 하란은 아연실색한 채 되물었다.
마르스는 의외라는 듯이 하란을 본다.
「그야 여자애를 꼬실 구실로 엄청 편리하잖습니까. 저 요리 잘하니까 집 오지 않을래요? 라고」
「그런 구실이 없어도 너라면 얼마든지 꼬실 수 있잖아」
「그리고 제가 만든 거 먹고 “맛있어ー!”라고 말해주는 여자애가 최고로 귀여워」
「“맛없어”라고 하면 어쩌려고 그래」
「여자애들은 상냥하니까 그런 말 안 하거든요!」
「말하진 않지만 두 번 다시 오지도 않겠지」
「우와 귀찮아…… 그럼 거절하고 올까요?」
「당연히 가게 정리하고 나서라도 가야지! 됐으니까 이만 일하러 가」
하란은 휙휙 마르스를 내쫓고 다시 한 번 올리로부터의 초대장에 시선을 떨군다.
어젯밤, 올리는 이곳에 오지 않았다.
계속 그로우와 집에 있었으니까.
그 전 날 밤은 비스크의 저택에서 묵었다는 것 같다.
비스크의 집에 가달라고, 하란이 부탁했으니까.
그러니까 오늘은 분명 파스토르한테 갈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자고 가진 않더라고 밤에 식사를 하러 와줬으면 좋겠다고, 그렇게 바랐다.
하지만 올리는 하란을 집에 초대하려고 한다.
자신의 영역에 올리를 부르는 것과는 의미가 다르다.
둘이서 외출하는 것과도 다르다.
올리의 영역에 들어가는 것을 허락받았다.
기쁨과, 불안이 있었다.
올리는 무슨 이야기를 할 생각인 걸까.
무슨 이야기를 들으려고 하는 걸까.
뭘 입고 가면 되지? 어떤 요리를 대접해야 올리가 기뻐하지?
채찍으로 때리는 역을 맡은 창부에게 상담해볼까.
올리에게 채찍으로 맞은 날 이후, 갑자기 밤에 잘 수 있게 되어서 지하실은 그 후로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지만――여심은 여자에게 묻는 것이 가장 좋다.
하지만 다른 여자에게 상담을 하고, 그에 따랐다는 것을 올리가 알게 되면 틀림없이 싫어할 거다.
「아ー…… 젠장…… 안 되겠다, 전혀 모르겠어……」
나는 어느 새에 이렇게 아무것도 모르게 되어버린 걸까.
누구에게 무얼 하면 어떻게 기뻐하는지, 전부 알고 있었을 텐데 올리를 기쁘게 하는 상상을 해도 난처한 듯한 억지 웃음만이 눈에 선하다.
불러줘서 기쁘다.
또 불러줬으면 한다.
하지만 이번에 실패해서, 두 번 다시 불리지 않는다면?
그로우와 하란을 집에 초대한다면, 다음엔 파스토르나 비스크도 집에 초대하는 걸까?
「올리…… 이거 엄청 괴로워……」
초대장을 얼굴에 대고 숨을 들이마신다.
잉크와 편지지의 냄새에 섞인 올리의 향기가 느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
초인종이 울려 마중을 나가러 얼굴을 내민 내 앞에 꽃다발을 든 하란이 어찌할 바를 몰라 쩔쩔매는 어린아이 같은 얼굴로 서있었다.
나는 분명 기쁨이 흘러넘치는 아기 강아지 같은 하란이 뛰어들 거라고 생각했기에 이 시점에서 당황하고 만다.
게다가 옷이 엄청 수수하다.
흰 셔츠, 검은 바지. 빨간 보타이. 악세사리는 제로다.
「왜 그래? 컨디션 안 좋아?」
라고 무심코 묻자,
「에? 왜?」
라고 하란이 더더욱 불안해진다.
그리고 떠올랐다는 듯이 나에게 꽃다발을 내민다.
내가 좋아하는 꽃들만 묶어둔, 최고의 꽃다발.
「기쁘다. 꽃병에 꽂아둘게」
「응……」
「들어와. 하란의 수제 요리 기대된다!」
「저기, 나……」
「응?」
「그렇게 요리 잘 하진 않아서…… 그러니까…… 밖에서 먹지 않을래? 최고로 맛있는 가게 알고 있거든. 분명 올리도 마음에 들어 할 테니까」
「괜찮아. 하란은 요리 잘 하거든」
「……에?」
하란을 재촉해서 실내로 들어가, 거실 꽃병에 꽃다발을 꽂는다.
하란은 할 일이 없어 안절부절한 듯 그런 내 뒤를 아무 말 없이 따라다닌다.
「하란 오늘은 뭔가 어른스럽네」
「수수하다는 뜻이지?」
「뭐, 그럴지도」
「눈에 띄지 않는 게 나아. 내가 이 집에 드나들면 올리가 내 정부라는 소문이 돌 테니까」
「내가 상관에 가는 건 괜찮고?」
「여자가 가는 거랑 남자가 가는 건 관계의 무게가 완전 다르거든」
「어느 쪽이 무거운데?」
「남자가 가는 쪽이 무거운 게 당연하잖아? 빈번히 얼굴 비춰서 자기 영역이라고 주장하는 거니까」
나는 영역이라는 말에 무심코 웃고 말았다.
「그 말 뭔가 개 같아」
「올리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고……! 이런 식으로 남자를 집에 초대하다니」
「문란한가?」
「그렇게 보이지」
「그럼 거절하면 됐을 텐데」
「거절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좋아하는 여자의 집에 불리는 게 얼마나 대단한 건지 조금은 생각해달라고!」
이제 하란은 거의 화를 내고 있다.
내 비위를 맞추고, 어리광을 받아주고, 뭐를 해도 받들어 모시는 평소의 하란과는 다르다.
명백한 것임에도 아무것도 모르는 느긋한 나에게, 언제나 짜증내며 울고 화내는, 어렸을 적의 하란 같다.
「미안 하란. 그치만 둘이서만 있어보고 싶었거든」
「하……? 항상 둘이서만 있잖아」
「아니. 항상 주변에 누군가가 있었어. 마르스씨는 부르면 바로 날아오고, 요리를 만들어주는 건 마마잖아? 상관에는 직원도 잔뜩 있어. 고아원에 있었을 때도 그랬어」
「……레그너스의 지하실은?」
「그걸 “단 둘이”라고 하는 건 이상하지 않아!?」
놀라서 무심코 되묻자 하란은 겨우 조금은 웃음을 보였다.
「뭐, 그것도 레그너스가 언제 내려올지 몰랐으니까 말이지…… 응, 확실히. 단 둘은 처음일지도……」
「참고로 말하자면 하란이 타인의 힘을 빌리지 않고 나를 대접하는 것도 오늘이 처음이라는 것이 됩니다」
「에!?」
「마마가 만든 식사에, 직인이 만든 옷이나 구두나, 그런 건 전부 없음. ――그러니까 불안하고 무서운 거잖아」
「에, 아……」
「하란은 예전부터 그랬어. 상인의 자식으로, 굉장한 기술을 가진 사람들이 만든 상품에 둘러싸여 살아왔으니까 자신이 만든 것엔 곧잘 “가치가 없다”라고 말해버리는 거야. 자기는 수제 선물로 기뻐하면서」
「잠, 안 돼 안 돼 잠깐! 그렇게 부끄러운 부분을 들추는 건 금지!」
하란은 귀까지 빨개져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만다.
더불어 그 자리에 주저앉고만 하란의 앞에, 나는 똑같이 주저앉는다.
「같이 요리하자. 괜찮아. 하란만 부끄럽게 하진 않을 테니까」
그런 이유로, 나와 하란은 둘이서 저녁 만들기에 착수했다.
나는 고기 완자를 둥글게 하고, 굽고, 소스에 묻혀 접시에 담는다.
하란은 야채를 잔뜩 다지고 볶아 소스처럼 만들더니 바삭하게 구운 닭튀김 위에 휙 뿌렸다.
「요리 평범하게 잘 하잖아」
「구운 것 뿐이니까」
「그것도 충분히 요리야. 한 입 줘봐, 맛보기로」
내가 입을 열자 하란은 내 입에 자른 닭튀김 조각을 넣어준다.
뜨겁고 바삭바삭하다.
「에, 뭐야 이거 맛있어……」
「요리는 진짜 자신 없어서 재료에 죽을 정도로 돈을 쏟아 부은 것을 이곳에서 자백합니다. 맛이 없을 수가 없어. 양념 없어도 맛있을 정도니까」
「에ー! 그건 반칙이지 하란!」
「올리가 만든 것도 한 입 줘」
「저녁 시장에서 적당히 산 고기 야채소스 볶음입니다」
「아, 다행이다. 제대로 맛있어」
「무슨 의미야!? 그거 무슨 의미냐고!?」
「그도 그럴게 나 벌써 10년 정도 요리사가 만들어주는 것만 먹었는 걸! 모처럼 올리가 만들어줬는데 미묘한 표정하면 어쩌지 하고 불안했다고!」
「잠시 비스크의 집에 있었던 적도 있잖아?」
「그 녀석은 요리 못 해, 올리. 빵 사와서 야채 끼우는 정도. 내가 왜 비스크를 상관의 식사 자리에 부른다고 생각하는 거야? 먹이를 주지 않으면 말라죽는 타입의 동물이라고 그 녀석은」
「그럼 파스토르한테 뭐라고 하지도 못하겠네」
「파스토르는 먹이를 줘도 버려서 죽는 타입」
「그럼 그로우는?」
「그 녀석은 다른 녀석들의 먹이를 빼앗아 죽이는 타입이잖아」
「하란은 스스로 먹이 조달할 수 있어서 장하네에」
「게다가 주변에 먹이를 나눠주기도 한다고, 나는」
「장하다 장하다. 엄청 장해」
옳지 옳지 하고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하란은 만족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대화할 때마다 모르는 이야기가 술술 나온다.
나와 하란은 계속 떠들며 요리하고, 완성된 요리를 먹으면서 시끌벅적하게 웃고, 식기를 정리하며 또 이야기했다.
화제는 끊기지 않았다.
계속, 계속 끊기지 않았다.
하란이 가지고 와준 술을 딴다.
달고 가벼워서, 나도 마시기 쉬운 맛있는 술이다.
둘 다 잔뜩 취해서 끝없던 화제가 갑자기 끊기고, 하란이 울 것 같은 얼굴을 하는 것을 눈치 채고, 내 취기도 달아난다.
「하란? 슬픈 거야?」
「아니. 즐거워」
「그치만 울 것 같아」
「공원에서 놀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은 아이 같은 거야. 즐거우니까 외로운 거야」
「나 하란한테 또 심한 짓 하고 있는 거야?」
「괜찮아. 정말 괜찮아. 불러줘서 기쁘고, 즐거운 채로 끝내고 싶어. 나, 언제나 마지막에는 수포로 돌아가게 만드니까」
하란은 난처하다는 듯이 웃으며 내 뺨을 쓰다듬는다.
「있지…… 지금 키스하면 다시 수포로 돌아가려나」
「아니, 나도 해줬으면 좋겠어」
하란의 입술이, 내 입술에 겹쳐진다.
빼앗는 듯한 격렬함도, 매달리는 듯한 필사적임도 없는, 상냥하고 옅은 키스에 내가 당황하고 만다.
「혀 안 넣어?」
「응ー…… 넣고 싶어」
하란은 살짝 웃으며 내 혀에 자기 혀를 얽는다.
달큰한 술 맛.
비스크가 마시던 도수가 세기만 한 술과는 달라, 좀 더 잔뜩 원하게 된다.
하란의 손이, 살짝 내 몸에 닿는다.
허리랑, 허벅지, 다시 허리로 돌아가, 어깨에, 뺨.
간지러워서 웃어버리고 만다.
「왜 그래?」
「응? 뭐가?」
「옷 벗기는 법 잊어버렸어?」
「미움 받기 싫어서」
「싫어하지 않아」
「무서워하는 것도 싫어서」
「괜찮아, 무섭지 않으니까」
「오늘 정말 즐거웠거든」
툭, 하고 눈물이 하란의 뺨을 타고 흐른다.
「“이게” 목적이라고 생각되고 싶지 않아」
「그런 생각 안 해, 왜 그래? 하란. 누가 뭐라고 했어?」
하란은 울면서 고개를 좌우로 흔든다.
내가 다시 키스하려고 하자, 그걸 피하며 내 어깨에 젖은 눈을 짓누른다.
「올리…… 나, 가족이 가지고 싶어……」
「나랑 결혼하고 싶다는 의미?」
「응」
「그치만 그럴 순 없다는 건 알고 있지?」
「알고 있지만…… 오늘 정말 즐거워서……!」
하란이 내 몸을 끌어안는다.
「내가 원하는 건 “이거다”라고 생각했어……! 올리가 옆에 있고, 대수롭지 않은 이야기를 하고, 별 것 아닌 일로 웃고……! 내일도, 모레도, 1년 뒤도, 10년 뒤도, 계속 올리와 이런 식으로 지내고 싶어……!」
「하란……」
「나, 어떻게 하면 돼……? 내가 두 번 다시 올리를 안지 않겠다고 맹세하면, 다시 나를 올리의 동생으로 삼아줄래?」
「동생으로 돌아가서 어떻게 할 건데? 매일 여기 올 거야?」
「여기에 살래. 그리고 상관으로 출근할래. 여기에서 가까우니까」
「비스크가 협정 위반을 용서할 리가 없잖아」
「올리가 설득해줘. 동생이랑 같이 사는 것 뿐이라고」
「잠깐 상상해봤는데, 비스크의 격노 패턴이 10가지 정도 떠올랐어」
내가 차근차근 말하자, 하란은 결국 울음을 터뜨린다.
한 순간의 장난, 꿈같은 이야기, 있을 수 없는 미래의 망상이다.
「저기, 하란. 나도 오늘 엄청 즐거웠어. 또 이런 식으로 보내고 싶어. 하란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
「그럼 내일도 와도 돼?」
「그건 협정 위반입니다」
내가 비스크를 흉내내며 말하자, 하란은 또 웃으며 우리들 사이에 흐르던 눅눅한 공기가 흘러나간다.
라고 생각하고 있자, 하란은 미련이 남는지 내 머리카락에 키스를 하거나, 귀를 만지거나, 갑자기 나를 무릎 위에 앉히거나 하면서 「아ー」라던가 「우ー」라던가 신음 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뭔가 오늘 하란 진짜 이상해」
「어떤 수를 써도 올리를 가지고 싶다는 마음이 흘러넘칠 뿐」
「침대 안 가도 돼?」
「안으면 올리가 금방 잠들어 버리잖아」
「그야 엄청 지쳐버리니까……」
「그러니까 오늘 밤은 그런 식으로 말고 이런 식으로 안고 있기로 했어」
「그럼 슬슬 억제제 사용해야지」
「아직 뱃속에 있는 거야? 그 녀석」
「나갈 기미가 없네」
덕분에 비스크의 저택에서 심한 꼴을 당했다.
내가 하복부를 쓰다듬자, 하란도 똑같이 내 배를 쓰다듬는다.
「뭐, 억제제를 쓰면 성장이 느려진다는 말을 들은 적은 있는데……」
「에, 그럼 쉽게 나오지 않을 거라는 거야?」
「오래 유지하는 기법이라는 듯한 말투였으니까, 그런 걸지도」
「에ー…… 일상 생활에 꽤 지장이 있는데……」
나는 하란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하란은 있는 힘껏 얼굴을 찡그린다.
「오늘은 안 하기로 정했다니깐」
「그건 내가 하고 싶어도 마찬가지인 건가?」
「그런 말투는 치사하다고……!」
맥없이 탈력한 직후 하란은 나를 안아 들었다.
으ー응.
역시 무리라고 생각해, 하란을 동생이라고 우기는 작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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