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도를 아십니까
「잠자는 공주의 우울과 한때 아이였던 보호자들」 83화 현자의 선물 본문
원문 링크 : https://novel18.syosetu.com/n7091gi/85/
賢者の贈り物
「――다른 생각을 하고 있구나, 우리 공주」
「에?」
덜컹덜컹덜컹, 마차 소리.
오늘의 일은 평화로웠다.
아이들은 말랐지만 모두 표정은 밝았고, 영양 상태와 위생 상태가 개선되면 조금 더 괜찮아질 거라고 생각한다.
어제 감사에 대한 소문이 이미 퍼진 것 같아서 모두 나――라고 할까 그로우를 특히 무서워하고 있는 것 같다.
언젠가 나에게 “뒤주 감사관” 같은 별명이 붙을 것 같은 기세다.
내가 얼굴을 들고 그로우를 보자 그로우는 여전히 창밖을 보고 있다.
「그로우야말로 계속 창밖 보고 있어」
「창문에 비춰지는 당신을 보고 있는 거야」
「에! 뭐야 그거 조금 기분 나빠!」
「당신은 신랄하군」
그로우는 곤란하다는 듯이 웃으며 직접 나를 본다.
마차 좌석의 이쪽과 저쪽.
그로우는 내 대각선 앞에 앉아있어서, 마차 안에서 가능한 한 나한테서 거리를 두려고 하고 있다.
「나에게 당신의 괴로움을 나누어줄 생각은?」
「내 괴로움이라고 할까……」
나는 한숨을 뱉었다.
쓴웃음을 짓는다.
「……역시 안 할래」
「너무하네. 나는 신뢰할 수 없는 건가?」
「그런 건 아니지만 그로우는 듣고 싶어 하지 않을 것 같아서」
「과연. 그럼 비스크 이야기구나」
「그로우……」
「상당히 약해져있는 것 같네. 마치 물에 던져진 고양이다」
비스크의 이야기를 하는 그로우의 표정에는 잔인하고 가혹한 미소가 떠있다.
나는 그 표정을 보고 싶지 않아 고개를 떨구었다.
사이가 좋아졌으면 한다, 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건 무리라는 건 알고 있다.
「――올리, 부디 그런 표정 하지 말아줘. 녀석은 스스로가 바란 벌을 받고 있어. 권력이라는 벌을 말이지. 하지만 그런 건 녀석에게 그럴 마음만 있다면 언제든지 끊어낼 수 있어. 마음껏 권력을 행사하고, 스스로 적대하는 자를 말살하고, 식사가 곤란한 몰락 귀족들을 농락하고, 여기저기에 혼외자식을 뿌리면서 말이지」
「비스크는 그런 짓 안 해!」
「하지만 하지 않으면 부서져」
섬뜩한 느낌이 들어 나는 그로우를 본다.
깊은 녹색 눈동자에 위축되어, 나는 숨을 쉬기가 힘들어진다.
「올리…… 우리 공주. 부디 의심하지 말고 들어줘. 이건 전부 당신을 위해서다. ――당신이 비스크를 생각한다면, 비스크를 구하고 싶다고 생각한다면」
「……뭔데?」
「녀석을 포기해. 이젠 사는 세계가 달라. 당신이 녀석을 버린다면 녀석은 선량함에 매달리지 않아도 된다. 진흙탕 안에 몸을 담그고, 그것에 물든 자는 단 한 조각의 선량함에 의해 자신을 갉아먹는다. “벽옥”으로 선택받은 자에게 있어 선량함은 패가망신하는 독일 뿐이다」
「하지만…… 비스크는 아이들을 위해서……」
「사악한 자가 자선 활동을 하지 않는 건 아니야. 내가 이 일을 받아들인 것도 당신의 호위라는 것도 물론 있다만 “아이들을 괴롭히는 어른이라면 마음껏 고통을 주어도 좋다”라는 면죄부를 “벽옥”에게 받았기 때문이다. 이래도 나는 선량한가?」
그로우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서 내 옆으로 이동했다.
나는 몸을 떨고, 가슴을 억누르고,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것을 필사적으로 참고 있다.
무섭다.
뭐가 무서운지 모르겠지만 굉장히 무서워서, 견딜 수가 없다.
그로우는 내 머리카락을 쓰다듬는다.
뺨에 닿아, 입술을 덧그린다.
「내가 무서운가? 올리」
나는 고개를 좌우로 젓는다.
「그럼 비스크가?」
나는 고개를 좌우로 젓는다.
「고집이 세구나, 우리 공주는. 당신은 공포를 두려워하고 있어. 나를 두려워하는 것을, 비스크를 두려워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어. 우리들이 당신의 아이들이 아니게 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어. 하지만 눈치 채지 못한 건가? 우리들은 이미 더 이상――」
「그만해 그로우……! 계속 그렇게 겁 줄 거라면 나 이만 내릴――」
뿌리치려고 한 팔을 잡혀 끌어당겨진다.
비명을 지를 뻔한 것을 꾹 참고, 나는 그로우를 노려본다.
「당신이 부수고 있어, 올리. 당신이 우리들에게 아이로 있어달라고 강요하고 있어. 당신은 아이가 아닌 우리들을 사랑할 수 없어. 당신에게 사랑받기 위해서, 우리들은 부서질 수밖에 없는 거야」
「그럼 나한테 사랑받지 않으려고 하면 되잖아!」
「물론 노력 했지. 우리들은 모두 각자 당신의 대체제를 찾기 위해 발버둥쳤다. 하지만 무리였다. 당신이 우리에게 당신을 새겨 넣은 거다. 미숙한 우리의 마음 속 깊이 자신을 새겨 넣고, 그 상처의 모습을 한 채로 여기에 있어」
어딘가, 멀리 있는 마을로 도망치는 게 나아.
레이나씨의 말이 머릿속에서 빙글빙글 돈다.
자신의 목을 그으며 도망치라고 울던 파스토르를 떠올린다.
「……나 마을을 떠날래」
「안 돼. 이미 늦었어. 나는 당신을 쫓아가겠지」
「그럼 왜 그런 말을 하는 거야!?」
「알아줬으면 해. 냉혹하고 잔인한 마녀로서, 우리들을 지배하고, 학대해줘. 올리――우리들은 당신이 바라는 대로 선량해질 수는 없어. 선량해지기엔 너무 많은 죄를 범했다. 하지만 죄인이 된다면」
마차가 흔들리며 멈추었다.
그로우는 갑자기 나한테서 떨어져 마차에서 내린다.
나에게 손을 내밀고 미소 짓는다.
「이리 와, 우리 공주. 오늘도 꽤 지쳤지」
나는 그로우의 말의 의미를 생각한다.
비스크의 고통을 생각한다.
파스토르의 통곡을, 하란의 간청을 생각한다.
더 이상, 그 누구도 선량해질 수 없다.
나를 위해서.
나 때문에.
나는 그로우의 손을 잡고 내린다.
그로우의 눈앞에서 문을 닫고, 마부에게 전한다.
「――하이드키아 가문 저택까지 부탁해」
창밖에 서있는 그로우에게, 나는 슬쩍 시선을 보낸다.
그로우는 괴로운 듯이 미소 짓고, 전래 동화의 기사처럼 공손하게 예를 표한다.
+++
숲길을 빠져나와 광대한 정원을 지나, 하이드키아 가문――즉 비스크의 저택에 도착할 무렵에는 주변이 캄캄해졌다.
마차에서 내려 비스크를 불러달라고 한다.
한참을 기다린 뒤에야 「주인님께서 맞이한다고 하십니다」라고 응접실으로 안내 받아, 나는 방에서 엇갈려 나오는 젊은 영애를 눈으로 좇으며 방 안으로 들어간다.
독특한 분위기가 흐른다.
끈적끈적한 열기라고 할까, 뭐라고 할까…….
응접실로 시선을 돌리자 비스크는 셔츠를 풀어헤친 채 깊숙이 소파에 앉아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을 터인 술을 마시고 있다.
「……엄청 무절제해졌네」
「꽤 몸에 붙은 방탕함이죠」
「하란이 말했어. 당분간 비스크의 계집질 소문이 돌 거라고」
「오늘의 목격자는 당신이네요. 어딘가의 다과회에서 마음껏 제 소문을 내도록 해」
「……괜찮아?」
「뭐가 말입니까?」
「술. 안 좋아하잖아?」
「이성을 파괴하지 않으면 지키지 못하는 것도 있다. ――그래서? 갑자기 무슨 용무입니까? 하란을 상대로는 만족할 수 없었습니까」
역시.
들렸구나, 어제 목소리.
내가 침묵하자 비스크는 겨우 나를 본다.
그리고 무언가를 눈치채고 벌떡 일어난다.
「……운 겁니까?」
「왜 그렇게 생각해?」
「눈가가 새빨개요」
「뭔가 병이 있는 걸지도」
「올리……!」
비스크는 문 앞에 우두커니 서있는 나에게 달려온다.
이것 봐, 비스크의 사악함의 가면 따위, 이렇게나 간단하게 벗겨져 버린다.
「일 때문에 힘든 거라도? 아니…… 없는 게 이상해. 상냥한 당신은 괴롭겠죠. 아이들이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는 건」
「……하지만 비스크는 나라면 할 수 있다고 생각해준 거잖아?」
「부담스럽다면 포기하겠습니다」
「……했어?」
「에?」
「아까 여자랑…… 했어?」
나는 비스크의 얼굴을 물끄러미 올려다본다.
비스크는 조금 놀란 것 같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린다.
「뭐, 뭐야……?」
「아니, 조금 놀라서…… 아아…… 정말이지…… 의외네. 당신도 질투하는군요」
「질투라고 할까……」
「아닙니까? 당신이 질투 해준다면 저는 기쁜데」
「그야…… 비스크는…… 나 이외의 여자, 거북해 하니까……」
「행위 그 자체가 전부가 아니야. 내가 묶고, 때리고, 욕해주면 그걸로 멋대로 만족하는 영애 따위 얼마든지 있어요」
「그런가…… 뭔가…… 하란 같네」
냄새만으로도 취할 것 같은 강하고 강한, 술기운.
나는 자신이 무엇을 하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인지 모르게 되었다.
하란에게 부탁받고, 그로우에게 비난받고, 도망치듯이 이곳에 왔다.
「그럼…… 안 한 거야? 흥분이라던가…… 전혀」
「저는 당신 이외에는 반응하지 않게 되어있습니다」
「그런…… 거야?」
딸랑.
소리가 들려, 나는 비스크의 손을 본다.
얼음이 들어있는 술잔.
괜히 목이 말라져와, 나는 침을 꿀꺽 삼킨다.
「올리. 저는 취해 있어」
「……응」
비스크는 주머니를 뒤적여 열쇠를 꺼낸다.
내 등 뒤의 문에 열쇠를 밀어 넣자 철컥 소리가 들린다.
「왜 잠그는 거야……?」
「당신이 도망치지 않도록」
비스크는 열쇠를 뒤로 내팽겨친다.
나를 문에 짓누르듯이, 비스크가 허리를 굽힌다.
입술이 겹쳐져, 쓴 술의 맛이 난다.
비스크가 아닌 모르는 사람에게 키스를 당하는 기분이 들어, 오싹해져 몸이 굳어진다.
혀가 목 깊숙한 곳까지 들어와, 나는 답답함에 발버둥 친다.
입술이 떨어지고, 크게 숨을 들이쉬자, 더욱 깊은 입맞춤에 지배된다.
뱃속의 곤충이 꿈틀꿈틀 움직인다.
억제제, 사용하지 않았다.
비스크는 술에 취해있다.
나도 곧 이 곤충에 취해서 제대로 생각하지 못하게 되겠지.
뭐 하러 온 거지, 나.
이러려고 온 건가?
이렇게 되려고 온 건가?
이런 걸 기대했던가?
「바보구나, 당신은. 울 정도로 저한테 안기는 게 싫은데 이 저택에 오다니」
「그런 게 아니야……」
「거짓말쟁이」
「거짓말 아니야……!」
「그럼 저한테 안기고 싶어?」
「그건……」
「그래…… “비스크가 하고 싶다면 해줘도 좋으려나”……잖아? 자신이 참는 것으로 상대가 기뻐한다면 그걸로 된다고 생각하고 있어. 그게 얼마나 위험하고 잔혹한 것인지 당신은 모르고 있어. 조금도 기쁘지 않다고요, 조금도. 그런데 저는 당신이 눈앞에 있으면 생각과는 반대로 제어할 수 없어져」
비스크의 손이, 쓱, 내 배를 만진다.
옷 위로 만진 것만으로 내 몸은 그 앞을 기대해, 욕망이 흘러넘친다.
비스크는 잔인하게 웃는다.
「아무것도 안 해요, 저는」
「……에?」
「아직 억제제를 사용하지 않았군요. 저한테 보여주세요. 당신이 남자를 원하며 미치는 것을. 그리고 깨닫도록 해. 저희들이 얼마나 미쳐있는지. 이성을 물어 찢겨 욕망에 지배당해, 정의도 상식도 모르게 되어, 소중하게 지키고 싶었던 애정의 한 조각을 스스로 짓밟는 고통을 깨닫도록 해. 간곡한 부탁 끝에 당신이 저에게 다리를 벌리고 올라타 허리를 흔들고, 눈을 떴을 때 당신의 가슴에 있는 감정이 무엇인지 깨닫도록 해」
「비스크, 싫어…… 왜…… 응…… ㅅ……!」
비스크가 술을 한 모금 머금고 내 목에 흘려보낸다.
훅 타는 것처럼 뜨거워서, 점점 목이 말라져, 나는 몸부림친다.
이미 뱃속의 곤충은 그 앞을 기대하며 내 머릿속을 엉망진창으로 만들고 있다.
그런데, 비스크는 쓱 나에게서 멀어진다.
내가 매달린 손을 뿌리치고, 차갑게.
「밤은 이제 시작입니다. 부디, 지옥을 즐기도록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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