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도를 아십니까
「잠자는 공주의 우울과 한때 아이였던 보호자들」 26화 흰색으로 빈틈없이 칠하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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白で塗りつぶす
「왠지 지쳤어, 올빼미씨」
병원은 자유로운 시간에 욕실에 들어갈 수 없다.
그렇기에 타올을 적셔 몸을 닦고 안에서 흘러나오는 것을 어떻게든 손가락으로 긁어내, 울면서 침대에 누우니, 눈을 뜨자 엉겅퀴의 꿈 안이었다.
엉겅퀴 밭 안에 주저앉아있는 내 옆에는 올빼미씨가 똑같은 자세로 앉아있다.
언제나 나를 거울로 비춘 듯 행동하는 올빼미씨가 이 날은 갑자기 내 어깨를 쿡쿡 찔렀다.
「왜?」
「꿈을 꾸고 싶나」
「지금 꾸고 있어」
「다른」
「어떤?」
내가 흥미를 보이자 바람이 불고 풍경이 바뀐다.
그곳은 숲속의 호수였다.
물은 굉장히 맑아, 호수 바닥까지 내다보이는데 손을 넣어봐도 호수 바닥까지 닿지 않는다. 꽤 깊은 호수다.
「근사하네」
「――꿈을 꾸고 있어」
올빼미씨는 호수의 한가운데 즈음을 가리킨다.
그 배 위에는, 마르스씨가 멍하니 앉아있다.
나는 일어섰다.
「마르스씨!?」
「――에? 올리씨?」
내 목소리에, 마르스씨가 반응했다.
다음 순간, 나는 마르스씨의 조각배 위에 앉아 있다.
올빼미씨는 호숫가에 우두커니 서있다.
뭐가 뭔지 모르겠다.
「해냈다! 올리씨의 꿈을 볼 수 있다니, 운이 좋네」
마르스씨는 사근사근한 웃는 얼굴로 말했다.
목과 몸은 붙어있고, 코뼈도 부러지지 않은, 처음 만났을 때와 같은 상처 없는 마르스씨다.
「이게 꿈이라는 거 알고 있는 거야?」
「그야 숲속의 호수라구요?」
마을 안 상관에서 일하고 있던 마르스씨에게 있어서는 꿈속 이외는 있을 수 없는 장소라는 것 같다.
확실히 내 엉겅퀴 밭도 그런 느낌이다.
「하지만 꿈인데 전혀 깨어날 기미가 없어서…… 꿈이니까 뭐든지 할 수 있을 텐데, 그렇다고 해서 뭘 하고 싶은지도 잘 모르겠네에, 싶어서. 올리씨랑 만나고 싶었다구요, 나」
「마르스씨,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거야?」
「아무것도라니?」
「그, 나를 데리고 돌아가려고 했을 때……」
말하려 하다, 하지 않기로 했다.
그 때, 그로우는 등 뒤에서 마르스씨를 덮쳤다. 자신이 습격당했다고 눈치 챌 틈도 없었겠지.
「……나랑 만나는 것 이외에 어떤 꿈 꿨어?」
「그게 진짜 최악인 게, 대체로 대장의 꿈이었어요. 게다가 펑펑 울고 있어. 그만뒀으면 좋겠어요, 그 흉악한 문신 얼굴로. 어쩔 수 없어서 위로해주려고 했는데 뭔가 몸도 안 움직이고 목소리도 안 나오고, 그런 꿈이라서」
아마, 그건 꿈이 아니다.
수조 안에서 마르스씨가 보고 있는 풍경이다.
하란은 분명 매일 밤, 마르스씨의 수조 앞에서 울고 있는 거겠지.
설마, 하란은 나를 원망하고 있는 걸까.
그러니까 그런 식으로 심한 짓을 하고, 무서운 말을 하고, 나를 몰아붙여서 마르스씨의 복수를 하고 있는 걸까.
「올리씨?」
「으응. 여기, 좋은 꿈이네」
「그렇네요. 깨어나기 싫을 정도야」
「또 와도 돼?」
「으ー응…… 역시 꿈이네. 현실이었다면 올리씨, 날 호수로 밀어버렸을 거고」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로우에게 목이 잘려 수조 안에서 떠다니고 있는 마르스씨를 봐버린 뒤에는 더 이상 화따위 나지 않는다.
살아있어서 다행이다.
꿈 안에서 평온히 있다는 걸 알아서 다행이다.
――아니면, 이것도 전부 내 꿈인 걸까.
문득 고개를 들면, 나는 엉겅퀴 밭으로 돌아와있다.
조금 걷다 보니 엉겅퀴 가시가 따끔거렸지만, 피를 흘릴 정도의 아픔은 아니었다.
나는 올빼미씨와 나란히 어슬렁어슬렁 꿈을 걷는다.
깨어나는 게 아까울 정도다――마르스씨의 말을, 나는 머릿속에서 반복한다.
「――만약, 내가 깨어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면」
나는 올빼미씨를 본다.
「나, 계속 여기 있을 수 있어?」
올빼미씨가 나를 본다.
가면을 덮는 푹신푹신한 깃털이 바람에 흩날리고, 가짜 유리 눈알이 내 모습을 비춘다.
올빼미씨는, 갑자기 내 등 뒤를 가리킨다.
돌아본 내 몸에는 여러 개의 사슬이 뻗어나있다.
쇠사슬의 한쪽 끝이 내 몸 안으로 파고들어, 또 한쪽 끝은 지면에 빨려들어가는 것 같다.
「――아」
갑자기 쇠사슬이 당겨져, 나는 엉겅퀴 밭에 쓰러진다.
전신이 가시에 찔려 나는 무의식적으로 눈을 감는다.
그대로 끌려들어간다. 땅 속 깊이――깊이.
올빼미씨가 지상에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그리고, 나는 눈을 떴다.
「……아ー……일어나버렸다」
엉겅퀴의 향이 아직 코 안쪽에 남아있는 느낌이 들어, 나는 크게 숨을 들이쉰다.
하지만 엉겅퀴의 잔향은 복도에서 풍기기 시작한 조식의 냄새로 금방 덧씌워져 버린다.
방에 노크소리가 울린다.
「올리씨, 조식을 가지고 왔습니다. ――그리고, 소장님이」
직원이 웃는 얼굴로 두 사람 분의 식사를 준비해준다.
나는 잠옷을 입은 채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고, 직원에 이어 들어온 파스토르에게 검문을 당한다.
「아직 자고 있던 건가?」
「……응. 조금 잠이 좀 안 와서」
「수면제 정도는 줄 수 있는데――」
「돼, 됐어……!」
지나치게 약을 경계해버리는 건, 하란과 비스크 탓이다.
의사 선생님이 처방해주는 약까지 싫어하게 된 건 문제가 있지만 어쨌든 될 수 있는 한 약제에서는 멀어지고 싶다.
내가 꾸물꾸물 잠옷을 입은 채 식탁에 앉으려 하자 파스토르가 백의를 벗어 내 어깨에 걸쳐준다.
그래, 백의.
일본에서도 이 세계에서도, 의사의 상징은 밑단이 긴 흰 옷이다.
전혀 다른 것 같아도 비슷한 곳도 꽤 있으니까, 역시 그건 내가 꿈 속에서 만들어낸 세계인 거겠지.
이왕 비슷할 거라면 고로케도 있으면 좋을 텐데.
꽃집 건너편에 있던 정육점의 고로케는 세계에서 가장 맛있었다. 또 먹고 싶다.
「다른 생각 중이구나」
「에?」
「뭘 떠올리고 있지?」
「아, 미안. 꿈에서 있던 일」
「어떤 꿈?」
「응, 여기가 아닌 어딘가」
조식은 삶은 계란과 샐러드, 잼, 빵으로 담백하다.
내가 삶은 계란을 까기 시작하면, 파스토르도 따라한다.
아이가 부모의 흉내를 내는 것 같다고 생각해 조금 흐뭇한 느낌이 든다.
소금을 뿌려 먹으면, 상상 이상으로 반숙이고, 노른자가 걸쭉하게 흘러넘쳤다.
「아아! 옷이 더러워졌어!」
「서투르긴」
매정하게 말하며 파스토르는 내 입가를 닦아준다.
그리고 자신은, 실로 능숙하게 계란을 먹는다.
입의 크기가 다르니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상태론 금방 병원복 이외의 옷이 없어지겠는데」
「한 벌 정도는 입지 않고 소중하게 가지고 있어야지……」
「한 벌? 마음에 드는 옷인가?」
「그런 건 아닌데, 병원복을 입고 병원 밖에 나갈 순 없잖아?」
「아아……」
뜨끔했다.
큰일 났다, 지금, 말하면 안 되는 말을 했다.
숨조차 멈춘 채 파스토르를 보는 나를, 파스토르는 이상하다는 듯 돌아본다.
「뭐야?」
「에? 아니…… 화내지 않는 건가 하고」
「어느 부분에서?」
「병원 밖으로 나갈 생각이냐고, 화내나 싶어서」
「언젠간 나가겠지. 당연하잖아」
「……그렇겠지」
「뭐, 비스크에게 전달받은 옷을 소중하게 가지고 있지 않아도 내가 준비해줘도 된다고는 생각하지만 말이지」
「“올리”씨들의 제복은 좀」
「그, 그건 달리 여자 옷을 준비해두지 않아서 그런 거고……!」
파스토르는 벌컥 붉어져, 내가 먹는 순서를 무시하고 샐러드를 입으로 옮긴다.
오오, 스스로 먹었다.
직원들이 나를 의지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자만심같은 게 아니라, 파스토르가 급격히 안정되어 있는 게 손바닥이 보일 정도로 알 수 있다.
「아무리 나라도 여자 옷 정도는 제대로 고를 수 있어……」
「그런가」
「고를 수 있지만…… 올리는 스스로 고르고 싶어…… 잖아?」
나는 눈을 깜빡인다.
「그렇네…… 스스로 고르고 싶을…… 지도」
당연한 걸 말해버리고 말았다.
비스크도 하란도 나에게 선택권을 주지 않았으니까 이렇게나 당연한 것에 놀라버리고 만다.
「뭔가…… 파스토르의 “올리”가 조금 부러울지도」
「부러워?」
「직장도 있고, 2년 뒤엔 졸업. 미래 설계가 알기 쉬워서 불안도 없어」
「그 정도로 구체적인 “동기”가 없으면 나한테 끌려와서 마음만 병들 뿐이야」
「매일 어제같은 느낌이야?」
「상태가 좋을 때 말이지」
그게 상태가 좋을 때인가…… 나쁠 때는 어떻게 되는 건지, 바라건대 평생 알 일 없기를.
「――그 뒤에」
「응?」
「제대로 방으로 돌아갔나?」
그 뒤에.
라는 건, 파스토르의 방에서 목욕을 한 뒤다.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여기 있다는 건…… 돌아온 거 아닐까……?」
「넘어지지 않았어?」
「왜?」
「무릎」
나는 무릎을 본다.
어라? 까졌다.
「언제……」
「정말 기억나지 않는 건가?」
「으ー응. 기억 안 나는데에」
「그러면 됐어. ――사실은 어제 하란이 왔어」
「에!?」
나는 놀라 식사 중인 손을 멈추었다.
베일 너머의 파스토르의 표정은 알 수 없다.
「ㅇ……왜?」
「그로우가 목을 벤 마르스라는 남자가 있잖아. 그게 우리 병원에 입원해있으니까 그 문병이지」
「아아…… 그런가」
마르스씨.
그러고보니 나는 방금까지 마르스씨의 꿈을 꾸고 있던 기분이 든다.
대장이 매일 울고 있다던가, 그런 말을 했는데――
「어라?」
나는 문득 든 위화감에 얼굴을 찡그린다.
꿈의 내용은 제대로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어째서 나는 마르스씨의 말을 듣고 「현실을 꿈이라고 생각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한 걸까?
하란이 울고 있는데, 말을 걸고 싶은데도 걸 수 없다. ――그런 상태가 현실에 존재한다고, 어째서, 나는.
「올리」
딱, 하고 파스토르가 내 눈 앞에서 손가락을 튕긴다.
나는 핫 하고 얼굴을 들고, 서둘러 식사를 계속한다.
잘 모르겠지만, 꿈은 꿈이다. 깊게 생각하지 말자.
「――그 마르스에 대한 이야기이다만」
「응」
「조금, 올리를 무섭게 할지도 몰라」
「무슨 의미?」
「절단된 목과 몸통을 잇고 있는데, 특수한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확실히 말해서 겉보기에는 겁이 많은 아이가 보면 악몽 같은 모습이라서. ――뭐, 누가 보더라도 당황하겠지」
「헤에……」
「탑의 지하에 시설이 있으니까 무서운 걸 보고 싶지 않으면 다음부터 탑에 올 때는 지하에 가까이 가지 않는 게 낫다는 충고다」
「라는 건, 마르스씨 진짜 살릴 수 있구나」
그 사실이 기뻐서 나는 미소를 짓는다.
파스토르는 어깨를 으쓱이며 「그로우를 살인범으로 만들면 귀찮아지니까」라고 내뱉는다.
「목과 몸통은 손발을 붙이는 것처럼 간단하지 않아. 시간도 걸리고, 막대한 비용이 든다. 그 비용을 하란과 그로우가 반반씩 부담하고 있어」
「그럼 하란이 문병을 오는 건 어쩔 수 없네……」
「……미안」
「아, 사과하지 않아도 돼! 파스토르는 나쁘지 않으니까. 괜찮아, 가능하면 혼자가 되지 않도록 조심할 테니까」
「아아, 부디 그래줘. ――서둘러서 미안하지만, 일할 시간이다」
「아, 응」
「고마워. 덕분에 다 먹었어」
파스토르는 그렇게 말하고 텅 빈 두 사람 분의 식기를 정리해 일어선다.
나는 웃는 얼굴로 그런 파스토르를 배웅한다.
뭐라고 할까, 평화롭다.
지루한 것만 어떻게든 할 수 있으면 병원 생활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그렇지, 올리」
「응?」
「귀찮겠지만 오늘은 건강 검진을 받았으면 해. 깨어나고 나서 이런저런 일이 있었을 테고…… 뭐, 아마추어가 쓴 약의 영향도 신경 쓰여」
「윽……」
「그리고……」
파스토르의 시선이, 휙, 내 하복부를 훑는다.
나는 움찔한다.
「걱정되잖아?」
「응…… 그치만 비스크한테 약은 받았으니까…… 그렇게는」
「뭐, 만약을 위해서다. 불쾌할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필요하다고 생각해」
「알겠어. 고마워. ――아, 이거」
나는 파스토르가 걸쳐주었던 상의를 벗어 파스토르의 어깨에 다시 걸쳐준다.
「다녀와」
「아아, 그럼 낮에」
그리고 파스토르는 내 담당의같은 얼굴을 하곤――실제로 그렇겠지만――내 병실을 뒤로 한다.
확실히 뭔가, 아침부터 다리 사이에 위화감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긴 했단 말이지……
그리고 까진 무릎의 수수께끼가 있다.
넘어졌던가아, 나.
어제? 어디서?
파스토르의 방을 나와서, 곧장 방에 돌아왔다고 생각하는데……
뭐, 됐나.
모르는 사이에 상처가 생기는 것 정도는, 자주 있는 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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